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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산 2025년 12월호
  • 674호

왕복 26km…경사 45° 케이블 잡고 정상으로 [요세미티 하프 돔 하이킹]

정유진
  • 입력 2025.11.24 07:50
  • 사진(제공) : 정유진, 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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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300명만 이용 가능, 퍼밋 필수

하프 돔Half Dome은 요세미티 밸리Yosemite Valley 동쪽 끝에 위치한 화강암 바위로 그 정상은 해발 2,700m에 달한다. 요세미티국립공원의 상징과 같은 바위이다. 이 거대한 바위의 정상을 걸어 올라갈 수 있는 방법이 있다. 바위의 동면에 설치된 철제 사다리를 통해서다. 

케이블Cables이라고 불리는 철제 사다리는 하프 돔의 정상부 120m에 설치되어 있어 암벽 등반 없이도 하프 돔 정상에 오를 수 있게 해준다. 머세드강Merced River을 따라 하프 돔 남쪽을 빙 둘러 바위 동면으로 이어지는 코스다. 하프 돔 동쪽에 붙어 있는 서브 돔Sub Dome을 넘어 케이블을 오르면 정상에 닿을 수 있다. 

하프 돔 정상 하이킹은 긴 거리와 높은 상승고도로 힘들기로 유명한 고난이도 하이킹 코스이며 정상의 케이블을 오르기 위해서는 퍼밋이 필수이다. 매년 수많은 사람들이 하프 돔 정상을 오르는 모험에 도전한다.

거리 약 26km(왕복)  소요시간 10~12시간  상승고도 약 1,500m

tip  1 해 뜨기 전에 출발한다. 오전 3시에서 3시 반 출발을 추천한다.

tip 2 사전에 퍼밋을 신청한다. 매년 추첨으로 신청 가능하다.

tip 3 날씨를 확인한다. 비예보가 있다면(먹구름이 조금이라도 보인다면) 케이블로 하프 돔을 오르는 것을 포기하는 것이 좋다. 

tip 4 충분한 체력을 준비한다. 당일 26km의 만만치 않은 산행이다. 충분한 훈련 후에 도전하는 것이 좋다.

출처 recreation.gov
출처 recreation.gov

존뮤어 트레일John Muir Trail의 시작점, 해피제도Happy Isles를 들머리로 한다. 아스팔트  포장길을 따라 숲길로 들어오면 금방 머세드강을 만난다. 이후로 빠르게 고도를 높인다. 버널폭포Vernal Fall와 네바다폭포Nevada Fall를 지나 계속해서 머세드강을 따라 오른다. 가파른 돌계단 길이 이어진다. 트레일이 선명해 길 찾기는 어렵지 않다. 동쪽으로 돌아 바위 앞에 닿으면 퍼밋이 필요하다는 표지판과 함께 정상으로 오르는 코스에 대한 안내도를 볼 수 있다. 하프 돔 옆의 서브 돔은 가파른 돌계단길이다. 이후 케이블을 따라 하프 돔 동면을 오르면 정상이다. 서브 돔을 오르는 데 30분, 케이블을 올라가는 데 30분 정도 소요된다. 트레일을 따라 화장실이 3개 있으며 트레일 중반쯤 식수를 공급받을 수 있는 수돗가가 있다.

하프 돔 정상 하이킹은 매년 5월 말부터 10월 초까지만 가능하며 퍼밋을 받아야 정상 케이블을 오를 수 있다. 하프 돔 정상에는 매일 225명의 당일 등산객과 75명의 백패커, 총 300명만을 허용한다. 추첨제로 이루어지는 하프 돔 퍼밋 신청 방법을 알아보자.

❶ 사전 추첨제Preseason Lottery

매년 3월 1~31일, 사전 추첨제가 진행된다. 팀당 최대 6명까지 신청이 가능하며 원하는 날짜와 인원수, 진입로를 선택하고 추첨을 기다리면 된다. 추첨 결과는 4월 중순쯤 확인할 수 있다. 하루 최대 225명까지 추첨한다. (비용: 수수료 $10 선불(환불 불가능), 당첨 시 인당 $10로 퍼밋 구매)

❷ 일일 추첨제Daily Lottery

사전 추첨제 이외에도 하이킹 시즌 내 일일 추첨제가 진행된다. 원하는 날짜 이틀 전 퍼밋 신청이 가능하며 당일 저녁에 결과를 알 수 있다. (토요일에 하이킹을 계획하고 있다면 목요일에 신청해 당일 저녁에 퍼밋을 받을 수 있다.) 신청 시간은 자정부터 오후 4시까지다. 매일 열리는 퍼밋의 수는 일일 상황에 따라 다르다. 인당 퍼밋 1매로 수량이 제한된다. 사전 추첨제 신청 인원 및 취소표 현황에 따라 추첨 인원이 결정된다. (비용: 수수료 $10 선불(환불 불가능), 당첨 시 인당 $10로 퍼밋 구매)

* 두 방법 모두 recreation.gov 홈페이지에서 신청 가능하다.

트레일을 따라 올라오다 해당 안내판이 있는 지점부터 본격적인 암릉 산행이 시작된다. 하프 돔 동쪽으로 붙어 있는 서브 돔은 돌계단으로 오를 수 있으며 이후 120m 길이의 케이블을 통해 하프 돔 정상에 닿을 수 있다. 각각 30분씩 총 1시간 정도 소요된다.

Your decisions save you!

‘너의 결정이 너를 살린다’는 안내문이 인상적이다. 날씨를 확인하고 케이블 오르기를 권하지만 공식적인 통제는 이루어지지 않는다. 자신의 안전은 스스로 책임지도록 한다.

하프 돔 케이블은 약 120m 거리로 오르고 내리는 데 30분 정도 소요된다. 생각보다 가파른 각도에 겁먹고 돌아가는 사람도 있다고 한다.
하프 돔 케이블은 약 120m 거리로 오르고 내리는 데 30분 정도 소요된다. 생각보다 가파른 각도에 겁먹고 돌아가는 사람도 있다고 한다.

하프 돔 케이블은 1919년 시에라 클럽The Sierra Club에 의해 설치되었다. 케이블 설치로 인해 암벽 등반을 하지 않는 등산객들도 하프 돔의 정상을 오를 수 있게 되었다. 케이블로 인한 등정은 안전상의 문제로 봄부터 가을까지만 가능하다. 국립공원 NPSNatinal Park Service에 의해 매해 10월에 철수되고 3월에 새로 설치된다. 케이블이 설치되어 있는 기간 동안 퍼밋을 소유한 사람만이 하프 돔에 오를 수 있다.

케이블을 내려갈 때는 뒤로 돌아 뒷걸음질 치듯 가는 것이 더욱 안정적이다.
케이블을 내려갈 때는 뒤로 돌아 뒷걸음질 치듯 가는 것이 더욱 안정적이다.

하프 돔 케이블을 직접 보면 “여기를 올라가라고?”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 45도에 달하는 급한 경사에 다른 안전장치 없이 철제 손잡이가 설치되어 있는 것이 전부다. 발 디딤 자리로 만들어준 나무토막들도 흔들거려 심적으로 매우 불안하다. 하지만 하프 돔에서 발생한 인명사고는 극히 드물다. 정신만 차리면 무사히 정상을 오를 수 있다. 물론 비 오는 날은 바위가 미끄러워져 극도로 위험하니 필히 피하도록 한다.

tip 1 장갑을 준비한다. 케이블은 차고 딱딱하다. 장갑을 준비하면 훨씬 편하다.

tip 2 주머니와 손을 비운다. 가진 모든 것을 배낭에 넣어 잘 패킹한다. 주머니에서 떨어질 수 있는 것이 없는지 확인한다. 무언가 떨어진다면 아래 등산객들에게 치명적일 수 있다.

tip 3 집중한다. 경사가 어마어마하다. 장난치거나 방심하면 쉽게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케이블을 오르는 30분 동안 집중해야 한다.

tip 4 하산할 때는 뒤로 내려온다. 내려올 때는 뒤로 돌아 내려오는 것이 더 안정적이다. 

하프 돔 정상에 다이빙 보드가 있다. 절벽 끝 뾰족하게 튀어나온 바위 판이다. 바이저The Visor라고도 불린다. 유명한 인증샷 포인트다. 무서워 보이지만 아래 넓게 바위들이 깔려 있어 크게 위험하지 않다. 하프 돔 정상 등정에 성공했다면 용기를 내 다이빙 보드 위에서 인증샷을 남겨보자.

하프 돔 정상은 넓고 평평하다. 그 면적은 축구장 7개에 달할 정도다. 정상에는 따로 정상석 없이 텅빈 바위만 펼쳐져 있어 도착했을 때 잠시 "여기가 정상인가?" 하고 헷갈릴 정도였다.
하프 돔 정상은 넓고 평평하다. 그 면적은 축구장 7개에 달할 정도다. 정상에는 따로 정상석 없이 텅빈 바위만 펼쳐져 있어 도착했을 때 잠시 "여기가 정상인가?" 하고 헷갈릴 정도였다.

월간산 11월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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