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난. 문자 그대로 재난을 만났다는 뜻이다. 재난의 크기는 생명에 즉각 위협을 줄 정도로 클 수도 있고, 스스로 빠져나올 수 있을 정도로 작을 수도 있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똑같은 건 하나 있다. 바로 어떤 도움이든 조난자들에겐 매우 귀중하다는 점이다.월간은 등산 중 조난을 당한 이들과 이들을 구하려고 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싣는다. 아무리 작은 도움의 손길이라도 모두 귀중한 선의며 아무리 작은 조난이더라도 남들에겐 큰 교훈을 준다. 제보는 blackhouse@chosun.com. _ 편집자 주지금으로부터 21년 전 이야기다
“지난 주말, 눈 내린 설악산에 갔다가 같은 곳에서 한참을 헤매었어.”“링반데룽Ringwanderung에 빠졌구나. 산에서 흔히 겪을 수 있지. 무사히 돌아와서 다행이야.”산행하다 귀신에 홀린 것처럼 같은 곳을 한참 동안 맴돈 경험이 있으신가요? 자신은 분명 제대로 된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실은 방향감각을 잃고 한 지점을 중심으로 원을 그리며 계속 맴도는 아주 특이한 경험 말입니다. 이러한 상태를 링반데룽이라고 부릅니다. 우리말로 번역하면 환상방황環狀彷徨이라고 하죠.링반데룽은 ‘환상’을 뜻하는 독일어 ‘Ring’과 ‘걷
지난 2월 26일 미국 텍사스 서북부 팬핸들 지역에서 산불이 발생해 4,354㎢의 면적이 불에 탔다. 이는 서울 면적(약 605㎢)의 7배가 넘는 것으로, 텍사스주 역사상 최대 규모의 화재로 기록됐다.지구촌 곳곳에서 초대형 산불이 잇따르고 있다. 지난해 8월 미국 하와이주 마우이섬에서 발생한 산불은 100명의 사망자를 냈다. 1918년 미네소타주 산불(사망자 453명) 이후 105년 만에 미국에서 최악의 인명피해를 기록한 것이다.유서 깊은 해변 마을 라하이나를 중심으로 건물 2,200여 채가 불탔고, 이재민 7,000~8,000명이
11월 16일_언제 일어날지 모르는 낙석사고겨우 서너 시간 잤을까. 몸은 무겁지만 좀 나아진 느낌이다. 해발 5,000m대에서 야영하면 깊은 잠을 자기는 어렵다. 자다가 깨기를 반복해서 피로가 말끔하게 해소되지 않는다. 스태프들의 사정 역시 비슷하다.메라피크 베이스캠프(5,350m)로 향한다. 작은 고개를 넘자 콩메딩마 포카리가 나타났다. 규모가 꽤 크고 아름답다. 천천히 시계 방향으로 돌면서 촬영했다. 아쉽게도 호수가 얼어 있어 설산의 반영은 담지 못했다.급경사 언덕을 내려가자 로지가 나타나고, 다시 오르막길이 이어진다. 한동안
육아를 하다 보면 아이가 몸을 스스로 뒤집을 때와 처음으로 일어나 걷게 될 때 큰 감동을 받습니다. 다른 네 발로 걷는 동물과 달리 사람은 두 발로 직립 보행하며 많은 발전과 기회를 얻게 됩니다. 우리가 젊었을 때는 누워 있다가 일어서는 것을 당연한 것으로 여겼지만, 나이가 들고 아플수록 바닥에서 일어서는 능력은 점점 떨어지게 됩니다. 20대는 바닥에서 일어서는 데 몇 초밖에 걸리지 않지만, 60세에는 일어서는 데 평균 4초, 70세는 10초 이상 걸립니다.70세는 넘어졌다 일어나는 데 평균 10초바닥에서 일어서는 능력은 특히 넘어
유럽이 기후변화로 몸살을 겪는 가운데, 산양(아이벡스)의 행동 패턴도 달라지고 있다. 이탈리아의 지중해 섬 사르디니아에 있는 사사리대학의 수의학 교수인 프란체스카 브리비오 박사팀은 지난 1월 학술지 에 이런 내용의 논문을 발표했다. 이들은 국립공원 2곳의 산양 47마리의 행동 패턴을 2006년부터 13년 동안 추적한 결과를 분석했다. 산양은 원래 낮에 산에서 낮은 곳으로 내려와 먹이를 찾는 습성을 보여 왔다. 그러나 최근 이런 행동이 감소했고 대신 야간에 먹이를 찾는 행동이 증가했다. 특히 여우와 같은 야행
“최근 당신을 설레게 한 건 무엇이었습니까?” 나는 지금껏 이 질문을 여러 사람에게 했다. 질문을 받은 사람 거의 모두 머뭇댔다. 그중 “모르겠다”고 답한 사람이 무려 90%를 차지한다. 머리가 살짝 어지럽고, 배가 아파서 화장실에 가고 싶고, 숨이 잘 쉬어지지 않고, 가슴이 쿵쾅거리면서 심박수가 치솟아 곧 폭발할 것같은 상태를 설렘에 빠졌을 때 나타나는 생리 현상이라고 해도 될 텐데, 말로는 설명할 수 없는 이 경험과 기분은 확실히 아무 때나 가질 수 없다. 그러니까 ‘설렘’은 보석 같은 감정이다. 이것에 가격을 매기면 얼마일까?
월간산 4월호 기사입니다.
유년 시절 나는 산과 친하지 않았다. 내가 태어난 곳은 동해안의 작은 시골 마을. 초등·중학교 시절에는 방학만 되면 땔감을 얻기 위해 지겹도록 산을 오르내렸다. 떨어진 소나무 갈잎과 고사목을 잘라 지게에 지고, 빙판길 계곡을 내려오다 넘어진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멍든 무릎을 볼 때마다 나는 푸념을 밥 먹듯 했었다.‘언제쯤 이 지긋지긋한 산을 오르지 않아도 될까?’그러던 내가 고향을 떠나 낯선 객지 생활을 한 지 어느덧 35년이 지났다. 지난날을 돌이켜 보면 참 열심히 살았다. 아등바등 세파에 시달리며 달려온 세월이었고, 크고
유엔 전문기구인 유네스코UNESCO(유엔 교육과학문화기구)는 전 세계에 걸쳐서 3대 보호지역을 설정한다. △세계유산 △생물권보전지역 △세계지질공원이다.우리 귀에 익숙한 세계유산은 역사적으로 중요한 가치를 지닌 문화유산과 지구의 역사를 잘 나타내고 있는 자연유산, 그리고 이들의 성격을 합한 복합유산으로 구분된다.생물권보전지역은 보전의 가치가 있는 지역에 지속 가능한 발전을 도모하기 위해 유네스코가 국제적으로 인정한 육상 및 연안 생태계 지역을 말한다. 지정되면 해당 지역은 무분별한 개발이 억제되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설악산, 제주도,
네팔 최초의 암벽등반 개념도 안내서가 출간됐다. 네팔에서 암벽등반은 신생 스포츠다. 수도 카트만두 인근에도 암벽등반 할 수 있는 장소가 여러 곳 있다. 차량으로 1시간 이내 거리에 총 5개 자연암장이 있다. 이번에 출간된 안내서는 네팔 서부 안나푸르나산군 인근의 마낭 지역에 한정돼 있다. 분량은 50쪽이며 수록된 등반루트는 40여 개다. 루트는 모두 볼트가 설치된 스포츠클라이밍 전용으로, 60m 로프 1동에 퀵드로 15개면 모든 루트를 등반할 수 있다. 프랑스식 난이도체계를 사용해, 5b(5.7)급에서 8b(5.13d)급까지 난이도
남미 파타고니아 최고봉 토레스 델 파이네의 하늘금을 따라 처음으로 종주등반이 이루어졌다. 2월 23~26일 4일 동안 벨기에의 등반가 숀 비야누에바 오드리스콜(43)이 단독으로 완등을 이뤄 큰 주목을 받았다. 비야누에바는 그보다 며칠 전에 파이네 중앙봉에서 ‘라이더스 온 더 스톰’을 최초로 자유등반으로 올라 더 큰 주목을 받았다. 이번에 오른 등반루트는 알파벳 엠M자 두 개를 이어놓은 듯한 형태라서 ‘더블 엠 트래버스’라는 이름이 붙었다. 이 등반은 ‘토레스산군에서 가장 길고 가장 완전한 트래버스’라는 평을 받고 있다. 비야누에바는
폴란드의 마르친 토마셰프스키, 파베우 하워다시 2인조가 미국 알래스카에서 거벽루트를 개척했다. 둘은 데날리국립공원으로 2월 말 들어간 뒤, 무즈투스(3,150m) 장벽의 봉우리 하나에서 등반을 시작했다. 무즈투스는 알래스카의 루스 빙하 입구 부근에 있는 상당히 돋보이는 대장벽으로, 1964년 초등된 이후 현재까지 북미를 대표하는 등반대상지 중 하나로 손꼽힌다. 둘은 2월 28일~3월 8일, 총 10일 동안 등반했다. 등반거리는 980m, 총 19피치에 난이도가 A3, M5+급에 이른다. 이들은 이 등반이 2023년 같은 2월에 그린
한라산국립공원관리소는 6월 30일까지 한라산국립공원 산악박물관 기획 전시실에서 원로 산악인 양하선 기증자료 특별전 ‘산 그리워 산에 들던, 내 인생의 꽃 피는 봄’을 개최한다.이번 전시에서는 양하선씨의 기증자료 174점 중 1950~2000년대 산악활동을 가늠할 수 있는 피켈, 의류, 배낭 등 등산장비와 사진 80여 점을 선보인다. 1977 에베레스트 동계훈련 제주 대표였던 양하선씨는 2000년 아프리카 킬리만자로, 2001년 남미 최고봉 아콩카과, 2002년 유럽 최고봉 엘부르즈 등정까지 쉼 없이 산을 오른 산악인이다.1974~1
83세 때 우연히 달력 뒷장에 사과를 그린 이후 삶이 달라진 할머니 화가. 아들과 이웃 칭찬에 신이 나 15년이 넘도록 매일 농사짓듯 그림을 그려 온 김두엽. 붓을 잡으면 지난 추억이 새록새록 떠올라 15세 수줍은 소녀가 되는 96세 할머니 화가의 작품이 서울 북촌 골목길을 찾아온다. 서울 북촌에 위치한 갤러리 단정은 새봄을 맞아 전시 시리즈를 진행 중이다. ‘엄마의 봄날’이라는 공통 주제로 4월에는 김판삼(51) 작가가 아들의 시선으로 조각한 ‘못난이’ 엄마 작품 전시에 이어지는 초대전에는 2019년 KBS TV 다큐 미니시리즈에
‘담비’와 ‘국화방망이’가 팔공산 깃대종으로 결정됐다. 깃대종Flagship Species은 특정 지역의 생태‧지리‧문화적 특성을 반영하는 상징적인 야생 동‧식물로서 국민들이 중요하다고 인식하는 종을 말한다.담비는 환경부 지정 멸종위기야생생물 Ⅱ급으로 팔공산 전역에서 발견된다. 특히 팔공산 생태계 최상위 포식자로서 하위 생태계 개체수를 조절하는 역할을 한다. 들고양이, 유기묘 등 외래종이 팔공산으로 들어오는 것을 막기도 한다. 국화방망이는 비로봉과 하늘정원 등 정상부와 주능선 고지대에 주로 서식한다. 우리나라 고유종이자 국제자연보전
티끌 같은 염원이 몇 억겁을 돌고 돌아 고향을 찾아갑니다. 화가 강찬모중앙대에서 서양화를 전공한 후 1978년 동양화의 매력에 매료되어 1981년부터 일본미술대와 쓰쿠바대에서, 1993년부터 1994년까지 대구대학교 대학원에서 동양화를 전공했다. 2004년 히말라야에서 특별한 영적 체험을 한 뒤 히말라야의 대자연과 우주의 기운을 표현한 작품을 주로 그리며 ‘히말라야의 화가’로 불린다. 월간산 5월호 기사입니다.
부산빅월클럽 회원들이 지난 1월 남미 파타고니아 피츠로이 프랑코-아르젠틴 루트 등반을 마치고 돌아왔다. 본지 주민욱 사진기자가 원정대원으로 참여했다. 이들의 원정기를 싣는다.히말라야의 남체바자르, 알프스의 샤모니, 그리고 파타고니아의 엘찰텐!!! 모두 세계 트레킹 마니아의 성지인 동시에 등반가들의 베이스캠프 같은 마을들이다. 나는 이곳들 모두에 다녀왔다. 운 좋은 사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이번 파타고니아 원정에서 본 엘찰텐이라는 마을은 남체와 샤모니의 장점을 모두 가지고 있는 곳이었다. 남체보다는 편리한 일상(그렇다고 도시에 비
“코로나로 등산 시작한 사람들 엄청 많아요. 요새는 조금 줄어든 것 같긴 한데 여전히 아웃도어는 많이 하던데요?”시니어의 등산. 이 한마디로 요약되던 한국 아웃도어 시장은 코로나의 영향으로 완전히 그 지평이 뒤바뀌었다. 젊은 세대들이 대거 유입되면서 북한산을 오르는 이들의 평균연령이 확 내려가기도 했고, 또 그동안 소수만 즐기던 암벽등반과 같은 아웃도어스포츠의 인기도 높아졌다.그런데 이 바뀐 트렌드의 전체 상은 확인하기 어렵다. 가령 엄청 늘었다는 등산 인구의 경우 ‘2024 국립공원 기본통계’에 따르면 연간 탐방객 수는 코로나 직
산불로 타고 남은 나무들을 벌목하려던 미국 산림청이 환경단체로부터 고소를 당했다. 지난 2월, 미국의 시에라클럽, 지구섬 연구소, 세쿼이아 숲 지킴이 세 단체는 합동으로 미국 산림청의 전례 없는 대규모 벌목 사업이 환경영향평가를 생략했기에 환경정책법을 위반했다며 연방법원에 고소했다. 산림청 설치법령을 위반했다는 혐의도 추가했다. 이번 벌목 사업은 2020년과 2021년에 산불이 지나간 면적 중에서 약 1만3,000에이커, 대략 북한산국립공원의 3분의 2에 해당하는 면적에 있는 약 10만 그루의 나무를 자르는 대규모 사업이다. 그런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