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을 회상할 때 가장 먼저 생각나는 도시들이 있다. 그곳에서 만들어진 기억은 대개 너무나 강렬해서, ‘잊고 싶지 않다!’ 혹은 ‘잊을 수가 없다!’라는 공통점이 있다. 해남에 대한 기억은 대체로 이와 비슷하다. 해남에 관한 것이면 가능하면 오래도록 간직하고 싶고, 생각날 때마다 꺼내어 흘끔흘끔 바라보고 싶다. 그렇게만 할 수 있다면 내 입가엔 항상 미소가 끊이지 않을 것이다.달마산, 달마고도해남의 첫 기억은 3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막 가을로 접어들던 시기였다. 그때 나는 지금의 아내와 함께 버스를 타고 무작정 해남으로 여행
지장사는 법복에 ‘색다른 시선’을 던지는 브랜드다. 자칫하면 고리타분하게 보일 수 있는 법복을 ‘일상적이고 세련된 옷’으로 만드는 것이 이들의 특기다. 지장사 옷의 핵심은 ‘편리함’이다. 넉넉한 핏은 “편하겠다!”는 생각이 절로 들게 만든다. 가수 ‘이효리’와 BTS 멤버 ‘정국’ 역시 지장사의 법복을 애용하는 것으로 유명하다.달마고도 취재를 준비하면서 오랜만에 법복 생각이 났다. 달마산 12암자를 잇는 옛길을 법복 입고 걸으면 뭔가 재밌을 것 같았다. 나는 곧장 지장사에 연락해 기획의도를 설명했다. 지장사 관계자는 “재밌겠네요!
땅끝까지 걷고 나니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났다. 서울서 해남까지 6시간 걸려 왔는데, 산만 타고 돌아간다고 생각하니 뭔가 좀 아쉬웠다. 마음 깊은 곳에서 ‘이왕 여기까지 온 거 해남 제대로 한 번 여행 해볼까?’라는 소리가 들렸다. 배낭을 내려놓고 해남 이곳저곳을 여행했다.해남 남창전통시장강진과 완도를 잇는 교통 요지인 남창마을. 장 서는 날이면 남창마을이 있는 북평면을 비롯해 인근의 북일, 송지면의 싱싱한 해산물들은 모두 이곳으로 모인다. 에 따르면 남창장은 1945년 직후 형성되어 1964년 공식적으로 개설되었다고 한
구글 어스Google Earth(입체지형도)로 달마고도와 남파랑길 90코스를 한눈에 살펴봤다. 취재팀이 지나온 경로를 표시했고, 종주 중 인상 깊었던 볼거리와 장소를 기록했다.주의사항 ※3번 삼나무숲에서 6번 몰고리재까지는 도솔암을 경유하는 우회로와 7부 능선을 따라 쭉 걷는 정규 탐방로 두 가지 코스를 모두 이용할 수 있습니다.❶ 미황사남파랑길 90코스의 시작점이자 달마고도 4코스의 종점. 현재 해체보수 중인 미황사 대웅보전은 2025년 공사를 마칠 예정이다.❷ 너덜지대달마산에서 만날 수 있는 가장 거대한 규모의 너덜지대다. 이곳
나는 나의 일을 좋아한다. 하지만 좋아하는 일이라도 상황과 생각에 따라 가끔씩 스트레스를 받는다. 매너리즘에 빠져 있을 때쯤, 때마침 조창호 오빠가 낚시도 할 겸 섬산행으로 여서도를 제안했다. 작년 죽도에 대한 여운이 아직 남아 있던 터라 흔쾌히 따라 나섰다. 여서도는 전남 완도에서 약 41km 떨어진 섬으로 완도의 섬들 중 가장 남쪽에 위치한다. 어종이 풍부해 낚시 동호인들 사이에서는 노다지라 불린다고 한다. 블랙야크 100대 섬산으로 등산객들도 즐겨 찾는 곳이다.조창호 오빠와 오랜 낚시 단짝인 ‘영감님’은 한참 어린 나에게 깍듯
서귀포시 표선면의 중산간 마을 가시리에는 조선을 대표하던 국영 목장인 ‘갑마장’ 터가 있다. 드넓게 펼쳐진 초지대를 따라 억새가 가득하던 이곳은 제주의 바람과 수평 구도에 매료되었던 사진작가 김영갑이 생전에 즐겨 찾던 곳이다. 갑마장을 사이에 두고 두 오름이 마주하고 섰는데, 남동쪽의 따라비오름과 북서쪽의 큰사슴이오름이다. 녹산장의 중심에 선 오름해발고도가 474.5m인 큰사슴이오름은 제주의 숱한 오름 가운데서 제법 덩치가 큰 편이다. 서쪽의 족은사슴이오름과는 하나인 듯 기슭을 맞대고 있다. 옛날에 사슴이 살아서 이런 이름을 갖게
걷기는 공부다. 특히 산에 올라 풍경을 내려다보면서 지도를 확인하고, 다시 하산해 지역 사람과 만나는 건 지리학 심화학습에 해당된다. 자주 접하기 힘든 낙동정맥 능선을 타면서 주변을 세세하게 파악하고 익히고 싶었다. ‘허바허바 낙동정맥 종주대’는 앞으로 3회 진행된다.왜 낙동정맥을 종주하고 싶었을까? 그 이유를 설명하기 위해 나는 낙동정맥을 사람이라고 가정하기로 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오랫동안 나를 사로잡은 낙동정맥의 묘한 매력을 누구에게도 쉽게 말하지 못하리라. 내가 그(낙동정맥)를 알게 된 건 꽤 오래전이다. 1990년대 후
문학수, 장보영과 팀으로 첫 호흡을 맞추고 무사히 하산했다. 28리터 배낭으로 1박2일을 보내자는 미션도 성공적으로 마쳤다. 멤버들은 어떤 장비를 썼을까?문학수의 침낭과 우모복3월 초였지만 태백의 산에는 눈이 많이 쌓여 있었다. 날씨도 꽤 추웠다. 밤에는 기온이 영하 4℃까지 내려갔다. 문학수는 가벼운 우모복과 침낭으로 하룻밤을 무사히 보냈다.침낭 랩 미틱 울트라 180 900필 파워에 구스다운이 180g 충전됐다. 내한온도는 0℃. 총 패킹 무게는 450g 정도 된다. 이 침낭 하나로 겨울 날씨에 따뜻하게 잘 수는 없다. 문학수는
지리산의 ‘지智’와 내장산의 ‘장藏’을 쓰는 산이다. 전북 무주와 진안 경계에 있는 지장산(774m)은 이름이 생소하지만, 어리석은 사람이 머물면 지혜로워진다는 지리산의 ‘지’ 자, 그리고 산 안에 숨겨진 것이 무궁무진하다고 하여 이름 붙여진 내장산의 ‘장’ 자가 합쳐진 이름이다. 나는 어느새 지리산의 지혜로움과 내장산의 숨겨진 아름다움이 그득한 지장산의 모습을 상상하며 푹 빠져 버렸다. 지장산은 진안군의 용담면 송풍리, 안천면 삼락리와 무주군 부남면 고창리에 걸쳐 있다. 지도를 살펴보니 세 고을 모두 지장산으로 오르는 길이 있었다
전라북도 임실 신덕면을 지나는 55번 지방도로를 가다 두 봉우리에 자연스레 눈길이 간다. 내 시선을 끈 것은 상사봉想思峰(402.1m)과 노적봉(405.3m)이다. 두 봉우리는 작은 하천인 옥녀동천을 사이에 두고 연인처럼 다정하게 서로 마주 보고 있다. 마치 진안 마이산 암마이봉과 수마이봉처럼 말이다.분지에 우뚝 솟은 두 봉우리는 동양화에서나 봤을 법한 수직 암봉으로, 높이는 낮지만 위압적이고 강렬하다. 두 곳 모두 ‘여기에 정말 올라가는 길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가파르다. 오르기 만만치 않을 것으로 생각되는 모양새다.전설에 의
지도를 보니 최고봉간의 맞대결이다. 경기도 용인에서 가장 높은 마구산(595m)과 경기도 광주에서 가장 높은 태화산(644m)이 딱 붙어 있다. 파퀴아오와 메이웨더의 맞대결이 세계의 관심을 받았던 것처럼 이들의 맞대결도 손에 땀을 쥐게 하지 않을까? 같이 엮어 걸으면 분명 그런 팽팽한 긴장감 가득한 산행이 될 것이란 기대가 샘솟았다. 하지만 직접 걸어보니 그러한 긴장감은 존재하지 않았다. 마치 언론에서 만든 라이벌 구도에 내몰린 두 명의 스포츠 톱스타가 사실은 절친 관계인 것 같았다. 연결되는 능선은 대체로 부드럽고 유순하며 거친
봄이 오는 듯 어제와 오늘의 하늘이 다르고 숲의 공기와 냄새도 다르다. 겨우내 얼었던 땅이 제법 말랑해졌다. 곳곳에 토실한 흙을 밀어 올린 새순의 흔적, 햇살이 닿은 곳마다 봄풀이다. 언 땅이 녹아 신발에 진흙이 엉겨 붙어 발자국 옮기기 어렵다. 무거운 발을 그루터기에 털고 간다.대운산 제3주차장(내원암 1.8·대운산 정상 4.9km)에는 차량이 많지 않아 서두르지 않아도 된다. 세 번째 찾은 산이지만 이번에는 인공폭포를 지나 내원암으로 올라간다. 오전 10시 10분 내원암 계곡 물은 봄을 깨운다. 까치 소리도 반갑게 들린다. 남쪽
4월에 1004섬 신안은 봄맞이 축제가 한창이다. 겨우내 씨앗과 땅속에서 숨을 죽이며 봄이 오기만을 기다린 꽃들이 기지개를 켠다. 지난 3월 22일부터 시작된 선도 수선화 축제를 시작으로 임자도의 튤립, 팔금도의 유채와 철쭉, 압해도의 새우란이 신안을 찾는 상춘객들에게 싱그러운 봄향기를 선사한다. 임자도 튤립축제 : 4월 5~14일, 대광해변임자도의 4월은 튤립으로 시작한다. 튤립하면 풍차와 함께 먼 나라 네덜란드가 떠오르지만 임자도 해변에 흐드러지게 핀 튤립 또한 못지않다. 수십 종의 튤립 100만 송이가 대광해수욕장을 채색하는
진해 없는 벚꽃, 아니 벚꽃 없는 진해에 갔다. 허공이 제철이었다. 거리는 허허로움으로 가득했다. 와락 부는 바람에 꽃비가 아닌 냉기만 가득했으나, 느릿느릿 봄이 오고 있었다. 착각처럼 오후 2시면 아지랑이가 새싹처럼 돋아 표정 없는 경상도 사내의 겨드랑이를 간질이고 있었다.장복산(584m)을 빠져나오자 진해였다. 장복터널 어둠이 걷히자 벚나무 행진이었다. 다른 세상 같았다. 햇살의 빛깔이 달라져 있었다. 100년 전에도 있었을 것만 같은 거대한 벚나무들이 유적처럼 뻗어 있었다. 열흘 뒤 군항제가 열린다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군항제가 끝나도 진해 벚꽃은 끝나지 않는다. 고도가 높은 곳은 기온이 낮아 진해 시내보다 늦게 핀다. 걷기길인 진해드림로드가 있는 장복산과 산복도로인 안민고개길, 장복산 주능선 벚꽃길은 걷는 자들의 것이다. 4월 초에 찾더라도 장복산 능선 산행과 진해드림로드 걷기를 통해 벚꽃의 낭만을 충분히 즐길 수 있다. 벚꽃이 지는 시기는 피는 시기보다 예측이 어렵다. 비와 바람의 영향이 큰 탓이다. 큰 비나 바람이 없다면 며칠 더 분홍 물결을 즐길 수 있다. 가장 좋은 방법은 아침·저녁을 활용하는 것. 한낮에는 인산인해를 이루지만 이른 아침과
01 인천 인천대공원인천 남동구 장수동에 있다. 800여 그루의 왕벚나무들이 길 양옆으로 줄지어 선 장관을 볼 수 있는 인천의 대표 벚꽃 명소다. 지난해에만 53만 명이 다녀간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해가 지면 벚꽃을 향해 LED 등을 밝혀 야간에 방문해도 벚꽃 풍경을 충분히 즐길 수 있다.02 인천 수봉공원인천 미추홀구 숭의동, 제물포시장 뒤편에 작은 공원이 있다. 어린이 놀이터와 자연학습장을 비롯해 궁도장, 배드민턴장, 테니스장 등의 시설을 갖췄다. 높이 37m에 이르는 인공폭포까지 있어 볼거리가 많은데, 봄이면 벚꽃도 만발한다.
01 속초 영랑호 벚꽃길약 8km 길이의 영랑호둘레길을 따라 걷는 벚꽃길. 파란 호수를 크게 한 바퀴 돌며 성큼 다가온 봄을 만끽하기 좋은 길이다. 영랑호에는 영화 ‘헤어질 결심’의 촬영지이자 속초팔경 중 하나인 범바위가 있다. 여기서는 벚꽃 만개한 호수길과 설악산을 한눈에 볼 수 있다. 너른 바위에 앉아 휴식을 취하기도 좋다. 올해는 3월 31일(토)~4월 1일(일) 영랑호 일원, 영랑호 잔디공원에서 벚꽃 축제가 열린다. 기존 상도문마을에서 진행됐던 벚꽃축제 대신 새롭게 시작하는 축제다. 포토존, 웰니스 프로그램, 버스킹 공연,
01 여의도 윤중로서강대교 남단에서 국회의사당 뒤를 경유해 여의2교 북단까지 이어지는 2km 길을 ‘윤중로 벚꽃길’이라 부른다. 공식 도로명은 ‘여의서로’이다. 여의도가 개발되던 1960년대 벚나무 1,440그루를 식재해 매년 4월이면 분홍빛 벚꽃잎이 하늘을 가릴 정도로 만개한다. 02 남산타워남산 기슭을 순환하는 남산둘레길 7km에 벚꽃이 만발한다. 일반 차량은 출입이 통제되어 걷기에 최적화되어 있다. 핑크빛 벚꽃 사이로 서울의 명물인 남산타워를 촬영할 수 있다. 03 석촌호수롯데월드와 롯데월드타워, 석촌호수를 배경으로 낭만적인
01 진천 초평 꽃섬초평저수지는 매년 평균 3만 명의 낚시꾼들이 찾는 것으로 알려진 유명한 낚시터다. 저수지 곳곳에 동동 떠있는 좌대들이 매우 이색적이다. 그리고 봄이 되면 그 좌대 사이로 벚꽃이 흐드러지게 핀 한 섬이 동동 떠있다. 그래서 이름이 꽃섬이다. 진천군에서 2006~2007년에 무인도인 이 섬의 아까시나무를 모두 베어내고 왕벚나무 300여 그루와 진달래 1만3,000여 그루를 심었다. 이 꽃섬은 저수지 주변 둘레길이나 한반도지형전망공원에서 잘 볼 수 있다.02 대전 오동선 대청호 벚꽃길 ‘세상에서 가장 긴 벚꽃길’이라고
중국 전설에는 신선들이 살고, 불로불사의 약이 있다는 삼신산三神山이 있다. 이것들은 봉래산蓬萊山, 방장산方丈山, 영주산瀛洲山으로 불린다. 예로부터 이 산들은 중국 동쪽 바다 건너편에 있다는 믿음이 있어서, 한반도 또는 일본에 삼신산이 존재한다는 전설 또한 있었다.한국에서는 중국의 삼신산을 본떠 금강산을 봉래산, 지리산을 방장산, 한라산을 영주산으로 부르기도 했다. 호남 지역에서는 지리산, 무등산과 더불어 방장산을 호남의 삼신산으로 추앙했고, 전라북도는 정읍 두승산, 부안 변산과 더불어 방장산을 전북의 삼신산으로 정했다.방장산方丈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