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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산 2024년 5월호
  • 655호

[화제ㅣ클라이밍짐 전문 목수] “최신 트렌드의 실내암장, 클라이밍 하는 목수가 만듭니다!”

글 김기환 차장 사진 양수열 기자
  • 입력 2019.12.16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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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부터 20여 개 클라이밍짐 시공한 ‘팀브로’ 김동균 대표

팀브로’ 김동균 대표.
팀브로’ 김동균 대표.

스포츠클라이밍이 2020년 도쿄올림픽 정식 종목으로 채택되며 많은 관심을 끌고 있다. 이런 분위기에 편승해 최근 등반을 배울 수 있는 실내 클라이밍짐이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그런데 흥미로운 것은 2016년 이후 새롭게 생긴 클라이밍센터의 반 이상을 ‘팀브로Team Bro’라는 전문 목공팀이 시공했다는 것이다. 이 팀의 김동균(33) 대표를 경기도 화정에 새롭게 오픈한 ‘그레이 클라이밍짐’에서 만났다. 

“요즘은 실내암장 공사를 제법 많이 하는 편이지만, 원래 인테리어도 하고 목조주택도 짓는 전천후 목수입니다. 지금도 마찬가지고요. 4년 전 우연히 실내암장 공사를 맡게 됐는데, 이후 계속 소개를 통해 클라이밍센터 일이 연결되고 있습니다.” 

그가 실내암장에 관심을 가진 것은 6년 전 운동 삼아 등반을 배운 것이 계기가 됐다. 목수의 직업정신으로 암장을 찾을 때마다 구조를 들여다보며 효율적인 제작 방법을 고민했다. 그러다가 2015년 광주광역시의 한 실내암장에서 운동을 하다가 센터장과 의기투합했다. 새롭게 만드는 암장을 맡아 작업하기로 한 것이다. 그가 처음 맡은 현장은 광주에 있는 ‘클라이븐’이라는 대형 암장이었다.

“2016년 첫 공사를 했는데, 높이 8m의 리드벽까지 있는 규모가 큰 곳이었습니다. 나무를 이용해 구조물을 세우는 것은 목공일의 기본이라 큰 어려움은 없었습니다. 하지만 좀더 견고하고 안정적인 인공벽을 만들기 위해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제가 등반을 해보니 벽이 흔들리면 아무래도 불안하더라고요. 그래서 구조 보강에 집중했습니다.”

실내암장 공사 중인 ‘팀브로’ 작업자들.
실내암장 공사 중인 ‘팀브로’ 작업자들.

첫 공사 이후 꼼꼼한 그의 작업 솜씨가 전국으로 소문나며 암장 공사가 꼬리를 물었다. 2016년부터 올해까지 만 4년 사이 ‘팀브로’가 맡아 만든 암장이 20곳이 넘는다. 이 시기 동안 전국에 새롭게 생긴 암장의 절반 이상이 그의 손을 거쳤다고 볼 수 있다. 

“암장이 일반 목공 작업과 다른 부분은 힘이 많이 든다는 겁니다. 자재 자체가 훨씬 무겁기 때문입니다. 내구성 때문에 실내암장의 벽은 18mm 두께의 합판을 사용합니다. 일반 인테리어 목공용은 9mm를 넘는 경우가 거의 없으니 차이가 크지요. 벽 뒤에 보강하는 나무도 목조주택용 구조재인 두꺼운 것을 씁니다. 튼튼한 벽을 만들려면 어쩔 수 없어요.”

암장 설계도 그의 몫이다. 공사를 발주한 센터장의 요구를 최대한 반영해 설계하지만, 현장 상황에 맞게 수정하거나 임기응변으로 대처해야 하는 부분도 많다. 건물마다 구조와 배관 등 환경이 모두 달라 설계 수정은 일상이다. 지금은 경험이 쌓여서 괜찮지만 초기에는 쉽지 않은 부분이었다고 한다. 

“처음에는 실측을 하고 컴퓨터로 어느 정도 기본 설계를 합니다. 그런 다음 현장에서 센터장님과 조율하며 작업을 진행합니다. 어쩔 수 없는 경우에는 처음부터 모든 부분을 정해 놓고 공사를 진행하기도 합니다. 작업을 하다 보면 센터장님들 생각이 계속 바뀝니다. 거기에 맞춰서 가능한 신속하게 작업하는 것이 어찌 보면 가장 힘든 부분이라 할 수 있습니다.”

암장 작업 중 잠시 모여 포즈를 취한 ‘팀브로’.
암장 작업 중 잠시 모여 포즈를 취한 ‘팀브로’.

“자재와 실내 공간의 한계 아쉬워”

암장 스타일도 트렌드가 있다. 암장 설치 전문가가 따로 없었던 초창기에는 센터장이 직접 암장을 제작한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그러다보니 단순하게 벽의 경사를 여러 개로 만드는 것에 그쳤다. 하지만 그가 암장을 만들기 시작하며 입체적인 벽이 등장하기 시작한다. 일반인이 제작하기 어려운 형태의 벽을 주문해도 경험을 바탕으로 만들어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센터장님들이 외국 암장 사진을 보여 주며, ‘이렇게 만들어 달라’고 요구하는 경우가 점점 늘어났습니다. 하지만 사진의 벽은 높이 5m가 넘는데 현장은 3.5m밖에 안 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그래도 나름대로 연구해서 비슷한 형태로 제작했습니다. 덕분에 저희 팀의 노하우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또 요즘에는 암벽이 입체적이면서 커지는데, 클라이머들도 그런 형태의 벽을 선호하는 추세입니다.”

암장 내부 공사에 필요한 작업 기간은 규모에 따라 달라진다. 단순히 벽만 세우는 것이 아니라 인테리어 작업까지 함께 진행해 손이 많이 간다. 보통 4명의 ‘팀브로’ 구성원 중 두 명은 인테리어에, 나머지 두 사람은 벽 제작을 맡아서 공사를 진행한다. 최근에 작업한 826㎡(약 250평) 규모의 ‘광주 클라임패밀리’의 경우 5m가 넘는 복층 구조인데도 17일이 소요됐다. 오랫동안 함께 일해 팀원들끼리 손발이 잘 맞은 덕분이다. 

“클라이밍을 하는 목수가 볼 때, 조금 더 고급자재를 쓰지 못하는 것이 아쉽습니다. 외국 암장처럼 ‘자작합판’을 사용하면 훨씬 예쁜데, 자재의 단가 차이가 너무 커서 어렵습니다. 또 우리나라는 시내의 건물 내부에 암장을 만들어야 해서 공간 제약이 큽니다. 낮거나 좁은 실내에 암장을 만들다보니 한계가 있습니다. 기회가 된다면 창고처럼 큰 곳에서 작업을 해보고 싶습니다.”

현재 국내에는 클라이밍짐 전문 목공팀이 2~3개에 불과하다. 그중 하나인 ‘팀브로’는 주로 수도권에서 활동하고 있다. 주로 경상도 지역의 암장을 많이 작업하는 팀이 한 곳 있다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활동하는 지역이 명확히 구분되어 있는 것은 아니다. 센터장의 취향이나 인맥을 통한 소개로 전국에서 공사 발주가 진행되고 있다. 

최근 개설되는 국내 클라이밍짐의 시스템은 세계적인 수준이다. 물론 규모 측면에서 아쉬운 부분이 있으나, 이는 인구 밀집지역에 암장을 개설할 수밖에 없는 우리의 환경 때문이다. 그래도 최신 트렌드의 암장이 늘어나고 있는 것은 ‘팀브로’와 같은 전문 목공팀의 존재 덕분이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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