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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산 2024년 5월호
  • 655호

[Hot People] “오직 저희만 할 수 있는 기부산행입니다”

글 서현우 기자 사진 J3클럽 제공
  • 입력 2019.12.17 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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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아난치병 환자 기부 산행’ 주도하는 J3클럽 운영자 배병만씨…100km 이상 걸어야 기부 가능

장거리 극한 종주산행 동호회인 J3클럽에서 소아난치병 환자를 돕기 위한 이색적인 기부 산행을 진행하고 있다. 이들은 보편적인 기부 산행과 똑같이 걸은 거리만큼 기부한다. 그러나 그 하한선이 무려 100km다. 오직 100km 이상을 걸은 사람만 기부할 수 있는 것이다.

이 기부제도를 처음 고안한 것은 J3클럽을 운영하고 있는 배병만씨. 그는 지리산태극종주를 처음 개척한 인물로 국내 무박 장거리 산행의 대표주자로 꼽히는 인물이다.

  

“무의미하게 걷지 않고, 걸으면서 무언가 뜻깊은 일도 같이 할 수 없을까 고민하다가 작년 봄에 이 제도를 고안하게 됐습니다. 처음에는 1회성 행사가 될까 염려하기도 했는데 회원들이 워낙 열렬하게 호응해 줘서 지금까지 계속하고 있어요.”

기부 방법은 간단하다. 각자 걸은 거리를 GPS나 산행기를 통해 100km 이상 걸었다는 사실을 인증한 뒤, 걸은 거리 10km당 1,000원을 후원하는 방식이다. 100km는 1만 원, 110km는 1만1,000원을 기부할 수 있다. 또한 코스 중간에 보급을 받지 않고 한 번에 산행했을 경우에는 2배를 낼 수 있다. 돈을 더 낸다고 해도 절대 받지 않는다. 

또한 걷는 도중 동행과 불협화음을 일으켰거나, 불미스러운 일을 저지른 정황이 포착될 경우에도 기부를 거부한다. 오직 순수하게 아이들의 완치를 기도하며 걸은 만큼만 후원할 수 있는 것이다.

“100만 원이 모일 때마다 기부를 하고 있습니다. 재단이나 기관을 통하지 않고 직접 병원을 돌아다니며 환우를 찾아 전달하고 있어요. 지금까지 4번이나 기부했고 현재도 70만 원가량 후원금이 모인 상태예요. 회원들이 4만7,000km를 걸어 준 셈이죠.”

모인 돈을 기부할 때는 100만 원 중 가장 많은 금액을 후원한 지부의 이름으로 한다. 자연스럽게 지부 간의 경쟁을 유도하기 위함이다. 현재까지 부산지부 2번, 창원지부와 서울지부 각 1번 씩 최다후원지부에 이름을 올렸다.

“지금까지 기부에 참여해 준 회원만 100명이 넘습니다. 이 중에는 3,000km를 걷고 30만 원을 기부한 64세 누님도 계세요. 최고령은 75세 형님으로 꾸준히 200km를 걷고 후원해 주시고 계시죠.”

또한 기부 대상을 소아난치병 환자로 정한 것에 대해 “자식이 어릴 때 몸이 안 좋아서 고생을 많이 했기 때문에 그 고통과 괴로움을 잘 알고 있다”며 “다 큰 어른들의 건강을 미래 세대에 나눠 주자는 차원에서 소아난치병 환자로 정했다”고 설명했다.

“우리나라에선 오직 J3클럽만 할 수 있는 기부 방식일 겁니다. 지금 이 시간에도 동해안 760km, 5대강 1,700km를 걷고 있는 사람들이 있어요. 내년에는 더 많은 사람들이 참여해 더욱 많은 환우들을 도울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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