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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산 2024년 5월호
  • 655호

[산악회 탐방ㅣ강북삼성병원 산악회] ‘100년 병원’ 도약 꿈꾸며 한라부터 백두까지 함께했습니다!

글 김기환 차장 사진 김영선 객원기자
  • 입력 2020.01.16 1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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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대 조직… 한 달에 한 번이지만 원우들의 화합과 소통에 큰 역할

서울 시내가 시원하게 조망되는 인왕산 전망대에서 기념촬영을 한 강북삼성병원 산악회.
서울 시내가 시원하게 조망되는 인왕산 전망대에서 기념촬영을 한 강북삼성병원 산악회.

“한 달에 한 번 이렇게 모여서 산을 오르면 지친 몸과 마음이 치유되는 것 같아요. 환자들을 상대하며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는 병원 근무자들에게 산은 최고의 ‘힐링’ 장소입니다.”

12월 14일 아침, 서울 종로구 송월동의 월암근린공원에 강북삼성병원(원장 신호철) 산악회(회장 천용호) 소속 회원들이 하나 둘 모여 들었다. 오늘은 2019년도 마지막 정기산행이 있는 날. 지난밤 빗방울에 미세먼지가 씻겨 내려갔는지 청명한 하늘이 드러났다. 오랜만에 경험하는 상쾌한 겨울 날씨에 참가자들의 얼굴마다 미소가 가득했다.

강북삼성병원 산악회는 세월이 지나고 병원명 변경 등을 거치며 초창기 활동했던 회원들에 대한 기록이 많이 남아 있지 않았다. 1982년 당시 기록을 보면 산악회는 ‘산우회’라는 이름으로 1979년 11월에 발족했다. 당시 오기섭 방사선과 기사장이 회장을 맡아 설악산 외 17회를 등반했다고 한다. 예나 지금이나 산악회가 추구하는 목표는 변치 않고 전승되고 있다.

천용호 회장은 “산악회는 직원들 간 취미 공유를 통한 소통과 단합으로 즐거운 직장을 만들기 위해 조직됐다”면서 “병원 내 20여 개 동호회가 있지만 그중에서 산악회의 참여도가 가장 높고 잘 뭉치는 곳으로 소문이 나 있다”고 말했다. 또한 산악회 살림을 맡고 있는 한기성 총무는 “현재 총 회원은 150명 정도로 산행 때마다 80명 이상 참여하고 있다”면서 “1년에 10회 정도 정기산행을 진행하는데, 그중에 2회는 무박으로 먼 곳의 산을 찾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개원 50주년 기념산행으로 한라산을 오른 회원들.
개원 50주년 기념산행으로 한라산을 오른 회원들.

이날 월암근린공원에 모인 회원은 신호철 병원장을 포함해 모두 38명이었다. 외견상 참석률이 저조한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신청 인원을 제한해 회원 수가 적었던 것이다. 등산객으로 붐비는 인왕산에서 많은 인원이 함께 움직이며 단체사진을 촬영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평소에는 산행 일정을 공지하면 버스 두 대가 순식간에 차서 조율이 필요할 정도로 경쟁률이 높다고 한다.

곽미숙 회원은 “회원들의 참여율이 높은 것은 바쁘게 돌아가는 병원 생활에서 벗어나 여행을 떠나는 듯한 설렘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라면서, “산행을 통해 평소 만나기 어려운 원우들과 소통하고 교류할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미래의학관 신축준비에 시간은 자주 못 내지만 가끔 참석한다는 진성민 기획총괄은 “많은 회원들이 정기산행을 통해 재충전의 기회를 얻고 있으며, 산악회 활동이 힘든 병원 생활을 이겨내는 데 큰 도움이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천용호 산악회 회장을 선두로 인왕산을 내려오고 있는 강북삼성병원 산악회 회원들.
천용호 산악회 회장을 선두로 인왕산을 내려오고 있는 강북삼성병원 산악회 회원들.

2018년 개원 50주년 기념 백두대간 산행

본격적인 인왕산 산행에 앞서 참가자들은 총무의 구령에 맞춰 체조를 하며 몸을 풀었다. 강북삼성병원 뒷산 같은 곳이지만 여러 회원들이 함께하는 산행이라 안전을 소홀히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추위에 굳은 관절을 예열한 뒤 본격적인 산행을 시작했다. 마을길을 따라 산으로 들어간 회원들은 인왕산의 성곽 옆으로 난 가파른 길을 따라 오르기 시작했다.

김관희 총무는 “올해도 경미한 사고 한 번 없이, 모든 회원들이 안전하게 귀가할 수 있도록 산행을 진행했다”면서 “초심자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코스를 주로 선정하고, 임원진이 산행 중에 다치는 사람이 없도록 늘 신경을 쓴 덕분”이라고 말했다. 의료진이 대거 포함된 병원 산악회지만, 안전사고는 발생하지 않도록 예방하는 것이 최선이다.

이날 산행에 참가한 회원 가운데는 어린 두 아이와 동행한 직원도 있었다. 주말에 집에서 쉬면서 시간을 보낼 수도 있지만 가족과 함께 산악회 행사에 참여한 것이다. 그런데 분위기를 보니 정기산행에 동행한 것이 처음은 아닌 것 같았다. 자연스럽게 산악회원들이 아이들을 돌보며 함께 산길을 걸었다. 지나가는 등산객들도 아이들을 격려하며 힘을 실어줬다.

진성민 기획총괄, 정상이 간호본부장, 김봉섭 시설팀장 등 강북삼성병원 산악회 회원들이 즐겁게 등반하는 모습.
진성민 기획총괄, 정상이 간호본부장, 김봉섭 시설팀장 등 강북삼성병원 산악회 회원들이 즐겁게 등반하는 모습.

변정석 회원은 “산악회 행사를 통해 평소에 만나기 힘든 타 부서 원우와 얼굴을 익힐 수 있다”면서 “산에서는 회원들끼리 서로 도우며 함께 산길을 가야 하는데, 이런 기회를 통해 더욱 가족 같은 분위기의 병원을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산악회가 3,000명에 달하는 강북삼성병원 직원들이 오프라인으로 교류할 수 있는 놀이터 역할을 하는 것이다.

초겨울의 차가운 바람을 맞으며 인왕산을 오른 회원들은 모두 무사히 정상에 도착했다. 시원한 서울시내 조망을 바라보며 잠시 휴식을 취한 뒤 한 자리에 모여 기념촬영을 했다. 그런데 산악회원들이 펼쳐든 현수막에 ‘달려왔다 50년, 꿈을 꾸자 100년!’이라고 쓴 글귀가 눈길을 끌었다. 강북삼성병원 개원 50주년 이후 사용하고 있는 구호다. ‘100년 병원’으로 도약하고자 하는 구성원들의 의지를 표현한 글이다.

류대룡 총무는 “2018년 강북삼성병원 개원 50주년을 맞아 산악회는 백두대간의 주요 봉우리를 오르는 산행을 성공적으로 진행했다”면서 “우리 병원이 50년을 지나 100년으로 도약하는 것을 기원하기 위해 힘을 모은 것이다”라고 말했다. 당시 산악회는 원장단의 전폭적인 지원 아래, 한라산부터 백두산까지 우리나라의 명산을 두루 오르며 개원 50주년을 축하했다.

인왕산 능선의 성곽에서 포즈를 취한 산악회회원들.
인왕산 능선의 성곽에서 포즈를 취한 산악회회원들.

병원장이 정기산행에 개근하는 산악회

정상에서 기념촬영을 마친 회원들은 능선을 따라 서촌 방면으로 하산을 시작했다. 이날 산행을 이렇게 가볍게 잡은 것은 산악회 송년회를 겸하기 위해서였다. 산행을 마치고 서촌의 한 음식점에 모인 회원들은 술잔을 들고 건배를 하며 한 해를 마무리하는 자리를 가졌다. 산악회 정기산행에 개근한 회원들에게 감사의 선물도 전달했다. 그런데 놀랍게도 개근회원 명단에는 신호철 강북삼성병원장도 있었다.

신호철 병원장은 “산악회 정기산행은 직원들과 소통할 수 있는 정말 좋은 기회인데, 어찌 이런 자리에 빠질 수 있겠느냐”면서, “병원에서 나누기 어려운 이야기도 산길을 걸으며 직원들과 허심탄회하게 주고받을 수 있어서 좋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직원 가족을 초청해 진행하는 개원기념 산행을 산악회가 주관하는 등 큰 역할을 하고 있다”면서 “연합산행을 통해 다른 지역에 떨어져 근무하는 직원들과 단합할 수 있는 소중한 자리도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강북삼성병원 산악회는 단순하게 보면 직장 내 취미가 같은 사람들의 친목 모임이다. 하지만 함께 산을 오르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많은 이들이 교류하며 단합할 수 있는 대형 공동체의 윤활유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 또한 직장의 미래와 비전을 공유하며 구성원들 스스로 나아갈 방향을 모색하는 주도적인 활동을 펼치고 있다. ‘100년 병원’을 목표로 뛰는 강북삼성병원에서 산악회의 향후 역할이 기대된다.

신호철 강북삼성병원장.
신호철 강북삼성병원장.

신호철 강북삼성병원장

“누구에게나 신뢰 받는 ‘100년 병원’이 목표입니다!”

“고등학교 1학년 여름 방학 때 친구와 함께 지리산을 종주한 것이 저의 첫 산행이었어요. 촛대봉에서 생전 처음 운해를 만나 놀랐고, 불일폭포 밑에서 야영하며 밤하늘의 별에 감동했습니다. 지금도 그때의 기억이 생생합니다.”

신호철(63) 병원장은 강북삼성병원 산악회의 든든한 후원자다. 산악회원도 등산광도 아니라고 말하지만, 정기산행에 거의 빠지지 않는 착실한 동행인이다. 산행 뒤풀이 식사자리의 계산도 거의 그가 책임지고 있다. 병원을 대표하는 위치에 있어서가 아니라, 직원들과 함께하는 산행이 정말 좋기 때문이라고.

지난 2012년부터 원장직을 수행 중인 신 원장은 2018년 강북삼성병원 개원 50주년을 맞아 ‘열정의 50년에서 신뢰의 100년으로’, ‘달려왔다 50년 꿈을 꾸자 100년’이란 슬로건을 제정했다. 또한 ‘환자 중심의 헬스케어를 선도하는 100년 병원’을 비전으로, ‘최상의 진료와 끊임없는 연구로 환자행복을 실현하고 신뢰받는 연구기관’을 미션으로 천명했다.

“의학지식이나 의료기술의 발전과 성과에 집중하기보다, 지역사회를 비롯한 국민 누구에게나 신뢰받고 오랫동안 지속되는 100년 병원을 만드는 것이 목표입니다. 여기서 100이라는 숫자는 단순히 100년 역사를 갖는 병원이라는 의미가 아니고, 주변으로부터 존경을 받고 명예를 갖는 오랫동안 지속되는 병원을 만들자는 다짐입니다.”

이러한 목표 달성을 위해 반드시 실천해야 할 5대 핵심가치도 설정했다. 지식탐구Knowledge, 최상진료Better quality, 환자안전Safety, 동기부여Motivation, 미래지향Challenge이 바로 그것으로, 첫 글자들을 모으면 병원의 영문표기 KBSMCKangBuk Samsung Medical Center가 된다.

신 병원장은 “5대 핵심가치는 ‘100년 병원’의 정신적 자산과 행동강령으로 삼기 위해 만든 것”이라면서, “우리 강북삼성병원은 이를 기준으로 삼아 모두가 신뢰할 수 있는 100년 병원이 되기 위해 더욱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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