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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산 2024년 5월호
  • 655호

[주말산행 경상도의 숨은 명산ㅣ천태산] 삶의 터전 품고 있는 천태만상의 산

글 사진 황계복 부산산악연맹 자문위원
  • 입력 2020.02.25 1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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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동강·안태호·천태호 바라보이는 천혜의 조망…양산 3월 봄꽃과 연계한 산행 가능

사방이 확 트인 천태산 정상에 서면 영남알프스를 비롯해 영축지맥과 그 언저리의 산들도 제각각의 모습이다
사방이 확 트인 천태산 정상에 서면 영남알프스를 비롯해 영축지맥과 그 언저리의 산들도 제각각의 모습이다

부산, 울산, 창원 등 대도시와 인접한 양산시 원동면은 3월이면 봄맞이 축제로 들썩인다. 원동청정미나리축제, 고로쇠축제, 원동매화축제 3개의 축제가 동시다발로 펼쳐지기 때문이다. 인근 산야에는 개나리와 진달래가 꽃망울을 터뜨리며 남쪽의 산천이 꽃향기에 몸살을 앓는다. 화창한 봄날 꽃이 달려오는 길목마다 사람들로 붐비는 것은 당연지사다. 유유히 흐르는 낙동강의 굽이 따라 펼쳐지는 꽃 마중을 겸해 천태산을 찾았다.

천태산天台山(630.9m)은 〈여지도서〉 밀양도호부에 ‘천대암산天臺巖山은 관아의 동쪽 40리 작원鵲院가에 있다. 고야산故射山에서 뻗어 나와 곧장 김해의 무저산無著山(현재 무척산)과 물을 사이에 두고 마주 보고 있는데, 바위산 봉우리가 우뚝한 모습으로 가파르게 서 있으며 강물이 그 가운데를 돌아 나간다’고 기록돼 있다. 향토지에는 한 고승이 중국 절강성 천태산의 국청사를 본받아 이 산에 절을 짓고 산 이름을 천태산이라 했다고 한다. 또한 중국의 천태산과 모습이 비슷한 데서 지명이 유래되었다는 설도 있다.

천태산은 그렇게 높지는 않지만 수려한 계곡과 암릉, 기암괴석, 낙동강과 안태호, 천태호까지 바라보이는 천혜의 조망을 품고 있다. 양산시는 ‘천성산, 영축산과 함께 양산의 3대 명산으로 예부터 경치가 빼어나기로 유명하다. 특히, 산 정상에서 바라보는 낙동강의 낙조는 탄성을 자아내도 모자랄 만큼 아름답고 신비하다‘고 소개하고 있다.

589.6m봉 능선을 오르다 뒤돌아보면 영남알프스에서 토곡산으로 뻗어가는 마루금이 시원하고 그 아래로 옹기종기 펼쳐지는 마을들이 정겹다.
589.6m봉 능선을 오르다 뒤돌아보면 영남알프스에서 토곡산으로 뻗어가는 마루금이 시원하고 그 아래로 옹기종기 펼쳐지는 마을들이 정겹다.

천태산에는 여러 갈래의 등산로가 있다. 대다수 사람들은 천태사나 용당리 당곡마을에서 산행을 시작한다. 이번 코스는 원동면 내포리 버스정류장의 마을회관을 산행 들머리로 잡았다. 589.6m봉 능선으로 올라 앞고개~숭촌고개~천태산 정상~665.6m봉~바람재~비석봉(561.3m)을 거쳐 용당마을로 내려서서 원동역까지 잇는 약 15km의 거리다.

내포마을회관 뒤로 돌아들면 원동천이다. 하천을 끼고 오른쪽으로 200m쯤 더 가서 만나는 두 번째 다리를 건너 곧바로 콘크리트 포장로를 따른다. 송전탑 2기가 세워져 있는 정면의 능선으로 오르게 된다. 초입은 노란 한전 리본이 걸려 있고, 묘지로 연결되는 널따란 길이다. 묘지 뒤로 산길이 열리면서 송전탑을 바라보고 가파른 능선으로 잇는다. 송전탑 2기를 차례로 지나면 경사가 다소 누그러지며 전망바위에 닿는다. 뒤돌아보면 영남알프스에서 토곡산으로 뻗어가는 마루금이 시원하고 그 아래 원동천 따라 옹기종기 펼쳐지는 마을들이 정겹다.

589.6m봉을 넘으면 앙상한 나뭇가지 사이로 금오산과 매봉이 가깝고, 이 산을 울타리로 한 어영마을도 한가롭다.
589.6m봉을 넘으면 앙상한 나뭇가지 사이로 금오산과 매봉이 가깝고, 이 산을 울타리로 한 어영마을도 한가롭다.

현불사에서 올라오는 갈림길의 묵은 묘지를 지나 곧 539.2m봉에 닿는다. 역시 묘지가 차지한 봉우리는 그저 밋밋하기만 하다. 이 능선 길은 사람의 발길이 많지 않은 탓인지 청정하고 고즈넉한 분위기가 매혹적이다. 이 능선에서 제일 높은 589.6m봉을 넘으면 앙상한 나뭇가지 사이로 금오산과 매봉이 가깝고, 이 산을 울타리로 한 영포리 어영마을도 한가롭다. 염소가 뛰노는 농장을 지나 앞고개에 이른다. 어영마을의 앞에 있다고 해서 앞고개인 이곳은 금오산과 어영마을, 천태산으로 갈라지는 삼거리다.

숭촌고개까지는 남서쪽 콘크리트 포장도로를 따른다. 드문드문 현대식 주택이 들어선 숭촌마을은 과거 밀양의 10대 오지에 속했다. 이 산골마을은 이제 전원주택지로 변모하고 있다. 숭촌고개는 과거 밀양과 양산을 넘나드는 고개라 해서 사이목, 샛목으로도 불렸다. 고개에서 천태산으로 오르는 초입에 이정표(천태산 1.49km)가 있어 쉽게 찾을 수 있다.

천태산을 내려서서 바람재까지의 능선 길은 발목까지 빠지는 낙엽에 호젓하고 청정하다.
천태산을 내려서서 바람재까지의 능선 길은 발목까지 빠지는 낙엽에 호젓하고 청정하다.

숲으로 들면 수없이 많은 사람들의 족적으로 반질반질해진 산길이 반긴다. 602.6m봉을 지나 올라선 천태산 정상은 커다란 바위 덩어리에 표석을 얹었다. 온통 사방이 확 트인 산정에서의 전망은 파노라마로 이어진다. 지나온 589.6m봉 능선 너머로 풍력발전기가 돌아가는 에덴벨리가 보인다. 그 뒤로 염수봉, 오룡산, 영축산, 신불산, 간월산은 물론이고, 영축지맥을 잇는 영남알프스 언저리의 산들도 제각각의 모습이다. 앞으로 가야 할 비석봉으로 이어지는 산릉 아래로 천태호가 담고 있는 푸른 물빛이 시원하다.

정상에서 남쪽으로 내려선다. 내포마을 갈림길에서 능선 길로 든다. 천태산을 떠나 바람재까지는 훤하게 뚫린 지름길로 가도 되지만 아무래도 능선길이 매력적이다. 발목까지 빠지는 낙엽과 때때로 만나는 조망처도 좋지만 무엇보다도 호젓하고 청정한 산길이다. 665.6m봉에는 산불감시초소가 녹슨 채 방치돼 있다. 곧 폐헬기장을 지나 우회하는 지름길과 합류, 완만한 능선 길에 620.3m봉을 넘으면 이내 바람재에 닿는다. 바람재(당곡고개)는 임도가 지나는 사거리로 천태사와 당곡마을로 갈라진다.

천태산 정상은 커다란 바위 덩어리에 표석을 얹었다. 사방이 확 트인 산정에서의 전망은 파노라마로 이어진다.
천태산 정상은 커다란 바위 덩어리에 표석을 얹었다. 사방이 확 트인 산정에서의 전망은 파노라마로 이어진다.

정면 산비탈을 타고 비석봉으로 향한다. 육산의 후덕함은 사라지고 들쭉날쭉한 바위들로 이어지는 암릉이다. 전망도 좋아 북쪽으로 구천산, 만어산, 안태호가 뚜렷하고, 서쪽의 토곡산이 손에 잡힐 듯 가깝다. 정작 올라선 비석봉(561.3m)은 전망이 좋지 않다. 자연석에 펜으로 비석봉이라 쓴 정상석과 나뭇가지에 걸린 표지판이 있다. 원동면 지명유래에는 원 지명이 삼각산으로 기록돼 있다. 산의 형태가 삼각형이기에 비롯된 지명으로 생각된다.

하산길은 남쪽 능선이다. 길은 뚜렷하지만 낙엽과 마사토에 경사마저 가파르다. 능선 길 곳곳에는 전망이 트이는 바위가 많다. 발아래로 당곡마을과 경부선 철도, 가야진사, 1,300리를 달려온 낙동강, 강 건너 김해 쪽의 중앙고속도로, 용산, 무척산, 석룡산, 금동산이 한눈에 들어온다. 멀리 부산의 금정산도 머리를 내민다. 실로 천태만상의 자연풍경과 그 속에 둥지를 튼 삶의 터전이 그림처럼 아름답다. 내리막의 능선 길만 고집하다 보면 잇달아 만나는 묘지를 지나 1022번 지방도에 이른다. 왼쪽으로 잠시 가다가 철길 언덕 아래 농로를 따라 원동역에 이르면 산행은 마무리가 된다.

천태산 정상에서 가야 할 비석봉으로 이어지는 산릉 아래로 천태호가 담고 있는 푸른 물빛이 시원하다.
천태산 정상에서 가야 할 비석봉으로 이어지는 산릉 아래로 천태호가 담고 있는 푸른 물빛이 시원하다.
비석봉에서 하산길에 만나는
낙동강변의 전망은 실로 천태만상의 자연풍경과 그 속에 둥지를 튼 삶의 터전이 그림처럼 아름답다.
비석봉에서 하산길에 만나는 낙동강변의 전망은 실로 천태만상의 자연풍경과 그 속에 둥지를 튼 삶의 터전이 그림처럼 아름답다.

산행길잡이

원동면 내포리 버스정류장 (마을회관)~ 589.6mm봉 능선~앞고개~숭촌고개~ 천태산 정상~665.6m봉~바람재~ 비석봉~ 용당마을~원동역 <6시간 30분소요>

교통

경부선 무궁화호 열차(1544-7788)를 이용해 원동역에 내리는 것이 편하다. 원동역에 내리면 기차 시간에 맞춰 운행하는 2, 3번 마을버스를 타고 내포마을 버스정류장에서 내린다. 양산 시내에서 원동까지 세원교통(055-384-6612) 시내버스 138번도 하루 5회 운행한다. 

숙식(지역번호 055)

원동은 면소재지에 불과하지만 최근 숙소 두 곳이 문을 열었다. 역에서 조금 떨어졌지만 원리 삼거리에 있는 드라마모텔(382-7779)과 필그린모텔(381-6783)이다. 인근 길촌식당(382-6443)은 아침, 저녁 식사가 가능하다. 대중교통편이 좋진 않지만 양산시내 또는 부산의 구포역 주변에서 숙식을 해결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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