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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산 2024년 5월호
  • 655호

[이용대의 산행상담실ㅣMountain Q&A] 산행 중에 포식하면 안 된다?

글 이용대 코오롱등산학교 명예교장 사진 셔터스톡
  • 입력 2020.03.31 1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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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1. 트레일과 트레킹의 정의와 차이점이 궁금합니다. 

부산 기장군 박형진

‘트레일trail’의 원뜻은 흔적, 지나간 자국, 배가 지나간 항적航跡이나 산길 또는 오솔길을 의미하지만, 백패킹 분야에서는 걷는 길이라는 의미로 쓰입니다. 미국의 존 뮤어트레일, 3,360km에 이르는 애팔래치아 트레일, 4,300km의 퍼시픽 크레스트 트레일, 뉴질랜드의 밀포드 트레일, 한국의 제주도 올레길 등이 대표적인 예입니다.

‘트레킹trekking’은 위에서 예시한 길trail을 걷는 행위를 의미합니다.

원래 트레킹의 사전적 의미는 소달구지를 타고 먼 길을 여행한다는 뜻입니다. 등산에서는 전문적인 등산기술이나 지식 없이도 즐길 수 있는 산악자연 답사여행의 형태로 보고 있습니다. 산의 정상을 오르는 것이 목적이 아니고 산의 풍광을 즐기는 여행의 한 형태이며, 이런 등산을 하는 사람을 트레커trekker라고 합니다. 표고 1,000m대의 국내산을 여러 차례 경험해 본 등산인이라면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산악여행이 바로 트레킹입니다.

트레킹은 고산등반을 위한 사전 정찰 등반으로도 이용되고 있습니다. 트레킹은 대개의 경우 4,000m급 전후의 산들이 주 대상이 되고 있으며, 때로는 6,000m급의 고산을 오르는 경우도 있습니다. 주 대상은 3,000~5,000m대의 히말라야 산록에서 네팔 히말라야의 쿰부 지역과 안나푸르나 지역, 파키스탄의 낭가파르바트 베이스캠프(4,100m) 등 대상지는 많습니다.

일본 북알프스(3,952m), 말레이시아의 키나발루(4,101m), 아프리카의 킬리만자로(5,895m) 산행은 정상을 오르는 행위이지만 트레킹으로 분류하고 있으며, 뉴질랜드의 밀포드 트랙, 루트번 트랙은 대표적인 트레킹 대상지입니다.

대부분의 트레킹 루트는 험난한 지형은 없으나 빙하와 퇴석지대, 눈과 얼음이 혼합된 지형을 걷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가볍게 생각할 수 없습니다. 

트레킹은 백패킹과 비슷한 수준이고, 하이킹보다는 한 차원 높은 수준의 등산여행이라 할 수 있습니다. 등산은 정상을 정복하기 위한 산행이 목적이지만 트레킹은 산길을 걸으며 풍광을 즐기는 걷는 행위 자체가 목적입니다.

Q2. 산행 중 허기질 때 너무 포식하면 안 된다고 하는데 맞나요? 

전남 여수 배민서

음식을 한꺼번에 많이 먹으면 산행이 버겁습니다. 우리 몸은 운동할 때나 소화시킬 때 모두 산소를 필요로 합니다. 사람이 들이 마실 수 있는 산소는 한정되어 있습니다. 음식물을 많이 섭취해 소화하는 데 많은 산소를 쓰고 있는 상황에서 운동까지 하면 산소가 부족한 상황에 이르게 되어 평소보다 호흡이 더 가빠져 걷기 힘듭니다. 특히 육류는 체내의 산소 소비량을 더욱 높이므로 삼가야 합니다.

산에서 음식을 먹는 첫 번째 수칙은 바로 ‘배고프기 전’에 먹어야 합니다. 허기질 때까지 식사를 미루었다가 한꺼번에 많이 먹는 방법은 피해야 합니다. 걸어가면서 먹을 수 있는 식품(행동식)을 호주머니에 넣고 다니면서 조금씩 자주 먹는 것이 산행 중 음식물 섭취 요령입니다. 행동식으로 적당한 것은 빵, 떡, 김밥, 과일, 캐러멜, 초코바, 말린 과일, 짜먹는 요구르트, 소시지 등이 있습니다. 허기를 별로 느끼지 않더라도 걸으면서 먹는 습관을 길러야 합니다. 허기를 참고 가다가 많이 지치게 되면 음식이 잘 먹히지 않습니다. 이는 우리 몸에서 소화 흡수 능력이 부족하니 음식을 먹지 말라는 신호를 보내는 것입니다. 

등산은 에너지 소비가 많은 운동인데 장시간 동안 산을 오르내리면 식욕이 억제되는 현상이 나타납니다. 먹어야 할 시기를 놓치면 몹시 지쳐서 입맛을 잃게 되며 탈진상태에서는 음식을 먹어도 흡수가 잘되지 않습니다. 그러므로 지치기 전에 음식을 소화시킬 수 있는 에너지가 남아 있을 때 먹어야 합니다. 산에서는 한꺼번에 많이 먹기보다는 조금씩 자주 먹어야 합니다.

포식 후 곧 행동을 하면 구토와 피로의 원인이 되며 한꺼번에 많은 양의 식사를 하면 횡경막을 압박해 행동장애를 초래할 수도 있습니다.

Q3. 체중감량을 위해 얼마 전부터 등산을 시작했습니다. 하산 중 발바닥에 통증이 느껴져 정형외과를 찾은 결과 족저근막염이라고 합니다. 등산을 병행하면서 이 병을 치유하는 방법은 없는지요.

도봉구 도봉동 김옥분

족저근막염은 발의 아치arch를 유지하는 데 도움을 주는 ‘족저근막’에 염증과 통증이 생기는 질환입니다. 이 질환은 특히 40~60대 여성에게서 많이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족저근막은 발가락에서 뒤꿈치뼈의 전내측 부위까지 발바닥에 넓게 퍼져 있는 단단한 섬유성 결합조직 구조물로, 발을 올려 주고 아치 형태를 유지할 수 있도록 해줍니다.

흔히 많이 걷다 보면 발바닥에 무리하게 힘이 가해지면서 발바닥 근육을 덮고 있는 근막에 염증이 생겨 통증이 오게 됩니다. 이는 과체중 상태에서 평소 운동을 안 하다가 갑자기 많은 양의 걷기를 하면서 생기는 증상입니다. 이는 이른바 스포츠 질병으로 과過 사용 증후군이라 할 수 있습니다.

최근 갑자기 체중감량 효과를 기대하며 무리한 걷기운동이나 조깅을 하는 사람들에게서 많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족저근막염은 근막의 미세한 파열과 염증이 반복되면서 나타나는 현상이며, 발바닥을 혹사하기 때문에 일어나는 스포츠 손상이기도 합니다.

통증을 없애 주려면 아킬레스건을 늘려 주는 신전운동을 해야 하며, 하중을 흡수하는 등산화를 착용하고 발바닥 아치를 받쳐주는 깔창을 사용하면 과 사용 증후군을 피할 수 있습니다.

족저근막염의 위험을 높이는 대표적인 원인은 달리기나 장시간 걷기, 서 있는 시간 증가, 불편한 신발 등이 원인이 되고 있습니다.

오랫동안 앉아 있거나 누워 있다가 갑자기 발을 딛을 때 뒤꿈치 주변부 발바닥이 찢어지는 듯 날카로운 통증이 나타나거나 발목을 위로 들어 올릴 때 당기는 듯한 통증이 있다면 족저근막염일 수 있으므로 병원치료가 필요합니다. 진통 소염제 투약, 운동 조절, 족저부 스트레칭, 깔창, 국소 부위 스테로이드 주사 등의 치료법이 있는데 6개월 이상 통증이 유지될 땐 체외 충격파 치료 등도 시행해 볼 수 있습니다.

평소 장시간 서 있거나 운동을 많이 하는 경우에는 수시로 족저부 스트레칭과 마사지를 하고, 과체중일 땐 체중 조절을 해야 합니다. 발바닥 부위에 쿠션이 있는 편한 신발을 신는 것도 족저근막염을 예방하는 방법입니다.

Q4. 위급 상황에서 식량대용으로 먹을 수 있는 비상식품은 어떤 종류가 있는지요.

성북구 보문동 김경호

비상식량은 문자 그대로 산에서 악천후나 조난 등으로 움직일 수 없거나 식량이 떨어지는 비상사태에 직면했을 때를 대비해 준비하는 식량입니다. 행동식은 열량을 보충하기 위해 매 끼니 사이에 틈틈이 먹는 간식이지만 비상식은 살아남기 위해 식량대용으로 먹는 절실한 것입니다. 비상식량은 조리 없이 먹을 수 있기 때문에 유사시 큰 위력을 발휘합니다. 

비상식량은 나름대로 갖추어야 할 조건이 있습니다. 첫째, 부피가 작고 부패되지 않는 식품이어야 하며, 둘째, 조리 없이도 그냥 먹을 수 있어야 하며, 셋째, 포만감은 없어도 높은 열량을 지녀야 합니다.  높은 열량을 지닌 식품은 피로 회복을 신속하게 합니다. 넷째, 부피가 크지 않고 무게가 가벼워야 휴대가 간편합니다. 다섯째, 쉽게 부패하거나 변질되지 않는 식품으로 장기 보관할 수 있어야 합니다. 여섯째, 가능하면 자신의 기호에 맞는 식품이어야 합니다. 아무리 영양가가 높은 식품이라 할지라도 기호에 맞지 않으면 비상식품으로는 적합하지 않습니다. 여섯째, 당질이 많이 들어 있고 소화 흡수가 잘되는 식품이어야 합니다.

또한 비상식품에는 영양소가 골고루 들어 있어야 합니다. 등산에 필요한 주된 에너지원인 단백질·지방·탄수화물이 고루 들어 있는 식품을 선택해야 합니다. 

분유·치즈·콩 등은 단백질원이며, 버터·밤·땅콩·호두 등에는 지방이 많이 들어 있습니다. 탄수화물이 풍부한 과일 대용으로 건조 과일도 좋습니다. 우주 휴대식품으로 쓰이는 고단백 건조식품인 ‘마운틴 하우스’ 같은 식품 중에는 80%까지 복원되는 건조 과일이 있어  무게가 많이 나가는 과일 통조림 대용으로 많이 쓰이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질 좋고 영양가 높은 인스턴트식품이 널리 보급됨에 따라, 비상식의 종류도 다양해졌습니다. 요즘에는 치즈, 초콜릿, 양갱, 육포, 건포도, 사탕, 여러 종류의 과자, 햄, 소시지 등이 주류를 이루고 있습니다. 

육포는 단백질 함량이 매우 높은 식품입니다. 원래 육포는 아메리칸 인디언들이 사용했던 식품으로 일반인들이 식품으로 사용하기까지는 많은 논쟁을 거쳐야 했습니다. 이른바 페미칸Pemmican이라 불리는 편육에 과실의 굳기름을 섞어 말린 이 식품은 인디언들이 원거리 수렵이나 부족 간의 전투에서 전투 식량으로 사용하던 식품이었으나, 영양학자들은 페미칸에는 아무런 영양이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그들의 주장과는 달리 이것을 주식으로 사용한 북극 탐험가들은 건강한 모습으로 돌아왔습니다. 육포가 영양가가 있다는 사실이 경험에 의해 입증된 것입니다. 

실제로 경험에 의해 입증된 이 식품의 장점은 탐험기간을 연장시키는 데 일조했습니다. 그후부터 군대의 전투식량으로, 또 산악인들의 비상식량으로 널리 이용돼 왔습니다.

호두, 잣, 해바라기 씨, 들깨, 콩 등도 비상식으로 적당하며, 껌도 비상식으로 알맞습니다. 껌은 침의 분비를 도와주기 때문에 갈증을 해소시킬 수 있습니다. 특히 씹을 때의 입 운동으로 추위를 덜 느끼게 해줍니다.

마른새우, 멸치, 마른 조갯살 등의 해산물은 짭짤한 염분이 있어 체내의 염분 상실이 많은 산행에서 염분을 제공 받을 수 있어 비상식으로 적당합니다. 군용으로 보급되고 있는 C-레이션도 훌륭한 비상식이 될 수 있습니다. 특히 내용물을 포장한 기름종이는 불이 잘 붙어 유사시에 불을 피울 때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습니다.

  

비상식은 당일 산행에도 한 끼분 정도는 준비해야 합니다. 비상식이 없는 배낭은 배낭이라고 할 수 없습니다. 배낭을 꾸릴 때 가장 먼저 확인하는 습관을 들여야 합니다.

또한 비상식은 각자 개인 식량으로 휴대하고 있어야 합니다. 동료와 떨어진 상황에서 조난이 일어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상식으로 배우는 등산용어

하이킹hiking

가벼운 옷차림이나 장비로 고원, 평야, 구릉, 해안지대 등을 거닐며 자연을 즐기는 형태를 말한다. 보통 낮은 산의 걷기라는 의미도 있으나, 높은 산의 안전하고 완만한 등산로를 오르내리는 경우도 포함시킨다. 하이킹은 높이를 지향하고 곤란성에 도전한다는 목적을 갖지 않고 있어 자연조건이 까다로운 암릉이나 암벽을 타는, 위험과 모험을 요소로 하는 등반과는 구분된다.

하이킹과 유사한 개념으로는 힐워킹hill walking이 있다. 이런 형태의 여행을 즐기는 사람을 하이커hiker라고 한다.

백패킹backpacking

무거운 등짐을 지고 문명세계에서 벗어나 산록 일대의 산길을 자유롭게 방랑하며 자연친화를 추구하는 것을 백패킹이라고 하며, 이런 형태의 여행을 하는 사람을 백패커backpacker라고 한다. 백패킹은 미국에서 발달한 미국 정서에 어울리는 형태이다.

힐워킹hill walking

등산에서는 산이나 산의 정상이 목표이지만 힐워킹은 기복이 완만한 구릉이나 산과 들을 가벼운 옷차림으로 걸으며 자연을 즐기는 것을 말한다. 하이킹이나 원더링wandering과 유사한 개념이다.

스크리Scree

풍화작용으로 쌓여 있는 돌무더기를 말한다. 풍화퇴석風化堆石이라고도 한다. 풍화작용으로 붕괴된 돌들이 산비탈이나 벼랑 밑에 쌓여 있는 돌더미. 테일러스talus라고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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