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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산 2024년 5월호
  • 655호

[환경&자연 영화ㅣ돌핀 테일 2 ] 꼬리 잘린 돌고래 '윈터' 실화 감동적으로 그려

글 신용관 조선뉴스프레스 기획위원
  • 입력 2020.09.25 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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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개봉된 <돌핀 테일>의 이후 이야기

배우 이선균이 목소리 재능 기부를 한 환경캠페인 영상은 상당히 충격적이다. 국제 환경단체 그린피스가 플라스틱 쓰레기의 심각성을 알리기 위해 벌이고 있는 이 캠페인 영상에서 고래와 거북은 마치 덫에 걸린 들짐승처럼 바다 속에서 허우적거리고, 물개는 작은 플라스틱 조각들을 먹이로 착각해 마구 삼켜 댄다.

일회용 플라스틱 남용과 폐기물 해양 투척이 일으키는 심각한 해양 오염은 단지 개별 생물 개체의 생명에 영향을 미치는 데 그치지 않고 해양 생태계의 교란을 유발, 장기적으로 지구 전체의 생태계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는 것이다.

그린피스는 지난해 필리핀에 플라스틱 쓰레기를 불법 수출한 한국 업체를 고발해 한국, 캐나다 등의 나라가 동남아시아 국가들에 불법 수출한 플라스틱 쓰레기를 환수 조치하게끔 하기도 했다.

환경 영화 중에 <플라스틱 바다 A Plastic Ocean>(크레이그 리슨, 2016)라는 다큐멘터리가 있다. 어린 시절부터 흰긴수염고래에 매료되었던 저널리스트 출신의 이 영화감독은 오랜 준비 끝에 바다 탐험에 나서지만, 그를 맞이한 것은 플라스틱 쓰레기로 뒤덮인 채 고래의 생명을 위협하는 오염된 바다이다.

편리함과 내구성을 앞세워 인류의 삶을 혁명적으로 바꾼 플라스틱은 잘게 부서져 흩어질 뿐 썩지 않는 특성 때문에 흐르고 흘러 바다 생명체의 뱃속에까지 자리 잡게 된다. 바닷새의 내장을 가득 채운 플라스틱 조각들로 몸통 형체를 만들어 마치 표본처럼 새의 머리와 함께 바닥에 놓아둔 장면은 비위가 약한 사람이라면 구토를 일으킬 정도로 역겹고 잔인하다.

어떤 이슈에 대해 대중적 각성을 환기하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을 것이다. 그 폐해의 심각성을 강력하게, 더러 폭력적으로 보여 주는 방식이 그 하나요, 바람직한 필수요소를 견지했을 때 예상할 수 있는 긍정적 상황을 건강하게 보여 주는 방식이 다른 하나일 것이다.

환경오염에 대한 환기도 마찬가지여서 위의 두 경우처럼 오염의 현실과 그것이 초래하는 부작용을 심각하고 진지하게 보여 주는 영화가 있는 반면, 생명체를 귀중히 여기며 오염을 줄이려는 노력을 기울이는 모습을 감동적으로 보여 줌으로써 그 필요성을 직간접적으로 절감하게끔 하는 영화가 있다.

<돌핀 테일 2 Dolphin Tale 2>(감독 찰스 마틴 스미스, 2014)가 그 대표적인 영화다. 2011년에 개봉한 <돌핀 테일>은 그물에 걸려 꼬리가 잘리며 부상당한 채 구출된 큰돌고래 ‘윈터’가 인공 꼬리를 달고 다시 헤엄  칠 수 있기까지의 과정을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한 작품이었다.

<돌핀 테일 2>는 그 이후의 이야기다. 윈터의 친구이자 아쿠아리움 직원인 ‘소여’(나단 갬블)와 닥터 클레이 하스켓(해리 코닉 주니어)이 이끄는 미국 플로리다 소재 해양 수족관 ‘클리어 워터’는 헌신적으로 윈터를 돌본다. 엄마 같았던 늙은 고래 ‘파나마’가 죽자 윈터는 마치 중증 우울증 환자처럼 제대로 먹지도 않고 헤엄도 치지 않는다.

한편 몸에 상처를 지닌 채 해안가로 떠밀려온 돌고래가 긴급 구조되고 ‘맨디’라 이름 붙여져 아쿠아리움에서 치료를 받는다. 소여와 그의 절친 ‘헤이즐’(코지 주엘스도르프)은 완치된 맨디가 외롭게 홀로 지내고 있는 윈터와 합사되기를 고대하지만 수족관 책임자이자 헤이즐의 아빠인 닥터 클레이는 “수족관의 방침은 구조, 재활, 방사放飼이다. 야생동물은 야생으로 돌아가야 한다”며 맨디를 바다로 돌려보낸다.

설상가상으로 아쿠아리움 시설과 운영을 정기적으로 점검하는 미국 농무부USDAUnited States Department of Agriculture 담당자는 ‘돌고래의 사회적 행동 양식을 고려할 때 다른 돌고래와 쌍으로 있어야 한다는 규정에 따라 윈터는 텍사스에 있는 대규모 수족관으로 옮겨져야 한다’고 통고한다.

참고로 미국 농무부는 공정 가격과 안정적 시장을 위한 농업 생산을 지원하고, 해외 농업 생산물 시장을 개발한다는 본업 외에 토양이나 강과 호수 그리고 야생생물의 보존 활동에도 관여하고 있다.

함께 지낼 친구를 찾을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윈터에게 희소식이 들린다. 구조된 새끼 돌고래 ‘호프Hope’가 아쿠아리움에 머물게 된 것이다. 윈터의 인공 꼬리를 직접 제작한 닥터 카메론 매카시(모건 프리먼)를 비롯한 클리어 워터 전 직원들은 윈터와 호프의 성공적인 동거를 위해 만반의 준비를 한다.

고래, 돌고래, 거북 등의 바다생물이 등장하는 해피엔드의 가족 영화가 대개 그러하듯 <돌핀 테일 2>는 그저 쳐다만 보고 있어도 기대 이상의 힐링이 되는 영화다. 물속을 시원스럽게 가르는 돌고래의 날렵한 모습, 야생동물 하나를 구하기 위해 전심과 전력을 다하는 직원들의 헌신은 그 자체로 세속에 찌든 우리의 마음속 묵은 때를 벗겨내는 데 부족함이 없다.

대학 연구팀에 소속돼 6개월 동안 해양 생태 연구를 할 수 있는 장학생에 선발된 소여가 외톨이 윈터 때문에 합류를 주저하자 “문 하나가 닫히면, 또 다른 문이 열리지. 인생은 가능성으로 가득 차 있어”라며 장도壯途를 독려 받는 모습도 꽤 설득적이다.

특히 닥터 카메론이 소여에게 낡은 시계가 담긴 작은 상자를 선물하면서 건네는 대사는 울림이 크다.

“세상은 넓단다. 상자 안에서 네 인생을 보내기엔 저 밖에 기회가 너무나 많아. 상자가 아무리 멋져도 상자는 상자거든.”

가장 인상적인 장면은 엔딩에 8분여 분량으로 편집해 놓은 실제 클리어 워터 직원들의 활동 다큐 영상이었다. 꼬리 없는 윈터, 맨디와 호프, 낚싯줄에 엉켜 죽을 뻔하다 구조된 거북이는 물론 영화에서 간간이 등장해 웃음과 작은 감동을 선사했던 펠리컨조차 허구가 아닌 실제 존재한 생명체였다.

특히 감동적인 것은 각종 사고로 팔과 다리가 절단된 미국 전역의 어린아이들이 아쿠아리움의 주선으로 플로리다를 방문, 의수족을 한 채 꼬리 없는 돌고래 윈터를 직접 만지면서 교감을 나누는 장면이었다.

자연과 야생동물을 돌보는 일이 바로 인간과 사회를 돌보는 일과 무관하지 않다는 사실을 간명하면서도 효과적으로 증명하고 있는 기록 영상이었다. 그 엔딩 장면만으로도 <돌핀 테일 2>는 충분히 볼 가치가 있는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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