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빈 대장 추락 원인 밝힌 러시아 팀 “등강기 문제 추정”

글 서현우 기자
입력 2021.07.21 1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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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로드피크 정상부의 위태로운 벼랑길. 앞선 비탈리 라조를 안톤 푸고프킨이 뒤따르고 있다. 사진 DZF.
“2차 추락 원인은 김홍빈 대장의 등강기 문제로 추정된다. 살아 있을 확률은 1%.”

19일 조난당한 김홍빈 대장의 1차 구조를 맡았던 러시아 원정대가 자신들의 등반 활동과 구조 작업 타임라인 보고서를 자신들의 SNS에 공개했다. 이들은 김홍빈 대장의 1차 구조를 맡아 정확한 사고 경위를 밝혀줄 핵심 인물들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구조 작업 중 김홍빈 대장의 등강기가 모종의 문제를 일으킨 것이 2차 추락의 주된 원인일 것으로 보이며, 이들은 각도 80°의 수직벽에서 추락했으므로 김홍빈 대장이 살아 있을 확률은 1%라고 내다봤다.

러시아 원정대 DZF(Death Zone Freerider)의 원정대원 안톤 푸고프킨Anton Pugovkin과 비탈리 라조Vitaly Lazo는 17일 정상 공격 시작 시점부터 19일 21시 16분 베이스캠프 귀환까지 자신들의 일정을 시간 단위로 밝혔다. 이들이 비록 생존 가능성을 1%로 봤지만, 그 1%의 기적을 기원하며 이들의 보고서를 원문에 충실하게 옮긴다.

7월 17일 23시
DZF팀은 캠프3(7,100m)에서 정상으로 등반을 시작했다. 다른 5개 원정대(김홍빈 대장 원정대 포함)도 오르기 시작했다. 기상 예보 상 좋은 날씨는 딱 이틀 동안이었기에 모두가 서두르고 있다. 

7월 18일 16시 30분
DZF팀 소속의 푸고프킨, 라조, 토마스 로네(노르웨이)는 정상 등정을 포기하기로 결정했다. 1시간 30분만 더 가면 정상에 도달할 수 있지만, 이대로라면 어둠 속에서 하산해야한다. 위험을 감수하지 않고 하산을 결정한다.

7월 18일 20시
DZF팀은 캠프 3로 하강해 1주일 후 다시 정상 등정을 시도하자고 결정했다. 그 시점에 김홍빈 대장과 러시아 등반가 아나스타샤 루노바 등 정상을 등정한 그룹은 하산을 서두르고 있었다.

7월 18일 24시
메시지가 수신됐다. 7,900m 지점의 안부(col)에서 아나스타샤 루노바가 추락했다는 소식이다. 또한 김홍빈 대장도 위급상황이라는 소식도 거의 동시에 전달됐다.

7월 19일 00시 15분
즉각 푸고프킨과 라조가 구조를 위해 출발했다. 캠프3에 있던 다른 등반가들은 추가 의약품과 산소통을 모았다. 아나스타샤는 인근 하이 포터들에 의해 크레바스에서 꺼내진 뒤 큰 부상없이 수습됐다.

7월 19일 04시
푸고프킨과 라조는 하산 중인 아나스타샤를 만났다. 음료수와 고산병 치료제인 덱시메타손을 전달한한 뒤 푸고프킨은 아나스타샤를 캠프3로 인도하고, 라조는 무전기와 산소를 가지고 김홍빈 대장을 구조하러 떠났다. 아나스타샤는 캠프3에서 휴식을 취한 후 동료들의 도움을 받아 베이스캠프에 안전하게 도착했다.

7월 19일 13시 30분
(앞선 보고서에선 오전 11시에 라조가 김홍빈 대장을 찾아 구조 작업을 시작했고, 구조 당시 김홍빈 대장이 의식이 있었다는 내용이 있었으나 이번 보고서에선 누락됐다.) 

아나스타샤를 캠프3로 데려다준 푸고프킨이 라조가 구조 작업을 펼치는 현장에 도착했다. 라조는 크레바스 속으로 20m 가량 하강해 김홍빈 대장을 확보(To anchor)했다. 그 후 김홍빈 대장은 스스로 등강기를 활용해 올라오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 순간 김홍빈 대장의 등강기가 모종의 문제(blocked)를 일으켰다. 그리고 김홍빈 대장이 등강기를 고치려(unblock)고 움직이는 순간 김홍빈 대장이 각도 80°의 벽에서 추락했다. 이 과정에서 라조도 5m 가량 추락했다. 김홍빈 대장은 99%의 확률로 살아남지 못했을 것이다(With 99% certainty, we can say that he died immediately).

7월 19일 17시 20분
푸고프킨과 라조가 캠프3(7,100m)에서 하산을 시작했다. 눈보라가 다가오고 있어 스키도 종종 활용해 신속히 하산했다.

7월 19일 21시 16분
DZF팀 모두가 베이스캠프에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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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ZF 원정대 대원인 안톤 푸고프킨과 비탈리 라조. 사진 안나 피우노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