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윤세의 산정무한] 서유기 손오공을 金猿山(금원산)에서 만나다

글·사진 김윤세 본지 객원 기자, 인산가 회장
입력 2022.01.13 10:21
<5> 금원산 전설따라 산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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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원산-기백산의 장대한 능선
이 땅의 신령스러운 산에서 태어나, 산에서 시작한 나의 인생 여정旅程이 어느덧 68년 차로 접어들었다. 지난 12월 5일에는 2021년 1월 1일 첫 산행 이래 100회차 산행을 기록했다.

필자가 머무는 함양의 서쪽 끝에 자리한 함양읍 죽림리 인산가에서 승용차로 출발해 동쪽 끝에 있는 용추계곡의 근원지인 수망령(해발 900m) 고개에 다다라 동쪽으로 난 등산로를 따라 금원산(1,353m)에 올랐다. 겨울 날씨답지 않게 포근하고 따뜻한 데다 나뭇가지 사이로 파아란 하늘이 빛을 발하는, 이날 산행에는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아내인 우성숙 인산연수원장이 동행했다.


올해 100번째 산행을 떠나다

오전 11시 30분, 수망령에 도착해 길가의 한켠에 주차한 뒤 거망산과 월봉산 방향의 반대편으로 난 등산로를 따라 금원산을 오르기 시작했다. ‘금원산 정상까지 거리 2.3km’ 이정표가 서 있는 들머리 초입부는 시작부터 꽤 가파른 오르막길이 펼쳐지는데 길 곳곳에 눈이 쌓여 희끗희끗한 길을 10여 분간 헉헉거리며 오르니 평탄한 길이 나오고 다시 비탈진 길을 20여 분 오른 뒤 또다시 완만한 경사의 길을 만난다.

고도는 벌써 해발 1,000m가 넘는 데다 비교적 평탄한 길을 만나자 호흡도 가다듬고 갈증도 달랠 겸 배낭 벗어놓고 쉬어가기로 작정해 길 위 언덕에 자리를 펴고 앉았다. 배낭에서 15% 농주 ‘탁여현’을 꺼내 150ml 잔에 부어서 한 잔씩 들이켜니 씻은 듯 갈증이 사라지고 배고픔도 어느 정도 해소되는 일거양득의 효과를 거뒀는데 누룩으로 담근 술 특유의 향내가 입안에서 계속 맴돈다.

다시 길을 나서서 나뭇가지 사이로 보이는 파아란 하늘을 보고 또 보면서 어느덧 주능선에 오르니 저 멀리 아득히 솟은 ‘산 위의 산’이 눈앞으로 성큼 다가온다. 20여 분 더 오르니 이날 산행의 목표지점인 금원산 정상에 다다른다. 

금원산 정상의 표석에 따르면 “금원산의 본디 이름은 ‘검은 산’으로서 옛 고현의 서쪽에 자리하여 산이 검게 보인 데서 이름하였다”는 설명과 함께 산에 얽힌 이런저런 이야기를 들려준다.

이 산은 일봉一峰, 일곡一谷에 모두 전설이 깃들어 있는 산이다.

전하는 말에 따르면 아득한 옛날, 금원金猿, 즉 ‘금 원숭이’가 하도 날뛰는 바람에 한 도승道僧이 그를 바위 속에 가두었다 하며, 그 바위는 마치 원숭이 얼굴처럼 생겨 ‘낯 바위’라 하는데 음의 바꿈으로 ‘납 바위’라 부르고 있는 바위를 비롯해 ‘비 내림을 미리 안다’는 지우암知雨岩, 달암 이원달 선생과 그의 부인 김씨와 얽혀 이름한 금달암金達岩 등 기이한 바위와 연못이 즐비하다. ‘효자 반전이 왜구를 피해 그의 아버지를 업고 무릎으로 기어 피를 흘리며 올랐다’고 하는 마슬암磨膝岩, 중국의 5대 복성 중 하나로서 감음 현을 식읍으로 받아 입향한 서문씨西門氏의 전설이 얽힌 서문가西門家 바위, ‘하늘에서 세 선녀가 내려와 목욕했다’고 하는 선녀담仙女潭 등이 대표적인 금원산의 명소라 하겠다.

중국의 사대四大 기서奇書로 일컬어지는 <서유기西遊記>의 손오공 전설도 금원산의 원숭이 이야기와 비슷한 내용을 담고 있다.

‘…손오공은 돌에서 태어난 원숭이의 왕으로 구름을 타고 하늘을 날며 갖가지 도술을 하는 영물이었다. 용궁에 가서 여의봉을 얻고 하늘의 신선과 천신들과 맞서 싸워도 물러서지 않을 정도였기에 옥황상제가 제천대성으로 봉하고 달래었으나 오히려 더욱 오만해져 온갖 물의를 일으킴에 따라 석가여래에 의해 오행산에 감금되었다.

500년이 흐른 뒤 삼장법사 현장은 천축天竺으로 불경佛經을 구하러 가는 길에 관음보살의 도움으로 손오공을 구해낸 뒤 제자로 삼아 같이 가게 되었다. 여정 중에 저팔계, 사오정 등을 제자로 받아들여 거느리고 구법求法여행을 하면서 우마왕과 같은 요괴들을 물리치며 천축에 도착해 석가여래를 만나 깨달음을 얻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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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양 안의면과 거창 위천면 경계의 금원산 정상에서.
금원~기백산 능선에 사람 발길이 끊겨

금원산 정상에서 숨 고르기를 하고 사진도 찍은 뒤 흰 눈이 제법 쌓여 있는 능선길을 따라 하산한다. 10여 분 걸어서 동봉을 넘어 정자 쉼터로 내려가는데 산맥의 흐름이 굽이치며 파노라마처럼 이어지는 능선의 끝자락에 다시 우뚝 솟은 기백산 정상이 멀리 보인다.

마치 거대한 용이 하늘을 날 듯 굽이치며 흐르는 장대한 산맥은 햇빛을 받아 자줏빛으로 빛나고 사위四圍는 고요해 그야말로 ‘적막강산寂寞江山’이다. 평소 같으면 등산객으로 북적였을 금원산-기백산 주능선 산길에 사람 발자취가 끊긴 것은 하얗게 길을 덮은 눈 때문만이 아니라 인류를 불안에 떨게 만드는 코로나바이러스의 영향이 더욱 컸을 것으로 판단한다.

이렇듯 요요적적寥寥寂寂한 적막강산을 시어詩語로써 잘 그려 보여 주는 시가 떠오른다. 당송팔대가唐宋八大家의 한 사람으로, 당나라 때의 대문호 유종원柳宗元(773~819)의 ‘강에 내리는 눈江雪’이란 제목의 시이다.

온 산에는 새들의 날음질이 끊어지고千山鳥飛絶
길은 모두 눈에 뒤덮여 사람 발자취 사라졌네萬徑人蹤滅
외로운 배에는 조롱이 삿갓 쓴 노인孤舟蓑笠翁
눈 내리는 강에서 홀로 낚시하고 있네獨釣寒江雪

금원산과 기백산을 잇는 능선길을 따라 약 30분에 걸쳐 1.3km 걸어서 정자 쉼터에 당도했다. 그곳에서 다시금 탁여현 150ml씩 들이켜고 수망령까지 이어지는 3.6km의 임도를, 산길 도반과 함께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며 눈앞에 펼쳐지는 산천경개를 감상하면서 천천히 걷는다. 바로 건너편으로 남덕유산에서 월봉산-거망산-황석산으로 이어지는 장대한 산맥의 파노라마를 따라 눈길은 자연스레 아스라이 보이는 지리산 천왕봉에 닿는다. 

임도를 한 시간 남짓 걸어서 출발지점으로 회귀하니 2021년 100회차를 맞는 이 날의 산행 거리는 모두 7.5km이고 소요시간은 4시간 30분이며 오르락내리락한 고도는 해발 900m에서 1,353m이다.  
인산가 김윤세 회장 
인산가는 독립운동가이자 사상가였던 인산仁山 김일훈金一勳 (1909~1992) 선생의 유지를 펴기 위해, 차남인 김윤세 現 대표이사이자 회장이 1987년 설립한 기업이다. 인산 선생이 발명한 죽염을 비롯해 선생이 여러 저술을 통해 제시한 물질들을 상품화해 일반에 보급하고 있다. 2018년 식품업계로는 드물게 코스닥에 상장함으로써 죽염 제조를 기반으로 한 회사의 가치를 증명한 바 있다. 김윤세 회장의 대표적인 저서로는 『내 안의 의사를 깨워라』, 『내 안의 自然이 나를 살린다』 등이 있으며, 최근에는 노자 사상을 통해 질병에 시달리는 현대인에게 올바른 삶을 제시한 『自然 치유에 몸을 맡겨라』를 펴냈다. 
본 기사는 월간산 2022년 1월호에 수록된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