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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산 2024년 5월호
  • 655호

[주말산행코스] 호남의 산 - 회문산

월간산
  • 입력 2005.10.28 18:11
  • 수정 2005.11.01 1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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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30.0m 전북 임실-순창
빨치산 남부군 사령부 주둔한 산
명당 많아 풍수가들 관심

▲ 구룡폭포 위로 문턱바위를 연결하는 구름다리.
▲ 구룡폭포 위로 문턱바위를 연결하는 구름다리.

예부터 한국의 5대 명당으로 이름난 회문산은 홍성문씨가 도통하여 지은 회문산가(回文山歌)라는 노랫말에서 그 이름이 유래됐다. 그는 ‘회문산에 24명당과 오선위기(五仙圍碁)가 있는데, 그곳에 묘소를 쓰면 당대부터 발복해 59대까지 갈 것’이라 주장했다.

회문산은 정상인 회문봉(큰지붕)을 중심으로 좌청룡인 천마봉과 깃대봉의 동쪽 산줄기를 천마승공형(말이 하늘로 날아가는 형상), 우백호인 돌곳봉과 시루바위의 남쪽 산줄기를 갈마음수형(말이 안정천의 물을 먹는 형상)이라 한다. 이 때문에 전국의 풍수가들의 발길이 잦고, 실제로 능선은 물론 암반 위까지 묘소가 즐비하다.

▲ 회문사전을 향해 오르고 있는 취재팀.
▲ 회문사전을 향해 오르고 있는 취재팀.
증산교에서는 모악산을 어머니 산으로, 회문산을 아버지 산으로 여겨 도인들이 자주 찾아 기도하고 있으며, 인근의 여분산은 갱정유도의 발상지다. 또한 구한말 면암 최익현 선생과 임병찬, 양윤숙 의병대장이 왜군과 치열한 투쟁을 벌였다. 6.25 당시 남부군 사령부가 있어 700여 명의 빨치산이 주둔했던 비극의 현장이기도 하며, 현재는 양민학살위령탑과 비목공원(빨치산 사령부)과 회문산 자연휴양림이 조성돼 있다. 1846년 천주교 병오박해 때 김대건 신부의 삼족이 멸망하는 화를 면하기 위해 동생 김란식과 조카 김현채가 이 산으로 찾아들어 기거했고, 그들의 묘소가 현존하고 있다.

▲ 천혜의 옛 요새지 노령문.
▲ 천혜의 옛 요새지 노령문.
호남정맥의 내장산, 추월산을 지나 용추봉에서 동쪽으로 분기된 지맥이 세자봉, 여분산 옆, 장군봉(투구바위)을 지나서 회문산을 일구어 놓는다. 물줄기는 일중천을 통해 섬진강에 합수되어 남해의 광양만으로 흘러든다. 행정구역은 임실군 덕치면 회문리, 일중리와 순창군 구림면 안정리에 경계해 있으며, 수많은 연봉과 골짜기들이 첩첩이 둘러싸여 있다. 구림천과 옥정호에서 흘러내린 섬진강이 회문산을 두 팔로 감싸듯 휘감고 있어, 지형적으로 피난처로 삼거나 방어하기에 천혜의 유리한 조건을 갖춘 곳이다.

이번 산행은 강일수(회문산 숲해설가), 안기준(회문산 휴양림), 이영환(전북산사랑회 등반대장), 최병옥(전주기전여대), 김성준(전주여고), 박창선(기전여대)씨와 함께 제1코스를 답사했다.

음기 강한 음문도 있어

▲ 산행 들머리의 회문산 만일사 표지석.
▲ 산행 들머리의 회문산 만일사 표지석.
매표소에서 휴양림쪽으로 시멘트 길을 걷노라면 무학대사가 이성계의 왕위 등극을 위해 기도드렸다는 만일사가 남쪽에 보인다. 5분쯤이면 회문산 표지석과 석축으로 성벽을 쌓아올린 천혜의 요새지 노령문이 반긴다. 우측 구룡폭포 위로 문턱바위를 연결하는 구름다리를 건너면 전망대에서 수려한 자연경관을 감상할 수 있다. 그 옆으로 제2코스 등산로가 있다. 

휴양림 방향으로 걷다보면 갈림길 오른쪽 산기슭에는 무학대사가 이태조의 등극을 기원한 곳이자 수려한 산세에 취했다는 무학바위를 지난다. 직진하면 휴양림 임도를 따라 주차장 가는 길이고, 왼편 등산로는 남릉을 거쳐 정상으로 가는 제1코스인데, 두 길이 능선 위 주차장에서 만난다. 숲속에 잔디광장과 야영장, 벤치, 쉼터가 곳곳에 설치되어 있어 삼림욕하기에도 좋다.

▲ 회문산 기슭의 비목공원. 빨치산이 주둔했던 비극의 현장이다.
▲ 회문산 기슭의 비목공원. 빨치산이 주둔했던 비극의 현장이다.
30분쯤 걸어 안부를 거쳐서 남릉에 닿으면 묘소들이 즐비하고, 서쪽 장군봉과 북쪽 정상이 다가온다. 헬기장과 주차장을 만나면 휴양림에서 임도를 따라 오르는 길과 합류하게 된다. 여기서 북쪽으로 오르면 경관이 좋은 곳마다 무덤이 많으며, 20분쯤이면 두 번째 헬기장을 거쳐 고스락에 닿는다. 이 주변에는 돌무더기가 많은데, 이는 과거 빨치산의 근거지였기 때문이다.

키 작은 조릿대로 잔디를 가꾸어 놓은 묘소가 눈길을 끈다. 서쪽의 장군봉은 장군이 투구를 쓴 모습이라서 일명 투구봉이고, 동쪽의 천마봉은 장군이 말을 타고 하늘로 오르는 형상이다.

아홉 가지로 멋지게 뻗은 반송을 지나 전망대 바위에 서면 동남쪽으로 돌곳봉과 천연요새지인 돌문(石文)이 있는 시루봉이 뵌다. 이곳은 빨치산들의 전북유격사령부가 맨 처음 있었던 은둔지이고, 서쪽 장군봉 아래 대순 마을에는 빨치산 비트가 가장 많았다.

▲ 회문산 정상에 선 취재팀.
▲ 회문산 정상에 선 취재팀.
곧이어 나체로 누워 있는 형상의 여근목(女根木)이 발길을 잡는다. ‘작은지붕’으로 불리는 헬기장에 오르면 조망이 훌륭하고, 북쪽으로 정상이 손에 잡힐 듯하다. 회문산 숲해설가로 봉사하고 있는 강일수씨가 몇 십 년만에 핀다는 벼 이삭을 닮은 조릿대 꽃 열매를 보고, 초근목피로 연명하던 조상들이 그 씨를 먹었다며 마음 아파했다.

회문산에 반해서 20년 전부터 이곳에 이주해온 안기준씨가 최고 볼거리라며 등산로 좌측의 있는 음기가 가장 강하다는 음문(陰門)으로 안내했다. 석굴 옆 암벽에는 천근월궁(天根月宮)이 새겨져 있는데, 이는 인체의 24마디와 12경락, 남녀의 생식기, 삼라만상을 표현한다고 한다. 이 글은 동초 김석곤씨가 1900년 초 모악산 무량굴과 함께 새겼는데, <완산고을의 맥박>의 저자 고 조병희씨에 의해 그는 정읍시 태인 사람으로 밝혀졌다. 저마다 그 음문을 들어갔다가 나오며 앵글을 잡느라 야단법석이다.

▲ 회문산 정상 남쪽의 음문(陰門) 석굴 옆 암벽에는 ‘천근월궁(天根月宮)’ 넉 자가 새겨져 있다.
▲ 회문산 정상 남쪽의 음문(陰門) 석굴 옆 암벽에는 ‘천근월궁(天根月宮)’ 넉 자가 새겨져 있다.
정상인 회문봉(큰지붕)에는 산불감시초소와 전북산사랑회가 설치한 이정표가 있다. 그런데 지형도마다 산높이를 830m로 나와 있는데, 휴양림에서는 GPS로 측정한 837m로 표기했다. 아무튼 관계기관에서는 정밀측정을 통해 지도를 바로잡아야 할 것이다.

남으로 강천산, 추월산, 무등산, 서로는 영취산과 장군봉, 북으로 백련산과 모악산, 동쪽 천마봉과 깃대봉, 지리산 줄기가 아스라하다. 정상에서 하산은 동릉을 따라 휴양림(2km)으로 가는 코스와 깃대봉을 거쳐 덕치로 가는 코스가 있고, 서쪽의 장군봉(775m)은 왕복 1시간이 소요된다.

동릉을 15분쯤 가면 휴양림과 깃대봉의 분기점이고, 곧이어 사거리다. 남쪽은 휴양림과 구룡폭포 하산코스고, 북쪽은 희어터로 가는 길이다. 초목이 우거진 산길의 쉼터를 지나면 키를 넘는 산죽이 발길을 잡는 힘겨운 오름길에서 30여 분 수고해야 깃대봉과 나란히 솟아있는 천마봉에 닿는다.

▲ 회문산에 반해서 20년 전부터 이곳에 이주해온 안기준씨가 등산로 좌측에 있는 음기가 가장 강하다는 음문(陰門)으로 안내하고 있다.
▲ 회문산에 반해서 20년 전부터 이곳에 이주해온 안기준씨가 등산로 좌측에 있는 음기가 가장 강하다는 음문(陰門)으로 안내하고 있다.
천마봉에서 깃대봉까지는 15분쯤 소요되며, 억새밭이 잠시 펼쳐지다가 산죽 숲이 계속된다. 깃대봉은 나라에 공을 세운 조평선생사패지(趙平先生賜牌地)라는 깃대가 세워져 있어 붙여진 이름이다. 이와 달리 일제강점기에 일본인들이 깃대를 꼽고 측량하던 곳도 깃대봉으로 불리고 있어 대조적이다. 

이곳은 헬기장과 넓은 평지가 있어 휴식하기에 좋고 전망이 훌륭하다. 동쪽으로 내려가면 갈림길인데, 우측은 일중리 코스다. 좌측 약수터 표지판을 따라 묘소로 지나면 오른편에 약수터가 있는데 수풀이 무성하고 이물질이 많아 먹을 수가 없어 아쉽다.

내림길을 가다보면 삼거리고, 북쪽 안부와 급경사길을 지나면 삼림욕을 즐기던 예전의 송림은 간 곳 없고 벌목된 벌거숭이산이라 등산로 찾는 데 신경을 쓰게 만든다. 게다가 전주-순창간 4차선 도로개설 때문에 이 산자락이 깎여 나갈 예정이란다. 황량한 산길과 토사로 오염된 계곡이 산꾼의 마음을 아프게 한다.

농장이 들어선 밤나무단지와 시멘트 임도를 따라 내려가면 큰 느티나무를 거쳐 마을 안길을 걸어 덕치지서에 다다른다. 산행시간은 정상에서 3시간20분, 깃대봉에서 1시간10분쯤 소요된다.

글·사진 김정길 전북산사랑회 회장



산행안내

○제1코스  매표소-왼쪽 안부-남릉-능선 주차장-작은지붕-정상-동릉-천마봉-깃대봉-안부-송림(벌목지대)-덕치리-덕치지서 <11km, 4시간30분 소요>

○제2코스  매표소-구름다리-물놀이장-깃대봉 갈림길-장군봉-정상-휴양림-임도-헬기장-정상-장군봉-깃대봉 갈림길-동북 능선-안부-휴양림-매표소 <5.5km, 3시간 소요>



교통

접근 드라이브 코스  서울에서는 호남고속도로 태인 나들목~30번 국도~옥정호~27번 국도(순창 방면 10km)~삼거리~안심(3km)~회문산 휴양림의 순서로 찾아간다.

광주·대구에서는 88고속도로 순창 나들목~27번 국도~암치고개~삼거리~안심~회문산 휴양림 순으로 진입한다.

전주에서는 27번 국도 구이~강진~덕치지서(주차 가능, 1시간 소요)~일중리(4km)를 거쳐 휴양림 매표소로 진입한다(1시간20분 소요).

전주~강진  순창행 직행버스 20분 간격 운행.

갈담~덕치~일중리  군내버스 수시 운행.

순창~안정리(휴양림 입구)  군내버스 6회 운행(08:20부터 2시간 간격).

강진~휴양림  개인택시 이용.



숙박&먹거리

장승산장가든(대표 박정하·063-652-8384)  회문산 휴양림 매표소 아래에 있는 식당 겸 민박으로, 자연산 물고기가 유명하며 메기탕 30,000원, 겨울이면 ??탕 35,000원, 토끼탕 50,000원에 즐길 수 있다. 토종닭, 오리는 30,000원이고, 숙박은 30명 15만원, 12명 8만원. 

회문산구룡포가든(대표 송은주·063-652-1104)  회문산 휴양림 매표소 아래에 위치해 산과 계곡이 어우러졌고 산채밥, 천둥오리전골, 보신탕(1인분 7,000원), 송어회(4인분) 30,000원에 즐길 수 있고, 민박은 10명 50,000원.

큰바위가든(대표 이기봉·063-652-8861)  회문산 입구에 있으며, 마당 앞의 큰 바위가 눈길을 끈다. 다슬기탕(1인분 5,000원), 자연산 메기탕(50,000원), 토종닭(30,000원)에 즐길 수 있다.

회문산특산물판매장(대표 이화자·063-652-9392)  회문산 특산물인 고사리, 취나물, 다슬기 등을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다. 또 회문산 입구 안정리 민속체험마을은 고추장, 간장. 된장을 직접 담글 수 있는 체험을 할 수 있고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다. 

회문산 자연휴양림  빨치산들의 활동무대인 87만 평에 휴양림이 조성됐고, 정치간부 정치훈련장이였던 ‘노령학원’자리가 이제는 삼림욕장으로 가꾸어졌다. 주요시설은 산림문화휴양관(5실), 야외교실(2개), 물놀이장(1개), 야영장(1개), 주차장(6개), 숙박(9개) 등이다(063-543-47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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