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공원 정책 해부(40)] 비지정등산로가 탐방객을 양떼 몰듯

[440호] 2006.06
입력 2006.06.21 17:25 | 수정 2006.06.21 17:25

사전예고 집중단속제도 도입으로 비지정등산로 단속

국립공원관리공단은 올해 4월부터 사전예고 집중단속제도라는 제도를 개발, 비지정등산로의 출입을 단속하고 있다. 이 때문에 산행객들은 몇 가닥 안 되는 지정등산로로 몰아치고 있어서 흡사 목장의 양떼를 막대기를 든 목동들이 몰아대는 모습을 연상케 하고 있다.

국민들은 지정등산로가 왜 지정됐는지 모른다. 최근 들어 어느 날 갑자기 출입을 금지시키면서도 지정등산로의 지정 취지를 관리공단 임직원들이 시원하게 설명해 주지도 않는다. 직원들도 제대로 모르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통제 위주의 공원관리에 편한 용어를 찾아내어 써먹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가야산 국립공원의 산행대상은 우두봉과 남산제일봉 등 2개 봉뿐이다. 나머지는 전부 출입을 금지시켰기 때문이다. 그나마 2개봉으로 오르는 코스도 각각 2개뿐이다. 산행객들은 오른 코스로 되돌아오기보다 산을 넘어가는 등산방식을 즐긴다. 이러한 점을 고려하면 총면적 8만여㎡의 가야산에는 겨우 2개봉에 총 2개 코스만 개방된 셈이다.

가야산은 2개 봉우리만 개방

이 때문에 두리봉, 부박령, 칠불봉, 동성봉, 동성재, 깃대봉, 비봉산, 가산, 단지봉, 이넘이재, 날기재를 비롯하여 특히 산행객들이 즐겨 찾는 매화산(954.1m)도 오를 수 없다(지도1 참조). 계곡산행도 거의 막혔는데, 심원골, 큰밭골, 곰시골, 마수폭포골, 월남골, 진대밭골, 극락골, 대평골, 치밭골, 이넘이재골, 먹방골 등이다.

가야산의 능선종주는 2개 코스가 있다. 북동쪽 봉양리를 깃점으로 서쪽으로 이어지다 남쪽으로 내려가는 동성봉~칠불봉~우두봉~부박령~두리봉~깃대봉~918m봉~마령~큰재~이상봉 30km 코스다. 또 하나는 가야산 남쪽의 매화산을 깃점으로 서쪽 방향으로 이어지는 남산제일봉~날기재~이넘이재~단지봉~큰재~이상봉 13km 코스다. 권장해야 할 종주산행도 막아버렸다.

등산로 홍보는 어떤가를 살펴보자. 공단이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가야산 북쪽 가천면 신계동에서 우두봉 정상까지 3.2km와 용기폭포에서 동성봉까지 2.5km를 지정등산로라 말하고 있다. 그러나 가야산 관리사무소는 “두 코스는 비지정등산로로서 출입할 수 없다”고 밝혔다. 공단이 발표한 자료와 현장 실정이 이렇게 다를 정도니 국민들이 제대로 지정등산로를 외우고 다닐 수 있을까? 수시로 변하는 이용 가능한 코스를 일일이 확인하는 일이 쉬울까?

월출산 역시 2~3개 코스만 개방하고 있다. 천황사~천황봉~억새밭~도갑사 코스가 하나요, 하나는 경포대에서 천황사~도갑사 능선으로 올라서는 코스가 있을 뿐이다. 이 때문에 장군대, 산성대, 사리봉, 노적봉, 도갑산, 주지봉, 월각산을 오를 수 없다.

계곡 코스 역시 대부분 막혔다. 막힌 곳은 은천계곡, 안골, 동암골, 주지골, 성전골, 죽전골, 미왕재골, 하치골, 사자골 등이다. 또한 월출산의 종주코스인 불티재~천황봉~도갑산~문필봉에 이르는 14km의 종주도 불가능하다.

월출산 관리사무소 직원에게 무위사~억새밭 코스의 등산이 가능한지 문의해 보았더니 “지정등산로가 아니라서 출입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코스는 지정등산로이며 현재 자연휴식년제로 묶여 있다. 통제 이유를 잘못 알고 있는 것이다.

경포대에서 능선으로 오르는 코스는 2개다. 즉 금릉경포대~바람재 코스와 금릉경포대~통천문 코스다. 그런데 월출산 홈페이지의 등산안내지도는 금릉경포대~바람재 구간을 등산로로 표시하지 않고 있다. 관리사무소에 확인해보니 개방코스라고 한다.

홈페이지의 등산안내지도는 바람폭포~바람골~천황사 코스를 등산로로 표시했다. 또한 관리사무소 직원과 소장도 현재 통행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런데 같은 홈페이지에서 자연휴식년제를 소개하고 있는데, 바람폭포~천황사 코스 584,000㎡가 2015년까지 자연휴식년제로 묵여 있다고 코스명과 면적만 알리고 있다. 이 때문에 홈페이지 지도만 보고는 개방코스인지 여부를 쉽게 판단키 어렵다.

이 코스는 94년부터 2002년까지 휴식년제로 시행했고, 2003년부터는 등산로를 면적으로 바꿔 시행하고 있다. 이 코스는 오랫동안 통제하므로써 일반 산행객들은 통제하는 줄로 알고 있다. 그러나 홈페이지는 계곡 따라 바람폭포까지 오르내리는 등산로를 휴식년제에서 해제했다는 홍보를 별도로 하지 않고 있다.

공단·사무소·홈페이지 내용 제각각

변산반도 국립공원 내 차도는 등산로 길이의 두 배나 된다. 등산로는 남여치~쌍선봉~선녀탕~관음봉~세봉~내소사 구간과 이 코스로 올라서는 사자동~봉래구곡 구간, 가마소~옥녀봉~우동리 구간뿐이다. 쌍선봉, 관음봉, 세봉, 옥녀봉 4개봉만 등산이 가능한 것이다. 이 때문에 의상봉, 하서옥녀봉, 삼예봉, 상여봉, 덕성봉, 용각봉, 선인봉, 신선봉, 삼신산, 갑남산을 오를 수 없다. 반면 차도는 30번 국도와 736번 지방도 등이 국립공원을 일곱 동강을 내고 있다.

변산반도 국립공원 산악지형을 빙 도는 종주산행도 비지정등산로라는 이유로 막혔다. 갑남산~삼신산~신선봉~관음봉~세봉~용각봉~옥녀봉~상여봉~우금산성~우슬재~쇠뿔바위~의상봉 구간의 49km 길이다. 쌍선봉~북재~관음봉 능선도 막혔다.

관리사무소는 지정등산로를 제대로 파악하고 있을까? 변산반도 홈페이지의 상세한 지도보기를 클릭했더니 지도가 나타난다. 그러나 복잡한 선들을 그어 놓아 전문가가 보아도 등산로를 찾기 힘들다. 관리사무소 직원도 읽지 못해 쩔쩔 맸을 정도요, 결국 판단하지 못했다.

더구나 범례에 예시한 색깔과 지도상의 색깔이 전혀 다르다. 관리사무소의 한 직원은 세봉~용각봉~옥녀봉 구간은 지정등산로로서 등산이 가능하다고 말한 반면 다른 직원은 지정등산로인지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또한 바드재~상여봉~개암사 구간은 지정등산로 같아 보인다고 말했으며, 홈페이지 지도에도 등산로로 나타나 있다.

그러나 공단의 자료에 의하면, 세봉~용각봉~옥녀봉 구간과 버드재~상여봉~개암사 구간은 지정등산로가 아니라고 밝히고 있다. 공단과 관리사무소 직원과 홈페이지 지도가 제각각인 것이다(표1 참조). 변산반도의 역사유적지인 우금산성도 지정등산로가 없어서 돌아볼 수 없다.

치악산을 보자. 구룡사~비로봉~향로봉~남대봉~성남 매표소로 이어지는 능선종주길과 이 능선으로 오르는 황골, 국향사, 영원사, 부곡리 코스가 있을 뿐이다.

비로봉 동북쪽의 매화산과 천지봉, 그리고 비로봉 서북쪽으로 이어지는 쥐너미고개~삼봉~투구봉~토끼봉 구간도 막혔다. 옛 사람들이 원주군 신림면과 횡성군 강림면을 넘나들던 대치고개도 지나갈 수 없으며, 시명봉과 길아재도 막혔다.

속리산은 제법 넓은 편인데도 문장대, 천황봉 일대와 큰군자산, 칠보산, 장성봉을 개방했을 뿐 나머지 산들의 출입을 봉쇄하고 있다. 공단의 발표에 의하면, 용화온천~매봉~상학봉~묘봉~북가치~관음봉~문장대 코스 8km와 민판동~북가치 4km는 지정등산로다. 그런데도 관리사무소는 비지정등산로라며 출입을 금지시키고 있다. 

탐방객을 양떼처럼 지정등산로로 몰아

올해부터 자연휴식년제 구간에서 개방한 장각동~천황봉 코스 7km를 속리산 홈페이지에는 지정등산로로 나타나 있지 않다. 그리고 공단에 의하면 삼가저수지~천황봉 코스는 지정등산로이나 관리사무소 직원은 지정등산로가 아니라고 밝혔으며, 속리산 홈페이지에도 등산로로 표시하지 않고 있다. 또한 공단과 관리사무소는 공림사~낙영산~도명산 코스 6.5km를 지정등산로라고 밝혔으나, 속리산 홈페이지는 등산로로 나타나 있지 않다.

내장산과 백암산으로 구성된 내장산 국립공원의 등산로 개방은 대체로 양호하다. 내장산과 백암산을 잇는 코스도 개방되어 두 산을 연결하고 있으며, 능선종주도 개방하고 있다. 다만 백암산의 쌍웅리~장자봉~시루봉~갓바위 종주코스가 제외되어 아쉽다.

백암산의 장자봉은 2003년에 공원 구역으로 새로 편입된 곳인데, 오대산 소계방산 구역과 설악산 신선봉 구역 등에는 등산로를 지정도 하지 않은 채 공원구역으로 편입했다. 지정등산로가 없어서 여태까지 출입이 전면 금지되고 있다.

공원마다 지정등산로는 몇 개 되지 않는다. 등산을 공원탐방방식에서 제외시키고 당일 탐방과 생태문화탐방 위주로 공원을 관리하려는 데서 발생하는 문제점이다. 이 때문에 훼손이 심한 등산로로 탐방객들이 몰려 훼손을 가중시키고, 탐방객들을 ‘양떼처럼 몰아대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훼손 심한 등산로를 살리겠다는 자연휴식년제 취지나 몰리는 탐방객을 분산시키겠다는 입산예약제의 취지와도 어긋나는 정책이다.

지정등산로는 원래 공원계획에 반영되어 있었으나 공단은 그동안 이를 무시해왔다. 그러다 최근 이를 꺼내들며 이유도 설명하지 않은 것은 ‘통제수단으로 이용하려는 즉흥적 발상’으로 볼 수 있다. 일부 관리사무소 직원들은 물론이요, 국민들 대다수가 뜻조차 제대로 모르는 지정등산로를 꺼내는 것은 국민들에 대한 횡포라고 말할 수 있다. 국립공원 이용과 통제는 정도를 걸어야 한다.

이장오 국립공원시민연대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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