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공원 정책 해부(48)] 문화재관람료 불법징수를 정부가 묵인

[448호] 2007.02
입력 2007.02.16 14:32 | 수정 2007.02.28 09:30

불교문화재는 사찰 개인 소유가 아닌 민족 공동 문화유산

지리산 천은사로 가다보면 ‘여기는 천은사 보호구역으로 문화재보호비를 받고 있습니다. 남원, 인월, 함양으로 가실 분은 17번 국도를 이용하시오’라는 안내판이 세워져 있다. 보호비를 내기 싫으면 다른 길로 돌아가라는 뜻이다. 전남 구례에서 전북 반선을 가려면 성삼재를 넘는다. 그런데 성삼재 가기 전에 도로를 차단기로 막아 놓고 보호비를 받는 천은사매표소가 있다. 지난해까지 공원입장권과 같이 합동징수하던 매표소다(사진 참조).

천은사 종무소는 ‘천은사 구역을 관람할 목적이 아니고 노고단을 오르는 게 목적이시라면 남원이나 뱀사골 등의 다른 매표소를 이용하시면 됩니다’라고 구체적인 다른 도로 이용방법까지 홍보하고 있다.

문화재보호비 징수에 대한 법적 근거는 있는가? 보호비 징수는 문화재보호법에도 전통사찰보존법에도 근거가 없다. 천은사는 실제로는 ‘보호비’가 아니라 문화재 ‘관람료’를 받고 있다. 그렇다면 관람료 징수 근거는 있는가? 그러나 문화재보호구역을 통과할 때 관람료를 징수할 수 있다는 법적 근거 역시 없다. 문화재보호법은 문화재를 관람한 자에게 관람료를 받을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 천은사매표소 전방에 서 있는 도로안내판.

천은사 도계암·삼성암은 지정문화재가 아니다

그런데 천은사 종무소는 한 술 더 뜨고 있다. 즉 “천은사는 전라남도 지정 문화재자료 제35호로서 20여 동의 건축물도 포함된다. 건축물에는 도계암과 수도암, 그리고 시암재 바로 아래에 위치한 상선암도 이에 속한다”며 “성삼재횡단로 통과시 보이기 때문에 관람료를 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횡단로를 타고 오르다 보면 오른쪽 산 아래 멀리로 수도암과 도로에서 수백m 떨어진 상선암도 보이기 때문에 관람료를 내야 한다는 것이다.

등산객 김철홍씨(인천 구월동)는 “비행기에서 내려다봐도 관람료를 내야합니까? 여의도 63빌딩에서 관람료를 받는 곳의 지붕이나 마당을 내려다봐도 관람료를 내야하는 시대가 오는 건 아니요?”라며 기가 차다고 말했다.

천은사가 내세우는 도지정 문화재자료 제35호는 면적이 6,889㎡이다. 매표소 직전에 서있는 일주문이나 천은사 주차장도 포함되지 않는다. 주차장을 지나 개울 건너는 수홍루 다리부터 사찰경내 안쪽 팔상전까지다. 물론 성삼재 방향의 도계암이나 수도암, 상선암은 포함되지 않는다. 그런데도 천은사는 이 암자들도 문화재자료에 속한다고 거짓 선전, 관람료 징수에 이용하고 있는 것이다.

관람료를 내야할 문화재는 주차장을 지나 안쪽으로 들어가야 있으며, 매표소에서 500m 떨어져 있다. 이 때문에 성삼재 횡단로를 차를 타고 지나가거나 걸어서 갈 경우 문화재관람료를 내야 할 법적인 근거는 전혀 없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천은사는 문화재 보호비, 문화재 보호구역, 문화재자료 제35호 등 천은사 문화재관람료 징수와 무관한 이유들을 들먹이고 있는 것이다. 지리산 남부관리사무소도 “보호구역을 통과하기 때문에 관람료를 내야 한다”고 억지 징수를 거들었다.

설악산 설악동 신흥사매표소. 일요일 오전 3시20분 깜깜한 시각이다. “지금 입산됩니까?”라고 물어 보았다. 대답은 “네, 입산할 수 있습니다”였다. 설악동은 낮뿐만 아니라 밤에도 24시간 숙직하며 관람료를 받고있다. 문화재를 관람하려면 오전 3시부터 밝을 때까지 절 앞에서 추위에 동동 발 구르며 기다리다 관람하라는 것일까?

설악산 신흥사매표소는 24시간 매표

겨울 산은 이미 오후 5시경부터 어둠이 깔리기 시작한다. 그런데 가야산 해인사, 속리산 법주사, 지리산 화엄사 등 전 국립공원 사찰매표소에서는 깜깜하게 어두워진 오후 6시까지 매표하고 있다. 가야산 해인사의 경우 매표소에서 문화재 소재지까지 걸어서 1시간이 걸린다. 계룡산 동학사매표소에서 산 위에 있는 남매탑까지는 걸어서 2시간이 걸린다. 문화재를 감상하거나 취미, 연구, 관광, 촬영 등의 목적으로 찾아간다 해도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기에는 이미 늦은 시각이다. 산속에서 찬 이슬 맞으며 밤을 새서 기다리다 이튿날 관람하라는 것일까? 매표소를 통과하면 이유불문하고 돈 내라는 식이다.

야간 관람료 징수는 이미 합동징수 때도 있었다. 공원관리소는 야간 입산객이 많은 코스는 아예 24시간 매표했었다. 야간 입산객이 적은 코스는 공원관리소 직원들이 퇴근시간까지 매표하는 바람에 덩달아 오후 6시까지, 겨울철 오후 5시까지 관람료를 받았던 것이다. 당시의 부조리가 지금은 확장,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공단은 자연을 찾는 등산객들에게는 등산로를 벗어난 길로 들어서면 50만 원의 벌금을 물리고 있다. 반면 국립공원에서 대낮부터 밤까지 관람료가 불법으로 버젓이 거둬지고 있으나 공단이나 환경부나 문화재청은 이를 방치하고 있다.







▲ 설악산 설악동 등산로변에 완공된 신흥사 대불. 사찰에서 대형 중창불사가 이뤄지는 빈도가 많아지면서 위치, 크기, 사찰 분위기 훼손, 자연훼손, 역사성 상실 여부에 대한 여론이 일고 있다.
지난 1월17일 환경부장관과 문화재청장, 그리고 공단 이사장은 조계종 총무원장을 조계사에서 만났다. 말썽을 일으키고 있는 관람료 징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자리였다. 국민들은 어떠한 해결책이 합의되는가 하고 기대를 가졌으나 실망스런 소식이 전해졌다.

환경부장관은 “불법 매표소 위치를 문화재 앞으로 당장 철거하시오. 관람료 사용내역도 투명하게 밝히시오. 그 다음에 대화를 할 수 있소”라고 기본질서를 지킬 것을 지적해야 했었다. 그러나 현안 문제인 ‘매표소 위치’나 주지회의 결의내용인 ‘사찰토지의 국립공원구역 제외’ 문제는 구체적으로 언급되지 않았다고 한다.

뒷말로는 ‘환경부가 현안문제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그리고 ‘공단은 야영장, 주차장 사용료를 지불하겠다’, ‘문화재청장은 지리산 사찰 일대를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하면 관람료 문제도 국민적 공감을 얻게 될 것’이라며 조계종을 달래는 듯한 발언을 했다고 한다. 정부가 조계종 앞에서는 작아지고 있는 것이다.

매표소마다 관람료는 문화재 보호·관리에 사용한다는 안내판이 서있다. 안내판만 보면 100% 문화재 보호·관리에 쓰고 있다는 내용으로 읽힌다. 올해 초 관람료를 기습 인상한 조계종은 “연간 300억 이상의 보호·관리비가 필요하다. 그러나 현재 112억밖에 안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관람료 수입이 대형 불사와 사찰 운영비로 지출되고 있는데도 수입이 부족하다고만 할 뿐 사용내역을 밝히지 않고 있다. 계룡산 동학사는 규모가 작은 비구니 절이었으나 관람료를 받기 시작한 후부터 중창불사가 이뤄졌으며, 계룡산 최대의 사찰로 변했다.

치악산 구룡사의 문화재관람료 대상인 대웅전은 2003년 9월 원인 모를 화재로 전소했다. 그래서 이 해부터 2006년까지 신축공사를 벌였다. 총공사비는 12억3천만 원인데, 정부지원금이 10억1,500만 원(82.5%), 구룡사 자체비용이 2억1,500만 원(17.5%)이다. 구룡사의 2006년도 관람료 수입은 3억1,510만 원인데도 2억1,500만 원을 부담했을 뿐이다. 1년치 수입액에도 미치지 못하는 금액을 내놓았는데, 그렇다면 관람료 수입을 도대체 어디다 쓴 것일까?

대형 불사가 사찰 분위기와 자연을 훼손시키고 있다는 여론이 일고 있는 게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관람료를 사용하는 이러한 불사의 필요성에 대해서도 국민들의 공감을 구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사용내역이 우선적으로 투명하게 밝혀져야 한다.

조계종 앞에 서면 작아지는 정부

1997년 10월14일 조계종과 내무부, 문화체육부의 청와대 합동회의에서 ‘합의문’에 서명했다. 문화재관람료와 공원입장료를 합동징수한다는 것이었다. 합동징수의 법적 근거가 없는데도 조계종의 요청으로 합동징수를 청와대 회의가 결정함으로써 공원 입구에서 관람료를 계속 징수하여 불법 매표를 정부가 인정해준 꼴이 됐다.

1982년 12월31일자로 문화재보호법 제39조(관람료의 징수)는 ‘관람료의 금액·징수 및 사용에 필요한 사항은 문화공보부장관(차후 문화부장관, 문화체육부장관)이 정한다’를 신설했다.

그런데, 1995년 12월29일자로 ‘관람료는 당해 문화재의 소유자·보유자 또는 관리단체가 정한다’는 내용으로 개정됐다. 사찰이 임의로 관람료를 올리거나 내릴 수 있도록 법을 개정함으로써 올해 초 기습인상을 가능케 했다.

1995년 12월29일자 문화재보호법 제39조 제3항은 ‘국가지정 문화재의 소유자·보유자 또는 관리단체는 징수한 관람료를 당해 문화재의 보호·관리를 위한 비용에 우선 사용하여야 한다’는 조항을 두었다. 그런데, 2001년 1월12일자로 이 조항을 삭제했다. 이로써 관람료 수입 전액을 사찰 임의로 사용토록 만든 것이다.

불교 문화재는 법적으로는 사찰 소유일지 몰라도 민족의 공동 문화유산으로 볼 수 있다. 이러한 문화재를 이용하여 관람료 수입을 올리겠다는 조계종의 사고에 대비해 정부도 확고한 기준을 세우고 지켜나가야 한다. 그래야 문화재를 제대로 보전하고 자연을 찾는 국민들의 권익을 지킬 수 있다.

이장오 아름다운산하(전 국립공원시민연대)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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