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공원 정책 해부(49)] 조계종, '역사문화보존지구' 설정 새로이 제안

[449호] 2007.03
입력 2007.03.14 10:16 | 수정 2007.04.10 15:31

문화재관람료 논란 제2라운드 돌입…해결기미 보이지 않아

2월13일 국립고궁박물관에서 열린 문화재관람료에 관한 토론회.

 “문화재관람료의 문제점을 우리 산악단체들은 그동안 수도 없이 제기해왔으나 여태 해결되지 않았다. 이로 인해 피해를 가장 많이 입는 이들이 우리 산악인일 것이다. 관람료만 생각하면 하도 억울하고 분해서 우리나라를 떠나고 싶었다. 그러나 처지가 그래서 떠나지 못했다”고 대한산악연맹 사무국장 이의재씨는 지난 2월13일 국립고궁박물관에서 열린 ‘문화재관람료에 관한 토론회’에서 관람료에 대한 감정을 이렇게 표현했다.

문화연대와 대산련 공동주최로 열린 이 날 토론회는 조계종, 문화재청, 환경부, 대산련, 문화연대, 참여불교재가연대 등이 주제발표와 토론자로 참여했다. 조계종 총무원 김판동 기획팀장은 “관람료 징수는 적법하며, 매표소 위치는 ‘국립공원 및 문화재관람료 제도개선협의회’에서 현장 실사를 하여 합의점을 찾을 것”이라고 밝혔다. 문화연대 문화유산위원장 황평우씨는 “제도개선협의회는 조계종 4인과 정부 4인만으로 구성했는데, 국민의 입장인 시민단체도 참여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시민단체 대표를 협의회에 참여시키기로 했다.

김 기획팀장은 “사찰문화재는 박물관처럼 일정한 곳에 모여 있지 않고 당해 사찰의 경내·외에 걸쳐 넓게 분포하고 있다. 사찰문화재를 단독개념의 ‘점(點)’으로 볼 게 아니라 당해 문화재 주변의 환경과 종교적 기능을 전체적으로 보는 ‘면(面)’의 개념으로 전한되어야 한다”고 새로운 논리를 공개했다.
또한 기획팀장은 “국립공원은 자연생태공간과 역사문화공간이란 두 가지의 가치가 있다. 역사문화공간에는 사찰이 있는데, 문화재보존 정책면에서 ‘역사문화보존지구’를 새로이 설정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조계종 총무원 김갑동 기획팀장, 문화연대 황평우 문화유산위원장, 대한산악연맹 이의재 사무국장(왼쪽부터).

설악산·속리산·지리산은 이미 ‘면’ 단위 문화재 발효중

매표소 위치를 놓고 마찰이 일고 있는 곳은 국립공원 대부분의 사찰문화재에 해당한다. 그러나 설악산 설악동과 속리산 법주사, 지리산 화엄사의 경우는 이들과 다른 점이 있다. 조계종의 제안처럼 점 단위가 아니라 면 단위이며, 규모가 크기 때문이다. 천연기념물 제171호인 ‘설악산 천연보호구역’은 면적이 1억7,369만㎡로서 설악산 국립공원 전체면적의 43.6%를 차지하고 있다(설악산 천연보호구역 위치도 참조). 사적 및 명승 제4호인 ‘속리산 법주사 일원’은 1,922만㎡, 사적 및 명승 제7호인 ‘지리산 화엄사 일원’은 192만㎡이다. 이 때문에 매표소를 공원 입구에 세워놓아도 문화재보호법 상 문제는 없다.

설악산의 경우를 보면 천불동계곡을 비롯하여 백담계곡, 십이선녀탕계곡, 한계천, 오색, 그리고 주걱봉, 가리봉, 점봉산 등을 망라하고 있다. 여기엔 국유지뿐만 아니라 신흥사, 백담사 등의 사찰 소유와 민간인 사유지가 적지 않다. 또한 관리자가 인제군, 속초시, 양양군이어서 이들 관공서와 사찰, 그리고 민간인들이 관람료를 징수할 수 있는 권리가 있으며, 이 때문에 혼란을 야기할 수 있는 소지가 있다.
혼란을 야기하고 있는 문제점들을 법적으로 살펴보자. 누가 징수 권한을 가지고 있는가? 문화재보호법 제39조 제1항은 ‘소유자·보유자 또는 관리단체는 관람료를 징수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어서, 사찰 임의로 관람료를 받을 수 있다. 그렇다면 관람료 액수는 누가 정하는가? 제39조 제2항은 ‘관람료는 당해 문화재의 소유자·보유자 또는 관리단체가 정한다’고 명시하고 있어서, 이 역시 사찰 임의로 관람료 액수를 정할 수 있다.

징수한 관람료를 어디다 사용할 수 있는가? 1982년 12월31일자 문화재보호법 제39조는 ‘관람료 사용은 문화공보부장관이 정한다’고 규정했다. 또한 1995년 12월29일자 문화재보호법 제39조 제3항은 ‘관람료를 당해 문화재의 보호·관리를 위한 비용에 우선 사용하여야 한다’고 정했다. 그런데, 2001년 1월12일자로 이 조항을 삭제했다. 이로서 관람료 수입 전액을 사찰 임의로 사용할 수 있게 됐다. 관람료 징수나 관람료 액수, 그리고 관람료의 용도를 사찰 임의대로이며, 관할 관공서에 신고나 허가 없이 그 돈을 어디에 사용했는지 감사를 받지 않아도 된 것이다.

신흥사매표소는 예전에 입장료와 합동징수하던 설악동 매표소다. 탐방객들은 당해 문화재 앞이 아닌 이곳에서 관람료를 징수하는 것은 현행법에 배치되는 일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그래서 탐방객들은 매표소에서 “절 구경 안하고 절 문화재도 구경 안하고 비룡폭포만 가는데 돈 받아요?”, “케이블카 타고 권금성 가는 데 관람료라니요?”, “울산바위 가는데 돈 내라는 거요?”, “대청봉 등산하는데 무슨 관람료요?”라며 옥신각신이다.
그러나 신흥사는 눈썹 하나 끄떡 안하고 있다. 그 이유는 비룡폭포도, 울산바위도, 권금성도, 대청봉도 모두 천연보호구역에 들어 있으며, 신흥사 소유땅이어서 신흥사 맘대로 징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설악산 천연보호구역 위치도. 설악동과 천불동·백담·십이선녀탕계곡, 한계천, 오색과 주걱봉, 가리봉, 점봉산이 포함되어 있다(외곽의 공역구역 선 안의 선이 천연보호구역).

비룡폭·권금성·울산바위·대청봉도 천연보호구역

‘설악산 천연보호구역’이나 ‘속리산 법주사 일원’, ‘지리산 화엄사 일원’ 등 관람료를 받는 데는 설악동매표소처럼 면 단위 문화재의 위력은 적지 않다. 만약 조계종의 요구대로 사찰문화재를 면 단위로 지정하거나 혹은 역사문화보존지구를 설정하여 문화재로 지정할 경우는 매표소 위치가 공원 입구거나 입구가 아닐지라도 등산로를 가로 막고 매표할 수 있게 된다. 조계종은 이런 점을 염두에 두고 현 매표소 위치를 고수하려고 ‘역사문화보존지구’ 설정을 요구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조계종은 공원 입구에서 매표, 수입을 올려야 하는 이유를 문화재 보호·관리하는 데 드는 비용이 현재 수입으론 부족해서 그렇다고 주장하고 있다. 김 기획팀장은 “도심 속에 있는 작은 전각이나 석조물 하나를 유지 관리하는 데에도 정부나 지자체의 예산은 연간 수십억 원에 달한다. 문화재 보존비용 외에도 주변 조경사업비 등이 포함되기 때문”이라며 “해인사의 경우를 예로 들면, 사찰측은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팔만대장경뿐만 아니라 일주문에서부터 가야산 전체를 보존하고 관리해 왔다. 그런데도 정부 지원금은 극히 미미하다. 이러다보니 해마다 수많은 문화유산이 도난당하고 화재를 입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지원금이 미미하여 도난과 화재를 입었다는 사찰들의 관람료 수입액(1990~2006년)을 보자. 화엄사와 천은사가 각각 85억2천9백만 원, 77억3천9백만 원이고, 구룡사는 50억4백만 원이다. 연평균(1990~2006년) 수입액은 각각 5억1백만 원, 4억5천5백만 원, 2억9천4백만 원이다.

정부지원금이 미미하다는 가야산 해인사는 45년 전인 1962년 12월부터 관람료를 징수해왔는데, 1990년 이후의 수입액만도 116억4천5백만 원이요, 연평균수입은 6억8천만 원이다.
그리고 천연보호구역과 사적 및 명승의 문화재관람료를 받고 있는 설악산 신흥사와 속리산 법주사를 보자. 신흥사와 법주사의 수입액(1990~2006년)은 각각 335억6천1백만 원, 155억7천6백만 원이다. 연평균수입액은 각각 19억7천4백만 원, 9억1천6백만 원이다. 

관람료 수입이 ‘미미하다’는 조계종의 뜻은 문화재를 보호·관리하는 데 부족하다는 뜻이 아니라 대형 중창불사 공사비와 사찰운영비를 대느라 부족하다는 뜻이다. 김 기획팀장은 “관람 대가의 뜻을 가진 문화재관람료라는 용어도 수정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즉 관람료 용도에 문화재 보호·관리뿐만 아니라 중창불사 복구공사비도 포함시키는 용어로 바꿔야 한다는 뜻이다.


역사문화보존지구 설정·관람료 용어수정 제의

기획팀장은 “전쟁 등으로 소실된 사찰복원은 국가 지원이 있어야 한다. 월정사는 어느 정도 복구하였고, 천은사는 한국전쟁과 빨치산 토벌로 모든 암자가 불탄 것을 복원한 것으로 이해해야 한다”고 관람료의 사찰복구 투입을 당연시하고 있다. 실제로 계룡산 동학사나 지리산 천은사 등은 문화재관람료 수입으로 방대해진 사찰이다.
토론회에서 요구한 조계종의 새로운 주장은 ‘역사문화보존지구’를 설정, 공원 입구 매표소를 통해 중창불사에 필요한 수입을 확보하고, 관람료를 사찰복구공사에 투입할 수 있도록 ‘관람료라는 용어의 수정’도 마다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아름다운산하는 ‘공원 입구에 위치한 매표소를 인정해주는 천연보호구역과 사적 및 명승 지정을 해제하고, 문화재보호법을 개정, 관람료 징수 및 용도를 허가제로 하라’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문화재에 관한 토론회에서 문제해결 방향이 조금이나마 보일 것으로 기대했었으나 조계종과 시민단체 간에 시각차만 더 벌려 놓았을 뿐, 해결 기미는 보이지 않고 있다.

이장오 아름다운산하(전 국립공원시민연대)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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