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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산 2024년 5월호
  • 655호

[축제 따라 가는 산행] 금정산

월간산
  • 입력 2007.08.07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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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갈매기’도 엄지 세워 자랑하는 산
범어사~북문~고당봉~금샘~북문~동문 3시간30분 소요

우리나라 최고의 항구도시 부산을 대표하는 금정산(金井山·801.5m)에서 즐길 거리는 세 가지다. 첫째는 범어사요, 둘째는 금샘, 그리고 셋째는 산성길이다. 기왕 산행에 나섰다면 이 세 가지를 절대 빼놓지 않는 게 좋다. 또 산행 후에는 산성마을에 들르든지 동래온천에서 온천욕을 하는 것도 괜찮다. 산도 사랑하면서 바다도 좋아해 8월에 열리는 바다축제에 참가할 예정이라면 해운대로 직접 가는 것도 괜찮겠다.


금정산 정신을 지탱해온 범어사

고당봉 동쪽에 있는 금샘은 금정산이라는 이름을 유래하게 한 샘이다.
고당봉 동쪽에 있는 금샘은 금정산이라는 이름을 유래하게 한 샘이다.

금정산 산행은 동쪽 기슭에 있는 범어사(梵魚寺)에서 시작하는 게 가장 일반적이다. 금정산을 구석구석 잘 아는 ‘부산 갈매기’들은 입장료가 없는 다른 코스도 즐기지만, 평소 금정산을 접하기 어려운 외지 등산인들이라면 입장료(1,000원)를 지불하더라도 의상대사가 창건한 화엄십찰 중 하나인 범어사를 꼭 둘러보도록 하자.

현재 범어사에는 대웅전(보물 제434호), 3층석탑(보물 제250호), 일주문인 조계문(보물 제1461)을 비롯해 여러 개의 당간지주와 석등, 동·서 3층석탑 등의 수많은 문화재가 있으며, 전각·요사·암자·누각 등이 곳곳에 자리하고 있어 정말 시간이 짧다. 아마도 예정한 산행시간에 사찰 답사시간 30분 정도를 포함시키는 게 일정 짜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좌]범어사의 일주문인 조계문. 네 개나 되는 우람한 주춧돌이 돋보인다. [우]범어사에서 북문으로 오르는 산길에는 큼직한 바윗돌이 널려 있는 너덜지대가 이어진다.
[좌]범어사의 일주문인 조계문. 네 개나 되는 우람한 주춧돌이 돋보인다. [우]범어사에서 북문으로 오르는 산길에는 큼직한 바윗돌이 널려 있는 너덜지대가 이어진다.

범어사를 둘러본 다음에 등산로를 찾으려면 경내 왼쪽 끝으로 가면 된다. 범어사를 빠져나와 대성암과 금강암을 지나는 산길은 조금 가파르긴 하지만 위험한 구간은 없다. 오른쪽으로는 큼직한 바윗덩어리들로 이루어진 너덜지대가 눈길을 끈다. 마치 밀양의 만어사 너덜을 일부 옮겨놓은 것 같은 풍광이다. 장맛비에 불어난 계곡물은 너덜 아래로 흘러내려 가는데, 너덜이 공명 역할을 하여 온 산에 크게 울려 퍼지는 콸콸거리는 소리는 장관이다.

이런저런 구경을 하며 능선의 북문에 올라섰을 때 다시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한다. 장마전선이 오르락내리락 하는 틈을 타서 부산으로 내려왔으나, 이 장마전선이란 녀석은 그리 호락호락한 존재가 아니었다. 산행 내내 따라다닌 안개비 때문에 산에 올라 부산 시내와 바다 구경을 못한 게 내내 아쉬웠지만, 이따금 그 안개 속에서 저벅저벅 들려오는 발자국 소리는 400여 년 전 이 땅을 유린한 왜군에 맞서기 위해 목숨을 내놓았던 조선 병사의 모습을 상상하게 만들기도 했다.


금정산 이름의 유래가 된 금샘

범어사 대숲. 범어사는 대찰이면서도 고찰다운 운치가 잘 살아있다.
범어사 대숲. 범어사는 대찰이면서도 고찰다운 운치가 잘 살아있다.

인적 없는 북문에 올라선 다음 오른쪽 길로 방향을 잡는다. 정상인 고당봉, 그리고 금정산이란 이름의 유래가 된 금샘에 들르기 위해서다. 신증동국여지승람에는 금정산을 소개하면서 ‘산정에는 높이 3장(丈, 1장은 10자) 정도의 돌이 있고 샘은 둘레가 10여 자(尺)이고, 깊이가 7치(寸)로서 늘 물이 차 있으며 가뭄에도 마르지 않고 금빛이 났는데, 금색 물고기가 5가지 색의 구름을 타고 하늘에서 내려와 그 샘에서 놀았다는 전설에서 산 이름이 유래되었다’고 적고 있다. 범어사의 범어(梵魚)라는 이름도 여기서 유래했다.

고당봉 정상 직전의 갈림길에서 이정표를 따라 5~10분쯤 들어가면 큼직한 바윗돌이 서로 뒤엉켜 있는 바위지대에 금샘이 있다. 고당봉 동쪽 능선에 있는 금샘은 예전엔 찾기가 어려웠다.
하지만 요즘엔 가는 오솔길에 예쁜 푯말을 세워놓아 헷갈리지 않고 쉽게 찾아갈 수 있다.
금샘 옆의 평평한 바위에서 목도 축이고, 간식도 먹으면서 노닐다가 고당봉에 오른 뒤 다시 북문으로 돌아왔을 때는 빗방울이 제법 굵어졌다.

부산 시내와 바다 조망이 빼어난 산성길

금정산은 조망 좋은 산성길이 자랑이다. 안개비로 자욱한 산성길을 부산 등산인들이 걷고 있다.
금정산은 조망 좋은 산성길이 자랑이다. 안개비로 자욱한 산성길을 부산 등산인들이 걷고 있다.
동문을 향해 산성길을 걷는다. 삼국시대 왜적을 막기 위해 처음 쌓았다는 금정산성. 길이만도 약 17km에 이르는 이 금정산성은 우리나라 최대의 산성이었다. 지금은 약 4km의 성벽만 남아 있으나 동서남북 4대문과 4개 망루를 복원해놓아 산행 중 훌륭한 전망대 역할을 하고 있다.

[좌]금정산 동문. 오른쪽으로 내려가면 염소불고기와 산성막걸리로 유명한 산성마을이 나온다. [우]자욱한 안개비에 휩싸인 제4망루. 금정산성의 동서남북 
4대문과 4개의 망루는 훌륭한 전망대 역할을 하고 있다.
[좌]금정산 동문. 오른쪽으로 내려가면 염소불고기와 산성막걸리로 유명한 산성마을이 나온다. [우]자욱한 안개비에 휩싸인 제4망루. 금정산성의 동서남북 4대문과 4개의 망루는 훌륭한 전망대 역할을 하고 있다.

능선을 따라 나있는 산성길은 산책길처럼 부드러워 가족, 직장동료, 연인과 함께 편하게 대화를 주고받으며 웃으며 걸을 수 있다. 또 이정표가 잘 설치되어 있어 운무가 가득해도 길 잃을 염려는 거의 없다. 따라서 너무 많은 사람들이 찾는 바람에 길이 너무 널찍해 호젓한 맛은 떨어지지만, 항구도시 부산과 그 너머로 펼쳐지는 바다 풍광은 진짜 좋다. 하지만 성벽 바로 위로 걷는 일은 금지되어 있다. 그동안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성벽 위로 걷는 바람에 성벽이 훼손되었기 때문이다.

평소라면 인파로 들끓었을 산성길. 숲속에 숨어있던 까투리 한 마리 바로 옆에서 후드득 날아갈 정도로 한적하다. 짙은 안개비 때문에 조망을 전혀 할 수는 없었으나 비 오는 산성길은 호젓해 나름대로 운치가 있었다. 이따금 빗속에서 만난 등산인들은 모두 “반갑습니다”하고 인사를 건넨다.

동문이 가까워질수록 운치 있는 솔밭이 자주 나타났다.
동문이 가까워질수록 운치 있는 솔밭이 자주 나타났다.

원효봉·의상봉을 지나 제4망루에 올라도 부산 시내는 짙은 안개에 갇혀 있다. 동문쪽으로 갈수록 소나무 군락이 많아졌다. 촉촉이 젖은 솔숲을 지나니 문득 동문이 나타났다. 여기서 오른쪽으로 10~20분 정도 내려가면 흑염소와 산성막걸리로 유명한 산성마을이고, 왼쪽으로 5분쯤 내려가면 산성고갯길을 넘어 다니는 산성버스를 타고 동래온천으로 갈 수 있다.

금샘이 있는 바위에서 바라본 고당봉. 금정산의 최고봉이다.
금샘이 있는 바위에서 바라본 고당봉. 금정산의 최고봉이다.

이도저도 아니면, 계속 산성길을 걸어 남문을 거쳐 하산하거나 또는 케이블카 종점까지 걸은 다음 케이블카를 타고 금강공원으로 내려서는 방법도 있다. 동문에서 케이블카 종점까지는 1시간 정도 걸린다. 금강공원에서 온천장까지는 도보로 10분쯤 걸린다. 케이블카 운행시간 09:00~19:00(휴일 30분 연장). 케이블카 요금(왕복/편도) 중학생 이상 6,000/3,500원, 4세~초등학생 3,000/2,000원. 금강케이블카 전화 051-552-1762.


/글·사진 민병준 르포라이터

 

(여행정보)

산행길잡이

부산의 얼굴이라고 할 수 있는 금정산에는 능선과 계곡마다 다양한 코스가 나있다. 가장 대표적인 코스는 금정산의 고찰 범어사에서 주능선 상의 북문으로 올라선 다음 고당봉을 다녀오거나 산성 능선을 따르는 코스다. 범어사~북문~원효봉~의상봉~동문 코스가 2시간30분 소요. 정상인 고당봉, 그리고 금정산이란 이름의 유래가 된 금샘을 들르려면 1시간을 더 잡아야 한다.
범어사에서 고당봉을 다녀오는 산행은 금정산 최단거리 원점회귀 코스다. 범어사~북문~고당봉~북동릉~청련암~범어사 코스가 3시간 걸린다. 정상에서 내려설 때 바위 구간을 조심해야 한다. 만약 걷는 데 자신 있는 준족이라면 동문~의상봉~원효봉~북문~고당봉~석문~부산교육원~중성석문~산성마을~상계봉~남문~대륙봉~동문으로 되돌아오는 산성일주 코스에 도전해볼만하다. 8시간 정도 걸린다. <특별부록지도 참조>
산길은 어린이도 안전하게 걸을 수 있을 정도로 평탄하다. 샘은 곳곳에 있어 식수 조달도 그리 어렵지 않은 편이다. 범어사에서 문화재관람료를 받고 있다. 어른 1,000원, 청소년 700원, 만 4세~초등학생 500원. 전화 051-508-6275.

교통

부산역→범어사역 전철 1호선 수시 운행. 40분 소요, 요금 1,300원.
범어사역→범어사 역에서 300m 떨어진 삼신교통에서 범어사행 90번 순환버스 이용. 전화 055-508-0047~9.
산성마을→온천장역 산성마을에서 203번 산성행 좌석버스가 동문 입구를 지나 1호선 온천장역까지 20분 간격(05:40~22:30) 왕복 운행.

별미

산성마을 염소불고기
산성마을 염소불고기는 금정산의 대표적인 별미다. 산성마을에는 무려 100개가 넘는 음식점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다. 이들 대부분 염소불고기를 차려낸다. 모두 각자 나름대로의 솜씨로 맛을 자랑하는데, 그중 유대감집이 잘 알려져 있다. 숙종 때 동래별감을 지낸 후손이 운영하고 있다고 한다. 파리봉의 뾰족한 봉우리가 한눈에 들어오는 전망도 좋다. 염소불고기 1인분(400g) 25,000원. 오리불고기, 오리소금구이, 오리백숙, 닭백숙 25,000원. 전화 051-517-4004.

동래 파전
금정산 남동쪽의 동래구는 바로 동래파전의 고향이면서 먹거리 천국이기도 하다. 가장 유명한 집은 부산 민속음식점 제1호로 지정되어 있는 동래할매파전이다. 1930년대 동래장터에서 시작해 이젠 며느리까지 4대 동안 가업을 이어오고 있다.
언양에 있는 농장에서 직접 재배한 파의 속대와 대합·새우·굴·홍합 등 싱싱한 해물을 찹쌀가루와 멸치 우려낸 물에 섞어 반죽으로 개어 제주도 유채기름으로 부쳐낸다. 푸짐하게 들어간 해물의 맛을 살리기 위해 간장이 아니라 초장에 찍어 먹는 게 특이하다. 동래파전 소(1~2인분) 18,000원, 대(3~4인분) 25,000원. 버섯파전 소 15,000원, 대 20,000원. 전화 051-552-07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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