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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산 2024년 5월호
  • 655호

[봄산행+벚꽃여행] 3 울주 신불산 공룡릉 & 작천정 벚꽃터널 르포

월간산
  • 입력 2008.04.17 0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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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조 공룡’보다 더 짜릿, 아찔
신불 공룡~신불산~간월재~간월 공룡 15km 답사

억새밭으로 전국적 명성을 떨치고 있는 영남 알프스에서 신불산 공룡릉의 존재는 희귀하고도 독특한 것이다. 1,000m가 넘는 준봉 7개로 이루어진 고산군임에도 불구하고 전체적으로는 거대한 구릉지 같은 부드러운 외모를 보이는 이곳 영남 알프스에서 ‘아슬아슬하다’거나 ‘짜릿하다’는 등의 수사를 동원해 산행 소감을 말할 만한 대상지로는 거의 유일하기 때문이다.

신불산 공룡릉의 오후. 아마추어 암릉이지만 분위기는 거산의 험릉을 가는 듯한 맛도 뵈주는 멋진 암릉이 신불 공룡이다.
신불산 공룡릉의 오후. 아마추어 암릉이지만 분위기는 거산의 험릉을 가는 듯한 맛도 뵈주는 멋진 암릉이 신불 공룡이다.
작명자가 누구인지는 모르나, 설악산 공룡릉에서 차용해와 신불산 공룡릉이라 이름한 것도 그렇듯 이 지역에선 남달리 두드러지는 암릉임을 알리고자 해서였을 것이다. 실제로 이 암릉을 가보면 설악산 공룡릉만큼 웅장하거나 길지는 않지만, 일반적인 육산 능선에서는 결코 맛볼 수 없는 암릉길 특유의 장쾌함으로 시종일관한다.

산행에만 최소 1박2일은 가져야 하는 설악산 공룡릉과 달리 4~5시간으로도 산행이 여유롭고 바로 밑까지 차로 갈 수 있을 만큼 접근성이 뛰어나다는 사실은 규모와 길이의 열세를 단숨에 만회시켜 주는 결정적 장점이 된다. 방안에 앉아 있으면 갑갑증이 느껴지는 봄날, 여행 겸해 가벼운 마음으로 길을 나서서 시원스레 가슴을 씻어내는 암릉 산행의 쾌감을 맛볼 대상지로는 안성마춤이란 뜻이다. 이런 장점을 안은 신불 공룡은 설악 공룡에 비해 찾는 사람 숫자가 월등히 많다.

내려다보면 어찔해지는 고도감이나 자칫 실수하면 크게 다칠 수도 있다는 긴장감은 실은 이곳 신불 공룡이 ‘원조 공룡’보다 더하다. 설악 공룡은 두루뭉실하며 암릉 등날을 그대로 따르는 구간이 거의 없지만, 신불 공룡에서는 피라미드의 모서리처럼 각이 지고 양사면 모두 급준한 사면으로 깎아지른 칼날능선 위를 곧이곧대로 밟아가야 하는 경우가 잦기 때문이다. 이 색다른 재미를 보고자 하는 사람들로 신불 공룡은 겨울 주말에도 발길이 이어진다.

이 신불산 공룡릉을 3월16일 찾아갔다. 산비탈이 칙칙한 갈색으로 가라앉아 연중 가장 볼품없을 무렵이지만 그래도 등산객들이 적지 않았다. 산 아래 작천정 벚꽃이 만발하고 뒤이어 신록이 파릇파릇 돋아나는 4월에 들면 신불 공룡의 인기는 급등할 것이다.

주말에도 한갓진 숲속 오름길

신불 공룡으로 오르는 가장 일반적인 등산로는 간월산장~홍류폭포를 지나는 길이다. 이 길로 오르면 신불 공룡의 상단 핵심부만 밟게 된다. 그러나 이곳 울산 출신의 산악인으로서 그간 신불재 대피소를 관리해왔던 엄성효씨가 “몇 해 전 새로이 난, 등억리 온천지구 왼쪽 위 모서리의 스카이콘도에서 출발하는 길로 오르면 인적도 드물고 암릉도 전구간을 빠짐없이 밟을 수 있게 된다”고 하기에 미련없이 스카이콘도 길을 선택했다.

신불 공룡의 취재진. 크고 작은 암부가 수없이 늘어선 암릉이다.
신불 공룡의 취재진. 크고 작은 암부가 수없이 늘어선 암릉이다.
등억리 온천지구 왼쪽 위 구석 근처에 위치한 스카이모텔ㆍ콘도는 옆에 간이화장실도 갖춘,‘신불산 등산객을 위한 주차장’을 따로 만들어 두었다. 저 아래 온천지구 내 도로 어디든 차를 댈 수 있지만, 그래도 이곳까지 올라와 주차하면 산길로 접어들기가 한결 편할 것이다. 스카이콘도 입구에서 도로 아래쪽으로 20m만 내려가면 곧 신불산 오름길목이다. ‘정상 3.4km, 옹달샘 500m’라는 팻말이 축대에 붙어 있다.

넓은 수로에 통나무를 엮은 다리도 놓아두는 등, 등산로는 정비가 잘 돼 있는 편이다. 곧 굵은 수목이 우거진 울창한 숲속으로 접어들었다. 이미 9시가 넘었는데도 오늘이 일요일이 맞나 싶을 정도로 등산객이 드물다.

이끼가 낀 작은 계곡엔 갈수기임에도 물이 쫄쫄 흐르고 있다. 입구 팻말의 옹달샘은 아마도 여기를 가리키는 말인 것 같다. 4월 들어 심하게 가물면 아예 말라붙을지 모르니 물은 미리 준비해야 할 것이다.

저 아래 등억리 온천지구는 지구 내 도로는 반듯하게 났어도 무슨 이유인지 오랜 세월 80% 이상이 공터로 남아 있다. 2002년에는 냇물과 일반 지하수를 데워 온천수라고 속여 영업한 혐의로 등억온천지구의 몇몇 온천장 업주가 구속되는 불미스런 일도 있었는데, 요즈음은 수질이 어떤가 모르겠다.

길은 계곡을 벗어나 굵직한 측백나무가 울창한 가파른 지릉으로 이어졌다. 등억리 전체가 조망되는 자그마한 암부에서 잠시 숲을 벗어나더니 이내 다시 숲속으로 들었다. 소나무와 참나무가 뒤섞인 이 숲길은 이제 신록이 돋고 나면 한낮에도 시원한 그늘이 질 것이다. 급경사이지만 중간중간에 간혹 넓고 평평한 곳이 있어 잠깐씩 숨길을 고르며 올랐다.
1시간30분 남짓 걸어 공룡릉 주능선 위에 올라섰다. 능선의 꼬리께에 위치한 자수정동굴나라에서 곧장 능선을 타고 오르는 뚜렷한 길이 만난다. 마침 이 길로 몇몇 남녀 등산객들이 올라오고 있다.

나뭇가지 사이로 우선 영취산 동면의 가파른 절벽지대가 뚜렷하게 눈에 들더니 곧 저 위 신불산 정상까지 몸부림치듯 치솟은 공룡릉이 등줄기를 드러냈다. 전체적으로는 완경사이되 저 위 중간엔 남쪽을 향해 입 벌리고 앉은 두꺼비 형상의, 큼직하게 천정이 진 암부도 있다. 지형도 상 태글바위라고 표기된 그곳까지 아직은 겨우 서너 명 등산객만 점점이 뵐 뿐이다. 산행 시간이 그리 오래 걸리지 않으니 신불산 정상쯤에 다다르면 점심 도시락을 펼 시간이 되게끔 느지막이 출발하는 것이겠다.

(1)본격적으로 암릉이 시작되기 전 등산객들이 버린 지팡이들. /(2)날이 선 공룡릉 암릉을 지나고 있는 등산객들. 양쪽이 매우 가파른 사면이어서 어떤 이들은 몹시 겁을 먹기도 한다. /(3)
데크 공사로 어지러운 신불산 정상.
(1)본격적으로 암릉이 시작되기 전 등산객들이 버린 지팡이들. /(2)날이 선 공룡릉 암릉을 지나고 있는 등산객들. 양쪽이 매우 가파른 사면이어서 어떤 이들은 몹시 겁을 먹기도 한다. /(3) 데크 공사로 어지러운 신불산 정상.
암부가 그늘을 드리운 계곡 여기저기엔 아직 흰 잔설이 남아 있다. 불어오는 바람은 여전히 차다. 저 아래 목탄으로 그은 듯 한 줄기의 검은 선으로 뵈는 150여 그루 작천정 벚나무들이 하얀 벚꽃 터널을 이룰 때쯤이면 이 산릉을 스치는 바람도 시원하게 느껴질 것이다. “하지만 안개 끼고 부슬비마저 내리는 날 공룡릉 바람은 봄이라도 오한이 들 정도”라고 엄성효씨는 경고한다.

암릉엔 구급함까지 갖춘 119 구조팻말이 세워져 있다. 위급시 119로 전화하면 자물쇠의 다이얼 번호를 알려준다.


좋은 경치 보며 여유롭게 오르는 곳

공룡 주능선에 올라서서 600m 남짓 걸었을까. 119 605지점 팻말이 선 곳에서부터 암릉이 시작된다. 위험하니 우회로로 돌아가라는 팻말도 걸려 있으나, 우회로를 택하는 이는 거의 없다. 선택의 여지없이 바위를 손으로 잡고 올라야 하는 본격적인 암릉 시작지점 옆에는 작대기들이 수백 개 수북하니 쌓여 있다. 이곳까지 지팡이 삼아 들고 올라온 다음 암릉을 만나며 모두 이곳에 버린 것이다.

신불산 능선에서 내려다본 휴일의 간월재. 넓고 긴 목제 데크가 설치돼 있으며, 왼쪽(서쪽) 임도를 따라서는 많은 차량이 올라와 있다.
신불산 능선에서 내려다본 휴일의 간월재. 넓고 긴 목제 데크가 설치돼 있으며, 왼쪽(서쪽) 임도를 따라서는 많은 차량이 올라와 있다.
우리도 삼단 스틱을 접어 넣고 올랐다. 몇 걸음 오를 때마다 조망 좋고 쉬기 좋은 암부가 연이어진다. 술 좋아하는 이라면 엉덩이 걸치고 앉을 때마다 한 잔 생각이 간절하겠지만, 참아야 한다. 이곳 신불산 공룡릉은 중간서 경치 좋다며 술을 마신 이들의 음주산행 중 추락사고가 특히 잦다고 한다.

입 벌린 두꺼비 모양의 태글바위가 발밑으로 사라진 직후 갑자기 앞이 시끄러워진다. 간월산장~홍류폭포 길로 올라온 단체산행객들이 아예 긴 줄을 이루었다. 한적하고 조용한 암릉 즐기기는 그만 이것으로 끝나고 말았다. 이미 오전 11시45분. 가장 사람들이 많은 시간대가 된 것이다. 조용한 암릉산행을 즐기려면 이보다 좀더 일찍 아침 8시경, 아니면 아예 점심식사 후 산행을 시작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사람이 많기는 해도 서둘러 가려는 사람은 거의 없다. 앞질러가기가 어려울 만큼 사람이 많기도 하지만, 이 좋은 곳을 빨리 지날 이유가 없는 것이다. 걸음을 아껴가며 걷다가 편한 곳에 앉아 쉬며 보온병에 담아온 커피 한 잔과 더불어 주위 풍광을 음미하는 사람, 혹은 배경 좋은 곳을 찾아 커플 사진을 찍는 남녀 등으로 공룡릉은 여유로운 분위기다.

신불산 정상에서 간월재로 가는 길. (왼쪽)/ 신불 공룡~간월 공룡 산행의 종점인 간월산장. (오른쪽)
신불산 정상에서 간월재로 가는 길. (왼쪽)/ 신불 공룡~간월 공룡 산행의 종점인 간월산장. (오른쪽)

암릉은 점점 선이 굵어지고 가팔라졌다. 양쪽이 가파른 절벽이어서 오금이 저리거나, 손을 잡아주어도 오르기가 어려운 곳들도 종종 나타난다. 중간에 가만히 서서 앞 사람이 가는 양을 보고 나서야 용기를 내어 뒤따르는 사람도 있고, 어떤 남녀 한 쌍은 결국 포기하고 우회로로 내려서기도 한다.

신불산 정상이 가까워지며 공룡릉은 다시 기세를 좀 죽였다. 거의 외줄기 암릉인 것 같지만, 사람들의 행렬에서 제법 멀찍하게 떨어진 한편 주변 조망도 좋은 편안한 사각지대도 있다. 그런 데를 찾아서 도시락을 폈다. 약한 황사로 저 멀리 주변이 부옇다. 울산 앞바다가 뵈는 맑은 날이고 신록이 산자락을 푸르게 장식한 그런 봄날 다시 한 번 찾아오고 싶다.

대다수 등산객들은 공룡릉을 마친 뒤 정상 전 억새밭의 아늑한 곳들을 찾아 점심 자리를 편다. 저 아래 신불재엔 대피소 신축과 등산로 목재데크 공사가 한창이다. 사람들이 사방으로 다니면서 억새밭이 훼손되자 데크 공사를 하는 모양이다.

간월 공룡은 밧줄 매어져 있어도 위험

신불산 정상도 데크를 깔기 위한 철골 구조물 설치 공사가 한창인데, 아무리 보아도 시설물 크기가 너무 지나치다 싶다. 그저 일부 구역 바깥으로 나가지 말라는 의미에서 목책 시설만 하면 될 것 같은데, 그 위에 큰 건물을 세울 수도 있을 것처럼 넓고 큰 철골 구조물을 설치하고 있다. 그 철 구조물에다 산불감시탑, 돌탑, 그리고 많은 등산객들로 신불산정은 너무  혼란스럽다.

영취산쪽에서 온 사람들까지 합쳐지며 신불산정에서 간월재로 가는 길은 아예 두세 줄로 사람들이 늘어서서 걷는다. 휴일로 사람들이 등산 이외 특별히 즐길 만한 레저도 없고, 경치 좋은 산도 그렇게 많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영남 알프스의 존재는 그러니 얼마나 소중한가.

간월 공룡 중간의 추모비가 선 암봉. 간월 공룡은 신불 공룡보다 한결 가파르고 험하다. (왼쪽)/ 신불 공룡을 오르고 있는 취재팀. 아침 햇살이 선명하다. (오른쪽)
간월 공룡 중간의 추모비가 선 암봉. 간월 공룡은 신불 공룡보다 한결 가파르고 험하다. (왼쪽)/ 신불 공룡을 오르고 있는 취재팀. 아침 햇살이 선명하다. (오른쪽)
신불산정에서 1159m봉으로 가던 중 엄성효씨가 “저기 뒤를 보라”며 발길을 잡는다.
“저기 영취산 정상을 독수리 머리, 왼쪽 신불산릉을 왼 날개, 오른쪽 시살등 방향 능선을 오른 날갯죽지라고 상상해 보세요. 영락없이 동쪽으로 날아오르는 독수리 형상이죠? 그래서 저 산이름은 영취산도, 영축산도 아니고 수리 취(鷲) 자, 깃들 서(棲) 자 쓴 취서산이 맞는 거예요. 우리 조상들이 저 산 형상 보고 그런 이름을 주었다 이겁니다.”

파래소폭포쪽 길이 갈라지는 1159m봉에서 북쪽 간월재 방면으로도 큰 듬 같은 암봉들이 암릉을 이루며 서 있다. 등산로로 걷다가 그 암릉 위로 나서면 등억리 일대의 광대한 계곡 풍광이 시원스레 펼쳐진다.

테니스를 해도 좋겠다 싶을 만큼 넓은 목재 데크를 꾸며둔 간월재로 내려섰다. 서쪽 배내골 방면의 임도를 타고 올라온 자동차들이 길가에 즐비하다. 외견상 시설은 이렇게 멋지게 해두어서 사람들이 들끓는데, 정작 간이화장실 하나 갖춰두지 않은 점은 이해가 가지 않는다. 특히 여자들이 용변 볼 곳을 찾지 못해 안절부절이다.

간월 공룡에서 내려다본 간월재 임도. 대부분 등산객들은 이 길을 따라 내려간다. 왼쪽 능선상의 암부는 신불공룡, 오른쪽 끝이 신불산 정상이다.
간월 공룡에서 내려다본 간월재 임도. 대부분 등산객들은 이 길을 따라 내려간다. 왼쪽 능선상의 암부는 신불공룡, 오른쪽 끝이 신불산 정상이다.
고갯마루 옆, 이미 15년쯤 된 간이음식점인 동금이네집(017-571-9890)에서 어묵과 잔치국수로 요기하고 간월산쪽 오름길로 접어들었다. 대부분 등산객들은 임도를 따라 내려갔고, 간월산쪽으로 오르는 이는 우리뿐인 것 같다. 간월산쪽에서 내려오는 사람도 매우 뜸하다. 공룡릉을 낀 신불산의 인기가 단연 으뜸인 모양이다.

간월산 정상쪽으로 올라가다가 두 번째로 만나는 조망대 데크 오른쪽을 보면 난간이 트여 있고, 난간 밖에는 ‘위험하니 악천후시 산행을 삼가라’는 안내팻말과 더불어 돌탑이 하나 서 있다. 이 돌탑 오른쪽 옆으로 간월 공룡 하산길이 시작된다.

저 멀리 맞은편 신불 공룡에서 볼 때 이미 경사가 만만찮더니 짐작대로다. “마터호른 북벽, 그랑조라스 북벽도 한 전문바위꾼 엄성효가 설치한 것이니, 안심하고 잡으셔도 됩니다”라며 엄성효씨는 말했지만, 굵은 밧줄을 잡아도 위태스러움을 느낄 만큼 경사가 급하고 발디딤도 불안정하다. 그런 굵은 동앗줄 하산길이 계속 연이어졌다. 홀로 이 암릉을 하산하다가 도중에 날이 저물며 길을 못 찾고 실족사한 사고가 몇 건 있었다고 한다. 암릉 중간에 하나 선 작은 추모비의 주인도 그렇게 목숨을 잃었다고 엄성효씨는 밝힌다. 간월 공룡은 이렇듯 신불 공룡보다 훨씬 더 포악하고 험하다.

간월재의 간이음식점들.
간월재의 간이음식점들.
거의 10회 이상 밧줄 잡고 하강하기를 반복하고 나서야 산릉 중간을 가로지른 임도로 내려설 수 있었다. 그후부터는 울창한 송림길이었고 경사가 한결 완만해져 콧노래를 부를 만했다.

세찬 계류 소리가 들리더니 곧 파란색 지붕이 뵌다. 거기가 간월산장. 산장 뒤 계곡을 건너 산장 앞으로 나서자 앞서 하산한 등산객들이 평상에 앉아 도토리묵, 막걸리와 더불어 한갓진 봄날 저녁을 즐기고 있다. 주차공터 주변의 아름드리로 굵은 저 나무들도 모두 벚나무라고 하니, 4월의 하산길 막걸리 잔에는 벚꽃 잎들이 난분분 흩날리며 내려앉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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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길잡이

봄철 인파 피해 오르기엔 스카이콘도 길이 제격

신불산 공룡릉으로 오르는 길목은 크게 세 군데, 간월산장(052-262-3141)과 스카이콘도(262-2234), 그리고 자수정동굴나라(262-5587)다. 세 길이 각각 성격이 다르다. 간월산장~홍류폭포 길은 가장 오래된 신불 공룡 오름길로, 공룡릉에 붙기 전에도 로프를 잡고 올라야 하는 가파른 암벽 구간이 있고, 공룡릉의 핵심부로 곧장 붙는 길이라서 가장 인기가 높다. 이 길로 올라 공룡릉을 탄 다음 신불산 정상~간월재를 지나 임도를 따라 간월산장으로 되내려오는 게 일반적이다.

스카이콘도 길은 봄가을로 등산객들이 많이 몰리는 주말에 이용할 만한 한적한 길이다. 공룡릉 암릉을 전 구간 남김없이 밟게 된다는 점, 그리고 숲이 우거져 공룡릉에 붙기까지 햇볕을 피할 수 있다는 점도 매력이다. 하산 후 간월산장에서 스카이콘도까지 1.5km 아스팔트길을 걸어야 하지만, 지루할 만큼 멀지는 않다.

신불산 공룡릉 오르는 길목인 스카이콘도. 왼쪽 옆에 등산객을 위한 주차장이 마련돼 있다. (왼쪽)/ 등억온천지구 동쪽의 모텔들. (오른쪽)
신불산 공룡릉 오르는 길목인 스카이콘도. 왼쪽 옆에 등산객을 위한 주차장이 마련돼 있다. (왼쪽)/ 등억온천지구 동쪽의 모텔들. (오른쪽)
자수정동굴나라 길은 완경사 능선을 따라 공룡릉으로 붙는, 가장 편한 길이다. 다만 이 길은 하산 후 차를 가지러 다시 자수정동굴나라까지 올라가야 한다는 불편함이 있다. 세 기점 어디든 주차에는 별 문제가 없다. 다만 벚꽃시즌의 주말엔 다소 복잡할 경우가 있는데, 그런 때는 등억온천지구의 도로변에 세우면 된다.

신불 공룡에 이어 간월 공룡으로 이어가는 산행은 지루하게 간월재 임도를 따라 내려가는 것보다는 한결 낫다. 또한 간월 공룡에서의 조망도 좋으므로 한 번 해볼 만하다. 다만 노약자의 경우 특히 간월 공룡은 밧줄을 잡고서도 내려가기가 쉽지 않은 곳들이 있으므로 피해야 한다.

신불산 정상에서 간월재쪽으로 50m쯤 가다가 오른쪽 급경사면을 잘 살피면 신불산 북릉 길목을 찾을 수 있다. 아무 안내팻말도 없지만, 신불산 북릉길은 조망도 좋고 통행하는 사람도 극히 드문 멋진 하산길이다. 이 길로 내려가면 홍류폭포 바로 옆 계곡으로 내려서게 된다. 간월재 임도로 가는 것보다 훨씬 더 낫다.

이번에 답사한 스카이콘도~신불 공룡~신불산~간월재~간월 공룡~간월산장~스카이콘도 길은 도상 거리 11.5km, 실거리 약 15km에 8시간쯤 걸렸다. 사진촬영에 든 시간 등을 감안한다고 해도 최소 5~6시간은 잡아야 무리 없는 길이다. 


교통

서울 강남고속터미널에서 10~20분 간격(06:00∼19:00)으로 운행하는 울산행 고속버스로 일단 울산까지 간다(5시간 소요. 요금 일반고속 19,700원, 우등고속 29,300원). 이어 울산 시외·고속버스터미널에서 1703, 1713, 1723번 좌석버스를 타고 언양에서 내려 323번 등억온천장행 버스로 갈아탄다(07:15~19:50, 하루 11회 운행).
자가용 차량의 경우 경부고속도로 서울산 나들목에서 나와 35번 국도를 타고 언양읍내를 지나 양산 방향으로 2km 남하, 작천정 입구에서 우회전해 약 3km 들어가면 등억온천지구다.


숙박 (지역번호 052)

등억온천지구에 여러 숙박업소가 있다. 스카이모텔ㆍ콘도(262-2234)는 모텔도 겸한 업소로 시설이 말끔하다. 13평형 콘도는 주방과 침실이 칸막이로 구분돼 있다. 그 외 에이원모텔(263-5566), 몽마르뜨모텔(254-5147), 발렌타인모텔(264-4711) 등이 있다.

작천정 계곡을 따라 거슬러 올라가노라면 벚나무가 늘어진 계곡가에 통나무산장(262-4466), 알프스산장(262-3434) 등의 숙박업소가 있는데, 여러 명 단체 투숙객을 주로 받는 업소다. 산중 분위기는 이 일대가 한결 낫다.

먹거리

등억온천지구와 자수정동굴나라 가는 길이 갈라지는 삼거리 일대에 여러 음식점이 몰려 있다. 그중에 등억손두부보쌈(264-2844), 먹고쉬었다가(263-1206) 등은 아침식사가 된다.

언양읍내 청기와집(262-9403)은 싸고 푸짐한 한우소머리곰탕(5,000원)으로 주민들에게 인기다.

작천정 벚꽃길    
만개 시즌에 먹거리판 벌어져

신불산 공룡릉 찾아가는 길목인 울주군 삼남면 교동리 작수천변에 조성된 벚꽃길은 이미 100여 년 된 것이라고 한다. 교동리 수남 마을 이성암 이장 말을 빌면, “마을의 100살 넘은 어른이 국민학생 때 심어졌다니까 벚나무 수령도 100년쯤 되었다고 보면 된다”면서 “현재 1.5km 도로 양쪽에 150그루가 있는데 그중 80그루만 살아남아 있다”고 한다. 이 이장 말로는 벚꽃은 대개 4월 중순쯤 만개하나 올해는 좀 이를 것 같다고 한다.

작처정 벚꽃터널 <사진=울주 군청 제공></div>.
작처정 벚꽃터널 <사진=울주 군청 제공>.
이곳 작천정 벚꽃 축제는 울주군이나 삼남면사무소 같은 관청이나 주민이 관여하지 않고, 전국을 돌아다니는 장사꾼들이 축제라 하여 판을 벌인다. 밤에도 불을 밝히고 거의 먹거리 위주로 관광객을 불러 모은다. 벚꽃 터널 가운데로는 차량이 통행할 수 없다. 그 옆 도로변에 주차하고 조금만 걸으면 벚꽃 터널에 이른다. 등억온천지구에서 이곳까지는 약 3km 거리다.

벚꽃 터널의 서쪽 끝에서 신불산 방면으로 300m쯤 가면 도로 왼쪽 아래에 작천정(酌川亭)이란 정자가 개울가에 서 있다. 오랜 세월 계류로 다듬어져 아름다운 곡면을 이룬 개울가 암반과 정자각, 그리고 주변의 만발한 벚꽃이 어울린 봄 풍치는 그런대로 즐길 만하다.

울주군 자료에 따르면, 원래 이 계곡의 이름은 작궤천(酌掛川)이다. 냇가의 반석 위에 술잔, 혹은 국자와 같이 패인 곳이 많아 마치 술잔을 반석 위에 걸어놓은 것과 같다고 해서 술잔 작(酌), 또는 구기 작(勺) 자와 걸 괘(掛) 자를 써서 작괘천(酌<또는 勺>掛川)이라고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암반이 아름다운 것은 사실이지만, 상류로부터 더러운 물이 흘러내려 퍼렇게 이끼가 낀 계곡물은 아쉽다. 


■ 전국 최초의 먹거리 특구 ■
봉계 한우숯불구이
“40여 업소 모두 철저히 암소 한우만 씁니다”
신불산 들목인 언양읍은 한우숯불구이로 유명했던 곳. 그러나 요즈음은 두동면 봉계리 한우숯불구이가 인기 절정이다. 재정경제부는 언양과 봉계를 묶어 전국 최초의 먹거리 특구인 언양ㆍ봉계 한우불고기특구로 지정, 홍보하고 있기는 하지만, 매년 가을 열리는 언양ㆍ봉계 한우불고기축제의 주행사는 봉계에서 열린다.

봉계 한우구이는 숯불소금구이다. 직영 한우농장도 갖고 있으며 이곳에서 이미 17년째 한우구이를 하고 있는 종점식당(052-262-7279) 한영도 사장은 “어느 업소에 손님이 많이 들어 재료가 떨어지면 옆집에서 가져다 댈 정도로 단합이 잘 된다”고 자랑한다. 봉계에 총 47개 업소가 있는데, 봉계번영회(052-254-2448)에서 공동으로 품질 관리를 엄격히 하고 있다고 한다.

언양에서 35번 국도를 따라 18km쯤 서울 방면으로 북상하면 우측으로 봉계리 가는 길목을 알려주는 팻말이 뵌다. 밤이면 길가를 따라 휘황하게 불을 밝힌 한우집들이 즐비하다. 사전에 참숯을 쓰는지도 미리 확인해둔다. 1인분 130g에 18,000원이란 가격은 공통이다.

언양읍내에서는 금화불고기(052-262-0767), 기와집불고기(262-4884), 공원 불고기(262-0421) 등이 유명하다.

신불산 주변 관광 명소 
고찰 통도사와 작천정 벚꽃길이 특히 매혹적

공룡릉 산행 전후 하여 들를 만한 명소로는 단연 양산 통도사가 으뜸이다. 한 번도 구경하지 못한 이라면 꼭 들러보라고 권할 곳이다. 공룡릉 산행 기점 중 하나이기도 한 자수정동굴나라는 옛 자수정광산을 이용한 놀이시설로서, 어린 자녀가 있을 경우 한 번 들러볼 만하다.

작천정 계곡 상류부에 위치한 간월 자연휴양림은 사설 휴양림으로서 산막 예약자 이외엔 아예 출입을 금한다. 산막 시설도 다소 오래 되었으므로 만약 자연휴양림을 이용할 생각이면 신불산 북쪽 운문령 너머의 산림청 관할 운문산 자연휴양림에서 1박 하기를 권한다. 운문령 오름길목에 있는 가지산 탄산유황온천은 규모는 작지만 수질이 좋기로 이름나서 평일에도 꾸준히 손님들이 찾아드는 온천장이다.

신불산행 전후 하여 찾을 만한 명소는 이 정도다. 특별히 경관이 빼어난 드라이브 코스로 추천할 만한 곳은 4월의 경우 이 근처엔 별로 없다. 시원한 바닷바람이 쐬고 싶다면 울산 북부 31번 국도로 하여 경주 동쪽의 감포 해변을 달린다. 바닷가 바로 옆으로 줄곧 달려 영일만 장기곶을 지나 포항으로 나와 고속도로로 오르면 바닷가로만 50km 이상 달리는 드라이브가 된다.

신불산온천  등억온천지구에서 그래도 사람들이 몰리는 곳이다. 공룡릉 산행기점인 스카이콘도 아래 도로변에 위치한 이 온천탕은 주말에 차량이 몰리는 것으로 보아 수질이 괜찮은 모양이다. 입욕료 남 4800원, 여 4500원. 주말 오후 9시까지 운영. 연중무휴이며, 숙박업도 겸하고 있다(052-254-8811). 1층의 무쇠가마솥 곰탕은 그런대로 먹을 만했다.

운문산 자연휴양림  높은 산중턱 깊은 계곡속 숲 좋은 곳에 자리한 휴양림이다. 산림문화휴양관과 숲속의 집 모두 시설보다는 주변 분위기를 사줄 만하다. 산림청 직영의 휴양림으로 예약은  www.huyang.go.kr. 전화 054-371-1323.

양산 통도사  언양에서 남쪽으로 10km만 내려가면 통도사다. 일주문 지나 법당 건너 주차장에 이르기까지는 울창하고도 정갈한 송림 속 길. 거목이 늘어선 개울 건너 사천왕문을 지나면 40여 동 크고 작은 당우들이 늘어선 통도사 대가람이 펼쳐진다. 통도사는 삼보사찰 중 하나인 불보(佛寶)사찰이자 부처의 진신사리를 모신 5대 적멸보궁의 하나다. 진신사리를 모신 금강계단(金剛戒壇)과 세월의 흐름이 배어든 바랜 단청과 옛 목조 당우들 사이에선 걸음이 저절로 차분해진다. 마침 피어난 정법전 옆 매화꽃 향기가 온 절을 가득 채웠다.

가지산탄산유황온천  탄산이 다량 함유된 탄산온천으로, 산도 9.42의 알칼리온천수이자 유황을 함유한 유황온천수로서 온천수 수영장, 노천탕 등도 운영하고 있다. 수질이 좋아 평일에도 늘 찾는 사람들이 있다. 전화 052-254-2216.


/ 글 안중국 차장
  사진 허재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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