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선웅의 지도이야기] 독도 지형도

[462호] 2008.04
입력 2008.04.30 10:18 | 수정 2008.04.30 10:18

타국의 상세도 만드는 일본의 저의와 한심한 한국 정부 대응

지형도라 하면 지표면의 상황을 실제로 측량 조사하여 통일된 축척과 규격에 따라 정확하게 제작된 지도로 국토개발은 물론 토지이용, 국토방위 등 사회 모든 분야에 필수적으로 사용되는 지도다. 그래서 지형도는 어느 나라이건 국가기관에서 관련법에 따라 엄정하게 제작 관리하고 있어 국가기본도라고도 불린다.

우리나라는 국토해양부 산하 국토지리정보원에서, 미국은 지질조사소(USGS), 영국은 육지측량국(Ordnance Survey), 일본은 국토교통성 산하 국토지리원에서 지형도를 제작한다.

그런데 지난 해 12월1일 일본 국토지리원이 독도에 대한 1:25,000 지형도를 간행하여 말썽을 빚고 있다. 지금까지 민간단체나 자치단체에서 독도의 영유권을 주장한 일은 있었지만, 국가기관에서 엄연한 남의 나라 영토를 국가기본도에 포함시킨다는 것은 분명한 국권 침해다. 더욱 일본이 독도의 지형도를 제작한 경위를 보면 그 주도면밀함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일본에서 보는 다케시마(竹島)는 행정구역이 시마네켄(島根縣) 오키군(隱岐郡) 고카무라(五箇村)에 속했으나 2004년 10월1일 쵸손(町村)이 합병되면서 오키노시마쵸(隱岐の島町)로 개편되고, 2006년 7월 신오키 공항이 개항되자 이를 빌미삼아 지형도를 수정한다면서 다케시마의 지형도를 다시 제작한 것이다.

왼쪽은 우리나라 국토지리정보원이 제작한 독도의 1:25,000 지형도이고, 오른쪽은 일본 국토지리원이 제작한 1:25,000 지형도다. 한눈에 일본의 지형도가 정밀하게 묘사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지도는 1:25,000 지형도 니시무라(西村·지도번호 NJ53-30-10-4) 도엽에 삽입도로 들어가 있으나 지도번호는 NJ52-5-1-4라고 별도로 정했다. 그리고 섬 이름도 남도(男島), 여도(女島)에서 우리와 같이 서도, 동도로 변경하였다.

일본은 그동안 다케시마에 대해 직접 측량이나 현지조사를 할 수 없기 때문에 1:25,000 지형도에는 개략의 위치를, 1:20만 지세도에는 개략의 형상만을 표시했으나 2006년 1월 전세계의 기본도 제작을 주목적으로 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JAXA)에서 쏘아 올린 지구관측위성 에일로스(ALOS-일본명 다이치)가 촬영한 데이터와 정확한 표고 정보를 위해 미국의 상업위성 데이터를 이용하여 일본 사상 최초로 다케시마의 1:25,000 지형도를 제작한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독도를 측량하고 지도를 제작한 기록은 6.25전쟁 직후인 1953년 10월 한국산악회가 실시한 제3차 울릉도·독도 종합학술조사 때 독도를 간이측량하고 지도를 제작한 것이 최초이나 이 기록은 현재 어디에도 나와 있지 않다.

당시 홍종인 회장을 대장으로 한 35명의 학술조사대는 10월3일 서울을 출발하여 부산을 거쳐 울릉도에 도착한 뒤 10월14일 독도에 상륙해 먼저 일본인들이 세운 푯말을 뽑고 변완철, 남궁기, 김연덕 등 산악회원들이 동도를 등반하였으며, 박병주씨를 반장으로 한 측량반은 동도와 서도를 측량하였다.

다음날 산악회원들이 서도도 등반하였다. 이듬해 5월6일 서울치대 강당에서 보고강연회를 개최하였는데, 이때 박병주씨가 독도의 측량과 지도제작에 대해 보고하였다. 필자도 1960년대 말 산악회 사무실에서 이 독도 지도를 본 적이 있으나 이후 행방을 찾을 길 없어 안타깝다.

공식적인 기록은 1954년 10월 해군수로국에서 해도 제작을 위해 수로측량을 실시한 것이 최초이고, 1961년 국립지리원의 전신인 국립건설연구소에서 독도를 측량하고 1:3,000 지도를 제작하였다. 이때의 독도측량은 당시 국가재건최고회의 박정희 의장의 특별지시로 이뤄진 것인데, 그 요지는 “독도를 정확히 측량하여 토지대장에 등록하고 그 결과를 보고하라”는 내용이었다.

국립건설연구소는 김기성 삼각측량계장을 팀장으로 8명의 측량팀을 구성하여 1961년 12월26일부터 다음해 2월26일까지 62일 동안 천문측량으로 독도의 측지기준점 위치를 결정하고 평판측량으로 지형측량을 실시하였다.

이후 1980년 5월 국립지리원에서 최초로 독도 항공사진측량을 실시하여 축척 1:1,000과 1:5,000 지형도를 제작하였고, 두 번째 지형도 제작은 2000년 11월 항공사진촬영을 실시하여 축척 1:1,000과 1:5,000의 수치지형도를 제작한 것이다.

현재 일반에 보급되고 있는 독도 지형도는 2004년 촬영한 것으로, 1:25,000 지형도와 1:5,000 지형도인데, 1:25,000 지형도는 도엽명 울릉(도엽번호 NJ52-10-29)에 부속도로 들어가 있고, 1:5,000 지형도는 도엽명 독도(도엽번호 NJ52-10-30-005)로 독립된 도엽으로 되어있다.

우리나라 국토지리정보원이 제작한 독도의 1:25,000 지형도와 일본이 제작한 지형도를 비교해보면 몇 가지 미심쩍은 점이 있다. 2005년 정부가 고시한 독도 현황에 따르면 독도는 두 개의 주 섬과 89개의 돌섬과 암초로 형성되어 있다고 했다. 그러나 일본서 제작한 지도에는 두 섬 외에 50개가 넘는 부속도가 표현되어 있는 반면 우리나라의 지도에는 두 섬 외에 12개의 부속도만이 그려져 있다.

또 일본의 지도에는 부속 섬의 명칭이 없고, 우리가 설치한 접안시설과 경비대 숙소 등은 불법 구축물로 간주하여 기재하지 않았지만, 서도에 168m, 동도에 97m로 각각 표고를 표기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 지도에는 불법 구축물도 아닌데 접안시설이나 어민숙소 등이 기재되지 않았고, 표고는 아예 빠져있다.

일본 지도는 독도의 바위지형과 섬 둘레의 수중바위(암초) 등이 제대로 묘사되어 있는 반면 우리 지도는 바위로 이뤄진 독도의 지형을 등고선으로만 나타냈고, 해안바위와 암초는 매우 어색하게 묘사되어 있다.

일본 국토지리원이 이 지형도를 간행하자 신문과 인터넷상에 보도가 났지만 한 달이 넘게 우리 정부는 아무런 대응조치를 하지 않다가 질책성 보도기사가 나오자 뒤늦게 외교통상부가 주한일본대사관 관계자를 불러 독도 측량과 정밀지도 제작에 대해 강력히 항의하고 시정조치를 요구했다고 한다.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지난 2월28일 북한 노동당 기관지인 노동신문은 “일본 반동들이 독도 정밀지도를 만들어 내돌리는 것은 독도 강탈 야망의 발로로서 매우 엄중하고 위험하다”며 “독도 정밀지도까지 만든 일본 반동들의 망동은 파렴치하기 짝이 없는 역사 왜곡행위이며 공공연한 조선 재침 책동”이라고 비난하고 나섰다.

일본 신문에서는 다케시마 지형도가 제작됨으로써 러시아가 점령하고 있는 북방영토를 제외한 일본 전국의 기본도가 제작되었고, 주민들은 “당연히 해야 할 것이 되었다”며 기뻐한다고 보도하였다. 이에 대해 북한만도 못한 미온적 대응을 하고 있으며, 저들이 불법 구축물이라 간주한 접안시설 마저 떳떳하게 표기하지 못하고, 일본보다 정밀하지 못한 지형도를 만들고 있는 우리 정부의 처지가 딱할 따름이다.


/ 최선웅 한국산악회 부회장·매핑코리아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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