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월간산 2024년 5월호
  • 655호

[주말산행코스] 영남의 산 망산(한산도)

월간산
  • 입력 2008.07.24 09:4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293.1m·경남 통영
이 충무공이 대첩 이룬 섬에서 내다보는 청정다도해

경남 통영시 한산면의 본섬인 한산도의 최고봉인 망산(望山·293.1m)은 산행만 생각한다면 산꾼에게는 다소 싱거운 대상지가 될는지 모르겠다. 그렇지만 더위가 몰려오는 여름철 등산과 해수욕을 겸할 수 있고, 게다가 임진왜란 당시 한산대첩의 역사현장까지 둘러볼 수 있어 가족나들이에는 더없이 좋은 곳이 아닌가 싶다.

사방이 탁 트인 주변 조망은 장애물이 없어 말 그대로 일망무제인 망산 정상.
사방이 탁 트인 주변 조망은 장애물이 없어 말 그대로 일망무제인 망산 정상.

망산은 이곳 말고도 사량도 지리망산, 거제 망산, 여수의 망산 등이 있는데, 모두 남해안에 자리한다. 물론 망(望)은 멀리 내다본다는 뜻을 담고 있지만 감시한다는 또 다른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이들 산의 공통점은 바다를 통해 침입하는 적의 동태를 감시하는 망대 역할을 했다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산정에서의 조망은 여느 산보다도 시원하게 즐길 수 있다.

한산도 망산 역시 예외가 아니어서 왜적의 침략을 감시하던 곳에서 유래했다는 설이다. 또 산봉우리를 뜻하는 이 고장의 방언인 망(望)은, 망산·망산봉과 같은 의미를 지닌 망(望)·산(山)·봉(峰) 등이 중첩된 사례로 해석하기도 한다. 일설에는 러일전쟁에 대비한 일본군이 이곳 산정에 망대(望臺)를 설치하여 러시아 함대의 대한해협 항해를 감시했다고도 하지만 이는 신빙성이 부족하다.

통영항을 떠난 카페리호는 오른편에 미륵산을 두고 20분이면 한산만으로 진입한다. 호수처럼 잔잔한 이곳이 400여 년 전 임진왜란으로 피비린내를 풍긴 전장이었다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는다. 당시 이순신 장군이 이끄는 조선 수군은 학익진을 펼치며 왜적선 59척을 대파하여 한산대첩의 위업을 이루었다. 한산대첩은, 살라미스해전(기원전 408년), 칼레해전(1588년), 트라팔가해전(1805년)과 더불어 세계 4대 해전으로 세계 해전사에 있어 가장 위대한 승리로 평가받고 있다.

먼저 죽도(竹島)와 해갑도(解甲島)가 길손을 반긴다. 문어포에는 한산대첩 기념비가 하늘을 찌를 듯 서있고, 거북선 모양의 등대를 지나 배는 곧 선착장에 닿는다. 오른편 도로를 따라 사적 제113호인 제승당(制勝堂)으로 향한다. 1593년(선조 26) 8월 임진왜란 당시 이순신 장군이 여수에 있던 삼도수군통제영을 이곳으로 옮겨 본영을 설치하고 삼도수군통제사(三道水軍統制使)의 직무를 수행하던 곳이다. 매표소를 지나면 장군이 머물 당시 병사들과 함께 마셨다는 우물이 있다.

숲속으로 이어지는 등산로는 적당한 경사와 고도, 걷기에 좋은 토양이 고루 갖춰져 지루함을 느낄 수 없다.
숲속으로 이어지는 등산로는 적당한 경사와 고도, 걷기에 좋은 토양이 고루 갖춰져 지루함을 느낄 수 없다.

제승당 참례 후 더풀개에서 산행 시작
해송을 비롯한 동백림, 사철나무, 팔손이나무 등 풍치림으로 둘러싸인 경내에는 장군의 영정을 모신 충무사를 비롯해 유허비, 활을 쏘던 한산정, 통제영의 중심건물이던 제승당 등이 있다.

특히 장군이 국가의 안위를 생각하며 깊은 시름에 잠겼다는 망루인 수루가 눈길을 끈다. 제승당은 장군의 집무실이자 휘하 장수들과 작전회의를 하던 곳으로 본래 이름은 운주당이었다. 3년 8개월의 짧지 않은 시간을 머물며 고뇌와 번민에 괴로워하던 장군의 호국혼이 지금도 살아 숨쉬는 듯하다.

제승당을 둘러보았다면 산행을 위해 되돌아나와야 한다. 도로를 따라 선착장으로 와서 5분이 채 못 돼 산행 들머리인 더풀개(덮을개)에 닿는다. 도로변 오른편에는 망산 등산안내판이 서있어 수월하게 산행로 초입을 찾을 수 있다. 산길은 이 안내판 뒤편으로 이어진다.

산자락으로 오르면 폐건물을 만나고 이 건물을 오른편에 두고 90도로 꺾어 돌면 야자수와 동백나무가 터널을 이룬다. 왼편 산비탈에 유자나무 밭이 보이는 터널을 빠져나오면 곧이어 이정표(제승당 0.3km, 망산 3.9km)를 만난다. 이정표가 가리키는 산비탈로 이어지는 완만한 산길은 통나무 계단길이다. 다복솔밭 사이로 오르며 뒤돌아본 한산만은 쪽빛으로 물들고, 거북등대와 한산대첩 기념비, 그 뒤편으로 통영의 미륵산이 그림처럼 펼쳐진다.

계단을 올라서면 길가 나무벤치를 만나고 짙은 숲속으로 빨려든다. 이제부터 능선으로 연결되는 산길로 접어드는 셈이다. 10분이 지날 즈음이면 망산 3.4km 이정표를 지나친다. 완만한 산길은 동네 뒷산의 산책로를 연상케 할 정도로 넓고 시원하다. 특히 해송이 내뿜는 솔향기는 갯바람과 어울려 상쾌함을 안겨준다.

5분 정도 경사진 산등성이로 올라서면 벤치가 있는 쉼터. 콧노래를 부르며 걸을 정도로 여유있는 등산로는 깨끗하게 정비돼 있다. 또 크게 힘들고 위험한 곳이 없을 뿐더러 산행 중 헷갈릴 만한 갈림길도 없다. 하늘을 향해 쭉쭉 뻗은 해송이 숲을 이루고 있어 따가운 햇볕을 차단시켜 준다. 삼림욕을 겸한 최적의 웰빙산행지가 아닌가 싶다.

(좌)한산만은 쪽빛으로 물들고 거북등대와 한산대첩 기념비, 그 뒤편으로 통영의 미륵산이 그림처럼 펼쳐진다.(우)도로개설로 잘려진 능선의 절개지를 연결하는 아치형의 목재다리인 망산교.
(좌)한산만은 쪽빛으로 물들고 거북등대와 한산대첩 기념비, 그 뒤편으로 통영의 미륵산이 그림처럼 펼쳐진다.(우)도로개설로 잘려진 능선의 절개지를 연결하는 아치형의 목재다리인 망산교.

잘록이로 살짝 내려서다가 다시 약간의 오르막을 오르면 소고포와 갈라지는 삼거리. 망산은 이정표(소고포 1.2km, 망산 2.8km, 제승당 0.8km) 갈림길에서 오른편 산길로 잇는다. 주변 조망은 기대할 수 없지만 숲속으로 이어지는 등산로는 적당한 경사와 고도, 걷기에 좋은 토양이 고루 갖춰져 지루함을 느낄 수 없다.

삼거리에서 완만한 내리막으로 20여 분이면 숲속을 빠져 나오면서 좌우로 바다가 보이는 망산교에 이른다. 이 다리는 두억리와 창좌리를 잇는 도로 개설로 잘려진 능선의 절개지를 연결하는 구름다리다. 운치 있는 아치형의 목재다리를 건너면 나무그늘 아래에 벤치가 있어 쉬어가기에 적당하다.

다시 숲속으로 들어서면 된비알의 산길이다. 20분 정도 올라치는 이 숲길은 망산을 오르는 제일 가파른 구간이다. 등에 땀이 밸 무렵이면 끝나고 드디어 정상에 올라선다. 표석과 삼각점(동부 26, 1992년 재설)이 산정임을 알려주고, 정상부를 약간 비켜난 곳의 소나무 그늘 아래에 벤치가 있다. 사방이 탁 트인 주변 조망은 거치적거리는 장애물이 없어 말 그대로 일망무제다.

이순신 장군도 난중일기(병신년 5월15일자)에 ‘들으니 한산도 뒷산 상봉에서 다섯 섬과 대마도를 볼 수 있다고 하기에 혼자 말을 타고 올라가보니 과연 다섯 섬과 대마도가 보였다(閑山後上可望見五島及對馬島…)’라고 기록하고 있다. 통영의 미륵산을 비롯해 시계방향으로 벽방산, 고성 거류산, 구절산, 산달도 뒤편 거제의 선자산과 암봉이 멋진 산방산, 그 오른편으로 계룡산, 노자산, 가라산, 망산이 훤하게 조망된다.

몽돌해변으로 흔히 있는 모래해변과는 또 다른 맛을 더해 주는 봉암 해수욕장.
몽돌해변으로 흔히 있는 모래해변과는 또 다른 맛을 더해 주는 봉암 해수욕장.

그 앞쪽 바다 위에는 동백섬과 장사도 등 올망졸망한 섬들과 함께 가오리 형상을 닮은 가왕도, 소매물도와 등대섬, 천연기념물로 지정돼 보호받고 있는 갈매기의 고향 홍도 등이 한눈에 들어오며 아주 맑은 날에는 멀리 일본 대마도까지도 어렴풋이 바라볼 수 있다. 이와 함께 서쪽으로는 사량도와 부지도, 새섬, 추도, 연대도 등이 바로 코앞으로 다가오고, 남쪽으로는 대섬과 대머리, 용초도, 소지도, 비진도, 욕지도, 국도, 좌사리도, 연화도, 우도, 납도 등이 지척에 무리를 이루며 떠있다.

한동안 주변 조망에 정신을 빼앗겨 시간 흐름을 잊는다. 하산길은 두 갈래로 나눠지는데 진두마을쪽으로 내려선다. 오른편 길은 장작지 또는 야소 마을로 연결된다. 발걸음을 옮기면 곧이어 산마루에 위치한 휴월정을 만난다. 달이 쉬어 간다는 이 정자 위에 오르면 시를 새긴 현판이 걸려 있고, 거제와 주변 일대가 더욱 또렷하게 다가온다.

정상까지 숲속으로 오르던 것과는 반대로 하산길의 능선 곳곳에는 전망이 좋은 바위와 쉼터가 있다. 30분 정도 진행하면 사각정자를 만나게 된다. 발아래로 내리꽂히는 시야에 추봉도가 내려다보인다. 섬과 섬을 연결하고 있는 아찔한 추봉교는 푸른 바다와 함께 고도차를 느끼기에 충분하다. 다시 숲속으로 접어들어 경사가 가파른 내리막길로 20분 정도, 한산중학교 옆을 지나 갯내음이 코끝에 와닿을 즈음이면 면소재지인 진두 마을에 이르면서 산행은 끝난다.

봉암 해수욕장은 진두 마을 건너편 추봉도의 봉암 마을에 있다. 진두에서 30분쯤 도로를 따라 추봉교를 건너 오른편이다. 추봉교는 한산도의 본섬과 추봉도를 연결하는 연륙교로 지난해 7월에 개통됐다.

명소

아름다운 섬 추봉도

추봉도의 봉암 해수욕장은 활처럼 휜 1km 정도의 해변을 따라 펼쳐진 몽돌해변으로 흔히 있는 모래 해변과는 또 다른 맛을 더해 주는 해수욕장이다. 이곳에 깔려 있는 몽돌과 색채석은 수석애호가들이 눈독을 들이는 봉암수석으로 유명하다. 지금은 마을에서 철저하게 반출을 막고 있다.

아름다운 섬 추봉도에는 아이들과 손잡고 둘러볼 만한 역사의 현장도 있다.
아름다운 섬 추봉도에는 아이들과 손잡고 둘러볼 만한 역사의 현장도 있다.

해변을 따라 300m 정도의 산책로가 있어 해수욕과 바닷가 산책을 동시에 즐길 수 있다. 해수욕장 오른쪽 끝에는 낚시꾼들의 포인트가 있고, 뒤쪽으로 소나무 언덕에 지압보도 등 공원으로 꾸며놓았다.

추봉도에는 아이들과 손잡고 둘러볼 만한 역사의 현장도 있다. 이 섬은 지리적 요충지에 자리 잡은 탓에 전쟁의 한가운데에서 무척이나 많은 시련을 겪었다. 세종 원년(1419) 대마도 정벌을 위해 마산포를 출발한 이종무 장군이 출정의 깃발을 올린 중간기착지가 주원방포(현 추원 마을)라 전해진다. 또 임진왜란 때는 병선을 배치하고 역참(관청끼리 공문서를 전달할 때 말이나 배를 제공하던 곳)을 담당하기도 했었다. 그러던 곳이 일제시대 군사요충지였다가 6·25전쟁으로 인해 비극적인 역사의 현장으로 남게 된다.

거제 포로수용소가 수용규모를 넘어서자 미군은 포로 중 가장 악질적인 포로들을 수용하기 위해 추봉도에 1만 명 규모의 포로수용소를 따로 만들었다. 당시 포로수용소의 돌담은 마을 주민들이 논밭의 경계로 쓰면서 거의 허물어지고, 지금은 약 7㎡(2평) 정도의 돌담만 남아 있다. 그나마 미군사령부 건물이 있었던 자리의 원형 돌담은 형태가 잘 남아 있어 그 규모를 짐작해 볼 수 있는 것만도 다행이다.
 

산행길잡이

○더풀개~망산교~정상~휴월정~사각정자~한산중학교~진두 <2시간30분 소요>
○더풀개~망산교~정상~278m봉~야소 <2시간 소요>
○더풀개~망산교~정상~269m봉~장작지 <3시간 소요>
○소고포~제승당 갈림길~정상~휴월정~한산중학교~진두 <2시간 소요>

교통
한산도는 통영항 여객선터미널(055-642-0116)에서 제승당까지 운행하는 카페리호를 이용하면 된다. 통영 시외버스터미널(055-644-0017~8) 앞에서 용화사·산양면 방면의 시내버스(부산교통 055-645-2080)가 여객선터미널 부근으로 수시로 운행한다.

제승당 선착장에서는 섬 일주버스가 항상 대기하고 있다. 또 거제 둔덕면 어구리 선착장(055-633-2807)에서 한산도 소고포간을 운행하는 카페리호도 있다.

서울→통영  남부터미널(02-521-8550ARS)에서 1일 14회(07:20~23:10) 운행 / 강남고속버스터미널(02-535-4151)에서 1일 14회(07:00~24:30) 운행.
부산→통영  서부터미널(051-322-8301~2)에서 16분 간격(05:10~20:33) 운행.
대구→통영  서부터미널(053-656-2824~5) 1일 17회(06:30~19:30) 운행.
대전→통영  동부터미널(042-624-4451~3) 1일 14회(07:30~20:30) 운행.
진주→통영  시외버스터미널(055-741-6039) 15분 간격(06:00~21:15) 운행.
마산→통영  남부터미널(055-247-6395)에서 10분 간격(05:10~21:15) 운행.
통영↔제승당  여객선터미널(055-645-3329)에서 1일 12회(07:00~18:00) 왕복 운항.

숙식(지역번호 055)
한산도에는 여관이나 호텔이 없다. 펜션이나 민박이 가능하지만 성수기에는 예약이 필수다. 면소재지인 하소리 진두 마을에 한산펜션(641-7811)을 비롯해 해변민박(642-8051), 상대민박(642-9016), 황혼민박(641-4829)과 추봉도에는 봉암 해수욕장 옆에 횟집을 겸하고 있는 추봉펜션(648-1212)이 있다. 하소리 진두 마을에는 가고파식당(641-8388), 한산식당(641-1512), 보리수식당(642-8262)이 횟집을 겸하고 있다.

통영시내에서 묵을 경우 호텔을 비롯해 장급 여관까지 다양하고 식사 해결도 무난하다. 여객선터미널 부근에는 유명한 졸복국 식당이 많고, 바다장어 요리가 일품인 황금바다장어구이(645-1568)집이 있다. 청정해역에서 건져 올린 굴 요리전문점인 향토집(643-4808), 멸치 요리가 유명한 멸치마을식당(645-6729)도 들러볼 만하다.


 / 글 사진 황계복 부산시산악연맹 부회장

Array
Array
저작권자 © 월간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핫키워드

#경상도의 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