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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산 2024년 5월호
  • 655호

[적설기산행] 고창 선운산 르포

월간산
  • 입력 2009.01.02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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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알간 동백산에 하얀 꽃이 활짝 피었네
선운사~사자바위~낙조대~참당암~선운사 원점회귀 눈꽃산행

고창 선운산(禪雲山·최고봉 경수산·444.3m)은 동백산이다. 남도의 여느 동백산에 비해 한 달여 늦게 꽃을 피우는 춘백의 산이다. 그런 줄 알았다. 지난 11월 초 그 고정관념은 깨졌다. 선운사 앞은 노란 빛으로 빛나는 은행나무 숲이요, 도솔암 가는 길은 수채화처럼 은은하게 반짝이는 단풍숲길이었다. 선운산은 겨울이 오자 또 다른 모습으로 변신했다. 동백산도 단풍산도 아니었다. 눈꽃산이었다.

오후 햇살에 더욱 반짝이는 
선운산 천마봉 능선. 온산에 눈꽃이 활짝 피어 있다.
오후 햇살에 더욱 반짝이는 선운산 천마봉 능선. 온산에 눈꽃이 활짝 피어 있다.

백미로 꼽히는 투구바위~사자바위 능선 탐승

선운산은 밀집된 경관지에서 벗어난 최고봉 경수산을 최고봉으로 꼽아봤자 444.3m요, 주봉으로 삼는 도솔산(수리봉) 높이가 336m로 산릉의 평균 높이가 300m를 겨우 넘고, 테두리를 형성한 산줄기를 죄다 밟는다 해도 하루면 주파가 가능할 만큼 덩치가 작은 산이다. 그런데도 선운산을 하루에 탐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다.

용문굴, 배맨바위, 사자바위, 투구바위, 안장바위와 같은 기암괴봉이 산릉 곳곳에 솟아 있는가 하면 천마봉, 낙조대와 같은 조망명소도 곳곳에 벌어져 있다. 산이 아니라 선운사와 도솔암 등 산 안의 사암을 둘러보는 것만 해도 반나절은 잡아야 할 일이다.

“이 사람아 자네니까, 알려주는기여. 내 뒤만 좇아와. 그러면 선운산은 다 보는 거니께. 가장 아름다운 코스여. 그러면서도 짜릿해. 오금이 저릴 정도로."

고드름과 빙화로 또다른 세상을 연출한 투구바위.
고드름과 빙화로 또다른 세상을 연출한 투구바위.

고창 방장산악회 조기담 회장(고창문화해설사)은 작지만 경승지와 사암이 밀집해 있는 선운산 탐승을 제대로 하려면 어느 코스가 가장 좋겠냐는 질문에 “나만 따라오면 된다”며 선운사~투구바위~사자바위~청룡산(314m)~낙조대~참당암 코스를 추천한다.

“너무 좋아. 너무 좋아요.”
“이 소리 좀 봐. 뽀드득, 뽀드득. 정말 오랜만에 듣는 소리 아냐.”

이틀 전 오전 11시경부터 오후 7시까지 길지 않은 시간동안 내린 눈은 동백산이자 단풍산인 선운산을 설국으로 바꾸어 놓았다.

선운사 앞 하늘을 찌를 듯 높이 자란 은행나무는 두터운 눈에 가지를 축 늘어뜨리고, 화려하던 단풍숲길은 흰 눈으로 반짝인다. 전주 여성산악인 이순애씨와 신옥정씨는 올 겨울 들어 처음 밟아보는 눈길에 소녀처럼 맑은 미소를 띤다.

널찍한 탐승로를 따르다 도솔제쉼터를 지나 사자바위 산길로 접어들어 흰 눈 덮인 된비알에 접어들자 일행은 숨을 고를 적마다 두터운 웃옷을 한 꺼풀씩 벗어젖힌다.

“내가 러셀 좀 해볼까.”  “선운산 눈은 깨끗해요.”

모두들 힘든 줄 모르고 좋기만 하다. 60대 후반인 소병겸 원장(익산 소병겸정형외과)은 앞장서겠다며 청년 같은 표정을 짓고, 60대 중반인 조기담 회장은 눈을 한 움큼 입에 집어놓고 맛있다며 환한 웃음을 짓더니 능선마루에 올라서자 아예 눈밭에 드러눕는다. 모처럼 밟는 눈은 이렇게 세월을 역행하게 한다.

(왼)“영치기 영차~”설산에서는 줄달리기도 잘해야 한다. 도솔제 저수지와 노적봉 능선이 바라보인다./(오)쥐바위에서 바라본 눈 덮인 해리면 벌판. 비산비야의 풍광을 보여주는 벌판이다.
(왼)“영치기 영차~”설산에서는 줄달리기도 잘해야 한다. 도솔제 저수지와 노적봉 능선이 바라보인다./(오)쥐바위에서 바라본 눈 덮인 해리면 벌판. 비산비야의 풍광을 보여주는 벌판이다.

첫 번째 암봉을 오른쪽 사면으로 우회해 다시 능선에 올라서자 선운사가 수묵화처럼 아름답게 바라보인다. 경수산에서 도솔산 수리봉과 견치봉(개이빨산)으로 이어지는 서릉과 선바위~인경봉~노적봉 능선이 포근히 감싸 선운사는 더욱 아늑한 산사의 풍광을 자아낸다. 우리도 그에 못지않았다. 12명의 일행 한 명 한 명 눈꽃사람으로 화사하게 피어 설릉을 장식했다.

커다란 바위 두 덩이로 나뉜 투구바위 안의 속살바위는 한겨울을 맞았는데도 바위꾼들이 그냥 놔두지 않고 있다(사자바위 1.6km, 도솔제쉼터 0.7km, 관리소 2.3km).

오버행 바위가 마주선 채 바위터널을 이룬 속살바위에는 부지런한 바위꾼들이 한 켠에 매트리스를 펼쳐놓은 채 겨울 바위를 즐기다 도보산행객들의 느닷없는 출현에 쑥스러웠는지 모습을 감추었다.

사자바위에서 바라본 338m봉~쥐바위~청룡산~배맨바위 능선.
사자바위에서 바라본 338m봉~쥐바위~청룡산~배맨바위 능선.
눈꽃 만개한 동백산이 환상이라면 속살바위는 또 다른 환상이다. 십여 길 높이의 바위에 고드름꽃을 피우고, 오버행 바위를 지붕 삼은 나무들은 얼음꽃을 피운 채 처연히 빛나고 있다.

속살바위의 겨울 풍광에 빠져 있노라니 하늘에서 비수처럼 날카로운 고드름이 떨어져 급히 걸음을 옮기게 한다. 햇살은 눈뿐 아니라 고드름마저도 가만히 놔두지 않으려나 보다. 그러나 속살바위를 빠져나오자 이번에는 눈꽃 활짝 핀 기암이 또다시 감탄케 한다. 투구바위 능선은 속살과 겉살을 번갈아 드러내며 우리들을 흥분케 한다.

“한 잔 쭉 마셔봐요, 몸에 좋은 거니까.”

바위꽃 위에 올라 파란 하늘을 등지고 있던 조기담 회장은 일행 한 명 한 명이 올라올 때마다 탐스러우리만치 빨간 복분자술을 한 잔씩 권하고, 바위 위에 모여 잠시 쉰 다음 능선 상의 눈꽃 터널을 따라 걷는 일행에게 “보약 먹더니 화색이 좋다”며 즐거워한다.

부처 세상을 추구하기 위한 수도도량

“익산 미륵사, 화순 운주사와 더불어 미륵불에 대한 염원이 유난히 짙게 서린 산이지요. 산봉에 도솔천을 상징하는 도솔산이란 이름을 얹고, 도솔암(兜率庵)과 내원궁(內院宮)을 세웠으니까요. 도솔암 내원궁에 하늘을 다스리는 지장보살이 모셔져 있다면, 참당선원에는 땅을 다스리는 지장보살이 모셔져 있고, 선운사에는 사람을 다스리는 지장보살이 모셔져 있어요. 천지인을 다스리는 지장보살이 산 안에 모여 있는 셈이지요. 내원궁은 철원 심원사, 팔공산 갓바위와 더불어 기돗발이 잘 받기로 이름나 있답니다.”

청룡산에서 바라본 배맨바위. 개이빨산과 도솔산을 거쳐 경수산까지 이어지는 능선이 한눈에 들어온다.
청룡산에서 바라본 배맨바위. 개이빨산과 도솔산을 거쳐 경수산까지 이어지는 능선이 한눈에 들어온다.

도솔계곡 건너로 도솔암이 빤히 보이는 지점에 이르자 조기담 회장은 선운산 해설에 피치를 올린다. 불가의 참선와운(參禪臥雲·구름에 누워 참선을 한다는 뜻)에서 이름을 따온 선운사는 백제 27대 위덕왕 24년(577) 검단선사가 신라 의운조사와 힘을 합쳐 신라 진흥왕의 시주를 얻어 지었고, 지금은 선운사와 도솔암, 석상암, 동운암, 참당선원 등 5개 사암만 남아 있으나 사세가 한창 번창했을 때는 89개 암자 3천 승려에 24개 동굴 수도처와 189개 방실이 있었다고 한다.

이는 선운산이 단순한 산이 아니라 미륵불의 실제적 도래를 염원하는 대중들의 뜻이 모인 하나의 거대한 선원(禪院)으로서 존재했다는 의미라는 것이다.

조 회장의 열정적인 설명 때문일까, 어제 오후 도솔암 내원궁에서 흘러나오던 ‘지장보살’ 불경소리가 예까지도 들리는 듯하고, 능선을 따를수록 더 깊은 부처의 세계로 빠져드는 기분이다.

“자, 이제 유격훈련이에요. 외쳐봐요. 유격, 유격…”

사자바위 오름길. 평소 같으면 쉽게 오를 만한 경사지만 눈이 두텁게 덮여 있어 로프가 설치돼 있는데도 긴장을 늦출 수 없다. 간혹 미끄러지더라도 로프를 잡은 상태라 곧 제동이 되지만 짧은 슬립에도 입에서 탄성이 터져나온다. 그런데도 조기담 회장은 “유격!” 구호를 외치라고 부추긴다.

사자바위에 올라서자 강한 바람이 몰아친다. 이제 배맨바위 너머로 곰소만 일원의 서해바다가 한눈에 들어온다. 바람이 점점 강해지자 벼랑으로 떨어질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엄습하면서도 사자 등에 올라타 평원을 달리는 듯 장쾌하기만 하다.

양옆으로 바위벼랑을 이룬 암릉을 지나 바람을 피할 만한 숲속 공터에서 점심을 먹은 일행은 오후 1시30분경 다시 산행을 시작한다. 오후 들어서면서 더욱 따스해진 햇살에 눈이 수시로 주저앉고, 눈 흠뻑 뒤집어쓴 나뭇가지는 우리가 지나가기를 기다렸다는 듯 밑으로 통과하는 순간 쏟아진다.

“여기서 오른쪽으로 꺾어야해요. 왼쪽 능선을 타고 뚝 떨어지면 닿는 희여재는 옛날 참당암 주지스님이 기와 얹기를 하루 앞두고 지붕에 새끼를 올리기 위해 산 바깥 마을에서 새끼줄을 끌고 오다보니 고갯마루가 허예졌다 하여 이름 지어진 거예요.”

338m봉 삼거리(희여재 1km, 사자바위 1km, 청룡산 1km)에 올라서자 조 회장은 희여재 전설을 알려준 뒤 오른쪽으로 방향을 튼다. 왼쪽 능선길을 내려서면 희여재를 거쳐 해리면 평지리로 내려서거나 또는 계속 능선길을 따르다 도솔제쉼터·매표소·선운사 입구 삼거리로 내려설 수 있다.

사자바위 남릉에서 점심 먹을 때는 간간이 눈에 띄던 등산인들이 이제는 줄지어 올라온다. 대부분 참당선원이나 도솔암을 거쳐 능선에 올라선 다음 사자바위 능선을 타고 도솔제쉼터로 내려서는 이들이다.

순천에서 왔다는 이들에게도 오늘 눈은 올 들어 첫눈이다. 해서 모두들 힘든 기색이 전혀 없이 함박눈만큼이나 환한 얼굴빛을 띤 채 설산 산행을 즐기고 있다.

안부로 내려섰다 쥐바위로 오르는 사이 돌탑 여러 기가 눈에 띈다. 쥐 형상이라는 쥐바위 암봉에 올라서자 비산비야(非山非野), 즉 높지도 낮지도 않은 데다 바다를 끼고 있어 살기 좋다는 고창벌이 펼쳐지고, 거북이 모습과도 흡사하다는 배맨바위와 낙조대 등 기암을 등에 얹은 능선이 경수산을 향해 기운차게 뻗어나가고 있다(청룡산 1km, 사자바위 1.3km, 희여재 1.3km).

허릿길을 거쳐 등날을 따르다 청룡산 정상에 서자 고창벌은 한층 넓어지고, 서해바다 또한 끝없이 펼쳐진다. 선운산이 기묘한 것은 이렇게 바다 옆, 벌판 옆에 절묘한 기암을 얹은 산릉이 말발굽처럼, 거미줄처럼 뻗어나가고 있기 때문일 것이며, 수도승들 또한 이 좋은 산을 부처의 세상을 추구하기 위한 수도의 도량으로 삼을 수밖에 없었을 것이리라.

이제 청룡산을 내려서고 배맨바위로 발을 옮긴다. 보는 방향에 따라 형상이 다양하게 바뀐다는 배맨바위를 우회해 능선길을 따르노라니 오후 햇살이 심술을 부린다. 반짝이는 햇살 아래 하얀 눈은 빠른 속도로 녹아내리고 있다.

하늘길을 연결해놓은 듯 가파르고 긴 철계단을 내려선 다음 짤막한 된비알을 올려치자 낙조대. 어제는 해무에 서쪽 바다가 부옇더니 오늘도 엇비슷한 풍광이다. 능선에 얹힌 기암이 낙조대란 이름이 붙어 있기는 하지만 바다에 닿는 순간 불덩이 같은 모습을 자아내는 낙조는 1년에 서너 차례밖에 볼 수 없다는 조기담 회장의 말이 맞기는 맞는가 보다.

사자 목줄기를 밟으며 338m봉으로 향하는 취재팀. 능선 왼쪽으로 도솔암이 내려다보인다.
사자 목줄기를 밟으며 338m봉으로 향하는 취재팀. 능선 왼쪽으로 도솔암이 내려다보인다.
“어이쿠! 저런.”

낙조대 아래서 쉬고 있는 사이 뒤따라오던 신옥정씨가 철계단을 내려서다 엉덩방아를 찧고 이어 여러 계단을 미끄러져 내리고 만다. 5분 뒤 낙조대 삼거리에 도착한 신옥정씨의 얼굴은 그야말로 우거지상이다.

설릉 풍광에 잠시 넋을 잃은 것이 엉덩방아를 찧게 한 것. 그런데도 따스한 햇살은 신옥정씨의 얼굴을 금세 활짝 펴준다. 오후 햇살이 더욱 강렬해진다. 낙조대는 해를 보내는 곳이 아니라 햇살을 끌어당기는 곳이다.

침묵속의 설국 산행

용문굴 갈림목(낙조대 0.4km, 용문굴 0.1km, 소리재 0.6km)에 닿자 소병겸 원장을 비롯한 전주팀 5명이 용문굴로 내려서려 하자 조기담 회장은 참당선원쪽으로 내려서도 차이가 별로 없다며 함께 가자 한다.

정월대보름날 달을 잡는 곳이라는 만월대를 지나 소리재로 내려서는 사이 점점 더 깊은 산으로 들어서는 분위기다.

날은 더욱 맑아지는데 바람이 점점 거세진다. 이런 으슥한 분위기 때문에 옛날 나무꾼들이 소리재를 넘나들 때 육자배기며 장타령 등 노래를 불러대거나 왁자지껄 떠들어댔는지도 모를 일이다.

낙조대로 향해 철계단을 내려서고 있다. 개이빨산에서 도솔봉으로 이어지는 산릉이 웅장하게 바라보인다.
낙조대로 향해 철계단을 내려서고 있다. 개이빨산에서 도솔봉으로 이어지는 산릉이 웅장하게 바라보인다.
소리재(견치산 0.7km, 참당암 1km, 해리 2km)를 지나 참당암 가는 길은 호젓한 숲길이다.

오후 내내 햇살 받은 능선길은 간간이 질척이기도 하지만 숲길은 설국 그대로다. 그런 분위기를 조금이라도 더 누리고 싶기 때문일까, 모두들 침묵 속에서 산길을 따른다.

능선의 바람은 어서 산을 내려서라 하는데, 고즈넉한 숲길은 어서 산에 들라 재촉하는 듯하다. 숲길을 빠져나와 찻길로 내려서는 순간 참당암에서 흘러나오는 지장보살 불경소리는 더욱 깊은 산으로 우리를 끌어들이고 있었다.

산행길잡이

겨울철 당일산행에 적당한 원점회귀 코스

선운사~도솔제쉼터~사자바위~청룡산~낙조대~참당선원~선운사를 잇는 원점회귀 산행은 5~6시간 거리로 해가 짧은 겨울철 산행에 적합하다.

역으로 산행할 수도 있으나, 투구바위 위쪽 무명암봉이나 사자바위 북사면이 가파른 바위 구간을 이루어 등로로 삼는 것이 무난하다. 

투구바위 능선은 도솔제쉼터 위쪽 갈림목에서 왼쪽 도솔계곡을 가로지르거나 도솔제 둑을 가로질러 접어들 수 있으나 대개 쉼터 위쪽 갈림목에서 접근한다.

능선길로 접어든 이후 첫 번째 암봉은 우회하고, 투구바위는 바위꾼들에게 등반메카인 속살바위로 빠져나간 다음 338m봉에 다다를 때까지 줄곧 등날을 좇는다.
1.도솔암 마애불(보물 제1200호). 조성연대는 고려 때로 추정되며, 불두 위에는 불상 보호를 위해 닫집을 해 걸었던 흔적인 구멍들도 보인다./2.용문굴. 검단선사와 이무기와 얽힌 전설이 전하는 기암이다./3.동백꽃으로 이름난 선운사의 설경.
1.도솔암 마애불(보물 제1200호). 조성연대는 고려 때로 추정되며, 불두 위에는 불상 보호를 위해 닫집을 해 걸었던 흔적인 구멍들도 보인다./2.용문굴. 검단선사와 이무기와 얽힌 전설이 전하는 기암이다./3.동백꽃으로 이름난 선운사의 설경.

338m봉 이후에는 산행객의 체력 상황에 따라 산행거리를 줄일 수 있다. 338m봉과 쥐바위 사이의 안부에서 북쪽 산길을 따르면 도솔계곡을 따라 도솔암 주차장과 도솔제쉼터를 거쳐 선운사로 내려서고, 낙조대에서 오른쪽(동쪽) 능선길을 따르면 선운사 최고의 조망대로 꼽히는 천마봉을 거쳐 도솔암으로 내려선다.

소리재에서 능선산행을 더 하고 싶다면 개이빨산과 도솔산을 거쳐 경수산까지 뽑도록 한다. 개이빨산~도솔산 구간은 경관이 그리 뛰어나지 않아 소리재에서 참당선원쪽 산길을 따르다 참당선원 아래 접근도로를 가로질러 포갠바위 능선을 따라 도솔산으로 오르기도 한다.

소리재~도솔산~경수산~관광단지 산행은 3~4시간 걸린다. 선운산~도솔암~용문굴~낙조대~천마봉~도솔암~선운사 코스는 짤막하면서도 선운산의 밀집된 비경을 탐닉할 수 있는 코스다(약 3시간 소요).

산행 중 식수를 구할 만한 샘이 없으므로 선운사나 도솔제쉼터에서 식수를 준비하도록 한다. 조계종 제24교구 본찰인 선운사는 문화재관람료로 어른 2,500원, 청소년 1,500원, 어린이 1,000원씩 받고 있다.

교통

서울→고창

강남고속버스터미널 호남선(www.easyticket.co.kr, 호남고속 02-6282-1180)에서 20~50분 간격(07:00~19:00) 운행. 요금 13,500원.

광주→선운사

종합버스터미널(ARS 062-360-8114)에서 1일 8회(08:50~16:20) 운행. 요금 6,100원. 

정읍→선운산 

공용버스터미널(063-535-6011)에서 1일 4회(07:100, 11:00, 14:50, 15:00) 운행, 요금 3,100원). 또는 10~20분 간격(06:20~21:00)으로 운행하는 고창행 버스(2,700원)를 이용, 고창에서 선운사행으로 갈아탄다.

전주→고창

시외버스터미널(063-272-0109)에서 1일 24회(06:05~20:30) 운행. 요금 5,300원.

고창→선운사

시외버스터미널(063-563-3388)에서 1일 8회 운행(10:00, 11:00, 12:00, 13:25, 14:30, 15:30, 16:30, 17:20)하는 직행버스(요금 1,800원)나, 30분 간격(06:20~20:20)으로 운행하는 대한여객 농어촌버스 이용.

드라이브코스  서해안고속도로 선운산 나들목에서 나와 좌회전, 22번 국도로 선운사 주차장까지 간다(13.5km). 또는 호남고속도로 정읍 나들목에서 나와 좌회전, 22번 국도를 타고 흥덕을 거쳐 진입한다.

숙식(지역번호 063)

선운사 입구에 숙박업소가 많다. 선운산관광호텔 561-3377, 동백호텔 562-1560, 유스호스텔 561-3333, 선운장여관 561-2035, 송악모텔 564-8014, 펜션 햇살 가득한 집 562-0320, 경수봉민박 563-3419, 다정민박 564-1050, 최씨민박 562-1605, 사계절민박 564-8049, 전원민박 561-3120, 뚝배기민박 562-159, 삼인민박 562-1590, 선운사의추억 561-2777. 선운사에서는 템플스테이도 하고 있다(전화 063-561-1375, www.seonunsa.org). 선운산 도립공원 관리사무소 563-3450.

선운사 관광단지와 입구 일원에는 풍천장어를 전문으로 하는 음식점이 많이 몰려 있다. 장어요리 값은 장어정식 15,000원, 1인분(1마리) 18,000원으로 대동소이하다. 진흥식당(563-3441), 동백식당(562-1560), 풍천장어쌈밥(562-7520), 연기식당(562-1537) 등.

선운사 입구에서 7km 거리인 심원면사무소 부근의 심원풍천장어셀프구이(561-4479)에서는 초벌구이한 장어를 작은 흑돌을 깐 철판 위에 올려 다시 구워준다. 기름이 쏙 빠져 느끼하지 않고, 고소한 장어를 복분자즙에 저린 무나 미나리무침에 싸 먹으면 별미다. 장어 1kg 38,000원(포장 29,000원), 바지락죽 6,000원. 심원면소재지의 수궁회관(564-5035)은 간장게장(12,000원)과 굴밥(10,000원)으로 이름난 집이다.

Tip 선운산 산행 + 고창 여행

반나절 시간으로 자연문화유적지 답사

고창에는 선운산뿐 아니라 볼거리가 많은 고을이다. 산행 시간 외에 반나절만 더 여유를 가질 수 있다면 고창읍성을 비롯해, 고인돌, 갯벌체험장, 미당생가 등 자연문화유적지를 답사할 수 있다.

고창읍성

고창읍내에 위치한 이 성(高敞邑城·사적 제145호)은 조선 단종 원년(1453) 외침을 막기 위해 축성한 자연석 성곽이다. 백제 때 이곳 지명인 모양현에서 유래하여 모양성(牟陽城)이라고도 불리는 이 성은 둘레 1,684m, 높이 4~6m, 면적 50,172평으로 동·서·북문과 옹성, 치성 등 전략적 요충시설이 두루 갖추어져 있다. 성내에는 동헌과 객사 등 22동의 관아건물이 있었으나 대부분 불 탄 것을 1976년부터 점차적으로 복원하고 있다.

고창읍성엔 매년 윤달에 아낙네들이 돌을 머리에 이고 성밟기 행사를 해오고 있다. 성을 한 바퀴 돌면 다리의 병이 낫고, 두 바퀴 돌면 무병장수하며, 세 바퀴 돌면 저승길이 환히 트여 극락에 갈 수 있다고 속설이 전해진다. 요즘엔 중양절(음 9월9일)을 전후해 닷새동안 모양성제를 열고 답성놀이를 한다. 문의 고창군청 문화관광과 063-563-2121.

고인돌박물관

447기로 세계 최다의 고인돌군(群)을 자랑하는 고창은 강화·순천과 더불어 2000년 12월1일 세계자연문화유산에 지정된 곳이다. 고창에서도 특히 도산리 일원은 고인돌이 가장 많은 곳. 고창군은 9월25일 도산리 고인돌 유적 앞뜰에 고인돌박물관과 공원을 개관했다.

박물관은 공원 58,000㎡ 안에 바둑판식 고인돌 모습의 3층 건물(연면적 3,952㎡)로 지어졌다. 1층 기획전시실에는 고창 고인돌 발굴 기록사진전을 열고 있으며, 2층 상설전시실에는 돌칼·돌도끼·석촉·토기·동검 등 고인돌 지하 유물과 청동기시대 유물·재현품 56점을 진열해 선사인의 삶과 죽음을 보여준다. 남방형 얼굴을 한 선사인이 삼베를 걸치고 움집에 살며 농사를 짓고 가축을 기르는 모형도 실물 크기로 볼 수 있다.

박물관 3층은 옥상 정원으로 이어지는 체험실습장. 나무 비벼 불 피우기와 암각화 그리기, 돌 조각으로 고인돌 만들기 등을 즐기면서 움집에 들어가 안을 관찰할 수 있다. 박물관 마당엔 움집 4채와 가축우리, 토기 굽는 터, 망루, 목책, 조·수수밭 등으로 작은 선사마을을 재현했다. 또한 앞뜰 체험마당에는 굴림목 위에 10톤쯤 되는 돌을 얹고 줄을 매 단체 관람객들이 끌어볼 수 있도록 해놓았다.

1월1일과 매주 월요일 휴관. 입장료 어른 3,000원, 청소년 2000원, 어린이 1,000원. 주차료 대형 2,000원, 소형 1,000원. 전화 063-560-2577.

1.동호 해수욕장. 하전갯벌마을과 더불어 갯벌체험을 할 수 있는 곳이다./2.고인돌박물과 부근에 있는 고인돌군. 희귀하게도 북방식(앞)과 남방식 고인돌이 함께 있다.  
/3.미당시문학관 부근에 있는 미당 생가.
1.동호 해수욕장. 하전갯벌마을과 더불어 갯벌체험을 할 수 있는 곳이다./2.고인돌박물과 부근에 있는 고인돌군. 희귀하게도 북방식(앞)과 남방식 고인돌이 함께 있다. /3.미당시문학관 부근에 있는 미당 생가.
미당시문학관

‘선운사 골째기로 / 선운사 동백꽃을 보러 갔더니 / 동백꽃은 아직 일러 피지 않했고 / 막걸릿집 여자의 육자배기 가락에 / 작년 것만 상기도 남었습니다 / 그것도 목이 쉬어 남었습니다’-서정주 ‘선운사 동구’

봄날 선운사 동백을 찾는 사람 치고 이 시를 떠올리지 않는 사람이 있을까? 한국 시문학사에 큰 족적을 남긴 미당 서정주(未堂 徐廷柱·1915-2000)의 고향인 부안면 선운리에 위치한 미당시문학관은 미당의 일대기를 살필 수 있는 전시관이다. 폐교된 부안초교 선운분교에 세운 문학관엔 미당의 시화도자기, ‘화사집’ 원본, 육필원고, 사진일기 등 유품 15,000점이 걸려 있다.

근처에 위치한 미당 생가는 미당이 1915년 5월18일 태어난 집으로, 부친이 세상을 떠난 후 친척이 거주하면서 관리했으나 1970년 무렵부터 사람이 살지 않은 채 방치되어 오다 2000년 12월24일 미당이 세상을 떠난 이듬해 미당시문학관을 세우면서 현재의 모습으로 복원했다. 부안면 선운리 578번지로, 서해안고속도로 선운사 나들목에서 선운산으로 향하다 보면 안내판이 보인다. 

갯벌체험마을

선운산 북서쪽에 위치한 심원면 하전리 고창 하전 갯벌마을은 각종 갯벌체험을 할 수 있는 어촌체험관광마을(063-564-8831·hajeon.invil.org)이다. 마을과 접해 있는 10km 해안선에170ha에 이르는 광활한 갯벌에서는 연간 4000여 톤의 바지락이 생산되고 있다.

고창군이 체험관광활성화를 위해 2004년 5월 개장한 하전마을의 체험 프로그램은 참가유형에 따라 다양하게 구성해놓았다. 일반참가자는 양식장·갯벌체험 및 바지락 캐기 체험, 세족장 이용이 가능하고, 가족단위는 경운기 타고 갯벌체험 양식장 견학, 바지락 캐기, 바지락 칼국수를 맛볼 수 있으며, 단체는 가족단위 체험에 갯벌스포츠(축구) 등이 추가된다. 참석 유형에 따라 프로그램과 요금이 다르다.

해리면 동호리에 있는 동호 해수욕장도 갯벌 체험을 할 수 있는 갯마을이다. 물이 빠져나갔을 때 골뱅이를 비롯하여, 주꾸미, 게 등을 잡을 수 있다. 또 고창 바닷가 남단의 상하면 구시포 해수욕장에서도 갯벌체험을 할 수 있다. 두 해수욕장 사이에 펼쳐진 명사십리는 광활함 때문에 인기 있다.

하전갯벌마을 체험은 4월부터 11월까지이지만, 겨울철에는 겨울바다 여행 삼아 찾아볼 만하다.


/ 글 한필석 차장대우 | 사진 허재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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