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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산 2024년 5월호
  • 655호

[우리 브랜드를 말한다] 발란드레, "영하 35도의 혹한에도 따뜻, 포근"

월간산
  • 입력 2009.01.23 0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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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란드레는 우모제품류에서 지존의 지위를 고수하고 있는 명품 브랜드다. 그 명성은 이미 20년 가까이 유지되어오고 있으며, 앞으로도 이를 능가할 제품이 나올 가능성은 당분간 없어 보인다.

발란드레라는 브랜드 명은 밸리(Valley·계곡)와 창업자의 이름인 앙드레(Andre)를 합해 만든 것이다. 현재의 사장은 공장장으로 일하던 닐스씨로, 창업주로부터 회사를 인수했다고 한다. 국내엔 동진레저가 이미 94년부터 수입 판매해왔으며, 현재는 자회사인 아우트로가 하고 있다.

발란드레 신 제품을 입고, 구형 재킷을 들고 선 (주)아우트로 조옥현 영업팀장.<사진=조영회 기자>
발란드레 신 제품을 입고, 구형 재킷을 들고 선 (주)아우트로 조옥현 영업팀장.<사진=조영회 기자>
발란드레 제품공장은 프랑스 피레네산맥 중턱의 작은 마을 벨케어(Belcaire)에 있다.
두어 차례 이 공장을 방문하는 등 발란드레 우모복에 밝은 동진레저의 박정열 전 이사는 이렇게 말한다.

“이 마을 일대에서는 자연산 회색 거위가 많이 납니다. 우모복용의 거위털은 헝가리산이 최고이지만 생산량이 적어서 세계 수요량의 1%가 채 안 돼요. 그 다음의 고품질 우모가 바로 벨케어 마을 주변에서 주로 나는 야생 그레이구스 다운이죠. 발란드레는 그중 최고인 필파워 850 이상인 우모만 쓴답니다.”

벨케어 마을은 해발 1,100m가 넘는 고지이고, 추워서 야생 거위가 많이 산다. 건조한 고장이라 습기에 예민한 우모제품 작업을 하기에 적격이고, 또한 봉제 기술이 뛰어난 사람이 많다. 이런 여러 조건이 맞아 떨어지며 이곳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우모복이 나올 수 있게 되었다는 박 이사의 말이다.

03 발란드레 베링 500 재킷. 영하 35도 혹한에서도 견딜 수 있게 해주는 익스트림용 의류다. / 04 올해 새로이 출시된 발란드레 스플릿 재킷. 도심지 용으로도 착용할 수 있게끔 만든 것이다. / 05 고산등반가들이나 혹한기 설상 야영을 즐기는 매니아들에겐 없어서는 안되는 발란드레 우모 장갑과 우모 버선.
03 발란드레 베링 500 재킷. 영하 35도 혹한에서도 견딜 수 있게 해주는 익스트림용 의류다. / 04 올해 새로이 출시된 발란드레 스플릿 재킷. 도심지 용으로도 착용할 수 있게끔 만든 것이다. / 05 고산등반가들이나 혹한기 설상 야영을 즐기는 매니아들에겐 없어서는 안되는 발란드레 우모 장갑과 우모 버선.
대개 대량 생산하는 우모복들은 팔, 몸통 등 각 부위별로 공정을 나누어 진행한다. 그러나 발란드레는 철저히 가내수공업식이다. 옷 한 벌 제조과정 전체를 한 사람이 맡는다. 일단 신체 부위별로 일일이 칸막이를 지은 다음 정해진 매뉴얼에 따라 우모를 채워 넣는데, 대개 재킷 한 벌 생산에만 3일 정도 걸린다고 한다. 이 봉제공들의 자부심은 대단하더라며 박 이사는 이렇게 전한다.

“제가 재킷 깃 부분에 약간 문제가 있던 제품을 입고 가서 수선을 부탁하니까 봉제 담당자가 얼굴이 벌개지더니 그냥 사정없이 그 옷을 가위로 잘라버리고는 새 제품을 만들어 주겠다고 하더군요. 자존심 강한 장인정신이 없고서는 어려운 일이죠.”

봉제공 한 사람이 한 벌 끝까지 맡아

이런 방식과 전통에 바탕을 둔 제품이기에 발란드레 우모복은 실제 사용보다 소장 목적을 두고 구입하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박 이사는 또 이렇게 말한다.

“모든 옷은 내부 봉제를 마치고 나서 뒤집어야 합니다. 제가 그래도 의류 전문가라 그 뒤집은 부분을 못 찾아낸 적이 없는데, 발란드레는 모르겠더라구요. 나중에 물어보고서야 알았죠.”

우모복은 보온이 주목적인 만큼 우모를 많이 쓸수록 좋겠지만 너무 많이 쓰면 동작이 둔해지기 쉽다. 신체가 고루 추위로부터 보호될 수 있게끔 앞, 뒤, 어깨 각 부위별로 최적량의 우모를 채워넣는 한편 전체적인 무게는 부담스럽지 않아야 한다. 그런 노하우에서 또한 발란드레는 감탄스러울 정도라며 수입업체인 아우트로의 김재일 이사는 말한다.

“입은 모습을 보면 엄청 무거울 것 같은데 실제 무게는 얼마 되지 않아 놀라는 고객들이 많죠. 종종 쓰는 발란드레 광고 카피가 뭔지 아십니까? 발란드레보다 가벼우면 날아간다(If lighter than Valandre, you can fly)예요. 그만큼 보온력 대비 무게에 자신있다는 겁니다.”

입으면 흡사 거한 같아 뵈는, 우모 500g을 쓴 발란드레 베링 500 재킷의 무게는 1.26kg이다. 영하 35도의 혹한에도 일체 한기가 느껴지지 않는다는 옷의 무게치고는 놀랍다고 할 것이다. 우모가 빠져나가지도 않으면서도 무게는 가벼운 원단으로 과거 퍼텍스를 채택해 썼으나 한 때 대량으로 불량이 나고 나서는 아사히 카세히 원단으로 바꿔 쓰고 있다. 아사히 카세히 원단은 같은 종류의 원단이되 색상이 좀 더 뛰어나다고  김재일 이사는 평한다.

01 기능에 비해 초경량임을 알리는 발란드레 우모침낭 광고. / 02 발란드레 본사에서 침낭을 만들고 있는 직원. 봉제공 한 사람이 공정의 끝까지 책임지는 방식으로 제품을 생산한다. / 03 발란드레 우모침낭들. 필파워 850 이상 되는 최고급의 그레이 구스 다운을 채워넣는다. / 04 벨케어 발란드레 공장에서 봉제 작업 중인 침낭. 봉제가 끝난 뒤 부위 별로 구스 다운을 넣는 작업을 한다. / 05 아우트로 본사 사옥에 걸려 있는 산악인 엄홍길씨의, 발란드레 우모복을 입고 오른 안나푸르나 정상 사진.
01 기능에 비해 초경량임을 알리는 발란드레 우모침낭 광고. / 02 발란드레 본사에서 침낭을 만들고 있는 직원. 봉제공 한 사람이 공정의 끝까지 책임지는 방식으로 제품을 생산한다. / 03 발란드레 우모침낭들. 필파워 850 이상 되는 최고급의 그레이 구스 다운을 채워넣는다. / 04 벨케어 발란드레 공장에서 봉제 작업 중인 침낭. 봉제가 끝난 뒤 부위 별로 구스 다운을 넣는 작업을 한다. / 05 아우트로 본사 사옥에 걸려 있는 산악인 엄홍길씨의, 발란드레 우모복을 입고 오른 안나푸르나 정상 사진.
발란드레의 가격은 물론 비싸다. 환율에 따라 다소 변동이 있지만, 요즘 익스트림 재킷이 145만 원을 호가한다. 그외 시리우스 350, 키루나 250 등 제품 가짓수도 20종이 채 안 된다. 현재 국내에 재킷이 남녀용 각 3가지, 조끼 남녀용 각 1가지, 그리고 바지 1종, 침낭 5가지, 그외 덧버선, 우모장갑 정도가 선뵈고 있다.

“옛 상표 달아달라” 주문에 봉제공들 곤욕

주소재인 그레이구스 다운 생산량부터가 한정적인 데다가 제조공정, 품목 숫자 등이 이와 같은 까닭에 발란드레 우모복은 매출이 적을 수밖에 없다. 전세계적으로 통틀어 연간 200억 원이 채 안 되며, 한국 매출도 10억 원 이내라고 한다. 발란드레 수입업체인 (주)아우트로의 모기업 동진레저의 연간 매출액이 1,000억 원대인 점을 감안하면 극히 미미한 액수라 할 것이다.

고가이지만 마진폭도 가장 적은 의류라고 한다. 그럼에도 동진레저의 강태선 사장은 이 발란드레에 대한 애정을 감추지 않는다. 세계 최고 수준의 제품을 다루는 가운데 블랙야크의 품질 수준이 자연스레 업그레이드되고 있다는 믿음 때문이다.

정성들여 만드는 만큼 발란드레는 품질 관련 클레임을 거는 소비자가 거의 없다고 한다. 현재 국내에 발란드레 고객은 약 5,000명 정도 된다면서 박 이사는 이렇게 말한다.
“그중 최고의 마니아는 8,000m급 14개봉 완등자 엄홍길씨일 겁니다. 9개를 오른 여성 산악인 오은선씨도 발란드레 맞춤복을 쓰고 있죠. 그 외에도 로고는 어쩔 수 없이 후원사 것을 달았어도 실은 발란드레 우모복인 등정사진이 많죠.”

다운재킷은 양쪽 팔, 가슴, 등, 목의 6개 부분으로 나누어 봉제를 하는데, 발란드레 같은 고급 우모복은 어깨 부위 보온력을 높이기 위해 속에 8g짜리 다운백을 추가로 집어넣는다고 한다. 우모복 구입시 한 번 확인해볼 일이다.

제조공정이 거의 수작업으로 이루어지는 만큼 발란드레 우모복은 맞춤 제작도 가능하다. 그러나 그런 고객은 거의 없었다고 한다. 우모복은 특성상 사이즈에 범용성이 높기 때문이다.

재킷의 목 부분에 조절용 스트링을 달았다거나 이중지퍼 사이에 바람막이를 추가했다거나 하는 부분은 우모복의 기본에 속하며, 이러한 우모복에만 필요한 작으나 중요한 기능은 대부분 발란드레가 원조라고 박 이사는 말한다.

발란드레는 혹한 속의 산을 올라야 하는 산악인 이외 한곳에서 오래도록 죽치며 기회를 기다려야 하는 산악사진작가들에게도 인기 높다. 고산 막영을 즐기는 등산동호인들은 물론이다. 입는 순간 온몸을 포근히 감싸 안는 듯한 감촉은 발란드레 우모복에서만 가능한 느낌일 것이라고 여성 산악인 오은선씨는 말한다.

베링 500은 아무리 춥다 해도 도심에서 입기는 부담스러운 외양을 갖고 있다. 그야말로 극한용이며, 부피가 커서 근교 당일산행에 쓰기에도 다소 부담스럽다. 그러나 설악산 대청봉이나 지리산 천왕봉 등 고봉에서 신년 일출을 맞이하려면 최고라 할 것이다.

혹한기 도심지용을 겸하기엔 올해 처음 출시한 스플릿-S 모델이 적격. 그러나 가격은 역시 만만찮아서 88만 원이다.

발란드레사는 몇 해 전부터 상표를 새로이 바꾸었다. 이 새 상표 때문에 발란드레사는 뜻밖의 곤욕을 치르고 있다. 옛 상표가 더 마음에 든다며 과거의 상표를 달아달라는 고객이 뜻밖에 많아서다. 발란드레사가 다시 옛 상표로 돌아갈지 어떨지, 흥미롭다.


/ 글 안중국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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