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공원 정책 해부] 입산통제 부추기는 산악계의 자연보호행사

[480호] 2009.10
입력 2009.10.15 10:14 | 수정 2009.10.15 10:14

검증 없는 산불예방캠페인, 휴지 줍기는 입산객 통제정책 유도

자연보호를 효과적으로 하려면 어떤 방법이 있을까? 여기에 대해 아무 고민도 하지 않고, 매년 단체 이름을 내걸고 많은 인원을 동원한 이벤트성 행사가 반복되고 있다.  자연보호 행사 내용에 대한 검증도 없이 수십 년 전 내용을 답습함으로써 참가인원으로 세를 과시하는 심리병에 걸린 오늘의 한국 산악계다.

자연보호활동으로서 가장 긴 역사를 가진 게 박정희 대통령 시절부터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는 나무심기다. 한국산악회는 북한산 대남문 부근에 해마다 잣나무를 심었다. 지금은 대남문 일대에 울창한 숲을 이루고 있다. 대남문 앞과 비봉능선에는 서울시산악연맹이 철쭉을 심었다. 한산 전국지부와 대산련 지방 연맹들은 전국의 유명 산에 리기다소나무, 잣나무, 밤나무 등을 심어왔다.

경북 봉화군의 고개를 넘는 임도에 적송 수 천 그루가 벌목되어 있었다. 산림청 산하 국유림관리소는 “솔잎혹파리 피해목이다”라고 했지만, 업자들과 결탁해 멀쩡한 목재를 남벌한 것은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들었던 현장이다. 그간 오지에 남은 쭉쭉 뻗은 적송들마저 벌채하다 보니 국유림에는 숭례문 복원에 쓸 소나무조차 드물게 되었다.
국가 기관이 산림 훼손 주도해와

우리나라 산림 훼손의 역사를 간략히 살펴보자. 일제의 산림수탈에 이어 6·25전쟁 직후의 복리후생사업이란 명목으로 군부대가 피란민의 판잣집을 지어주려고 산림을 벌채했다. 말이 복리후생사업이지, 무차별 벌채였다. 이승만 정권 시절 권력과 결탁한 도벌이 횡행했다. 그러다 박 대통령 시절부터 도벌이 금지되었다. 이어 국유림을 보호·운영할 산림청이 목재용 묘목을 심는다며 수종갱신(樹種更新) 명분으로 마지막 남은 천연림을 합법적으로 벌채했다.

“경북 봉화군의 령을 넘는 고지대의 적송, 백두대간 정선군 임계면 이기령에도 군락을 이룬 적송을 왜 벌채했느냐”는 질문에 산림청 산하 국유림관리소는 “솔잎혹파리 피해목을 벌채했다”고 변명했다. 그러나 목재상은 “솔잎혹파리가 약간만 침투해도 재질이 약해져 목재로서 가치가 없다”고 말했다. 모 국유림관리소장은 “솔잎혹파리가 약간이라도 침투한 소나무는 목재상들이 거들떠 보지도 않는다”고 말했다. 그런데 산림청은 소나무를 벌채하기 위해서 백두대간 등 오지까지 임도를 뚫었다. 어딘가 어두운 뒷거래의 냄새가 나는 이러한 벌채가 반복되었지만 아무도 제재하는 기관은 없었다.

굵은 소나무가 목재가공소에 쌓여 있다. 전국 산지에서 나온 소나무다.
국보 제1호 숭례문이 불에 타 재가 되었다. 산림청은 복원에 사용할 줄기가 굵고 곧은 소나무를 전국 국유림에서 찾았으나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당연하다. 그 동안 산림청은 마지막 오지에 남은 소나무숲도 벌채해왔던 것이다. 강릉영림서(현 동부지방산림청) 2층 복도에는 나이테 수로 보아 229년생쯤 되는 소나무 토막이 전시돼 있었다(사진). 보호수로 남겨 두어야 하나 백두대간 국유림에서 벌채되었다.

등산을 하면서 이러한 현장을 목격하는 게 산악인들이다. 그러나 산악인들은 정부기관의 대형 산림 훼손을 묵인하고, 그저 해마다 식목일을 맞아 자연보호라며 나무심기만 해왔다. 한국산악회가 심은 잣나무 약 1000여 그루는 북한산 대남문 일대의 자생수종이 아니며, 잣 수입을 위해 주민들이 마을 주변에 심는 수종이다. 서울시산악연맹은 수입 철쭉을 심고 철쭉마다 ‘서울시산악연맹’이라는 꼬리표를 매달기도 했다.

강릉영림서 관할 국유림에서 벌채된 229년생 소나무.
산불 주범은 등산객 아니라는 사실, 아직도 모르나

산불예방 캠페인을 보자. 산악단체는 산림청의 대규모 산림 훼손과 임도 개설은 방치하면서, 전국 유명 산 입구에서 현수막을 내걸고 어깨띠를 두르고 산불조심 캠페인을 벌여왔다. 등산객을 실화의 주범으로 보고 있으며, 캠페인 구호도 ‘담뱃불 조심, 담배·라이터 휴대금지’ 등이다.

담뱃불로 인한 발화 가능성은 어느 정도일까? 임업연구원(현 국립산림과학원)의 실험결과 보고서를 보면(본지 2009년 3월호 339쪽 <표4;낙엽종류에 따른 담뱃불 발화율 실험결과표> 참조)를 보면, 조건이 맞는 경우 93.4%가 발화했다고 기록하고 있다. 사실대로라면 담뱃불로 발화할 가능성이 엄청 크다는 걸 보여 준다. 그러나 실험결과를 보고서로 작성한 연구원 이시영 박사는 이렇게 말했다.

“홍릉에서 실험했다. 바람 부는 시설은 홍릉에 있으며, 건조하고 따뜻한 날씨를 택했다. 발화조건에 맞도록 조건을 인위적으로 만들어 실험했다. 산에서 자연적인 조건에서 실험한 것이 아니다. 실험보고서만을 보면 자연상태에서 실험한 걸로 오해할 소지가 크다. 조건만 맞으면 발화할 가능성은 거의 100%다. 그러나 보고서에서 말한 발화조건이 제대로 갖춰진 지점이 산속에 과연 있을 수 있을까 의문이다.”

국립공원시민연대는 2001년, 2007년도에 북한산 사자능선 입구와 우이동에서 실험을 해보았다. 발화되지 않았다. 그래서 주민들의 왕래가 많은 우이동 소나무숲에서 침엽수 잎을 주워 모아 잘게 부숴서 실험했더니 힘겹게 발화되었다. 그러나 산속이나 특히 고지대 능선에서는 임업연구원이 말한 발화조건이 자연적으로 갖춰진 지점은 찾아볼 수 없었다.(본지 2009년 4월호 국립공원정책해부 ‘담뱃불로 인한 고지대 발화 가능성 거의 0%’ 참조).

지방산림관리청이나 지자체 산불 담당자는 “산불은 대부분 야산에서 발생한다. 논밭두렁 태우기, 농부산물 쓰레기 태우기, 한식성묘, 무속인 촛불, 방화 등이 주원인”이라고 말했다. 조난객이나 등산객이 피운 불이 산불로 번졌다는 소식은 들리지 않는다.(본지 2009년 3월호 국립공원정책해부 ‘산불 주원인은 등산객실화가 아니다’ 참조). 산불예방 캠페인은 논밭두렁을 태우는 시골마을, 한식성묘객, 방화범을 대상으로 해야 하는데도 산악단체들은 엉뚱하게 등산객을 실화 주범으로 몰고 있는 셈이다.

현실이 이러함에도 불구하고 산림청과 지자체는 이른 봄과 늦가을 산불경방 기간에 입산통제를 시행하고 있다. 전국의 산마다 온통 입산금지다. 20개 국립공원 중 25%에 해당하는 계룡산, 월출산, 가야산, 북한산, 변산반도 5개 공원은 산불경방 기간 중에도 개방하고 있다. 개방한 국립공원이나 입산금지한 국립공원이나 산불경방 기간에 별다른 산불이 발생한 적은 없다.
텅 빈 새집 보고도 새집 달기 운동해

도봉산 매립 쓰레기 발굴 현장. 북한산시민연합과 국립공원시민연대 회원 100명은 90개의 마대를 발굴, 하산시켰다.(2005년 10월)
인공새집달기와 산짐승먹이주기 운동을 보자. SBS 2003년 5월 5일 8시뉴스 ‘등산객들 소음에 박새 번식 못해’는 등산로 변에 설치한 인공새집에 둥지를 틀었다가 알을 낳아놓고 등산객 소음에 버리고 갔다고 보도하고 있다. 공단 황보현 연구원은 “사람이 많이 다니는 등산로변의 인공새집에서는 박새가 알에서 깨어나는 비율도 떨어진다”라고 인터뷰했다.

그런데도 북한산 북한산성마을 진입차도변에는 인공새집들이 매달려 있다. 1일 수백 대의 통과차량과 1만 명의 탐방객이 내는 소음에 새집 속에는 박새가 한 마리도 없다. 북한산성 마을 입구에는 ‘소리치지 마세요. 산새가 떠나요’라고 적힌 현수막이 1년 내내 걸려 있다. 산새는 인공새집이 아니더라도 스스로 바위틈이나 숲속에 둥지를 만들 줄 안다. 산새는 의학연구용 모르모트가 아니다.

인공새집에서는 1년에 한번 둥지를 틀고 알을 낳고 부화를 해서 새끼가 자라면 둥지를 떠난다. 1회용인 것이다. 2~5년 이상 된 새집이 지붕과 벽과 바닥이 떨어져 나간 경우를 볼 수 있다. 전국 등산로변에 수천 개가 될 것이다. 산악인들은 빈 새집과 지붕이 떨어져 나간 새집을 보면서도 철거는커녕 새집을 줄줄이 매달고 있다.

겨울철 산새 등 산짐승 먹이주기를 보자. 헬기로 마대에 담은 먹이를 공중에서 떨어뜨리면 눈 속에 묻혔다가 이듬해 눈이 녹으면 드러나 썩는다고 한다. 더구나 항생제를 처리한 먹이를 먹게 하여 깊은 산중의 산짐승도 오염시킨다. 돼지고기 등 먹이를 나무에 매달아 결국은 고양이를 산속으로 유도하여 산새·다람쥐 등 산짐승을 공격하고 산새 알과 산새 새끼를 훔쳐 먹는 부작용이 생기고 있다.

관청은 행사 날짜를 미리 정하고 폭설 여부와 관계없이 먹이를 뿌리고 있다. 야생 짐승은 폭설에도 먹이를 찾아내는 생명력이 있다. 폭설이 내리면 밀렵방지를 강력히 시행하는 것이 가장 실질적인 야생동물 보호운동일 것이다.

이제 산에 휴지 버리는 사람은 거의 없다

휴지줍기는 어깨띠 두르고 봉지 하나 들고 등산로를 따라 오르내리면 된다. 등산행사를 겸해서 인원 동원이 가장 수월한 행사다. 또한 쓰레기 치우기라면 국민들과 언론의 호응을 받기 쉬운 일이다.

방송과 신문은 전국 산과 유원지, 해수욕장 등이 쓰레기로 뒤덮여 있다고 보도하고 있다. 그러나 현장에는 쓰레기가 별로 없는데도 구석에 쌓여 있는 약간의 쓰레기를 확대 보도한 것이다. 아파트단지 등 주거단지에서 나오는 도시 생활쓰레기를 보고는 등산객도 쓰레기를 버리고 있는 것으로 착각한 것이다. 피서철에 서해 해수욕장을 취재한 모 방송기자는 “밤새 뒤져도 해변에 쓰레기가 별로 없었다. 겨우 억지로 방송 나갔다”고 말했다.

도봉산에서 열린 환경보호캠페인. 참가자들은 등산로변에 휴지가 없어서 빈 봉지를 들고 하산했다.
등산로변의 쓰레기줍기 운동은 이제 그만해도 된다. 그보다는 땅속을 오염시키고 있는 매립쓰레기를 파내서 하산시키는 일이 급하다. 과거 국립공원사무소가 쓰레기를 하산시키지 않고 매립했다. 김현풍 강북구청장은 “진달래능선 위에 위치한 대동문 일대에서 엄청난 매립쓰레기를 발굴, 하산시킨 적이 있다”고 말했다. 북한산시민연합과 국립공원시민연대 회원 100여 명은 도봉산에서 2005년 10월 매립쓰레기를 마대로 90개나 발굴, 하산시켰다.

구기동 대남문코스에서 커피장사를 했던 노인은 이렇게 증언했다. “산속에서 영업하는 상인들에게 월요일쯤 공원사무소에서 연락이 왔다”며 “공원사무소 직원과 같이 산으로 올라가 산속에 숨겨 둔 삽과 곡괭이로 파묻었다. 사무소 직원은 얼른 파묻으라고 독려했다”고 당시 상황을 말했다.

산악계의 자연보호활동은 엉뚱한 제한 조치를 야기시키고, 정당화해주고 있다. 샛길출입금지, 특별보호구 출입금지구역 설정, 산불경방기간 입산금지, 입산예약제 시행, 1일 일정인원 입산제. ‘등산은 미개인의 활동’ 간주로 이어지고 있다.


모범사례

변산반도국립공원관리사무소 “봄가을로 개방해도 아무 문제 없죠”

변산반도국립공원(사무소장 김용무)은 부안군 면적의 30%를 차지한다. 내변산과 외변산으로 구분되며. 대표적인 종주코스가 말재~신산봉~관음봉~옥녀봉 코스다. 댐, 폭포 등과 격포·고사포해수욕장이 있다. 이렇게 방문여건이 다양하다. 금년 8월 말 기준으로도 작년에 비해 38%가 증가한 122만 명 정도가 변산반도를 방문하였다.

산불과 안전사고, 샛길출입 등이 예상되었으나 산불경방 기간에도 직원들이 구역분담을 하고, 119구조대와 20개의 자연 마을주민과 긴밀히 협조한 결과 입산을 개방한 작년부터 올해까지 사고는 없었다.

새만금방조제가 금년 말에 개방될 예정이어서 탐방객이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대비한 직소폭포 에코트레킹, 내소사 역사문화체험, 바닷가에 형성된 채석강과의 만남 등을 진행하고 있다.


/ 글 이장오 국립공원시민연대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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