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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산 2024년 5월호
  • 655호

[주말산행코스 | 경상도의 산] 황장산 (942m)-경남 하동군 화개면, 전남 구례군 토지면

월간산
  • 입력 2010.05.07 0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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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능선 밖 지리산릉에서 지리산을 보는 재미
불무장등 능선의 아리따운 육산… 당재 아래는 국립공원 밖이라 부담 없는 산행 가능

황장산 하면 대다수가 백두대간이 지나는 경북 문경의 황장산을 떠올린다. 그러나 지리산에도 황장산(942.1m)이 있다. 지리산 삼도봉에서 남쪽으로 내닫는 긴 산등성이는 경상도와 전라도의 경계를 이루며, 양 겨드랑이에 피아골과 화개골을 끼고 뻗어 내린다. 이름 하여 불무장등 능선으로 불무장등, 통꼭봉, 황장산, 촛대봉을 일으켜 세우고 섬진강에 그 꼬리를 내린다. 그러니까 황장산은 지리산 불무장등 능선에 위치하고 있다.

문경의 황장산(黃腸山)은 황장목(黃腸木)과 관련이 있지만, 지리산의 황장산(黃獐山)은 노루와 연관성이 있는 것 같다. 이는 반야봉 아래의 노루목이란 지명에서 유추해볼 수 있다.

‘불무장등 능선’에 위치한 황장산의 뿌리는 반야봉이다. 노루목은 반야봉에서 불무장등으로 뻗어내린 산세가, 이곳에서 잠시 멈춰 선 노루가 머리를 치켜들고 있는 형상이라는 데에서 비롯된 이름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하동문화원에서 발행한 <하동군 지명지(河東郡 地名誌)>에는 다음과 같이 적고 있다.

산행 날머리가 되는 목통마을.
산행 날머리가 되는 목통마을.

“황장산의 한문 표기가 잘못되어, 지금은 ‘누른 노루’라는 ‘황장산(黃獐山)’으로 쓰고 있으나 원래의 지명은 정상(고개)까지 멀고도 먼 산이라는 뜻인 ‘항장산(項長山)’이었다.”

어쨌든 지리산에서 천왕봉 다음으로 높은 반야봉에서 삼도봉을 거쳐 뻗어 내린 이 능선은 봉(峯)이 아닌 불무장등(不無長嶝·1,446m)과 황장산을 거느리고 있다. 그런데 지리산에서 유독 장등이란 명칭을 쓰고 있는 이 봉우리에 대해 의견들이 분분하다. 한자 이름 그대로 ‘없지 아니한 긴 산등성이’처럼 그저 밋밋한 고갯마루 같은 형상을 하고 있기 때문에, 또 산세가 대장간의 화로인 풀무와 같은 형상에서 비롯됐다는 의견도 있지만 이는 모두 잘못된 해석이라는 것.

경남도 문화관광국 관광행정담당은 “올바른 표기는 불교에서 최고의 지혜를 뜻하는 반야(般若) 또는 불모(佛母)란 용어를 사용하는 데서 유래한 것이다. 불모장등은 반야봉에서 시작한 반야장등에 있는 가장 높은 산이다. 반야라는 중복된 글자를 피하고 같은 의미인 불모장등(佛母長嶝)이란 표기를 사용하게 되었으며, ‘불모’는 ‘불무’로도 읽어 현재의 ‘불무장등’이란 표기를 사용하게 되었다. 그래서 불무장등 능선도 반야봉에서 시작돼 남쪽으로 화개면 탑리까지 이어진 능선을 이른다”는 것이다.

1 촛대봉이라는 지명을 낳게 한 촛대바위. 2 지나온 능선에는 촛대봉과 그 너머  봉우리들이 능선을 숨긴 채 겹겹이 포개지면서 실루엣으로 다가온다. 3 벚꽃축제가 열리는 화개 벚꽃 길.
1 촛대봉이라는 지명을 낳게 한 촛대바위. 2 지나온 능선에는 촛대봉과 그 너머 봉우리들이 능선을 숨긴 채 겹겹이 포개지면서 실루엣으로 다가온다. 3 벚꽃축제가 열리는 화개 벚꽃 길.

아무튼 황장산도 지리산의 일부분임은 틀림이 없다. 그러나 이 긴 능선상의 당재 아래는 지리산국립공원 관리사무소의 통제를 받지 않는 지역이다. 따라서 산불방지기간이면 부분적으로 출입이 제한되는 지리산을 가까이에서 접할 수 있어 좋다. 최근에는 찾는 사람들이 다소 늘었지만 아직까지 휴일을 제외하고는 한적한 편이다. 등로는 하동군 화개면 소재지의 시외버스 정류장을 들머리로 하고, 삼각점봉(586m)~촛대바위~촛대봉~황장산을 지나 당재에서 목통마을로 하산하여 신흥까지 잇게 된다.

봄맞이 벚꽃축제가 한창인 화개장터를 뒤로하고 화개삼거리 태봉식당에서 구례방향 국도로 40m쯤 가면 도로변의 오른편 철망 사이로 산길이 열린다. 처음부터 주눅 들게 만드는 된비알로 시작되지만 왼편으로 유유히 흐르는 섬진강의 푸른 물결이 시원함을 더해 준다. 15분쯤이면 제법 널찍하게 터를 잡은 묘지군을 지나고, 다시 20분이면 짧은 암릉길을 통과한다. 이제부터 한동안 경사가 누그러지며 울창한 소나무 숲길이다. 주변에는 연분홍의 진달래가 지천으로 피어 있고, 산길은 떨어진 솔잎으로 푹신푹신하고 부드러워 운치가 있다.

불무장등 능선에서 본 주능선의 감동

산행을 시작한 지 1시간을 넘기면서 약천사 팻말을 만나고, 뒤이어 삼각점(지적 삼각점 경남-464호)이 있는 586m봉에 선다. 억새와 잡목으로 어수선하지만 그래도 주변을 조망할 수 있는 최적의 장소다. 가야 할 정면 능선을 따라 촛대봉, 황장산 그 너머로 지리산 반야봉을 볼 수 있다. 눈을 왼편으로 돌리면 왕시루봉 능선이 길게 뻗고, 그 오른편 뒤로 노고단, 돼지평전 일대의 서부 지리산이 시원하게 펼쳐진다. 방향을 틀어 내려서면 멀리 벽소령을 비롯해 영신봉, 천왕봉까지 동부 지리산 일대도 모습을 드러낸다.

당재에 닿을 무렵 아름드리 소나무가 때 아닌 서설(瑞雪)과 어우러져 장관이다.
당재에 닿을 무렵 아름드리 소나무가 때 아닌 서설(瑞雪)과 어우러져 장관이다.

지리산 삼도봉까지 이어지는 이 능선을 중심으로 왼편은 전남 구례군, 오른편은 경남 하동군이다. 전체적으로 중간 중간 오르내림이 반복되지만 능선의 마루금을 따르는 주능선만 놓치지 않는다면 큰 어려움은 없다. 또 산길도 반듯하거니와 곳곳에 이정표가 있어 크게 헷갈릴 염려도 없다. 586m봉을 뒤로하고 10분이면 갈림길. 갈림길 옆의 나뭇가지에 매달린 팻말이 가리키는 왼편으로 꺾는다. 돌담으로 둘러싸인 특이한 묘지를 지나면 다시 한번 시야가 트이면서 거대한 입석이 버티고 있다.

이 바위가 촛대봉이라는 지명을 낳게 한 촛대바위다. 일부 화개 사람들은 남근석이라고도 한다는데 언제부터인가 올빼미바위로 불리고 있다.

여기서 25분이면 촛대봉 정상에 선다. 구례군에서 세운 오석에 ‘촛대봉 721.5m’라 새긴 정상석이 반갑게 맞는다. 옆에는 이정표(화개 5.0km, 황장산 2.6km, 당재 3.4km)도 있다. 봉래봉 또는 삼각봉이라 불렸다는 이곳은 숲에 가려 조망은 좋지 않다. 다행히 정상석 뒤편이 트여 삼신봉을 중심으로 지리산 남부능선과 낙남정맥의 산줄기를 읽을 수 있다. 오른편에 시루봉 원강재 형제봉도 보인다. 정상석 뒤로는 삼신리로 내려서는 하산길이다. 이제부터 ‘누른 노루(黃獐)’의 등을 타고 북쪽으로 잇는다. 황장산까지는 1시간이면 충분하다.

촛대봉을 뒤로하고 완만한 내리막길에 새껴미재를 만난다. 본래는 새끼미재다. 새끼미는 고양이를 일컫는 하동지방의 방언으로 이곳에 고양이 형상의 바위가 있어 붙여진 이름이란다. 왼편은 조동마을, 오른편은 용강마을로 잇는 안부에 스테인리스 이정표가 있다. 용강마을 쪽으로 뚜렷한 산길이 있지만 사유지이므로 출입을 삼가해 달라는 나무 팻말도 보인다.

정면의 887m봉을 쳐다보고 오르면 먼저 절벽의 바위전망대다. 지나온 능선에는 촛대봉과 그 너머  봉우리들이 능선을 숨긴 채 겹겹이 포개지면서 실루엣으로 다가온다. 다시 중기마을 능선삼거리 이정표(천왕사 3.1km, 황장산 1.4km, 평도 삼거리 2.7km)를 지나 887m봉을 넘는다.

간혹 갈림길을 만나지만 곳곳에 안내 표지가 있어 걱정할 필요는 없다. 조릿대라 불리는 초록색의 싱싱한 산죽 사이로 걷는다. 낙엽이 깔린 완만한 산길은 부드럽기 그지없다. 곧이어 시야가 트이면서 황장산에 올라선다. 산정에는 촛대봉의 정상석과 똑같은 형태의 표석이 황장산 정수리임을 알리고, 삼각점과 이정표도 있다. 4월인데도 산정에 오르자마자 진눈깨비가 날린다. 이는 지리산 주능선과 가까운 지형적 영향 때문이 아닌가 여겨진다. 날씨만 좋다면 왼편으로 문바우등 능선과 노고단이 지척이고, 당재 쪽으로 몇 발짝 옮기면 세석에서 뻗어 내린 남부능선과 주능선상의 촛대봉, 제석봉, 천왕봉을 한눈에 볼 수 있다.

정상에서 당재까지는 1시간 이상 소요된다. 잠시 발걸음을 옮기면 삼도봉으로 이어지는 능선과 통꼭봉, 농평마을이 희뿌옇게 보인다. 짧은 암벽에 걸려 있는 로프를 붙잡고 내려선다. 암릉을 우회하는 사면 길로 따르면 모암골과 갈리는 안부. 능선길로 직진하여 갈림길 표시목이 있는 평도마을 능선삼거리를 지나 930m봉을 넘는다. 여기서부터 당재까지는 완만한 내리막길이다. 당재에 닿을 무렵 아름드리 소나무가 때 아닌 서설(瑞雪)과 어우러져 장관을 연출한다.

당재는 구례 쪽의 농평마을이나 화개 쪽의 목통마을로 내려서는 갈림목이다. 고개 아래에 당산나무와 당집이 있다 하여 당재로 불린다. 농평은 풍수지리설의 노호농골(老號弄骨)의 대지 근처에 평평한 곳이라 하여 이름이 붙여졌단다. 염소 방목을 위한 철망과 함께 쪽문이 있는 맞은편 능선으로는 통꼭봉, 불무장등을 거쳐 삼도봉으로 연결된다. 이정표가 보이고 폐허가 된 원두막 옆에는 묘지도 있다. 오른편 목통마을로 내려선다. 산길은 비교적 좋은 편으로 30분이면 마을입구의 범왕교에 닿는다. 산행 날머리가 되는 목통마을은 대중교통편이 여의치 않다. 신작로를 따라 신흥까지 3km를 더 걸어야 하는 불편함을 감수해야 한다.

시간이 넉넉하다면 김동리 소설 <역마>의 무대인 화개장터, 박경리 소설 <토지>의 무대인 악양 평사리를 비롯해 고운 최치원의 발길이 전해지는 화개골, 쌍계사, 칠불암 등을 둘러보는 것도 빠뜨릴 수 없는 재미다.

산행길잡이

○ 화개 삼거리(태봉식당)~삼각점봉(586m)~촛대바위~촛대봉~황장산~당재~목통마을~신흥버스정류장 <6시간30분 소요>

○ 화개 삼거리(태봉식당)~삼각점봉(586m)~촛대바위~촛대봉~밤나무밭~화개 삼신리 버스정류장 <3시간30분 소요>

○ 화개 삼거리(태봉식당)~삼각점봉(586m)~촛대바위~촛대봉~황장산~모암골~모암마을버스정류장 <5시간 소요>

교통

산행 들머리인 화개까지 대중교통을 이용할 경우 하동이나 구례를 경유하게 된다. 굳이 하동(버스 터미널 055-883-2662~3) 또는 구례(공영터미널 061-780-2730~1)에서 내리더라도 두 곳 모두 화개(버스 정류장 055-883-2793)까지 읍내버스가 운행되고 있어 큰 불편은 없다. 특히 구례까지는 서울 용산역(1544-7788)에서 무궁화호 또는 새마을호 열차를 이용해도 된다. 산행 후 신흥마을에서는 구례, 하동 방면의 읍내버스를 이용하면 된다. 목통마을에서 택시(화개 개인택시 055-883-2332, 883-2240)를 부를 경우 화개까지 1만5,000원 안팎이다.

서울→화개(구례 경유 하동행) 남부터미널(02-521-8550 ARS)에서 1일 7회(07:30, 09:30, 11:30, 13:30, 15:30, 17:30, 19:30) 운행.

부산→화개(하동 경유 쌍계사, 구례행) 서부터미널(1577-8301 ARS)에서 1일 12회(07:00~18:00) 운행.

진주→하동 시외버스터미널(055-741-6039)에서 20~30분 간격(06:35~21:30) 운행.

숙식(지역번호 055)

하동의 먹거리는 재첩과 참게, 은어를 빼놓을 수 없다. 이는 아직까지 청정한 섬진강을 끼고 있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화개 버스정류장 주변에 동백식당(883-2439), 개화식당(883-2061), 태봉식당(883-2061) 등 많은 음식점들이 있지만 대다수가 참게탕, 재첩국, 은어회 또는 튀김이 주 메뉴고 음식 맛도 비슷하다. 숙박은 성운각모텔(883-6302), 가비원모텔(883-3699), 황토방모텔(883-7605) 등이 있어 불편함이 없다. 하동읍내의 동흥식당(883-8333)은 재첩요리 전문식당이고, 구례읍내의 동원식당(061-782-2221)은 유명한 한정식집이다. 음식에 비해 가격(1인 8,000원)도 저렴한 편이다.


/ 글·사진 황계복 전 부산산악연맹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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