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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산 2024년 5월호
  • 655호

[화제 | 경희대 등산용 스틱 교육] “높은 산을 올라도 힘들지 않고 즐거워요!”

글·김기환 기자 | 사진·이신영 기자
  • 입력 2012.12.07 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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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희대학교 후마니타스 칼리지의 ‘마더스틱 워킹’ 강좌 교육 현장

‘등산용 스틱 사용법’ 강좌가 대학의 교양과목으로 채택되어 화제다. 굳이 따지자면 세계 최초다. 그 대학에서 그만큼 이 강좌의 중요성을 인정했다는 얘기다.

경희대학교 후마니타스 칼리지는 2012년 2학기부터 학부생을 대상으로 하는 교양과목으로 ‘마더스틱 워킹’(Mother-Stick Walking)을 개설했다. 2학점짜리로 16주에 걸쳐 진행되는 이번 강좌가 이제 12월로 막을 내리게 된다. 이 과목은 한국트레킹학교 윤치술 교장이 고안한 ‘마더스틱 워킹법’을 배우는 과정이다. 스틱을 이용한 독창적이고 효율적인 보행법을 대학교에서 정규과정으로 가르치는 것이다.

경희대 후마니타스 칼리지 ‘마더스틱 워킹’ 강좌의 교내 실습  모습.
경희대 후마니타스 칼리지 ‘마더스틱 워킹’ 강좌의 교내 실습 모습.

과목명은 ‘마더스틱 워킹’이지만 커리큘럼은 트레킹과 아웃도어 활동 전반에 대한 강좌로 구성되어 있다. ‘트레킹이란 무엇인가’하는 기초적인 문제부터 윤치술의 해피트레킹을 위한 5대 조건, 장비의 종류와 사용법, GPS(외부 강사), 마더스틱의 이론 등 다양한 주제를 다룬다. 또한 평지, 오르막, 내리막, 계단 등 주변 상황에 따른 ‘마더스틱 워킹’ 방법을 가르친다. 실제로 산을 오르며 현장 실습을 통해 마더스틱 워킹을 몸에 익히는 기회도 갖는다.

“수강신청을 한 학생 가운데는 산에 관심이 있는 이들도 있었습니다. 학교 홈페이지에 올린 ‘마더스틱 워킹’에 관한 동영상을 유심히 봤다고 말하는 학생도 만났어요. 하지만 많은 학생이 막연한 호기심으로, 혹은 학점을 맞추기 위해 강의를 선택했더군요.”

어떤 여학생은 이 과목을 모델이 하는 워킹으로 잘못 알고 신청하기도 했다. 첫 수업 때 몹시 당황했던 그 학생은 그래도 수강과목을 변경하지 않고 지금까지 열심히 ‘마더스틱 워킹’을 배우고 있다. 수강생 가운데는 산을 좋아하는 부모님의 마음이 궁금해서 이 과목을 듣는다는 이들도 있다. 어떤 학생들은 야외에서 수업을 한다는 점이 마음에 들어 수강신청을 하기도 했다. 모두가 나름대로의 이유를 가지고 한자리에 모인 것이다.

학생에게 스틱 손잡이 끈의 올바른 사용법을 가르치고 있는 윤 교수.
학생에게 스틱 손잡이 끈의 올바른 사용법을 가르치고 있는 윤 교수.
강의 들으며 산에 대한 인식 달라져

“학교 측에서 ‘마더스틱 워킹’에 대한 관심이 큽니다. 학생들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는 경험을 준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으로 보고 있어요. 학교 예산으로 스틱 22조를 구입해 사용하고 있고, 내년에는 수강인원을 더 늘리는 쪽으로 협의 중입니다.”
강의가 진행되며 학생들은 한결같이 “산에 대한 인식이 달라졌다”고 입을 모은다. ‘등산은 힘들고 어려운 것’이라 알고 있었는데, 이제는 ‘재미있고 즐거운 활동’으로 생각이 바뀐 것이다. 지금 당장은 학업이나 취업에 바빠서 산에 다닐 수 없지만, 향후에 엄청난 도움이 될 것 같다는 이야기가 많았다. 그리고 산도 배우면서 다녀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게 됐다고 한다. 이는 애초에 학교에서 윤치술 교수에게 요구한 목적에도 부합되는 결과다.

“강좌를 시작하며 학생들에게 어떤 것을 가르칠지 고민했습니다. 그런데 후마니타스 칼리지 정연교 학장님이 ‘그냥 아이들이 즐겁게 해달라’는 한마디만 하시더군요. 성취감도 중요하지만 자연 속에서 즐거움을 찾는 것도 분명 큰 의미가 있습니다. 항상 자연을 생각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흥미를 끌 수 있는 강의를 만들려 합니다.”

‘마더스틱 워킹’은 야외에서 진행되는 교육의 비중이 높은 편이다.
‘마더스틱 워킹’은 야외에서 진행되는 교육의 비중이 높은 편이다.
지금껏 윤 교수는 성인 대상의 교육을 주로 해왔다. 한국트레킹학교와 마더스틱 아카데미 동문회에서 활동하는 회원들도 나이가 지긋한 분들이 대부분이다. ‘마더스틱 워킹’이 균형 감각이 떨어지는 연령층에서 효과가 크다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젊은 대학생들의 산행에도 도움이 되는 것은 마찬가지다.

“젊은 사람들은 배우고 습득하는 속도가 빠릅니다. 거의 대부분 산이 처음인 학생들과 관악산에서 실습해 보니 알겠더군요. 교육생 모두 ‘등산이 이렇게 쉽고 재미있는지 몰랐다’는 반응이었습니다. 특히 산에 오른 경험이 있는 학생들은 ‘마더스틱 워킹’의 효과에 놀라는 눈치였습니다.”

학생들은 스틱 사용 경험이 없는 완전 백지상태로 마더스틱 워킹을 배우기 시작했다. 이들은 강의를 통해 여러 사례를 접하며 ‘스틱의 필요성’에 대해 공감하게 된다. 나이가 들수록 떨어지는 균형 감각을 보완하고, 산길을 걸을 때 에너지 소모를 줄이기 위한 수단으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또한 학생들은 현장 실습을 하며 ‘마더스틱 워킹’과 일반적인 스틱 사용법의 차이를 인식하게 된다. 다른 사람에 비해 수월하게 산을 오를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는 것이다.

실내에서 진행 중인 ‘마더스틱 워킹’ 이론 교육.
실내에서 진행 중인 ‘마더스틱 워킹’ 이론 교육.
실습 통해 ‘마더스틱 워킹’의 효과 체험

대전이 고향인 경영학과 1학년 조남혁 학생은 어린 시절 부모님과 계족산을 자주 갔던 등산 유경험자였다. 하지만 언제나 그의 기억에 산은 힘들고 괴로운 장소로 남아 있었다. 그런데 힘들이지 않고 산을 오르는 마더스틱 워킹을 배운 뒤 등산에 대한 관심이 다시 커졌다고 말한다. 강의를 통해 배운 상식이나 배낭 메는 법, 신발 끈 묶는 법을 부모님께 알려드렸을 정도로 전도사가 됐다.

물리학과 4학년 김태욱 학생은 언젠가 캠핑장에서 본 별의 아름다움에 이끌려 강의실을 찾은 경우다. ‘그 별을 산에서 보면 얼마나 아름다울까’하는 생각에 수강신청을 했다. 힘들이지 않고 산에 오를 수 있게 된 것은 생각지 못한 소득이었다. 그는 나중에 기회가 되면 윤 교수와 함께 히말라야 트레킹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윤치술 교수가 학생들에게 스틱 사용법을 가르치고 있다.
윤치술 교수가 학생들에게 스틱 사용법을 가르치고 있다.
중국 유학생인 언론정부학부의 왕맹아 학생은 등산을 좋아해서 마음먹고 ‘마더스틱 워킹’을 배운 케이스다. 평소에 산에 다니며 ‘스틱을 사용하면 도움이 되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는데, 마침 강의가 개설되어 망설임 없이 수강신청을 했다. 그녀는 아직 학기 중이지만 ‘마더스틱 워킹’이 산에 다닐 때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마더스틱 워킹’ 강좌는 학점이 걸려 있는 교양과목이라 반드시 학생들을 평가해 성적을 주도록 되어 있다. 자연을 즐기고 마음 편히 쉴 수 있도록 이끄는 교육이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어떤 이유를 가지고 강의를 들었든지 궁극적으로 자연을 대하게 되는 방식에 변화를 가지고 올 것은 자명하다. 대학교에서 교양과목으로 배우는 등산 교육의 효과가 어떤 성과를 거둘지 앞으로 더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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