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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산 2024년 5월호
  • 655호

[걷기길 따르며 달맞이하기ㅣ여수 비렁길] 해맞이 향일암서 달맞이하며 걸으면…

글·박정원 차장
  • 입력 2013.09.12 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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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코스 10km에 해안단구 따라 조성한 절경 감상

여수 향일암(向日庵)은 큰 자라가 바다로 헤엄쳐 들어가는 형세의 산인 금오산(金鼇山)의 거북이 등의 위치에 자리 잡고 있다. 신기하게도 주변 바위들이 전부 거북이등과 같이 갈라진 모습을 하고 있는 것을 쉽게 볼 수 있다.

향일암은 ‘해를 향하는 암자’라는 뜻이다. 관음 기도도량일 뿐만 아니라 한국의 일출명소로도 손가락 안에 꼽히는 곳이다. 향일암은 원래 신라시대 원효대사가 창건(선덕여왕 9년, 659)할 때는 ‘원통암’(지금도 향일암 대웅전에는 원통보전이란 이름으로 그 흔적이 남아 있다)이란 이름이었으나, 고려 광종 9년(958) 윤필 대사가 섬의 형세를 보고 ‘금오암(金鼇庵)’이라 개명했다. 금오암은 큰 자라 모양이란 뜻이며, 이때부터 거북바위에 대한 신앙이 유래한 것으로 전한다.

산 이름도 이후부터 금오산이라 불렀다. 조선 숙종 때는 인묵대사가 관음전 아래 대웅전(원통보전)을 짓고 현재의 모습으로 중건했다. 지금 이름은 인묵대사가 남해의 수평선에서 솟아오르는 해돋이 광경이 아름다워 ‘향일암’으로 명명한 것이 오늘에 이르고 있다.

함구미마을에서 출발한 금오도비렁길에서 미역널방전망대가 첫 전망대로 나온다. 전망대에서 바라본 해안절경이 압권이다. 비렁길이란 이름에 맞게 해안절벽 위를 따라 아슬아슬하게 걷는 길을 조성했다.
함구미마을에서 출발한 금오도비렁길에서 미역널방전망대가 첫 전망대로 나온다. 전망대에서 바라본 해안절경이 압권이다. 비렁길이란 이름에 맞게 해안절벽 위를 따라 아슬아슬하게 걷는 길을 조성했다.
향일암에서 금오도 들어가는 배 위에서 맞은 일몰. 곧 달이 뜬다.
향일암에서 금오도 들어가는 배 위에서 맞은 일몰. 곧 달이 뜬다.
향일암엔 일출 방문객이 연중 끊이질 않는다. 일출은 달맞이와 연결된다. 해가 지면 바로 달이 뜨기 때문이다. 매년 신년 일출제 때는 5만여 명의 인파가 모여 기도를 올리는 모습은 한마디로 장관이다. 금오산 자락 향일암 일대가 사람으로 뒤덮이는 것이다. 8월 대보름엔 일출제만큼은 아니지만 상당수 이른다. 

향일암에서 달맞이를 하기 전후에 전국 최우수 걷기길인 ‘금오도비렁길’을 걸으면 어떨까. 금오도는 금오산 향일암 바로 앞에 있는 섬이다. 그 둘레길을 이은 ‘금오도비렁길’은 2012년 7월 행정안전부의 ‘우리마을 녹색길 베스트10’에 선정된 경관 좋고 걷기 좋은 길이다.

우리나라에서 21번째로 큰 섬인 금오도(金鰲島)는 원래 거무섬으로 불렸다. 조선시대 궁궐을 짓거나 보수할 때, 임금의 관(棺)을 짜는 재료인 소나무를 기르고 가꾸던 황장봉산이었을 만큼 원시림이 잘 보존된 곳으로, 숲이 우거져 검게 보인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었다. <조선왕조실록>에 이 기록이 전한다. 이 거무섬을 비슷한 한자로 표기한 것이 거마도였다. ‘청구도(靑邱圖)’나 ‘대동여지도(大東輿地圖)’에는 거마도로 표기되어 있다.

금오도비렁길은 남해안에서 찾아보기 힘든 금오도 해안단구의 벼랑을 따라 조성되었기 때문에 벼랑길의 여수 사투리인 ‘비렁길’을 그대로 사용했다. 코스는 모두 5개 구간으로 구성돼 있다. 1구간은 함구미마을에서 미역널방~송광사 절터~신선대~두포마을까지 6.8km, 2구간은 두포마을에서 굴등전망대를 거쳐 촛대바위~직포마을까지 3.9km, 3구간은 직포마을에서 갈바람통전망대를 거쳐 매봉전망대~학동삼거리까지 4.5km, 4구간은 학동삼거리에서 사다리통전망대~온금동~심포마을까지 3.2km, 5구간은 심포마을에서 막개~장지까지 3.3km 등 총 21.7km에 이른다. 원하는 코스를 선택해서 걸으면 된다. 어디든지 탈출코스는 연결된다.

여수 금오도비렁길 개념도
여수 금오도비렁길 개념도
전국 녹색길 베스트10에 선정된 길

시골 마을은 어디나 그렇듯 한적하고 여유가 있다. 1코스 시작지점인 함구미마을도 마찬가지. 함구미(含九味)란 지명은 해안의 기암절벽이 아홉 골짜기의 다양한 절경으로 이뤄져 부르게 됐다고 한다. 또 매봉산 줄기 끝부분에 위치한 이곳은 용의 머리와 같이 생겼다 해서 ‘용두(龍頭)’라는 지명과 함께 사용한다.

함구미선착장에는 금오도비렁길이란 이정표와 함께 안내판이 걷는 방향을 가리키고 있다. 이내 숲속으로 들어간다. 매봉산 끝자락이다. 대부산, 대대산이라고도 부른다. 원래 섬이 시커멓게 보일 정도로 숲이 우거졌다 하더니 정말 섬 치고는 나무들이 많다. 동백나무·후박나무·서어나무·측백나무·비자나무에 봉산(封山) 역할을 했던 소나무까지 다양한 식생을 자랑한다. 마삭줄, 공난 등 많은 종류의 관목도 교목들 틈바구니에 얼굴을 내밀고 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옛 송광사 절터가 나온다. 전설에 의하면 보조국사가 모후산에 올라 좋은 절터를 찾기 위해 나무로 조각한 새 세 마리를 날려 보냈는데, 한 마리는 순천 송광사 국사전에, 또 한 마리는 여수 앞바다 금오도에, 다른 한 마리는 고흥군 금산면 송광암에 앉았다고 한다. 이를 삼송광(三松廣)이라 부른다고 전한다. 고려 명종 25년(1195) 보조국사 지눌이 남면 금오도에 절을 세운 기록이 있어, 이곳 절터는 송광사의 옛터로 추정할 수 있다고 한다.

영화 ‘혈의누’, ‘하늘과바다’, ‘박봉두살인사건’ 등을 촬영한 굴등전망대도 표고 100m가량 높이의 절벽 위에 자리 잡고 있다. 촛대바위, 일명 남근바위도 비렁길 옆에 우람하게 솟아 있다. 촛대라기보다는 꼭 남근같이 생겼다.

촛대바위 지나자 꼭 여자 엉덩이 같은 봉우리 두 개가 저 멀리 눈에 들어온다. 옥녀봉이다. 유달리 숲이 우거져 있다. 나무꾼들은 옥녀봉에서 절대 나무나 풀을 베지 않는다고 한다. 불문율로 전하는 금기사항이다. 옥녀봉 아래의 나무나 풀은 옥녀의 은밀한 부분을 들춰낸다고 해서 그렇다고 한다. 만약 이를 어긴다면 큰 재앙을 내린다고 전한다.

마을마다 다양한 전설이 전하고 있다. 옥녀봉 전설, 선녀 전설, 불무골 전설 등 어촌이라 그런지 바다와 산과 두루 관련된 내용이다.

바다와 해안절벽, 동백나무, 다양한 나무로 이뤄진 아름다운 숲, 한적한 마을 등 어느 것 하나 놓칠 수 없는 절경이 파노라마처럼 스쳐 지나갔다. 기억에 남을 만한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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