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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산 2024년 5월호
  • 655호

[피플] “산은 나이 들어 부부가 함께할 수 있는 최고의 취미예요!”

글·김기환 기자
  • 입력 2015.01.27 1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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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 평생교육원에서 ‘산행의 진수’ 배운 박응수, 한명자씨 부부

산에 가고 싶어도 못 가는 사람이 많다. 산이 좋은지는 알지만 몸이 아파서 혹은 여건이 안 돼 엄두를 못 내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어려움들을 극복하고 등산을 즐기는 이들을 주변에서 종종 본다. 보통은 부단한 노력과 의지가 있어야 가능한 일이다. 하지만 교육시스템을 통해 이런 꿈을 성취한 이들이 있어 화제다. 고려대학교 평생교육원의 ‘윤치술의 힐링산행’ 강좌를 수강한 박응수(54)-한명자(50) 부부가 그 주인공이다.

“사실 반신반의하고 아내를 따라 나왔습니다. 두 다리 멀쩡한 사람들에게 걷는 법을 가르친다고 해서 솔직히 긴가민가했어요. 집사람이 <월간山> 주최로 노스페이스 문화센터에서 열린 공개강좌를 듣고 와서 계속 이야기하더군요. 배워서 나쁠 게 없겠다는 생각으로 따라 나왔는데, 저희 부부 인생의 패러다임이 변하는 계기가 됐습니다.”

어렸을 때 시골에서 자란 부인 한명자씨는 산을 좋아한다. 하지만 몸이 약해 등산은 꿈도 꾸지 못했다. 신혼 초에는 몸이 아파 보름씩 병원에 누워서 지내는 일이 적지 않았다. 2014년 초만 해도 그녀는 집 뒤의 대모산 정상에도 오른 적이 없었다. 그저 조금 걸어갔다가 숲 속에 앉아서 숨을 돌리고 돌아오는 정도였다. 남편 역시 등산에는 취미가 없었다. MTB와 스노보드를 즐기는 스포츠 마니아지만 평균 이상의 체중이 등산에 걸림돌이었다.

사진 윤치술 제공
사진 윤치술 제공
“대모산 등산로 중간까지 다녀오다 둘이서 전자제품 매장의 안마의자에서 잠이 든 적도 있습니다. 집사람은 체력이 안 됐고 저는 산이 싫었어요. 하지만 산행의 기본과 마더스틱워킹을 배운 뒤로는 힘든지 모릅니다. 이제 대모산 정도는 가볍게 오르게 됐고, 꿈도 못 꾸던 관악산이나 청계산을 다녀오게 됐습니다. 그러고도 집안일을 여유 있게 할 수 있을 정도로 에너지가 넘칩니다. 삶의 질이 달라졌어요.”

이제 박응수씨는 주변 사람들에게 자신의 경험을 이야기하며 광적으로 ‘배우는 산’의 중요성을 전파하고 다닌다. 몸으로 느끼며 필요성을 통감했기 때문이다. 오죽했으면 친구들 등산모임에서 그를 등반대장으로 밀려는 움직임이 있을 정도다. 산행경험은 적을지 모르나 등산의 기본을 배운 유일한 멤버기 때문이다.

“저도 은퇴가 머지않았는데, 나이 먹고 부부가 함께할 수 있는 취미를 찾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서양 사람들은 부부가 함께 춤을 추고 파티를 즐기는 황혼의 문화가 있지만, 우리는 마땅한 놀이가 없는 것이 현실입니다. 그런데 학교에서 산을 배우면서 가야 할 방향을 찾았습니다. 자연은 음악이고 산행은 부부가 함께 추는 춤과 같습니다. 많은 분들이 저희 부부처럼 함께 등산을 즐기며 오래도록 건강하게 살아가기를 바랍니다.”

지난 가을 학기 고려대학교 평생교육원의 ‘윤치술의 힐링산행’ 강좌는 박응수, 한명자씨 부부를 포함해 총 19명이 수강했다. 이들은 학기 중에 윤 교수에게 부탁해 지인들을 위한 별도의 외부 강좌를 만들었을 정도로 열성적인 교육생이 됐다. 그만큼 교육을 통해 느껴지는 자신들의 변화에 놀랐다는 이야기다. 이것이 바로 인생을 바꾸는 ‘등산 교육‘의 현장이다.

고려대학교 평생교육원 봄학기 강좌 수강신청은 1월 26일부터 2월 17일까지 고려대학교 학사지원부에서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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