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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산 2024년 5월호
  • 655호

[우리 산악회 명물ㅣSOTA클럽 김창신 QSL위원장 부부] "산 정상에서 무선 통신하는 기분, 정말 끝내 주죠"

월간산
  • 입력 2016.02.15 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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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추어 무선통신 자격증 따고 SOTA 시작하며 등산도 취미로
전국 산 정상에서 교신하며 친목 다지고 건강도 지킬 수 있어

아마추어 무선통신으로 건강과 화목을 다지는 김창신(왼쪽)씨와 이보경씨. 산 정상에서 통신을 주고받는 SOTA를 시작하며 등산도 취미가 되었다.
아마추어 무선통신으로 건강과 화목을 다지는 김창신(왼쪽)씨와 이보경씨. 산 정상에서 통신을 주고받는 SOTA를 시작하며 등산도 취미가 되었다.

“안녕하세요. HL2OLP입니다.”

SOTA클럽 김창신(63)씨는 자신을 이렇게 소개하는 것이 더 익숙하다. ‘HL2OLP’은 김씨의 콜사인(Call Sign)이다. 아마추어 무선통신(HAM)을 즐기는 이들에게 여섯 자리 콜사인은 이름이나 다름없다.

“20대이던 1970년대 초부터 아마추어 무선통신에 관심이 많았어요. 하지만 당시에는 여러 사정으로 시작하지 못했고 1990년대가 돼서야 3급 자격증을 따고 본격적으로 시작했지요.”

2010년부터는 SOTA클럽(http://cafe.daum.net/6k0fm) 활동도 시작했다.

SOTA클럽을 설명하기 위해선 우선 SOTA에 대해 알아야 한다.

“SOTA는 ‘Summits On The Air’의 약자로, 우리말로는 ‘산 정상 교신’으로 해석할 수 있어요. 쉽게 말하자면 산 정상에서 교신을 하고 그것으로 포인트를 따는 것이지요. 그리고 포인트를 합산해서 순위를 매기고요.”

2002년 영국에서 시작된 SOTA는 세계 37개국이 가입되어 있는 아마추어 무전사들의 국제단체(NGO)다. 2010년 아시아에서 최초로 우리나라에 들어왔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2,464개 봉우리에 SOTA 교신 등록이 되어 있으며 이 봉우리들엔 각각 1, 2, 4, 6, 8, 10점씩의 포인트가 걸려 있다. 포인트는 산의 높이에 따라 정해지며 산 높이가 1,200m를 넘으면 10포인트를 획득한다. 서울에는 도봉산, 관악산, 남산, 청계산 등 모두 12개 산에서 포인트를 획득할 수 있다.

“포인트를 쌓는다고 물질적인 혜택을 받는 것은 아니지만 아마추어 무선통신을 더욱 재밌게 즐길 수 있게 하는 일종의 동기부여와 같은 거죠.” 

SOTA 시작하며 허리 디스크 완치

집에 마련해 둔 장비로 다른 지역의 회원들과 대화를 주고받는 김창신씨.
집에 마련해 둔 장비로 다른 지역의 회원들과 대화를 주고받는 김창신씨.
SOTA를 운용하기 위해선 필히 산 정상에 올라야 하기 때문에 SOTA클럽은 자연스럽게 산악회 역할도 하게 되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60명 정도가 활동하고 있다.

“시간 날 때마다 산에 가요. 포인트를 획득하려면 산 정상에서 4국 이상 교신을 해야 해요. 중요한 것은 한 곳의 산에서 1년에 한 번만 포인트를 받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때문에 자연스럽게 전국의 산을 누비게 되죠.”

아마추어 무선통신과 SOTA는 김씨의 인생을 매우 긍정적으로 바꿔놓았다.

“버스 운전하는 일을 하고 있어요. 그런데 앉아 있는 시간이 많다 보니 허리 디스크가 오더라고요. 결국 2006년 수술 받았어요. 그때는 집밖으로 나갈 수 없을 정도로 아팠어요. 그러다가 SOTA를 하면서 조금씩 산을 타게 되었고 지금은 종주산행을 해도 거뜬할 만큼 몸이 좋아졌어요.”

김씨는 현재 우리나라 SOTA 랭킹 3위에 올라 있다. 쉬는 날에는 어김없이 전국의 산을 누비며 포인트를 모은 결과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다소 생소한 취미인 만큼 그동안 오해도 많이 받았다.

“간첩으로 몰린 경험은 수도 없이 많았죠. 산에서 통신을 하고 내려오는 길에 검문을 받은 적도 많아요. ‘내가 그렇게 간첩처럼 생겼나?’ 싶어 물어봤더니 다른 등산객이 간첩신고를 했더라고요. 경찰관이 집에 온 적도 몇 번 있어요. 집에서 이상한 라디오 소리가 들리고 알 수 없는 용어로 대화를 하니 그것을 들은 주민들이 신고한 거죠.”

이렇듯 본의 아니게 ‘간첩’으로 몰린 적도 많았지만 아내 이보경(59)씨가 있어 든든하다.

“아내도 아마추어 무선통신을 하고 산에도 같이 갑니다. 콜사인(DS1QKF)도 있어요. 통신하는 분들 사이에선 유명해요. 아무래도 여성이 귀하니까 저보다 호응이 훨씬 좋은 것 같아요 하하.”

이보경씨는 “나이가 들수록 아마추어 무선통신만큼 좋은 취미는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나이가 들어 은퇴하면 아무래도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지죠. 사람 만나는 일도 줄어들고요. 그런데 아마추어 무선통신을 하면 이런 문제가 해결돼요. 온종일 집에 있어도 심심하지 않아요. 게다가 SOTA를 하기 위해 산에도 가게 되니 건강도 지킬 수 있죠. 무선통신이 정적인 취미일 수도 있지만 이렇듯 동적인 활동이 될 수도 있답니다.”

아마추어 무선통신을 하면서 가장 좋은 점은 전국에 ‘친구’들을 둘 수 있다는 것이다.

“어느 지역을 가더라도 친구들이 생겨요. 여행지에서 통신을 하면 그 지역에 사는 분들이 즉석에서 놀러오라고 말씀하세요. 얼굴을 처음 보는 분들인데도 같은 취미를 가지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십년지기 친구처럼 어울리게 되죠.”

김씨의 집 방 한켠에는 무선통신 장비가 잘 정리되어 있다. 종류도 그렇지만 한눈에 봐도 가격이 꽤 나가 보이는 장비들이다. 

“어느 취미나 마찬가지겠지만 제대로 하려면 돈이 좀 드는 건 어쩔 수 없는 것 같아요. 저도 처음에는 청계천에서 산 자그마한 중고 무전기 하나로 시작했었어요. 그러다가 공부하면서 장비를 늘려갔죠. 술 담배를 잘 안 하니 그 돈을 모아서 장비를 샀어요. 이제는 그만 사야죠. 욕심을 내자면 끝도 없겠지만요. 하하.”

무선연맹 강습 들으면 4급자격증 주어져

산 정상에서 SOTA를 운용하는 이보경씨. 산에는 휴대용 장비를 짊어지고 올라간다.
산 정상에서 SOTA를 운용하는 이보경씨. 산에는 휴대용 장비를 짊어지고 올라간다.

부부는 현재 (사)한국아마추어무선연맹에서 QSL위원장과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QSL은 서로 교신을 했다는 일종의 증명서 같은 카드다. 교신을 하고 나면 교신 날짜와 시간, 주파수, 감도 등을 적어 상대방에게 보낸다. 이 카드를 QSL 카드라고 부른다. 위원들은 이 QLS 카드를 분류하는 등의 작업을 한다. 일종의 봉사직이지만 누구보다 열심이다.

“세계 각국에서 개인마다 다른 모양의 QSL 카드를 받고 그것을 수집하는 것도 아마추어 무선통신의 재미입니다. 우표 수집과 같다고 할까요?”

김창신씨는 아마추어 무선통신에 입문하려면 한국아마추어무선연맹에서 개최하는 8시간짜리 강습을 듣는 것을 권한다. 이 강습을 들으면 시험을 보지 않아도 4급 자격증을 받을 수 있다.

“아마추어 무선통신은 ‘취미의 왕’으로 불리면서 신사적인 취미입니다. 사실 포인트를 얻기 위해 약간의 편법을 써도 모르거든요. 예를 들어 산 정상에서 4국 교신을 다 못 하고 3국만 해도 모두 성공했다고 홈페이지에 올리면 포인트가 주어져요. 하지만 그렇게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어요. 각자의 양심에 어긋나지 않게 통신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죠. 통신을 통해 더욱 많은 사람을 만나고 통신을 위해 산을 가까이 하면서 건강해지면 그것으로 얼마나 좋아요.”

김창신씨는 “좀더 많은 사람들이 아마추어 무선통신에 입문해서 더욱 많은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으면 좋겠다”며 “공기 맑고 경관 좋은 산정에서 좋은 사람들과 좋은 얘기를 나누는 것이야말로 행복하고 건강을 위해 도움되는 일 아니겠느냐”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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