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월간산 2024년 5월호
  • 655호

[이용대의 산행상담실] 그럴 땐 이렇게 해 보세요

월간산
  • 입력 2016.02.25 10:58
  • 수정 2018.12.18 19:3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Mountain Q&A

인하대학교에 위치한 대한민국 수준원점.
인하대학교에 위치한 대한민국 수준원점.

현재 코오롱등산학교 명예교장인 필자는, 1960년대부터 동양산악회 회원으로 전문 등반에 입문, 일흔아홉의 고령에도 5.10급 수준의 등반 기량을 보유하고 있는 활동가입니다. <등산교실>, <알피니즘, 도전의 역사>, <등산상식사전>을 펴냈으며, 공저로 <등산표준교재>, <즐거운 암릉길>, <한국산악회 50년사>가 있습니다. 이용대 선생에게 산행과 관련해 궁금한 모든 것을 물어 보세요. 친절히 답변해 드립니다.

Q1 백두산은 한반도 최고의 높이의 산입니다. 그런데 그 높이를 살펴보면 중국(2,749.2m), 북한(2,750m) 대한민국(2,744m)이 각기 다르게 표기하고 있습니다. 세 나라의 공식기록이 각기 다른 이유를 알고 싶습니다.

- 박숙자 서울 서대문구 북아현동

대부분 산의 높이(標高)는 해발(海拔) 몇 미터라고 표시합니다. 해발은 해수면을 0m로 보고 그보다 얼마나 높은가를 잰 숫자입니다. 즉 바다의 기준면으로부터 어느 지점까지의 거리를 말하며, 이것을 표고, 해발, 또는 진고(眞高)라고 합니다.

따라서 산의 높이는 산 밑의 평지로부터의 높이가 아니라 해수면으로부터의 높이를 말합니다. 나라마다 고도를 측정하는 기준인 수준원점(水準原點)은 그 나라의 특정한 바다를 기준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백두산의 높이가 나라마다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즉 세 나라의 수준원점이 서로 다르기 때문에 높이도 서로 다른 것입니다.

우리나라 전 지역 높이(해발고도)의 기준이 되는 수준원점은 인천만의 평균해수면이며, 수준원점은 높이 26.6871m의 인천 인하대학교 안에 있습니다. 따라서 우리나라 수준원점은 해발 0m가 아니라 26.6871m 지점입니다. 이곳이 바로 우리나라 국토 높이의 기준입니다.

북한에서의 수준원점은 원산 앞바다로 정하고 있으며, 그 일대 해수면의 높이가 인천 앞바다의 해수면보다 6m 정도가 낮기 때문에 북한에서는 백두산의 높이를 2,750m로 표기하고 있는 것이며, 중국에서는 수준원점을 북한보다 0.8m 정도 높은 텐진 앞바다로 정하고 있어 중국에서 측정한 백두산 높이는 2,749,2m가 되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현재 대한민국과 북한 중국 간에 백두산의 정확한 높이를 가지고 어느 나라 높이가 정확한가 하는 문제는 큰 의미가 없다고 볼 수 있습니다.

Q2 GPS가 없던 시절 에베레스트와 같은 고산의 높이는 어떤 방법으로 측정했는지요.

- 김영식 경기도 과천시 문원동

과거 고도측정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었습니다. 바로미터(기압계)로 기압의 변화를 측정해 산의 높이를 알아내기도 했습니다. 이는 높이 올라갈수록 기압이 낮아지는 원리를 이용한 측정방법이었습니다. 그런데 예전에 만들어진 기압계는 크고 깨지기 쉬운 데다 운반이 어려워 산의 고도측정은 온도계를 이용했습니다. 물은 고도가 높아질수록 낮은 온도에서 끓게 마련이므로, 물의 비등점(沸騰點)을 측정해 그 지점의 고도를 계산했습니다. 그러나 이 방법을 이용해 고도를 측정하려면 반드시 측정하는 사람이 산에 올라가야만 하는 번거로운 문제가 뒤따랐습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수직삼각측량법입니다. 이 방법으로 훨씬 쉽고 간단하게 고도를 잴 수 있었습니다. 삼각법은 각 지점 간의 위치(방위와 거리)를 정확히 결정하는 방법입니다. 수직삼각측량법에는 경위의(經緯儀)라는 측량기구가 필요했습니다. 경위의가 부착된 망원경을 통해 산 아래의 두 지점이 각각 산 정상과 이루는 각도를 측량하면 산의 높이를 계산할 수 있었습니다. 1617년 네덜란드의 스넬리우스(Snellius)가 창안한 방법입니다.

1850년 인도의 대측량사업에 참여한 수학 천재 라다나드 시크다르는 삼각측량법을 이용해 히말라야산맥의 에베레스트가 세계에서 가장 높은 산임을 확인했습니다.

Q3 휴대가 간편하고 영양가가 높아 비상식품으로 자리를 굳히고 있는 치즈는 어떤 성분의 식품인지요.

- 이창호 서울시 동대문구 제기동

치즈 보관소.
치즈 보관소.

치즈(cheese)는 부피가 작고 영양가가 높아 야외활동에서 비상식품으로 빼놓을 수 없을 정도로 인기를 누리고 있는 식품으로 지금까지 알려진 종류는 500가지에 이르고 있습니다.

치즈가 음식물로 자리를 굳힌 역사는 상당히 오래되었습니다. 고대 그리스 사람들은 치즈의 좋은 맛은 하늘이 내린 은총으로 생각할 정도였습니다. 황제나 귀족들의 연회에만 오르는 단골 메뉴일 정도로 귀한 음식이었으며, 장기보관이 가능해 경질의 치즈는 로마 보병군단의 필수 전투 휴대식품으로 채택되기도 했습니다.

치즈는 소화흡수가 잘되게 우유를 농축한 것으로 뛰어난 건강식품입니다. 치즈는 우유에 유산균과 양이나 송아지의 넷째 위에서 추출한 음유효소인 렌넷을 가해 응고시키고 발효시켜 만든 식품입니다.

치즈에는 우유에 함유된 모든 영양성분이 진하게 들어 있을 뿐 아니라 발효 숙성되는 동안에 단백질이 효소의 작용으로 분해되어 맛도 좋고 소화성도 향상된 식품입니다. 또한 비타민 A, B1, B2, 나이아신 등이 들어 있고 칼슘이 풍부한 식품으로 비상식품의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습니다.

우유를 발효시켜 만들었기 때문에 우유 알러지를 가진 사람도 큰 저항 없이 체내에서 흡수할 수 있습니다. 건전한 발육을 위해 발육기 어린이에게, 허약체질과 병후 회복기에 있는 사람에게 강인한 체력을 갖게 하기 위해, 노인에게는 장수를 위한 우수식품으로 치즈가 추천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술을 마실 때 치즈를 안주로 곁들여 먹으면 위를 보호하므로 숙취와 악취를 예방하는 효과가 크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습니다.

치즈는 단백질이 20~30%, 지방이 30% 가량 들어 있어 고열량 식품이면서 소화가 잘 되는 특색이 있습니다. 또한 산행 전 마시는 커피는 육체적으로는 뇌나 근육을 긴장시키는 자극제로 흥분작용을 일으켜 활동력을 증진시키는 효과가 있습니다. 그러나 막영지에서 아침 일찍 일어나 공복에 마시는 아침커피는 자극성이 강하고 위산 분비를 촉진시킵니다. 이때 중화 성분을 지닌 치즈를 곁들이면 위에 부담을 줄여 위벽 등 소화기관을 보호해 주어 건강 유지에 큰 도움이 됩니다. 치즈의 복잡한 맛이 커피의 쌉쌀한 맛과 궁합이 잘 맞아 새로운 맛을 즐길 수 있어 좋습니다.

Q4 산에서 밥을 지을 때마다 태우거나 설익은 밥을 하는 등 어려운 점이 많습니다. 밥을 잘 지을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알고 싶습니다.

- 이용섭 서울시 중구 초동

압력밥솥을 이용한 밥짓기.
압력밥솥을 이용한 밥짓기.

고도가 높은 산에서 밥을 짓는 것은 평지와는 달리 여러 가지 어려운 점이 있습니다. 산에서 밥을 하면 아래쪽은 타고 위쪽은 설익는 경우가 많으며, 조리시간도 길어집니다. 이는 고도에 따른 기압 차이 때문입니다. 산에서는 고도가 높아질수록 기압이 낮아져 버너 불의 화력은 약해지고, 물의 비등점은 낮아집니다.

밥을 지을 때는 먼저 쌀을 물에 잠시 담가 두어 물기가 쌀에 충분히 배어든 후 불에 올려놓아야 합니다. 물기가 적게 배어 있는 쌀을 곧바로 불 위에 올려놓으면 설익을 수 있습니다.

밥을 짓는 취사용구는 가급적 두꺼운 알루미늄 용기를 사용해야 열이 골고루 전달됩니다. 얇은 용기는 화력이 바닥에만 집중되어 바닥만 타고 밥이 잘되지 않습니다.

물의 양은 쌀의 양으로 결정해야 하며 물의 높이를 재는 것은 잘못된 방법입니다. 밥물이 끓어 넘치는 것을 고려해서 집에서보다 물을 많이 부어야 하며, 화력의 세기를 강·중·약으로 줄여 나가면 기압차가 있더라도 잘 익은 밥을 지을 수 있습니다.

밥은 뜨거운 물로 삶는 것이 아니며, 뜨거운 수증기로 찌는 것입니다. 가열된 수증기가 위로 올라와 위에서부터 아래로 쪄내려가는 과정이 밥을 조리하는 과정인 것입니다. 그러므로 밥을 짓는 도중에 뚜껑을 자주 열어보는 것은 실패를 자초하는 길입니다.

뚜껑이 잘 맞는 코펠을 사용해 처음에는 강한 불로 끓인 다음 밥물이 넘기 시작하면 뚜껑이 들썩거리지 않을 정도로 불을 줄이고 내뿜는 수증기 양이 현저하게 줄어들면 다시 불을 아주 약하게 줄여서 5~10분 정도 뜸을 들이면 아주 잘된 밥을 먹을 수 있습니다.

밥을 하는 도중에 뚜껑을 자주 열어보면 김(수증기)이 빠져 3층 밥을 면할 길이 없습니다. 또한 뜨거운 수증기가 빠져 나가지 않도록 뚜껑에 돌을 올려놓는 방법도 좋습니다. 밥이 설익었을 때는 물을 조금 뿌린 뒤 뚜껑을 덮고 30초 정도 강한 불에 올려놓았다가 조금 더 뜸을 들이면 잘 익은 밥을 지을 수 있습니다.

Q5 우리 몸에서 동상이 잘 걸리는 부위와 예방에 필요한 주의사항에 대해 알고 싶습니다.

- 조성대 천안시 오룡동 

동상입은 얼굴.
동상입은 얼굴.

동상은 추위에 노출된 신체 부위의 조직이 어는 것을 말합니다. 피부온도가 10℃ 이하로 떨어지면 촉각과 통각이 소실되고, 더 아래로 떨어지면 혈액순환이 멈추면서 피하조직세포의 물이 얼기 시작하며 동상이 일어납니다.

특히 고소에서는 탈수와 적혈구가 증가하므로 혈액이 농축되면서 혈류가 느려지고 혈전생성의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같은 기온일지라도 저소에서보다는 고소에서 동상 위험이 더 높으며, 고산의 한냉지에서 등산하는 산악인들에게 가장 두려운 복병은 바로 동상입니다.

동상이 잦은 부위는 손, 발, 귀, 코 등으로, 평소 의류 혜택을 못 받는 부위나 외부로 튀어나온 부위입니다. 특히 손은 부피에 비해 넓은 피부면적을 갖고 있으므로 다른 부위보다 빨리 얼게 됩니다. 손과 발은 심장에서 멀기 때문에 평소 혈류공급이 좋지 않은 곳이고, 혈관수축의 영향을 가장 크게 받기 때문에 추위에 매우 약합니다. 얼굴 부위 중에서도 외부로 노출된 코는 동상에 걸리기 쉬운 취약한 부분이므로 안면마스크나 발라클라바 같은 모자를 써서 외부의 한기를 차단해 주어야 합니다.

최근 보급되고 있는 공기에 의해 열을 발생시키는 ‘휴대용 보온대(핫팩)’는 혹독한 추위 속에서 체온을 유지시켜 주는 장점을 지니고 있어 산악인들 사이에서 널리 사용되고 있습니다. 휴대용 보온대는 최고 85℃, 평균 70℃에서 15시간 동안 보온상태를 유지해 줍니다. 열이 나는 보온대는 주머니 속이나 침낭 안에 넣어 사용하면 매우 효과적입니다. 시중에서는 ‘마이 핫 보온대’라는 상품명으로 판매하고 있습니다.

동상은 사후조치보다는 예방이 중요합니다. 일반적인 방법은 의류로 충분히 보온을 유지해 주는 것이 최우선이며, 행동 중에는 땀을 덜 내도록 하고 맨손으로 크램폰이나 피켈 등 금속제 장비를 다루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발의 동상은 등산화 끈이나 크램폰 밴드를 지나치게 꽉 조여 혈액순환이 잘 되지 않아 걸릴 수 있습니다. 비박 중에는 등산화 끈을 느슨하게 하고 마사지를 하여 혈액순환이 잘되도록 도모해야 합니다. 습설지대에서는 장갑과 양말이 젖어 동상을 발생시키므로 더욱 주의해야 하며, 고소에서 동상을 입었다면 최대한 빨리 하산을 서둘러야 합니다. 동상은 조기 발견이 중요하고, 조기치료를 해야 추가 손상을 막을 수 있습니다.

증상은 진행정도에 따라 세 단계로 구분됩니다. 1도는 피부가 빨갛게 붓고 가려움증이 생기며, 2도는 수포가 생기고 번지기 쉬우므로 신중한 대처가 필요합니다. 이 경우 즉시 하산해 전문의의 치료를 받아야 하며, 3도로 진행되면 동상부위가 썩고, 이때는 뼈까지 썩어 신체 일부를 절단해야 합니다. 겨울 산의 복병은 동상이라는 점에 각별히 유의해 만전을 기해야 합니다.

상식으로 배우는 등산용어

거대한 눈사태가 골짜기를 타고 쏟아져 내리 있다.
거대한 눈사태가 골짜기를 타고 쏟아져 내리 있다.

▣ 아발랑쉬 채널(Avalanche Channel)

눈사태가 쓸고 간 눈사태 통로를 의미한다. 영어로 아발랑쉬 채널이라고 하며, 매년 눈사태는 지형적인 특성 때문에 같은 장소에서 반복된다. 사태가 반복되는 지형을 지칭할 때도 쓰이는 말이다. 사태통로의 특성은 잔자갈지대, 습지, 매끄러운 슬랩 형태의 암반으로 이루어진 20~45도 경사 지형이다. 독일어로는 라비네반(Lawinebahn)이라 부른다.

데드 맨 앵커.
데드 맨 앵커.

▣ 데드 맨 앵커(deadman anchor)

로프를 걸기 위해 눈 속에 파묻는 확보장비를 뜻한다. 피켈, 아이스 툴, 스노 바, 스키, 배낭 등도 데드맨식 확보물로 사용할 수 있다. 단, 스키폴 같은 장비는 그 자체가 약하므로 사용을 피하도록 한다. 이런 장비를 굳이 사용해야 한다면 중간지점을 슬링으로 묶은 다음 눈 속에 수평으로 파묻고, 슬링을 눈 밖으로 빼내 카라비너를 걸어 사용한다.

가장 많이 쓰이는 설상 확보전용장비는 알루미늄 판에 금속 케이블을 연결한 데드맨(deadman)이다. 크기가 다양하며 클수록 지지력도 커진다. 이론상으로 데드맨은 하중이 걸리면 더 깊이 박히도록 설계된 동적확보물이다. 그러나 실제로는 엉뚱한 방향으로 반응할 수도 있다. 하중이 일직선상에 걸리지 않거나 옆에서 힘을 받을 경우 쉽게 뽑힐 수도 있다.

데드맨의 강도를 높이려면 케이블이 당겨지는 각도가 40도를 이루도록 홈을 파고 데드맨을 파묻어야 한다. 데드맨은 습하고 무거운 눈에서는 가장 좋고, 밀도가 고르지 않은 눈이나 건조하고 뭉쳐지지 않는 눈에서는 효과가 떨어진다. 이런 장비들은 우리나라보다 만년설의 설벽을 지닌 해외 고산등반에서 사용된다.

저작권자 © 월간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