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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산 2024년 5월호
  • 655호

[화보 | 코리안웨이 인도 원정대] 히말라야는 나약한 자를 동정하지 않는다

월간산
  • 입력 2017.07.06 0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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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파인스타일로 다람수라 북서벽과 팝수라 남벽에 고난도 신 루트 개척
‘멈추지 않는 탐험정신’ 일깨우고, 후세대 양성 위한 의미를 더해

김창호 대장이 이끈 코리안웨이 인도 원정대가 쿨루산군의 다람수라(6,446m)와 팝수라(6,451m)에 신 루트를 개척했다. 원정대는 지난해 가을 네팔 강가푸르나(7,455m) 남벽에 신 루트를 개척한 공로를 인정받아 한국인 최초로 ‘황금피켈상 심사위원 특별상’을 수상한 후 두 번째 원정도 인도 히말라야에서 성공적으로 이루어냈다.

다람수라와 팝수라를 등반시도한 원정대는 많은데 성공한 팀이 적고 봉우리에 대한 자료 또한 신 루트를 분석하기에는 많이 부족했다. 원정대원과 인도 정부연락관이 접근로를 찾기 위해 사라움가고개(Sara Umga La, 5,010m)를 이른 아침에 오르고 있다.
다람수라와 팝수라를 등반시도한 원정대는 많은데 성공한 팀이 적고 봉우리에 대한 자료 또한 신 루트를 분석하기에는 많이 부족했다. 원정대원과 인도 정부연락관이 접근로를 찾기 위해 사라움가고개(Sara Umga La, 5,010m)를 이른 아침에 오르고 있다.

김창호 원정대장(48·노스페이스)을 필두로 안치영(40·한국산악회), 김기현(31·서울대 OB), 구교정(25·경북대) 및 이재훈 대원(24·부경대)으로 구성된 ‘2017 코리안 웨이 인도 원정대’가 인도 히말라야의 ‘다람수라(해발 6,446m)’와 ‘팝수라(6,451m)’에 신 루트를 개척했다.

쿨루와 마날리를 기점으로 하는 인도 히마찰프라데시 주州에 속해 있는 쿨루산군을 답사하는 대원들. 뒤로 센티넬 피크(Sentinel peak, 5,575m)의 대암벽이 솟았다.
쿨루와 마날리를 기점으로 하는 인도 히마찰프라데시 주州에 속해 있는 쿨루산군을 답사하는 대원들. 뒤로 센티넬 피크(Sentinel peak, 5,575m)의 대암벽이 솟았다.
지난 4월 26일 출국한 원정대는 쿠타타치 베이스캠프 (4,260m)에서 고소 적응훈련을 거친 뒤, 현지시각 5월 24일 10시, 김창호 대장, 안치영, 구교정, 이재훈 대원이 4박5일간 2,250m의 고도차를 극복하며 다람수라 북서벽 초등정에 성공했다. 또한 6월 3일 10시 김창호 대장, 김기현, 구교정 대원이 4박5일간 팝수라 남벽 초등정을 성공시키며 인도 코리안 웨이 개척을 완성했다.

5월 24일 다람수라를 북서벽 신 루트로 등정한 김창호 대장과 안치영, 구교정, 이재훈 대원은 미지의 남릉으로 등정 당일 베이스캠프까지 하산했다. 세락지대의 빙벽을 아발라코프 앵커를 이용해 하강했다.
5월 24일 다람수라를 북서벽 신 루트로 등정한 김창호 대장과 안치영, 구교정, 이재훈 대원은 미지의 남릉으로 등정 당일 베이스캠프까지 하산했다. 세락지대의 빙벽을 아발라코프 앵커를 이용해 하강했다.
원정대의 이번 등정은 최소한의 장비와 식량을 직접 짊어지고 셰르파와 산소통의 도움 없이 등반하는 알파인스타일 방식이자, 국내 히말라야 등반 역사 상 자유 등반으로 최고 난이도 수준의 신 루트를 개척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어 그 의미가 더욱 크다.

다람수라는 팝수라의 남쪽 1.9km 거리에 
위치하며 현지어로 ‘선善의 봉우리’라는 뜻이다. 코리안웨이 원정대는 전혀 시도가 없었던 북서벽을 4박5일간 올랐다. 상단부 바위벽은 전체적으로 오버행을 이루었고 눈이 내려 등반을 더욱 까다롭게 만들었다.
다람수라는 팝수라의 남쪽 1.9km 거리에 위치하며 현지어로 ‘선善의 봉우리’라는 뜻이다. 코리안웨이 원정대는 전혀 시도가 없었던 북서벽을 4박5일간 올랐다. 상단부 바위벽은 전체적으로 오버행을 이루었고 눈이 내려 등반을 더욱 까다롭게 만들었다.
또한 대학 재학 중인 청년 산악인의 육성을 통해 국내 산악계의 후세대 양성에도 큰 역할을 담당했다는 평을 받고 있다.

팝수라는 ‘악惡의 봉우리’라는 뜻으로 1967년 영국의 로버트 페티그루Robert Pettigrew 대장이 이끄는 영국대가 남서 쿨와르~남릉으로 초등정했다. 코리안웨이 원정대는 사진의 남벽 직등루트를 개척했다.
팝수라는 ‘악惡의 봉우리’라는 뜻으로 1967년 영국의 로버트 페티그루Robert Pettigrew 대장이 이끄는 영국대가 남서 쿨와르~남릉으로 초등정했다. 코리안웨이 원정대는 사진의 남벽 직등루트를 개척했다.
쿨루와 마날리를 기점으로 하는 인도 히마찰프라데시 주州에 속해 있는 쿨루산군에는 5,000~6,500m급 침봉들이 바라시그리빙하, 초타시그리빙하, 토쉬빙하 유역에 솟아 있고, 북쪽으로 라훌산군, 동쪽으로 스피티산군, 서쪽으로 피르판잘 산맥과 수계를 나누고 있다.

1 이번 원정은 앞으로 한국 산악계를 이끌어 나아갈 젊은 후배 등반가를 양성하고 인도 히말라야에 코리안웨이 신 루트를 개척한다는 두 가지 목표였다. 다람수라 등반 출발 전에 안치영, 이재훈, 김기현, 구교정 대원이 함께 의지를 다지고 있다. 2 팝수라의 남벽을 올라 정상부 설사면을 횡단하는 김기현, 구교정 대원. 원정대는 등정 후 등반루트의 반대쪽인 북서벽을 통해 하산했다. 3 김창호, 김기현, 구교정이 4박5일간 등반해 6월 3일 팝수라 정상에 섰다. 태극기의 건곤감리가 바뀐지도 모르고 촬영했다.
1 이번 원정은 앞으로 한국 산악계를 이끌어 나아갈 젊은 후배 등반가를 양성하고 인도 히말라야에 코리안웨이 신 루트를 개척한다는 두 가지 목표였다. 다람수라 등반 출발 전에 안치영, 이재훈, 김기현, 구교정 대원이 함께 의지를 다지고 있다. 2 팝수라의 남벽을 올라 정상부 설사면을 횡단하는 김기현, 구교정 대원. 원정대는 등정 후 등반루트의 반대쪽인 북서벽을 통해 하산했다. 3 김창호, 김기현, 구교정이 4박5일간 등반해 6월 3일 팝수라 정상에 섰다. 태극기의 건곤감리가 바뀐지도 모르고 촬영했다.
다람수라는 팝수라의 남쪽 1.9km 거리에 위치하며 현지어로 ‘선善의 봉우리’라는 뜻으로 1941년 영국의 지미 로버츠James Roberts가 남릉으로 초등정했고, 이후 1977년 영국대의 남서릉, 1989년 일본대의 동릉 루트가 개척되었다. 이 산군에 공식적인 한국원정대의 진출은 1993년 봄시즌 부산공업대학(부경대학교 전신)의 다람수라-팝수라 원정팀뿐이었다.

팝수라 6,100m의 두 번째 비박지에서 구교정과 김기현이 얼음을 녹여 보온병에 담고 있다. 알파인스타일 등반은 장비는 물론 식량을 포함해 짐을 최소화하는 게 관건이다. 많은 체력소모와 부족한 먹거리로 체중은 등반 한 번에 5kg 정도 감소했다.
팝수라 6,100m의 두 번째 비박지에서 구교정과 김기현이 얼음을 녹여 보온병에 담고 있다. 알파인스타일 등반은 장비는 물론 식량을 포함해 짐을 최소화하는 게 관건이다. 많은 체력소모와 부족한 먹거리로 체중은 등반 한 번에 5kg 정도 감소했다.
원정대는 지금까지 전혀 시도가 없었던 북서벽을 목표로 등반을 시작해 이스트 토쉬빙하를 거슬러 올라 첫 번째 비박지(5,395m)를 설치하며 벽 등반에 들어갔다. 선두 조는 빠른 속도로 올라 설릉 상에 두 번째 비박지(6,100m)를 마련했다. 그날 밤부터 눈이 내렸다. 셋째 날은 텐트 안에서 기다렸다. 넷째 날도 눈이 내렸다. 이제 하산이냐, 오르느냐를 결정해야 했다. 고정로프가 있다면 첫 번째 비박지로 하강했다가 날이 맑아지면 다시 올라올 수 있지만 이번 등반방식은 그러할 수 없다.

기회는 이번뿐이다 싶었다. 저 지옥의 홈통을 넘어서야 천국으로 가는 계단을 밟을 수 있다. 김 대장은 고난이도 암벽 루트 4피치를 자유등반으로 넘어서 오버행 천장 밑에 네 번째 비박지를 만들었다.

다섯째 날은 정상부의 혼합등반지대를 올랐다. 날씨는 우리를 축복했고 4명은 정상에 섰다. 안치영은 낙석에 맞아 얼굴이 7mm가량 찢어졌음에도 묵묵히 참았고 구교정과 이재훈도 입에 피가 나고 있었다. 야생은, 히말라야는 나약한 자를 동정하지 않는다. 다람수라와 팝수라의 뜻처럼 선과 악은 어떻게 다른가! 대원들을 안전하게 집까지 끌고 가려면 대장은 악의 편에 서야 했다.

이날 우리는 등반루트 반대쪽인 미지의 남릉을 안자일렌과 아발라코프 앵커를 이용해 하강하며 이날 어두워지기 직전 베이스캠프에서 차를 마셨다. 히말라야 등반 경험이 적은 젊은 클라이머들의 기력과 체력 정신력에 찬사를 보낼 만한 등반이었다.

베이스캠프에 어둠이 내리면 새로운 세상이 열린다. 서울대 천문대 기술원으로 재직했던 김기현은 별을 보기 위해 산을 올랐고 히말라야까지 오게 됐다. 그는 우리에게 흥미로운 별 이야기를 들려주었고 맑은 날 밤마다 별을 촬영했다.
베이스캠프에 어둠이 내리면 새로운 세상이 열린다. 서울대 천문대 기술원으로 재직했던 김기현은 별을 보기 위해 산을 올랐고 히말라야까지 오게 됐다. 그는 우리에게 흥미로운 별 이야기를 들려주었고 맑은 날 밤마다 별을 촬영했다.
팝수라는 ‘악惡의 봉우리’라는 뜻으로 1967년 영국의 로버트 페티그루Robert Pettigrew 대장이 이끄는 영국대가 남서 쿨와르~남릉으로 초등정했고, 이후 1977년 영국대가 남서릉, 1991년 뉴질랜드대가 서벽 직등루트, 2012년 인도대가 북서릉으로 등정했다. 원정대의 출국 전 계획은 팝수라를 먼저 등반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정찰 결과 어려운 난이도의 다람수라를 먼저 집중해 등반을 마쳐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했고 잘 마무리했다.

다람수라 등반 때에는 김기현 대원이 베이스캠프에 남아 등반팀을 지원했다. 팝수라는 이재훈 대원이 지원을 맡았고 낙석으로 쿨루 병원에 다녀 온 안치영 대원은 회복을 위해 베이스캠프에 남기로 결정했다.

첫째 날은 다람수라와 같은 비박지에 도착했고 밤부터 눈이 내렸다. 다음날은 등반을 할 수 없었다. 셋째날 김창호-김기현-구교정 순으로 안자일렌으로 줄을 묶고 위험한 구간은 러닝빌레이를 위한 확보물을 설치하며 빠르게 5,900m대까지 올랐다. 눈으로 덮인 바위벽에 4피치를 필자가 선등했다. 반밖에 들어가지 않은 아이스스크루에 피치를 종료하는가 하면 작은 너트 하나에 아이스툴을 걸어놓고 빌레이를 봤다.

상단부 세락 밑의 세 번째 비박지(6,000m)에 설치한 노스페이스 어절트 텐트 한 동에서 밤을 보냈다. 별이 빛났다. 가파른 설빙벽 5피를 오르고 정상 능선을 횡단해 마당처럼 넓은 팝수라 정상에 섰다. 날은 청명했고 정상에서 오랜 시간동안 장쾌하게 뻗어나가는 히말라야 산맥과 북동쪽의 티베트 고원의 봉우리들을 바라봤다. 천문학자 김기현은 첫 히말라야 등반에서 자신의 별 하나를 찾았고 구교정은 더블헤더를 했다.

팝수라 등반을 마치고 베이스캠프로 내려 온 다음날 서성호기념사업회, 부산산악포럼 회원 29명이 베이스캠프에 도착해 하행캐러밴을 함께하며 진심으로 등정을 축하해 주었다. 1993년 선배들의 눈사태 사고의 아픔을 딛고 다람수라에 등정한 부경대 이재훈은 단연 히어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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