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월간산 2024년 5월호
  • 655호

[1월의 명산│토함산] 일출 가장 빠른 ‘동악의 산’

월간산
  • 입력 2019.01.02 11:26
  • 수정 2019.01.15 16:07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석탈해·경관·부처님 관련 지명유래說…매년 새해 초 3,000여 일출 인파 몰려

1월 신년 일출은 누구나 기다린다. 전국의 명산 어디를 가더라 도 일출을 보기 위한 등산객들로 붐빈다. 완전 등산인파다. 신년 일출 때 산에 모인 인파에 두 번 놀란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이렇 게 부지런한가에 놀라고, 신년 일출이 무엇이기에 이렇게 많은 사람 들이 일출에 목을 맬까에 놀란다. 정말 신년 일출이 뭘까?

일출은 ‘동東’과 통한다. 동쪽에서 해가 뜨기 때문이다. ‘東’을 파자 하면 나무 ‘木’과 날 ‘日’의 합성어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나무 사이로 해가 뜨는 형국이다. 동쪽에서 해가 뜨는 산이 동악東嶽이다. 동악의 의미는 만물이 잠에서 깨어나는 생명의 탄생과 관련 있고, 만물이 나 오는 곳을 나타낸다. 동쪽은 하루 중에서 아침을 가리키며, 계절로는 봄, 일생으로 보면 성장기에 해당한다. 우주의 원리를 담았다는 주역 과 음양오행에서 東은 만물의 시초·생명의 탄생과 직결된다. 따라서 한자의 東과 우주의 원리가 맞아떨어지는 동악이 되는 것이다. 

토함산은 수체의 산과 주변 봉우리들이 마치 물결 같이 흐른다.
토함산은 수체의 산과 주변 봉우리들이 마치 물결 같이 흐른다.
토함산 자락 아래에 있는 불국사에 눈이 쌓여 환상적인 경관을 연출하고 있다. 사진 국립공원관리공단
토함산 자락 아래에 있는 불국사에 눈이 쌓여 환상적인 경관을 연출하고 있다. 사진 국립공원관리공단
경주 삼릉숲. 사진 국립공원관리공단
경주 삼릉숲. 사진 국립공원관리공단
토함산 앞바다에 있는 신라 문무왕 수중릉에서 일출을 맞고 있다. 사진 국립공원관리공단
토함산 앞바다에 있는 신라 문무왕 수중릉에서 일출을 맞고 있다. 사진 국립공원관리공단

한국의 동악은 토함산吐含山이다. 중국의 동악 태산도 다른 중국의 산과 비교하면 그리 높지 않다. 토함산도 745.7m로 높은 편이 아니다. 하지만 둘 다 동악이다. 매우 상징적이고 의미심장하다. 특히 토함산 정상 바로 아래 석굴암 불상 이마의 보석이 동해의 일출을 받아 반짝인다는 사실은 널리 알려져 있다. 석굴암 불상이 일출을 받아 만물이 평안한 세상을 영위할 수 있도록 가호한다는 의미인 것이다. 동악의 토함산과 석굴암 불상의 일출이 일맥상통하는 점도 의미 있게 다가온다. 토함산이 1월의 명산으로 선정된 이유이기도 하다.

그런데 토함산이란 지명은 어디서 유래했을까? 몇 가지 설이 있다. 글자 뜻으로 보면 머금고 토한다는 뜻이다. 우선, 석탈해에서 유래했다는 설이다. <삼국유사>에 ‘탈해는 토해吐解라고도 한다’는 기록이 나온다. 석탈해의 다른 이름인 토해가 토함과 비슷한 음으로 발음돼, 토함산이 됐다는 설이다. 두 번째로, 운무와 풍월을 머금었다 토해내는 경관을 지녔다고 해서 명명됐다는 설이다. 실제로 토함산은 늘 안개와 구름이 삼키고 토하는 듯 변화무쌍한 기상을 보인다. 셋째로, 부처님의 진리를 간직하고 있다가 드러낸다는 의미로 유래했다는 설이다.

하지만 석탈해 유래설은 시기적으로 맞지 않다. <삼국사기> 내용에 따르면, 서기 14년에 이미 토함산이란 지명을 사용한 기록이 나온다. 석탈해는 재위 기간이 57~80년까지로 사용한 지명보다 이후에 해당하므로 설득력이 떨어진다. 그런 면에서 보자면 두 번째와 세 번째 설이 더 유력해 보인다.

토함산에도 새해 일출을 보기 위해 엄청난 인파가 몰린다. 불국사에서 석굴암까지 등산로는 3.6㎞가량 된다. 새해 일출 인파는 매년 3,000여 명 된다고 한다. 등산로에 줄줄이 있다고 보면 된다. 안전사고 방지를 위해 불국사주차장에서부터 인원을 통제한다. 새해 첫날 일출 예정시각은 오전 7시32분쯤.

새해 동악 토함산의 일출을 보면서 일출과 동악의 의미를 되새겨 보는 것도 한 해가 좀더 새롭게 다가오지 않을까 싶다. 황금돼지해의 의미와 같이 복福과 부富가 굴러들어올지 모를 일이다.

그런데 토함산 지도를 유심히 들여다보다 새로운 사실을 발견했 다. 경주에 동악을 상징하는 日자가 많은 게 아니라 달을 상징하는 月자가 유난히 많다. 토함산의 옛 이름이 토월산, 월함산이고, 왕궁이 있는 터가 월성이다. 동궁의 연못은 월지라고 했고, 동북쪽에는 함월 산, 남쪽에는 남월산과 초월산, 서쪽엔 월생산(지금의 단석산)이 있 다. 사방이 달에 갇힌 형세다. 신라의 달밤도 여기서 나왔을 성싶다. 이게 어찌된 일인가? 日이 너무 강해서 月을 보충하려고 한 것인지, 아니면 애초 동악을 지정할 때 日의 의미가 전혀 고려되지 않은 채 지 정된 것인지…. 그 의미는 알 수 없다. 

저작권자 © 월간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