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틱 대통령’ 윤치술의 힐링&걷기 <11>] 오름의 기술

  • 글‧사진 윤치술 한국트레킹학교장
    입력 2019.02.08 0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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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겨울산을 오르는 등산인들.
    존경하는 J형은 지구본을 똑 바로 세워 놓고 본다. 지구의 자전축 기울기가 23.5° 라는 것만 알고 있으면 되지 굳이 삐딱하게 볼 필요가 없다는 것. ‘거꾸로 타는 보일러’, ‘떠먹는 요구르트’, ‘바나나는 원래 하얗다’ 등은 모두 고정관념固定觀念을 깬 것이다. 
    산행에서 오르막이 힘든 여러 이유 중 하나는 ‘등산登山’은 ‘도전과 극복’이라는 틀에 박힌 생각을 하기 때문이 아닐까? 호전적인 우월감과 치기稚氣를 앞세운 등산의 개념을 깨부순다면 경사傾斜에 대한 껄끄러움을 떨치고 오름마다에 즐거움과 나를 높여가는 산격山格을 가질 수 있으리라.
    오르막이 힘든 또 다른 이유는 평지처럼 걷기 때문이다. 자동차로 설악산 한계령으로 간다면 한계리에서 옥녀탕을 지나며 기어를 변속한다. 4단에서 3단으로. 장수대를 거쳐 본격적으로 가파른 오르막이 시작되면 2단에서 1단으로. 그런데 계속 4단으로 오르면 어떻게 될까? 동력 전달이 적절치 않아 시동이 꺼질 것이다. 사람이라면 힘이 부치는 것이다. 
    자동차도 기어 변속으로 언덕을 오르는데 사람들은 4단 기어 같은 넓은 보폭으로 경사각을 더욱 크게 만들어 버린다. 걸음 폭을 좁혀 경사각을 줄이지 않으면 균형을 잡느라 에너지를 많이 쓰게 되고 이 잘못 된 반복은 곧 고통의 산행으로 이어진다.
    고통을 참으며 꾸준히 산행을 하다 보면 점점 나아질 것이라고 착각하는데 향상은 없고 다만 익숙해질 뿐이다. 
    구슬을 20년 꿰고, 수타면을 20년 치면 아마도 달인이 되리라. 그러나 산행은 기능이 아니기 때문에 오래 한다고 잘해지는 것은 아니다. 나이가 들면 체력이 떨어져 예전보다 버거워진다. 힘이 아닌 기술로써 넘어야 할 산(?)이다. 산길걷기에서 나쁜 걸음은 덤비듯 성급히 걷는 것과 평지를 걷듯이 성큼 성큼 내딛는 넓은 보폭, 1자 걸음이 아닌 발끝이 양쪽으로 벌어지는 八자 걸음이다. 이 동작들은 몸이 흔들려 아름답지도 않고, 에너지 쓰임이 헤퍼 쉽게 지치게 되니 꼭 바로 잡아야 한다. 
    오름의 결정적 기술은 첫째, 경사가 급해질수록 걸음의 폭을 좁히는 것이다. 마치 자동차 기어를 바꿔 주듯이. 둘째, 높은 데를 딛고 단박에 오르려 하지 말고 낮은 데를 딛고 오른다. 계단으로 치면 두 계단을 한 번에 오르지 않는 것. 셋째는 천천히 여유롭게 걷는 것이다. 이 기술이 몸과 마음에 배면 오르막은 마치 에스컬레이터를 탄 듯 편하고 근육통과 피로감은 크게 줄어든다. 
    산행은 100m 달리기가 아니고 긴 거리를 가야 하는 마라톤과 같다. 잘못된 걸음으로 에너지를 함부로 쓰지 않고 아껴 쓰고 느루 씀을 습관화해야 한다. 
    설악산의 깔딱고개와 지리산의 코재, 화왕산의 환장고개를 즐겁게 오르는 그날을 그려 보시라. 멋진 트레커Trekker란 무작정 걷는 자가 아니라 길을 읽을 줄 아는 사람이다. 더불어 좋은 걸음은 에너지를 만들어내고 그 힘은 너르고 깊이 있는 산을 가뿐히 오르게 해 주리라.
    윤치술 약력
    소속 한국트레킹학교/마더스틱아카데미교장/건누리병원고문/레키 테크니컬어드바이저
    경력 경희대학교 후마니타스칼리지 외래교수/고려대학교 라이시움 초빙강사/ 사)대한산악연맹 찾아가는 트레킹스쿨 교장/사)국민생활체육회 한국트레킹학교 교장/월간 산 대한민국 등산학교 명강사 1호 선정 /EBS1 국내 최초 80분 등산 강의/KBS TV 9시 뉴스, 생로병사의 비밀, 영상앨범 산/KBS2TV 헬로우숲 고정리포터/KBS1 라디오주치의 고정출연 등
    윤치술 교장은 ‘강연으로 만나는 산’이라는 주제로 산을 풀어낸다. 독특하고 유익한 명강의로 정평이 나 있으며 등산, 트레킹, 걷기의 독보적인 강사로서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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