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월간산 2024년 5월호
  • 655호

[주말산행 경상도의 산ㅣ구암산 807.7m] 첩첩산중에 푹 빠져 걷는 오지의 산!

글·사진 황계복 부산산악연맹 자문위원
  • 입력 2019.05.15 11:1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구암·보현지맥 교차지점에 있어… 인적 드물어 산길 청정

주능선을 이탈해 상사리 마을로 내려서면 잣나무가 빽빽한 숲길을 만난다.
주능선을 이탈해 상사리 마을로 내려서면 잣나무가 빽빽한 숲길을 만난다.

구암산九岩山은 포항시 죽장면과 청송군 부남면이 경계를 이루는 오지의 산이다. 구암지맥의 이름을 이 산에서 따올 만큼 주변에 제법 알려진 산이다. 환경부 자연보전국의 자료에 의하면 ‘구암산이라는 지명은 산 중간 부분에 있는 9개의 암석군을 지칭하는 것으로 이에 대한 전설이나 구전이 있을 것으로 사료된다’는 기록이 있으나 확인할 길이 없다. 한편 산에 바위굴이 있어 굴암산으로 불리던 것이 세월이 흐르면서 구암산으로 변했다는 이야기도 있다. 

사실 구암산은 높이로 보나 산세로 보나 포항 지역에서는 꽤 알려진 편이다. 하지만 대중교통이 워낙 불편한 오지이다 보니 찾는 사람은 많지 않다. 구암지맥을 걷거나 포항시 경계 산길을 잇는 산꾼들이 간혹 찾을 뿐이다. 그렇다보니 산길이 깨끗하고 너무나 한적하다. 낙엽에 발목까지 빠지는 청정한 산길은 오지 산을 오르는 잔재미가 넉넉하다. 그러나 구암지맥과 보현지맥을 번갈아 지나면서도 정작 구암산은 등산로가 단조롭고 조망이 다소 시원찮은 게 흠이다. 

산행은 포항 죽장면 상사리 마을회관이 있는 버스종점에서 시작한다. 나주 임씨 묘를 지나 563.8m봉~구암지맥~561.6m봉~754.7m봉(폐헬기장)~구암산 정상~786.8m봉(구암지맥 분기봉)~보현지맥~임도~백고개~임도~668m봉(보현지맥 갈림봉)~묘지(주능선 갈림길)~상사리 마을회관으로 되돌아온다. 약 15km의 거리가 조금 부담스러울 수 있겠으나 원점회귀산행이고 낮 시간이 많이 길어졌음을 감안한다면 큰 어려움은 없다. 고만고만한 여러 산봉우리를 오르내리기 때문에 체력소모는 많은 편이다.

산행 기점은 상사리 평지동 평판마을이다. 예전에는 청송군 산지 마을과 포항의 바닷가 마을로 이어지는 물물교환로가 지나는 곳이었다. 그러나 1960년대 초 새로이 국도가 난 뒤로는 산이 깊고 험준해 오가는 사람이 드물다고 한다. 버스 회차지인 종점에서 개울 건너에는 상사리 마을회관이 보인다. 재일동포 정연수공적비鄭淵秀功績碑 앞을 지나 점말마을 방향의 도로를 따른다. 약 230m 가면 만나는 첫 민가 뒤로 돌아든다. 곧 콘크리트길이 끊어지며 나주 임씨 묘역이다. 

본격적인 산행이 시작되는 나주 임씨 묘역.
본격적인 산행이 시작되는 나주 임씨 묘역.
구암산 정상에서 하산 길의 암릉에서 바라본 구암산.
구암산 정상에서 하산 길의 암릉에서 바라본 구암산.

본격 산행이 시작되는 묘역 뒤편으로 능선 길이 비교적 뚜렷하다. 뒤돌아보면 건너편 산행이 끝나는 능선도 한눈에 구분된다. 처음부터 경사가 가파른 비탈길이다. 옛 가정용 TV 수신안테나가 보인다. 이어 묘지 뒤로 뼈대만 앙상하게 남은 송이막 터에 이른다. 경사가 완만한 능선 길에 묵묘를 만나고 563.8m봉을 넘는다. 40분쯤 나아가면 구암지맥에 합류한다. 방향을 동쪽으로 틀어 구암산을 향해 지맥의 마루금을 따른다.

구암지맥은 보현지맥이 지나는 구암산 동남쪽 786.8m봉에서 갈라져 구암산을 거쳐 청송 노래산(794m)~안동 계명산(530m)을 지나 약산에서 길안천으로 빠져드는 도상거리 57.3km의 산줄기이다. 지맥 길은 사람이 다녀서인지 뚜렷하지만 낙엽에 뒤덮인 곳도 있다. 또 간혹 능선이 나뉘는 갈림길에서 헷갈릴 수 있으나 주능선만 잘 따르면 된다. 게다가 잘못된 길에는 입산금지 또는 시 경계 표지판이 걸려 있어 좋은 길잡이가 된다. 

지맥에 합류한 산길은 곧 묘지를 지나 야트막한 산봉우리를 넘는다. 발목까지 빠지는 낙엽에 신경쓰다 보면 자칫 주능선을 놓칠 수 있는 갈림길이다. 오른쪽 지능선을 따르지 말고 한 굽이 내려섰다가 오르면 다시 묘지를 지나 능선 길은 동남쪽으로 굽어든다. 소나무가 울창한 숲길이다. 청송 쪽 거두산과 띄엄띄엄 산비탈을 등지고 앉은 민가가 나뭇가지 사이로 보인다.

능선 길은 오르내림을 계속 반복한다. 나뭇가지에 걸린 입산금지 표지판이 있고, 산봉우리에는 상사리로 연결되는 갈림길이 있다. 뒤이어 올라선 546.5m봉에는 포항시 산악구조대가 달아놓은 시 경계구간 표지판이 보인다. 561.6m봉을 넘어 내려서면 묘지와 함께 녹슨 철망이 길을 막는다. 서낭돌무지가 있는 안부는 포항 죽장의 상사리 점말마을과 청송 부남의 양숙리 덕골로 넘나들던 옛 고갯길이다.

주변 전망이 트이는 벌목지를
지나면 지나온 산릉이 한눈에
들어오고 멀리 주왕산이 희미하다.
주변 전망이 트이는 벌목지를 지나면 지나온 산릉이 한눈에 들어오고 멀리 주왕산이 희미하다.

구암산 정상까지 서서히 고도를 높인다. 모처럼 주변 전망이 트이는 벌목지를 지난다. 외롭게 버티며 살아난 소나무 한 그루가 눈길을 붙잡는다. 지나온 산릉이 한눈에 들어오고 그 너머 멀리 주왕산이 희미하다. 서쪽으로는 자초산이 가깝고 뒤로는 베틀봉, 면봉산으로 이어지는 보현지맥이 어림된다. 보이는 것은 오로지 하늘과 겹겹으로 에워싼 산, 산비탈을 파고든 골짜기뿐이다. 산행 중 30여 개의 크고 작은 산봉우리를 만나지만 희한하게도 구암산 외에 이름이 없다. 첩첩산중이란 말이 실감나는 풍경이다.

입산금지 경고판을 지나 올라선 617.6m봉에는 시 경계구간 표지판이 붙었다. 이곳은 점말마을로 내려서는 갈림길이다. 신갈·상수리 등 참나무가 도열한 능선 너머 나뭇가지 사이로 구암산이 희끗 모습을 드러낸다. 잠시 내려서는가 싶더니 585.9m봉을 넘어 앞을 가로막는 679.8m봉을 서쪽에 두고 살짝 비켜 간다. 갈림길이 있는 680m봉에서부터 고도를 높인다. 

폐헬기장인 754.7m봉에 이어 구암산 정상에 닿는다. 2등 삼각점(기계 21, 2004 재설)과 조그만 표지판이 있다. 구암산을 정점으로 주변의 이름 없는 산들이 동·서 방향으로 많은 지능선을 이루고 있다. 잡목이 시야를 가려 전망은 시원찮다. 

정상에서 남동릉으로 내려서면 삼거리 갈림길. 남서쪽으로 방향을 틀면 리본이 주렁주렁 걸린 785.4m봉. 보현지맥의 마루금이 지나면서 구암지맥을 분기시키는 갈림봉이다. 보현지맥은 낙동정맥 가사령 인근 고라산(744.6m)에서 분기해 면봉산~보현산을 거쳐 청송·영천·군위군의 경계인 석심산을 지나 상주시 중동면 우물리 낙동강에서 그 맥을 다한다. 낙동 23지맥 중 가장 긴 166.8km의 산줄기로 6개의 지맥을 분기시킨다.

보현지맥으로 갈아타고 첫 임도를 지나면 남쪽으로 전망이 트인 암릉이다. 깊은 산골짜기 건너에 낙동정맥의 침곡산, 운주산이 환하게 다가온다.
보현지맥으로 갈아타고 첫 임도를 지나면 남쪽으로 전망이 트인 암릉이다. 깊은 산골짜기 건너에 낙동정맥의 침곡산, 운주산이 환하게 다가온다.
백 번이나 굽어진다는 백고개에
이르면 송이골이 한눈에 들어온다.
백 번이나 굽어진다는 백고개에 이르면 송이골이 한눈에 들어온다.

이제 구암지맥은 물론 시 경계 산길과도 헤어진다. 죽장면에 접어든 보현지맥으로 갈아타면서 임도에 닿는다. 이 임도는 가사리 갈밭마을에서 달의령을 지나 상사리 송이골로 연결된다. 임도 건너 리본이 걸린 산길로 든다. 

남쪽으로 전망이 트인 암릉에 이르면 깊은 산골짜기 건너에 낙동정맥의 침곡산, 운주산이 환하게 다가온다. 발걸음을 옮기면 가지가 무성한 소나무를 비롯해 북쪽 구암산의 모습도 볼 수 있다.

다시 임도로 내려서지만 곧 산길로 올라선다. 688.4m봉을 지나면 능선이 갈라지는 갈림봉이다. 우측 길로 진행해 646.1m봉을 넘으면 폐헬기장을 만나고 이어 지형도에 표기된 ‘백고개’에 닿는다. 북쪽 송이골과 남쪽 석계리로 넘나드는 희미한 소로가 있고, 송이골이 한눈에 들어온다. 백 번이나 굽어진다고 해서 이름 붙여진 백고개 너머 송이골은 예부터 송이가 많이 나서 붙은 지명이란다. 다시 송이골과 석계리를 연결하는 임도에 닿는다. 송이골을 거쳐 상사리 마을로 하산해도 된다. 

임도를 건넌 산길은 널찍하다. 알고 보니 묘지를 정비하며 닦은 길이다. 다시 능선 길로 연이어 두 개의 봉우리를 지나 안부에 다다른다. 약간 거친 바윗길로 오르면 남쪽 방향으로 꺾이는 보현지맥 갈림길이다. 15m 정도 오르면 668m봉이다. 지맥을 벗어난 668m봉에서 북서쪽으로 완만하게 이어지는 능선을 따른다. 산길은 희미하나 능선이 뚜렷하고 오르내림이 심하지 않다. 절골 갈림봉과 묘지가 자리한 산봉우리를 넘으면 오전에 출발했던 평지동 마을이 보인다. 610.6m봉 직전 능선 상에 묘지 1기가 있다. 이곳이 상사리마을회관으로 내려서는 갈림길이다.

주능선을 이탈해 북쪽 산릉으로 내려서면 잣나무가 빽빽한 숲길이다. 산길을 내려서면 사과밭을 만나고 곧 송이골로 연결되는 상사7교다. 상사리마을회관이 가까이 보인다. 첩첩산속에서 마을로 내려서니 별천지에 선 느낌이다.  

구암산 등산지도.
구암산 등산지도.

산행길잡이 

상사리 버스종점(마을회관)~나주 임씨 묘~563.8m봉~구암지맥 합류~561.6m봉~ 754.7m봉(폐헬기장)~구암산 정상~786.8m봉(구암지맥 분기봉, 보현지맥 합류)~ 임도~백고개~임도~668m봉(보현지맥 갈림봉)~묘지(주능선 갈림길)~상사리 마을회관(버스 종점)<7시간 30분 소요>

교통 (지역번호 054)

포항 구암산의 산행 기점인 죽장면 상사리는 대중교통이 조금 불편하다. 먼저 각지에서 포항 죽장(면소재지)이나 청송군 현동면소재지인 도평(리)를 경유해야 한다. 죽장 시외버스정류장(243-3430)에서 상사리행 희망버스는 1일 3회(06:40, 14:00, 17:30), 현동(도평) 버스터미널(872-8052)에서 1일 3회(7:30, 14:10, 16:55) 상사리까지 운행한다. 이 버스들은 상사리에서 다시 출발지로 되돌아간다. 상사리까지의 거리는 현동(도평)이 가깝다. 버스 시간이 여의치 않을 경우 현동에서 택시(도평 개인택시·872-8588)를 이용하면 된다. 요금은 1만8,000원 안팎. 승용차를 이용한다면 내비게이션에 목적지를 경북 포항시 죽장면 상사리마을회관으로 입력하면 된다.

숙식 (지역번호 054)

죽장에는 숙소가 없어 청송군 현동면소재지인 도평리에서 해결하는 것이 좋다. 숙소는 거성장여관(872-6881)과 문거재여관(872-8661) 두 곳뿐이다. 식당은 수복기사식당(872-6951), 옛집식당(872-0666), 남일식육식당(872-8027), 서울반점(872-3316), 아침 식사가 가능한 새천년참숯불갈비(872-0933) 등이 있다.  

저작권자 © 월간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