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페인ㅣ사패산 클린하이킹] 우리는 산을 지키는 작은 영웅! 산벤져스!

  • 글 김강은 벽화가
  • 사진 이현준
    입력 2019.04.26 11:15

    비 오는 궂은 날씨 속에 진행된 사패산 클린하이킹

    이미지 크게보기
    궂은 날씨 속에서도 클린산행으로 정상에 오른 7기 클린하이커스 멤버들.
    비도 우리를 막을 수 없다. 
    일곱 번째 클린하이킹 캠페인 참가자를 모집하는 날, 늘 떨린다. 떨리는 걸 넘어 조금 두렵기까지 하다. 함께하고 싶다는 사람이 없을까봐, 아무도 관심이 없을까봐. 하지만 그런 걱정과는 반대로 신청자는 나날이 늘어간다. 이렇게 기분 좋을 수 없다. 이것이 반짝했다가 사라지는 화젯거리가 아니라, 사람들이 진정 산과 우리를 둘러싼 환경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증거니까. 
    맙소사! 복병은 다른 데 있었다. 비 소식이 있는 것이다. 비 오는 날, 일반산행이 아닌 클린산행은 무척 곤욕스럽다는 것을 지난 경험을 통해 깨달았기 때문에 취소를 해야 할까 고민스러웠다. 하지만 7기 클린 하이커들이 모인 단톡방에서는 비 오는 것보다 캠페인이 취소될까봐 더 걱정하는 눈치다. 결국, 비 소식에도 불구하고 8명의 클린 하이커들은 예정대로 산으로 갔다. 추가로 준비한 판초우의와 함께. 흐린 날씨도, 쏟아지는 비도, 우리의 뜻을 막을 수는 없었다!
    이미지 크게보기
    다양한 직업의 사람들이 환경에 대한 공통된 관심으로 함께했다.

    아직 늦지 않은 지구

    오늘 우리가 흔적을 지울 산은 사패산. 강원도, 천안, 오산 등 전국에서 먼 거리를 달려 8명의 클린하이커스가 사패산 입구에 모였다. 멀리서 여기까지 온 것도 신기한데, 각지에서 모인 하이커들이 내뿜는 다양성이 더 놀라웠다. 중학교 선생님, 글 쓰는 에디터, 특수학교 교사, 장기여행을 마치고 돌아온 여행자, 갓 대학을 졸업하고 새로운 도전을 준비 중인 친구, 심지어 아직 성인이 되지 않은 고등학생까지! 늘 그렇지만 이번에도 무척 다양한 사람들이 모였다. 
    이들은 산을 너무나 사랑하는 산꾼도, 열정적인 환경운동가도 아니다. 하지만 우리를 둘러싼 자연을 아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진, ‘환경을 위해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고민하는 사람들이다. 인식을 바꾸는 데에는 교육이 가장 중요하다는데, 아직 청소년인 태훈군이 강원도에서 달려와 두 눈을 반짝이는 것을 보니 아직 늦지 않은 것 같다. 지구의 미래는 어둡지 않다!
    예보대로 하늘의 빛깔이 흐릿해지더니 비가 후드득 내렸다. 안개는 더욱 두터워졌다. 촉촉한 안개로 가득한 날씨에 낙엽의 붉은 빛깔은 한층 짙어졌고, 계절을 뛰어넘어 가을 속으로 들어온 듯했다. 하지만 더 많은 비를 쏟아내지는 않았다. 마치 하늘이 우리 뜻을 알고, 응원해 주는 듯이. 
    참가자들은 “비가 오니까 더 숲 향기가 짙어서 좋다”거나 “오히려 쓰레기 줍기 좋은 날씨 같다”며 긍정적인 반응 일색이었다. 힘들 것이라 예상하고 지레 겁먹었던 것이 무색하게, 클린하이커들은 한껏 신이 났다. 얼굴에는 은은한 미소가 떠나가지 않았다.
    이미지 크게보기
    쓰레기를 수거하는 필자(왼쪽)와 참가자들.

    우리는 클린하이커스, 아니 산벤져스

    사패산 정상에는 바람이 더 세게 몰아치고 있었다. 우리는 재빠르게 사진을 찍기로 했다. 클린하이커들의 정상 인증샷은 늘 클린백, 쓰레기 봉지와 함께다. 단체사진을 찍은 후 날씨가 더 큰 변덕을 부리기 전에 빠르게 하산하기로 했다. 하산하는 길, 쓰레기봉투는 묵직해졌지만 마음은 가벼웠다. 
    기존의 클린하이킹과 다른 점은 이전까지는 ‘쓰레기 줍기’라는 봉사 활동에 몰입했다면, 이번에는 ‘즐겁게 산행하며 쓰레기 줍기’에 가까웠다. 즉, 쓰레기를 ‘적당히’ 주운 것이다. 
    이런 생각이 든다. 우리가 지치지 않으려면, 계속 쓰레기를 줍기 위해서는, 그리고 클린하이킹이 환경에 관심 있는 자들만의 문화가 아닌 보편적인 문화로 만들기 위해서는 우리가 먼저 즐거워야 하지 않을까? 쉽고, 가치 있고, 즐거운 일이라면 누구든 하고 싶을 테니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클린하이킹은 너무나 성공적이었다. 쓰레기를 줍고, 즐기며, 벌써 다음 클린하이킹에 대한 기대감으로 가득해졌으니. 다함께 찍은 정상에서의 사진을 보고 클린하이커 세라씨가 말했다. 
    “우리, 산벤져스 같네요!”
    말장난처럼 나온 이야기였지만, 충분히 그런 타이틀을 가져도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산을 사랑하고, 소소하게나마 지키는 사람이야말로 ‘산벤져스’일 테니 말이다. 처음에는 이 일이 대단한 것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제부터 당당하게 자부심을 가지기로 했다. 클린하이커스로서. 산을 지키는 작은 영웅으로서. 
    우리는 이제 각자의 자리로 돌아가겠지만, 각자의 자리에서 ‘클린하이킹’, 그리고 ‘흔적 남기지 않기Leave no trace’를 실천할 것이다. 학교에서도, 교회에서도, 각자의 삶의 영역에서도. 무언가 새로운 희망이 보이는 것 같다. 이 작은 파동이 번져 거대한 파도로 변화하기를. 이 세상의 모든 사람들이 산을 즐기며 제대로 지킬 줄 아는 산벤져스가 되기를!  
    이미지 크게보기
    바람이 세게 몰아쳤지만, 즐겁고 안전하게 산행하며 쓰레기를 주웠다.

    7기 클린하이커스 미니 후기

    클린하이커 | 제민주

    클린하이킹에 주저 없이 도전할 수 있었던 이유, 그건 산을 좋아하고 자연을 아끼는 것이 삶에서 잊지 말아야 할 ‘이치’임을 아는 사람들이 모인 자리였기 때문이에요. 우리의 만남은 단발성으로 끝날지 몰라도 그날의 에너지는 제 안에서 큰 확신이 되어 자라고 있습니다. 앞으로의 산행, 아니 앞으로의 제 삶이 ‘LNT’의 증거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할 거예요!

    클린하이커 | 이은민

    환경에 관해 생각만 있었을 뿐 어떻게 실천해야 할지, 실천해도 달라질지 고민만 하고 있었는데 클린하이킹을 통해 실천으로 옮기니 뿌듯한 마음이 먼저 들었습니다. 이렇게 같은 마음으로 모인 것부터가 좋았고, 긍정적 시너지효과가 SNS와 월간 <산>을 통해 멀리 퍼졌으면 합니다. (이런 사람들에게 클린하이킹 참가 강추: 혼자 어떻게 실천할지 모를 때)

    클린하이커 | 박세라

    과거의 저는 산에서 쓰레기를 보면 눈살을 찌푸리기만 했을 뿐 그 쓰레기를 적극적으로 치워본 적은 없습니다. 이번 클린하이킹은 아픈 산을 보고도 방관해 왔던 제 자신을 객관적으로 돌아볼 수 있었던 성찰의 시간이자 행동의 시작이었습니다. 부디 자연을 보호하려는 이 작은 모임이 민들레 꽃씨처럼 산 곳곳에 퍼져 쓰레기가 있던 자리에 선한 꽃밭이 가득 채워지길 바라며, 다음 클린하이킹을 위해 배낭을 챙겨봅니다.

    클린하이커 | 김태훈

    평소에는 책을 읽으며 환경보호에 대한 생각을 키우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실천이 빠졌다는 것을 느꼈고 클린하이킹을 만났습니다. 활동을 하며 환경오염의 심각성을 피부로 느끼고 마음이 무거워지기도 하고, 정화 활동을 하며 마음이 뿌듯해지기도 했습니다. 이상과 현실을 이어주는 다리, 클린하이커스의 일원이라는 것이 자랑스럽습니다!
    내가 본 뉴스 맨 위로

    내가 본 뉴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