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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산 2024년 5월호
  • 655호

[창간 50주년 기념특집Ⅲ 한국산악계를 빛낸 50인 l <1> 선정기준 및 선정위원] 한국산악 50년 논란 불구 매듭 필요해 선정

글 박정원 편집장
  • 입력 2019.06.14 1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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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선정위원 고사…산악계 전반 4개 기준, 4개 가치 엄격히 적용

월간<山>이 창간 50주년을 맞아 한국산악계를 어떠한 형태이든 한 번쯤 정리할 필요가 있었다. 한국산악계의 편년사는 매년 한국산악회(이하 한산)와 대한산악연맹(이하 대산련)에서 연보를 발간하면서 자세히 나와 있지만 인물 중심의 기전체는 사실상 기록하기 쉽지 않다. 논란이 많기 때문이다. 월간<山>이 지난 40주년 때 한국의 대표적인 클라이머 40인을 선정했다가 많은 논란과 구설수를 겪었다.  

하지만 창간 50년을 맞은 월간<山>은 반세기 역사를 기록해 오면서 다시 한 번 매듭을 지어야 한다는 지적이 많았다. 한국산악계의 반세기 역사를 돌아보며 장단점을 일일이 파악해서 발전과 개선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중론이다. 어떻게 할 것인가의 방법이 문제다. 클라이머만 선정은 지엽적이기 때문에 한국산악계 전반을 다루자고 월간<山> 편집팀에서 합의를 했다. 내부 의견도 중요하지만 한국산악계 전반의 의견을 듣기 위해 몇몇 선정위원을 정하고, 선정기준을 엄격하게 나눴다. 

우선 선정기준부터 결정했다. 한국산악계에 전반적으로 영향을 미친 인물을 중심으로 다섯 가지 기준으로 나눴다. 첫째, 한국산악계 역대 회장을 역임한 인물을 선정했다. 다시 말해 역대 산악단체장이 대상이다. 둘째, 히말라야 14좌 완등자 또는 탁월한 등반가. 셋째, 산악문화 활성화에 기여한 자. 넷째, 국제클라이밍대회 우승자 또는 성적 우수자. 다섯째, 독보적이거나 산악활동 대중화에 기여한 자 등을 대상으로 했다. 

여기에 등반이념에 따른 역사성, 등반성, 도덕성, 대중성을 기준으로 적용했다. 등반이념은 스포츠 경기 같은 경쟁성은 적용대상이 아니다. 등반이념은 심판이 없는 상태에서 순수한 자신과의 싸움이다. 룰도 심판도 없는 상태에서 도덕성에 따른 자신의 기준으로 등반하는 행위를 말한다. 등반이념은 지금 행하고 있는 클라이밍과는 확연히 차이가 난다. 클라이밍은 룰에 따라서 심판의 기준에 의해 경쟁적으로 하는 행위인 것이다. 단지 클라이밍이라도 자연 암벽에서 행해지는 클릭클라이밍은 대상이 된다. 

등반의 역사성은 히말라야 등반에 있어서는 주로 초등기록이 해당한다. 반드시 8,000m 거벽이 아니더라도 7,000m 내외의 거벽에 남이 오르지 않은 루트로 초등한 클라이머는 가중치를 준다. 또 등반성은 자기 스스로 개척해서 올라가는 루트에 더 가중치를 주는 방식이다. 다르게 표현하면, 에베레스트 노멀루트의 경우 한 시즌 수십 명씩 올라간다. 특히 요즘 같으면, 돈만 주면 산소마스크 끼고 셰르파에 의해 올라갈 수 있기 때문에 등반성이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 이런 면에서는 고 김창호가 역사성과 도덕성을 모두 갖췄다고 볼 수 있는 산악인이다. 도덕성은 얼마나 환경훼손을 하지 않고 등반을 했느냐가 해당한다. 마지막으로 대중성은 등반이념과는 조금 배치되는 개념이지만 산악계도 세상의 한 부분이기 때문에 인정하지 않을 수 없는 부분이다. 

선정 심사위원 명단 -

이인정 아시아산악연맹 회장
이인정 아시아산악연맹 회장
이용대 코오롱등산학교 전 교장
이용대 코오롱등산학교 전 교장
김승진 월간<山></div> 전 편집장
김승진 월간<山> 전 편집장
안중국 월간<山></div> 전 편집장. 
※ 나머지 심사위원은 프라이버시 보호차원에서 익명으로 처리했다. 남선우 전 발행인은 자문위원으로 응하겠다고 밝혔다.
안중국 월간<山> 전 편집장. ※ 나머지 심사위원은 프라이버시 보호차원에서 익명으로 처리했다. 남선우 전 발행인은 자문위원으로 응하겠다고 밝혔다.

1차 선정위원들 고사 입장에 최종 익명 처리

선정기준을 정한 뒤 몇몇의 선정위원들에게 기준과 이에 따른 명단을 통보하고 의견을 구했다. 1차로 정한 선정위원은 77에베레스트 원정대장 김영도 선생, 77에베레스트 원정대원 김병준씨, 이인정 아시아산악연맹회장, 정기범 한산 회장, 이용대 전 코오롱등산학교장, 남선우 전 마운틴 발행인 등이었다. 선정위원으로 선정한 이들부터 즉시 논란이 일었다. 이들의 논란을 반응 그대로 옮긴다. 프라이버시를 보호하는 차원에서 익명으로 처리했다. 

A씨 - “취지는 알겠고 그 뜻과 의미도 매우 귀중하다. 그러나 나는 산악인을 많이 알지도 못하고 그럴 자격도 없는 사람이다. 이용대 선생이 훨씬 더 잘 알기 때문에 나는 빼줬으면 좋겠다. 이용대 선생에게 문의하라.”

B씨 - “월간<山> 창간 40주년 때 40명을 뽑아 <山>이 엄청나게 욕먹었다. 이번에 50명 뽑으면 또 욕먹는다. 절대 하지 마라. 만약 하더라도 나는 자문하고 싶지 않다. 아마 한다면 박 편집장은 그 자리에서 물러나야 할 거다. 월간<山>의 공헌도가 높은 5분만 골라 시상하면 어떨까. ①가장 오래 근무한 분=박영래, ②가장 많이 원고 보낸 분=이용대 ③가장 오래 근무한 기자=김승진, ④가장 많이 지원하신 분=?, ⑤가장 오래 구독 및 지원하신 분=?. 내 아이디어니까 참조하고, 절대 50명 운운하지 마시오.”

C씨 - “나는 선정위원에서 빠지겠다. 우선 선정위원 선정에 문제가 있다. 객관적인, 제대로 된 선정을 할 수 없는 사람들이다. 또 스포츠클라이밍이 산악인 50인에 들어가는 건 도저히 납득이 어렵다. 전부 다 빼야 한다. 넣더라도 7명은 지나치게 많다. 지금 이대로 선정이 진행되면 선정위원으로 이름이 오른 사람들만 엄청 욕을 먹게 된다. 도저히 할 수 없다. 만약 선정위원을 바꾸고, 50인 후보, 특히 스포츠클라이밍을 뺀다면 그때는 참여하겠다. 역대 편집장들도 선정위원으로 참여해야 한다.”

D씨 - “스포츠클라이밍은 산악 50인에서 빠져야 한다. 선정위원 선정도 문제가 있다. 후보들도 문제가 있다. 이대로 진행하는 건 문제가 있다. 역대 편집장들도 선정위원으로 참여해야 한다. 일단 수정한 내용을 메일로 보내겠다.” 

E씨 - “나는 선정위원에서 빼달라. 하지만 의견은 낸다. 이런 작업은 뒷말이 너무 많다. 누구는 넣고 누구는 빼기 힘든 일이다. 어떻게 하더라도 욕을 먹을 수 있는 작업이라 결정이 쉽지 않은 것 같다. 특히 웬만한 사람들은 전무 나와 인연이 있는데, 내가 의견을 내는 것은 더더욱 어려운 것 같다. 초기 클라이머 모임인 누상동파 멤버이자 월간산 초대 편집장인 최선웅씨는 들어가야 하고, 산악문화 대중화에 크게 기여한 <사람과 산> 홍석하 발행인도 넣어야 한다. 스포츠클라이밍은 조금 애매하지만 넣는다면 사솔은 선정해야 한다.” 

F씨 - “솔직히 나는 잘 알지 못하는 부분이 많다. 선정위원 역할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다. 산악인을 50인으로 추리는 작업은 결정하기 너무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명단을 살펴보고 느낀 개인적인 판단은 모씨 같이 현직에 있는 분은 평가를 미루면 어떨까 한다. 나라면 그렇게 하겠다. 그리고 또 다른 모씨는 자료를 베껴서 자신의 것으로 내놓아 논란이 많았던 것으로 알고 있다. 한국산악계 초창기에 활동을 하셔서 대접을 많이 받았지만 이러저런 논란을 많이 만드신 분이라 50인에서는 제외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역대 월간<편집장들 선정위원 직접 나서

1차 선정위원들의 반응이 영 부정적이었다. 급히 김승진, 안중국 역대 편집장들과 이용대 선생을 만나 이들의 반응을 전하고 자문을 구했다. 김승진, 안중국 역대 편집장은 선정위원으로 기꺼이 본인의 이름을 걸고 했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이들은 또한 선정된 50인에 대한 이견도 냈다. 전부 수용했다. 

특히 월간<山> 창간 40주년 때 한국의 클라이머 40인 선정 당시 편집장이었던 안중국씨는 “나도 당시 욕을 많이 먹었다. 어느 산악인은 ‘내가 왜 거기 못 들었나, 내가 그 정도밖에 안 되는 걸로 보이나.’ 또 다른 산악인은 ‘내가 평소 너와의 관계가 이 정도밖에 안 됐나’는 등 섭섭한 표현에서부터 협박성 반응까지 다양하게 들었다”고 밝혔다. 이들의 의견과 1차에서 부정적 반응을 보였던 일부 선정위원을 제외하고 선정된 최종 선정위원은 김승진, 안중국 전 편집장을 비롯 이용대 선생 등으로 결정했다. 

그 외의 선정위원들은 논란으로부터 회피하기 위해 본인의 의견에 따라 익명으로 처리했다. 이들의 의견에 따라 최종 결정된 선정기준과 한국산악계를 빛낸 50인은 다음과 같다. 

첫째 기준인 역대 산악단체장을 지낸 인물로 조선일보 주필을 하면서 한국산악계의 초석을 다진 홍종인 박사를 거론하지 않을 수 없다. 한산 3, 5대 회장을 역임했다. 이어 노산 이은상 선생도 한산 회장을 4, 7, 8, 9, 10, 11대를 역임하면서 한국산악계 발전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국어학자 이숭녕 박사도 14, 15, 16대 한산 회장과 초대 대산련 회장을 역임하면서 한국산악발전의 초석을 다졌다. 이어 대산련 17, 18, 19대 회장을 역임하고 지금은 아시아산악연맹 회장으로 있는 이인정 회장의 영향도 무시할 수 없다. 따라서 역대 산악단체장은 이 4명을 선정했다. 구체적 인물에 대한 사항은 뒷부분 ?에서 사진과 함께 프로필에서 자세히 설명한다. 

상당히 의미가치 있다는 데는 동감

둘째 기준은 가장 논란이 되는 히말라야 14좌 완등자 또는 탁월한 등반가가 대상으로 엄홍길, 고 박영석, 한왕용, 김재수, 오은선, 고 김창호, 김미곤, 고 고상돈, 고 고미영, 김홍빈, 남선우, 박정헌, 유학재, 윤대표, 고 지현옥, 허영호, 강연룡, 구은수, 김세준, 유한규, 이명희, 장봉완, 정승권, 정호진, 조형규, 최석문 총 26명이 선정됐다. 

셋째 기준인 산악문화 활성화에 기여한 인물로 산노래에 이정훈, 산악교육에 한국등산학교를 설립한 권효섭, 산악출판에 홍석하, 최선웅, 정광식, 이용대, 김영도, 김근원(산악사진 출판), 허창성(산악도서 전문출판), 고 손경석, 김용기(한국의 암장) 총 11명이 선정됐다. 

원래 넷째 기준으로 국제클라이밍대회 우승자 관련 부분으로 했으나 산악계 대다수 인물이 선정기준에 포함하는 데 반대했다. 

또한 한국산악계 50년사를 정리하는 입장에서 한국 클라이밍의 역사는 그리 길지 않다는 점도 지적했다. 불과 20여 년밖에 안 되는 클라이밍 역사를 50년을 정리하는 입장에서 산악역사를 빛낸 인물로 선정하기는 무리가 있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엄연히 대산련 산하에 있는 조직이고, 대중화에 크게 기여한 종목이기 때문에 아예 제외하기도 애매한 부분이 많다. 그래서 내년 8월에 개최되는 동경올림픽 첫 정식종목으로 채택된 클라이밍을 올림픽 개최 1년을 앞두고 클라이밍의 역사와 현황과 종목에 대해 특집으로 조명할 것을 기약하고 아쉽지만 한국산악계를 빛낸 50인에서는 빼기로 했다. 

마지막 기준으로 독보적이거나 산악활동 대중화에 기여한 자는 최초의 히말라야 탐험활동에 나섰던 고 박철암, 알피니즘 태동기에 활동했던 고 김정태, 백두대간 첫 종주자 남난희, 백두대간 대중화에 이바지한 조석필, 평생 산악조난 활동을 벌였던 고 변완철과 고 성산, 고 남행수, 선우중옥, 백인섭 총 9명이 선정됐다.  

한국 산악계를 빛낸 50인

한국산악계 역대 회장을 역임한 인물

홍종인, 이은상, 이숭녕, 이인정(이상 총 4명)

히말라야 14좌 완등자 또는 탁월한 등반가  

엄홍길, 고 박영석, 한왕용, 김재수, 오은선, 고 김창호, 김미곤, 고 고상돈, 고 고미영, 김홍빈, 남선우, 박정헌, 유학재, 윤대표, 고 지현옥, 허영호, 강연룡, 구은수, 김세준, 유한규, 이명희, 장봉완, 정승권, 정호진, 조형규, 최석문(이상 총 26명)

산악문화 활성화에 기여한 인물  

산노래 이정훈, 산악교육 권효섭, 산악출판 홍석하, 최선웅, 정광식, 이용대, 김영도, 김근원(산악사진 출판), 허창성(산악도서 전문출판), 고 손경석, 김용기(이상 총 11명) 

독보적이거나 산악활동 대중화에 기여한 자

고 박철암, 고 김정태, 고 성산, 고 남행수, 남난희, 선우중옥, 조석필, 고 변완철, 백인섭(이상 총 9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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