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월간산 2024년 5월호
  • 655호

[주말산행 경상도의 산ㅣ금동산 463.2m] 알려지지 않은 낙동강 조망 명소

글·사진 황계복 부산산악연맹 자문위원
  • 입력 2019.06.07 14:5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희귀한 노각나무 군락지에 야생화 지천…낮지만 산세 예사롭지 않아

381.7m봉은 금동산 최고의 조망지로 낙동강은 물론 양산과 밀양의 명산들이 파노라마로 다가온다.
381.7m봉은 금동산 최고의 조망지로 낙동강은 물론 양산과 밀양의 명산들이 파노라마로 다가온다.

낮은 산이지만 산세는 예사롭지 않았다. 주변의 높고 낮은 산봉우리 중 금동산琴洞山이라는 이름을 달았다는 사실만으로도 가벼운 산이 아님을 짐작케 한다. 가까운 곳에 이보다 더 높은 474m봉이 있지만 이름은 없다. 금동산은 하나의 산이 아니다. 오른 뒤 내려올 때까지 고구마 형태로 이어지는 연봉들이 엮어내는 합작품이다. 유유히 흐르는 낙동강의 물길이 아름답게 펼쳐진다. 강을 끼고 늘어선 산들은 푸릇푸릇한 봄 빛깔이 짙어 간다.

 금동산은 ‘옛날 선녀가 내려와서 거문고를 타고 놀았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국토지리정보원의 지명유래에 그렇게 적혀 있다. 그러나 산기슭에는 철과 구리를 생산하던 동철골銅鐵谷이 있다. 임진왜란 때 구리와 쇠를 캐면서 마을이 생겼다는데, 일제강점기에도 철광산으로 경영되었다. 인근의 철 생산 관련 유적과 구전들은 대감리大甘里의 옛 지명인 ‘감물야향甘勿也鄕’과 통한다. 김해의 상동·대동면에 ‘감甘’ 자가 붙은 대부분의 지명이 철 생산과 관련이 있다. 상동의 감로甘露·소감小甘·대감大甘을 비롯해 대동의 감천甘泉도 그럴 것이다.

 ‘달 감甘’이라고 ‘물맛이 좋다’거나, ‘북쪽에 있다’ 또는 ‘달무리’에서 유래되었다는 마을의 속설도 있다. 그렇지만 조선 초의 <세종실록지리지>는 대감리를 감물야촌甘勿也村으로 기록하면서 제철과 자기소磁器所가 있었음을 알려 준다. 예종 원년(1469)의 <경상도지리지>에는 ‘정철正鐵 479근을 김해부 동쪽의 감물야촌이 세공歲貢으로 바쳤다’고 기록돼 있다. 동철골의 금동산이 지금은 ‘거문고 금琴’에 ‘마을 동洞’을 쓰지만, 이런 역사적 사실로 미루어 본다면 원래는 ‘쇠 금金’에 ‘구리 동銅’이 아니었나 싶다.  

분성 허씨 묘역을 지나면 전설이 서려 있는 장군바위를 만난다
분성 허씨 묘역을 지나면 전설이 서려 있는 장군바위를 만난다

 금동산 산행은 원점회귀로 했다. 산행코스는 상동면사무소 버스정류장에서 대감교를 건너 용전3교~용전마을~비포장 길~산길 진입~주능선~224.6m봉~장군바위~석룡산 갈림길~450.5m봉~474m봉~381.7m봉~매리 갈림길~금동산 정상~묘지(갈림길)~공동묘지~146.7m봉~대포천 정자쉼터~상동면사무소 버스정류장까지 돌아오는 약 10.5㎞다. 

 상동면사무소 버스정류장에서 배낭을 추스른다. 상동면사무소 맞은편 상동파출소 앞에서 서쪽으로 진행해 내동천에 걸린 대감교를 건넌다. 잰걸음으로 면소재지를 빠져나왔다. 내동천을 따라 걸으니 푸근한 시골 풍경이 펼쳐진다. 다시 북쪽으로 꺾어 대포천에 놓인 용전3교를 건너 용전마을회관 앞을 지난다. 용전마을회관에서 개울을 따라 곧장 산골짜기로 잇는 길이다. 

  전형적인 시골의 비포장 길인데도 운치가 있다. 길가 탱자나무 울타리에 탱자 꽃이 피었다. 가막살나무도 탐스럽게 핀 꽃을 달았다. 향긋한 꽃냄새에 코끝이 간지럽다. 비포장 길로 10분쯤이면 왼편 산비탈로 오르는 초입이다. 작은 계곡을 낀 비탈길은 차츰 경사가 가팔라지며 왼편 산봉우리 쪽으로 오르게 된다. 173m봉이 가까운 주능선에 이르러 확연한 능선 길을 만나면서 방향을 북쪽으로 꺾어 발걸음을 옮긴다.

석룡산에서 아홉 살 고개를 거쳐 금동산으로 이어지는 능선 길의 삼거리에 있는 숲속 쉼터.
석룡산에서 아홉 살 고개를 거쳐 금동산으로 이어지는 능선 길의 삼거리에 있는 숲속 쉼터.

  완만한 능선 길 곳곳에는 각시붓꽃을 비롯한 야생화가 고운 자태를 뽐낸다. 사람의 발길이 거의 없는 한적한 산길에는 바람 따라 들려오는 새들의 지저귐이 상쾌하다. 연이어 만나는 묘지를 지나치면 송전탑이 서있다. 때 묻지 않은 깨끗한 산길은 키 큰 참나무들로 빽빽하다. 여린 잎이 돋아난 숲길은 온통 연초록으로 물들었다. 아무렇게나 흩어진 바위 사이로 조심스레 오르면 224.6m봉. 누군가 오래전에 쌓은 듯한 돌탑이 자리한다. 지형도를 확인하지 않으면 그냥 지나치기 쉬운 산봉우리는 숲속에 갇힌 듯 평범하다.  

 분성 허씨 묘역을 지나 고도를 높이는가 싶더니 하늘을 찌를 듯 뾰족한 선돌 하나가 수문장처럼 버티고 섰다. 커다란 돌칼처럼 서있는 이 바위는 장군바위다. 옛날 김해 고을의 이름난 네 장군이 해마다 이곳에 소풍 와서 이 바위로 힘을 겨루었다는 전설이 전해진다. 금동산의 호위장군으로 불러도 좋을 것 같다. 장군바위는 남쪽으로 전망이 트여 신어산, 장척산을 비롯해 상동 롯데야구장도 건너다보인다. 

 경사가 약간 가파른 능선 길로 고도를 높인다. 서쪽 석룡산, 동쪽의 금동산이 살짝 얼굴을 내민다. 한바탕 땀을 쏟으며 쉼터가 있는 갈림길 봉우리에 닿는다. 석룡산에서 아홉 살 고개를 거쳐 금동산으로 이어지는 능선 길의 삼거리다. 나무의자에서 잠시 땀을 식힌다. 바람소리, 새소리만 들리는 고즈넉한 숲속 쉼터다. 건너편 석룡산이 손을 뻗으면 잡힐 것 같이 가깝다.

450.5m봉을 넘으면 산길에 쌓인 낙엽이 장딴지까지 차오른다.
450.5m봉을 넘으면 산길에 쌓인 낙엽이 장딴지까지 차오른다.

이제 방향을 꺾어 450.5m봉으로 향한다. 산길은 뚜렷하고 완만하다. 새 잎으로 채워진 숲은 시나브로 푸르다. 별다른 특징이 없는 450.5m봉을 넘으면 지난해 떨어진 낙엽이 수북하다. 찾는 사람이 적다 보니 산길에 쌓인 낙엽이 장딴지까지 차오른다. 낙엽과 파랗게 돋은 새 잎에서 가을과 봄을 동시에 느낀다. 다시 나무의자가 놓인 쉼터를 지나 갈림길인 474m봉에 이른다. 왼쪽은 용당마을로 내려서는 길. 금동산은 방향을 틀어 동쪽으로 간다. 

 내리막길은 미끄럽다. 경사도 가파르거니와 낙엽이 쌓여 더 그렇다. 도도히 흐르는 낙동강이 모습을 드러낸다. 강변의 산과 마을도 언뜻 보인다. 나지막한 봉우리를 넘으면 노각나무 군락지다. 차나무과의 낙엽교목인 노각나무는 나무껍질이 사슴뿔인 녹각鹿角을 닮았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껍질이 알록달록 매끈해 모과나무로 착각하기도 한다. 

474m봉에서내려선 안부 일대는 노 각나무 군락지다.
474m봉에서내려선 안부 일대는 노 각나무 군락지다.
정상에서 남릉으로 하산하며 뒤돌아 본 금동산은 녹색 물결에 휩싸였다.
정상에서 남릉으로 하산하며 뒤돌아 본 금동산은 녹색 물결에 휩싸였다.
381.7m봉의 바위가 널브러진 짧은 암릉길이 스릴의 감동을 안겨 준다.
381.7m봉의 바위가 널브러진 짧은 암릉길이 스릴의 감동을 안겨 준다.

노각나무 군락지에서 올라선 381.7m봉은 금동산 최고의 전망대다. 널브러진 바위들 위로 올라서면 북동쪽 시야가 확 트인다. 지나온 474m봉 산릉과 무척산이 한눈에 들어오고, 발아래로 대구-부산고속국도가 내려다보인다. 낙동강 건너 토곡산이 우람하다. 주변의 용골산, 오봉산, 천태산, 금오산, 구천산, 만어산 등 강 건너 양산과 밀양의 명산들이 파노라마로 다가온다. 영남의 젖줄이라는 낙동강도 그 산들의 틈새를 헤집고 흐른다. 강변 넓은 둔치에는 비닐하우스가 빼곡하고 간간이 지나는 경부선 열차 또한 정겹다. 파도처럼 일렁이는 녹색의 산과 푸른 강물이 빚어내는 멋진 풍경이다.

 스릴의 감동을 안겨주는 짧은 암릉을 지나 오르면 이정표(매리 4.2km, 금동산 70m)가 선 갈림길. 단숨에 금동산 정수리에 오른다. 삼각점(밀양 319, 1998 복구)과 정상석이 있다. 정상석 옆에는 금동산악회에서 타임캡슐을 묻었다는 표석이 있다. 전망이 좋지 않은 산정에서 잠시 숨을 돌린 후 하산을 서두른다. 남릉을 따라 내려서면 만나는 갈림길에서 433m봉을 비켜 지난다. 빗돌 없는 묘지에서 뒤돌아 본 금동산은 녹색 물결에 휩싸였다.

  다시 만나는 갈림길에서 내리뻗은 남릉이 진행 방향이다. 묘지가 있는 이곳에서 독도에 주의해야 한다. 묘지에서 오른쪽 사면으로 살짝 꺾는 길을 따라야 146.7m봉으로 나아간다. 선명한 능선 길로 직진하면 280.9m봉을 넘어 대감리 암경마을로 가게 된다. 급경사를 내려서면 공동묘지에 다다르고 송전탑이 선 146.7m봉까지는 완만한 숲길이다. 광주 안씨 묘를 지나 내려서면 발아래 운동기구와 육각 정자가 있는 대포천에 닿는다. 대포천의 풍경이 아름답다. 대포천 물빛을 따라 걷는 수변 목재데크 산책로가 있고, 물가엔 아담한 정자도 있다. 대포천을 건너 출발지였던 상동면 소재지에 이르며 산행을 끝낸다. 

산행 끝 무렵에 만나는 대포천은 수변목재데크 산책로와 아담한 정자가 있다.
산행 끝 무렵에 만나는 대포천은 수변목재데크 산책로와 아담한 정자가 있다.

산행길잡이

상동면사무소 버스정류장~대감교~용전3교~용전마을~비포장 길~산길 진입~주능선~224.6m봉~장군바위~석룡산 갈림길~450.5m봉~ 474m봉~381.7m봉~매리 갈림길~금동산 정상~묘지(갈림길)~ 공동묘지~146.7m봉~대포천 정자쉼터~상동면사무소 버스정류장<4시간 30분소요>

교통(지역번호 055)

금동산 원점회귀 산행을 위해서는 부산-김해 경전철역 봉황역이나 장신대역에서 김해 시내버스 72번(동부교통 325-3530)을 타고 상동면사무소 정류장에 내리면 된다. 부산 구포역 맞은편 버스정류장에서 김해 시내버스 73번(김해버스 339-9992)이 운행하지만 오전에는 8시30분(첫차), 10시30분 두 차례뿐이다. 

숙식(지역번호 055) 

김해시내 부원동 고향밥상(336-0018)은 생선 매운탕과 찌개류 전문이다. 외동의 영도해장국(325-8051)은 고등어 추어탕으로 소문난 집. 김해 재래시장인 동상시장에서는 손칼국수·국수·수제비·콩국수· 비빔국수·비빔당면 등을 입맛대로 저렴하게 골라 먹을 수 있다. 산행 기·종점인 상동면연지추어탕(323-8233)은 김해 향토 맛집으로 추어탕 전문이다. 김해시내 어느 곳이든 깨끗하고 저렴한 숙박업소가 많다. 

저작권자 © 월간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