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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산 2024년 5월호
  • 655호

['등산 주치의' 서범석의 건강한 산행] 노년기 삶의 질 떨어뜨리는 '척추관 협착증'

월간산
  • 입력 2019.08.19 1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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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료 후에도 트레킹과 등산 등으로 근육강화 필수

“걸을 때마다 다리통증이 심해져, 걷는 것이 힘들고 절룩거린다.”


“허리를 앞으로 숙이면 통증이 덜해, 보행기나 지팡이에 의지해 걷는다.”


“걷다가 쉬기를 반복하다가 쪼그리고 앉아서 쉬면 다리가 조금 편해진다.”


척추관 협착증으로 인한 척추 단면 변화.
척추관 협착증으로 인한 척추 단면 변화.

주로 노년층에서 흔하게 발생하는 척추관 협착증의 대표적 불편함은, 걸으면 다리통증 증상이 두드러지게 발생하고 이로 인해 걷기가 불편하다고 호소하는 것이다. 심할 경우 일상생활에도 지장을 주게 된다. 이렇듯 노년기 삶의 질을 떨어뜨리는 질환인 척추관 협착증은 신경이 지나가는 공간인 척추관이 좁아지는 것을 말한다.

척추관은 척추 뼈 속에 신경이 지나가는 통로를 말한다. 퇴행성 변화로 신경통로를 구성하는 척추 뼈나 인대 및 관절부위가 두꺼워져 척추관이 좁아지게 된다. 그로 인해 신경을 압박하면서 염증과 부종이 생기고 통증으로 이어진다. 척추관 협착증은 허리디스크 다음으로 흔히 볼 수 있는 퇴행성 척추질환으로 주로 50대 이상 연령층에서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척추관 협착증의 원인은 주로 퇴행성 변화로 발생하지만, 드물게 선천적으로 척추관이 좁아진 경우도 있다. 척추 전방전위증으로 인해 협착이 되기도 한다. 그외에도 디스크 수술 후에 약해진 허리에 의한 2차적인 변화로 발생하기도 한다. 협착으로 신경이 압박되면 척추관 안쪽의 신경에 염증 반응이 일어나고 붓게 되면서 통증을 유발한다.

척추관 협착증이 발생하면 오랜 시간 걷거나 서 있을 때 다리가 무겁고 저리는 통증이 있다. 허리를 앞으로 숙이게 되면 일시적으로 통증이 덜하게 되어, 허리를 숙인 채 걷기도 한다. 반대로 허리를 뒤로 젖히면 통증이 심해지며, 허리 부위로 지속적인 통증이 나타난다. 허리에서 시작된 통증이 점점 엉덩이나 허벅지, 종아리, 발끝 순으로 통증이 발생한다. 특히 밤에 통증이 심하며, 신경 압박이 지속되어 신경이 손상되면 다리 근육이 점점 가늘어지고 다리 힘이 약해지게 되며, 소변기능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

흔히 다리가 저리거나 아픈 방사통을 허리디스크 탈출증 증상으로 오인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허리디스크 탈출증은 척추 뼈 사이에 있는 디스크(수핵)가 밀려나와 신경을 압박하는 상태로, 허리 통증과 다리 저림, 통증을 유발하는데 두 질환의 증상은 언뜻 보면 비슷하다. 하지만 허리를 숙였을 때, 눕거나 앉아 있을 때 통증 여부를 살펴보면 차이점이 있다. 허리를 앞으로 숙일 때 허리통증이 더 심해진다면 허리디스크 탈출증일 가능성이 있으며, 반면에 척추관 협착증은 허리를 숙일 때 통증이 완화된다. 또한 똑바로 누운 상태에서 한쪽 다리가 잘 올라가지 않거나 다리 통증이 발생한다면 허리디스크 탈출증 증상으로 판단할 수 있다. 그러나 척추관 협착증은 누워서 다리를 올리는 데 별다른 어려움이 없다. 통증 양상을 보면 허리디스크 탈줄증은 급성으로 증상이 나타나는 경우가 많고, 척추관 협착증은 오랜 시간에 걸쳐 서서히 나타나게 된다.

척추관이 좁아지면 신경을 압박한다.
척추관이 좁아지면 신경을 압박한다.

비슷한 두 질환을 구별하기 위해서는 정밀한 검사를 통해 신경 압박 여부 및 원인, 협착의 정도 및 위치 등을 파악해 그에 따른 치료방법을 선택하게 된다. 비교적 증상이 가볍다면 전문의의 처방에 따라 약물치료, 물리치료, 운동치료 등 보존적 치료를 통해 증상을 완화한다. 운동치료는 긴장된 근육을 풀어 주고, 자세를 교정해 통증을 해결한다.

그러나 보존적 치료에도 호전이 없다면, 비수술적 치료를 고려해 볼 수 있다. 주로 카테터나 내시경을 삽입해 신경을 압박하고 있는 조직이나 염증 부위로 약물을 주입하고 내시경을 통해 직접 육안으로 디스크, 신경, 혈관, 섬유 조직 등을 확인하면서 동시에 치료한다. 압박된 신경을 풀어 주거나 디스크를 선택적으로 제거해 증상을 완화한다. 보존적, 비수술적 치료에도 증상의 호전이 없거나 마비 증상으로 이어진다면, 수술적 치료를 하는데 협착의 원인, 뼈 상태, 나이, 활동의 정도 등을 고려해 여러 가지 수술 방법을 환자의 상태에 맞게 적절히 선택해 적용할 수 있다. 

척추관 협착증의 치료가 잘 되었다 하더라도 협착증에 의한 신경 압박으로 약화되고 굳어진 근육은 저절로 회복되지 않는다. 협착증의 호전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운동이 필요하다. 기본적으로 노년층에서 쉽게 할 수 있는 운동으로 평지에서 걷기, 누워서 다리 들기, 수영, 물속에서 걷기 등이 있다. 평지 걷기가 익숙해지고 전체적인 신체 상태가 개선되면 다양한 자극과 상황의 변화가 수시로 일어나는 산길 걷기, 트레킹이 도움이 된다. 크런치, 스쿼트, 런지, 플랭크 등의 운동도 도움이 되는데, 이 경우 전문가에게 제대로 된 동작을 익힌 후 하는 것이 좋다. 이를 통해 근력 강화는 물론 심폐기능 강화, 평형감각 개선, 신체 중심부의 코어 근육 강화 유지에도 도움을 준다. 척추 근육을 강화해 디스크나 신경에 가해지는 압박을 줄여 주고, 디스크의 퇴행성 변화를 최소화시킴으로써, 걷기, 트레킹 등의 활동을 더욱 더 잘할 수 있게 선순환의 연결 고리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서범석 병원장

인제대학교 서울 백병원 신경외과 전공의 
서울아산병원 신경외과 전임의
인제대학교 의과대학원 의학석사
현) 서울아산병원 신경외과 임상자문의
현) 건누리병원 병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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