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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산 2024년 5월호
  • 655호

[주말산행 전라도의 산ㅣ천반산 647m] 정여립 전설 깃든 강과 산이 빚은 걸작

글 사진 김희순 광주샛별산악회 고문
  • 입력 2019.08.12 2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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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안고원길과 죽도 강변으로 이어지는 힐링 걷기 코스

뜀바위 근처에서 바라본 휘돌아 흐르는 강줄기. 바라보는 것만으로 태극기운이 느껴진다.
뜀바위 근처에서 바라본 휘돌아 흐르는 강줄기. 바라보는 것만으로 태극기운이 느껴진다.

진안 ‘죽도竹島’는 육지 속의 섬으로 유명하다. 덕유산에서 발원한 구량천과 금강의 합수 지점이며 두 물줄기가 마치 산을 에워싸고 있어 섬처럼 보인다. 기암절벽과 어우러진 경치가 매우 빼어나서 사계절 인기 있다. 천반산天盤山(647m)은 죽도를 보기 위해 거쳐 가는 산 정도로 알려졌지만 죽도의 풍광은 천반산이 보여 주는 매력과 압도적인 비경에 비하면 극히 일부분에 지나지 않는다.

천반산을 명산의 반열에 오르게 한 구량천九良川은 천반산의 3면을 감싸며 태극 모양으로 흐르고 있다. 산 위에서 내려다보면 여덟 폭 동양화를 보는 듯하다. 천혜의 요새를 이루는 깎아지른 절벽과 멀리 보이는 마이산馬耳山(687m)은 신비감을 더한다.

조선 최대의 사건으로 꼽히는 기축옥사의 정여립과 관련된 흔적이 많다. 군사를 조련하던 곳이 있고 1,000명이 먹을 수 있다는 밥솥을 숨겨 놓았다는 전설도 있으며, 할미굴, 송판서굴, 뜀바위 등도 빼놓을 수 없다. 5부 능선을 걷는 진안고원길을 이용하면 트레킹하듯 힘들지 않은 길이다. 

들머리는 섬계산장 옆 도로변이다. 입구의 등산로 안내판에는 정상까지 ‘2.92km’를 가리킨다. 진안군에서 천반산 일대를 관광자원화하기 위해 정성을 들이고 있다. 위험지역에는 철제난간과 안전로프, 횡 배수로시설까지 촘촘하게 정비가 잘되어 있다. 한 사람이 지날 수 있는 작은 오솔길은 굴참나무가 울창해 햇볕 한 점 없다. 섬계산장 뒤쪽과 543봉 옆 능선길은 둘레길 수준이다. 5부 능선까지 고도차를 거의 느끼지 못할 만큼 편한 육산이다. 

할미굴 근처에서 본 가막교 일대. 천반산은 사방으로 구량천이 감싸는 풍경을 볼 수 있다.
할미굴 근처에서 본 가막교 일대. 천반산은 사방으로 구량천이 감싸는 풍경을 볼 수 있다.

30분 정도면 나타나는 이정표는 ‘진안고원길’과 만나는 지점이다. ‘천반산(깃대봉) 2.02km’ 방향으로 가다가 5분 거리에서 갈림길이 나타난다. 직진하면 589m봉을 찍고 크게 돌아서 구량천의 뒷모습을 둘러보고 먹재로 연결된다. 

이번 산행은 비단길로 불리는 우측 진안고원길을 택했다. 폭도 여유 있고 발디딤이 부드럽다. 나무가 울창한 숲이지만 시야가 답답하지 않다. 굵은 다래넝쿨이 길을 방해할 만큼 자연 그대로 잘 보존되어 있다. 마른계곡을 건너는 징검다리를 지나고 10분 정도면 먹재 안부에 닿는다. 진안고원길과는 작별이다. 천반산은 우측으로 간다. 정상까지는 불과 0.7km 거리. 계단처럼 보이는 화강암지대에서 잠시 급경사를 이루지만 데크계단을 지나면 곧바로 능선에 올라선다. 

능선에 있는 이정표는 ‘천반산 0.15km, 천반산휴양림 1.9km’를 가리킨다. 이제부터는 멀리 백두대간 연봉인 무룡산, 남덕유산, 덕운봉 등이 보이기 시작한다. 정상에는 작은 정상석과 벤치가 놓여 있다. 잡목이 많아 시야는 막혔다. 

오히려 7분 거리에 있는 소나무 전망바위에서 최고의 풍광을 만끽할 수 있다. 7~8명이 앉을 수 있는 평평한 너럭바위는 남쪽으로 완전히 열려 있다. 거대한 노송 너머로 보이는 경치에 감탄사를 연발한다. S라인 자태를 뽐내는 구량천과 가막천 유원지, 대덕산, 봉긋하게 솟아 있는 마이산 풍경은 오랫동안 가슴에 담고 싶은 경관이다. 

10분 거리에 있는 말바위는 기다란 말등을 닮았다. 강줄기 옆에 있는 장전마을과 고산, 대덕산 능선이 함께 보인다. 20분을 더 가면 구량천 조망대다. 장전마을 일대와 구량천을 제대로 볼 수 있다. 알파벳 U자 형태로 흐르는 강을 끼고 성주봉(511m), 문필봉(596m), 고산(875m), 그리고 멀리 남덕유산 줄기까지 웅장한 파노라마다. 

정여립의 전설이 깃든 죽도관문.
정여립의 전설이 깃든 죽도관문.

태극 기운 느껴지는 강줄기 조망

삼국시대에 축조된 천반산성은 둘레가 1km 정도였다고 기록이 전하지만 지금은 석축 수준으로 아주 일부만 남아 있다. 1만여 평의 분지가 소반처럼 평평한 곳에 자리 잡고 있다. 지금은 굴참나무와 서어나무가 대신하고 있지만 정여립이 이곳에서 군사를 조련했다고 전한다. 할미굴은 왼쪽으로 0.9km 지점에 위치한다. 훈련터와 전망대를 지나, 떡바위 아래에 위치한다. 

입구 이정표가 없으므로 잘 살펴야한다. 할미굴은 수직암벽 아래에 있는 5~6m 깊이의 자연굴. 세종 때 예조판서를 지낸 송보산(1432~1504)이 부인을 이곳에 있도록 했다고 한다. 송보산은 여기서 멀지않은 곳에 있는 ‘송판서 굴’에 은거하며 수도했다고 전한다. 

성터로 되돌아와서 ‘죽도 2.0km’ 방향으로 길을 잡는다. 숲은 광장처럼 넓다. 정여립과 병사들의 함성이 들리는 듯하다. 500m 내려가면 ‘송판서 굴’ 이정표를 만난다. 190개의 계단을 내려가야 한다. 수직암벽 안은 10여 명의 장정이 들어갈 수 있을 정도로 넓다. 바위 틈새로 샘물이 흐르지만 식수로는 부적합하다. 

10여 명 들어갈 수 있는 자연동굴인 송판서 굴.
10여 명 들어갈 수 있는 자연동굴인 송판서 굴.

뜀바위는 두 개의 봉우리를 정여립이 말을 타고 뛰었다는 전설이 전한다. 봉우리에서 내려다보는 경치에 감탄사를 연발한다. 구량천 물줄기가 산 전체를 휘감고 도는 모습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다. 우측으로 남덕유산까지 보이고, 좌측으로 죽도와 대덕산이 병풍처럼 펼쳐 있다. 목재데크 계단 따라 건너편 봉우리까지 안전하게 올라갈 수 있다. 그 위에 전망데크가 있다. 강을 바짝 내려다보는 위치다. 강과 산이 오랜 세월 동안 빚은 위대한 걸작을 보게 된다.  

하산길은 돌출된 바위와 소나무가 엉켜 길이 사납다. 로프에 의지하는 암벽도 있지만 웅장한 산세를 바라보는 맛이 일품이다. 멀리 운장산, 구봉산, 고산까지 시원하게 보이며, 산줄기가 물길 따라 부채를 펴고 있는 듯한 형국이다. 20분이면 커다란 분묘를 지난다. 강물의 소리가 커지며 임도에 닿는다. 바로 곁에 죽도관문이다. 20m 높이의 수직 암벽이 열린 대문처럼 마주보고 있고 벼랑에는 소나무들이 자라고 있어 동양화를 연상케 한다.   

죽도는 죽도선생으로 불리던 정여립과 관련된 전설과 지명이 지금도 많이 남아 있다. 흐르는 강물은 2급수로 탁한 편이다. 금빛 모래밭을 시원한 강바람을 맞으며 20분 걸으면 강을 가로질러 스톤스토리펜션에 닿는다. 장전마을에서 구량천을 바라보는 도로를 따라 4km, 약 1시간 정도면 섬계산장이다.   

산행길잡이   

섬계산장~갈림길~진안고원길~먹재~정상~전망바위~말바위~성터갈림길~전망대~할미굴~성터갈림길~송판서굴~뜀바위~조망대~임도~죽도관문 조망처~강변길~돌집(스톤스토리펜션)~도로~섬계산장 <총 13㎞, 6시간 20분 소요>

천반산휴양림~정상~전망바위~말바위~성터갈림길~송판서굴~뜀바위~조망대~임도~죽도관문 조망처~강변길~도로~천반산휴양림 <총 8㎞, 5시간 소요> 

교통

서울센트럴시티터미널에서 진안까지 고속버스가 하루 2회 운행한다. 일반고속은 1만7,200원,  3시간 소요. 진안시외버스터미널에서는 중기·내송행 농어촌버스를 이용해 섬계정류장에서 하차하면 된다. 

맛집(지역번호 063)

천반산휴양림(432-5335)은 운동시설을 갖춘 강변음식점이다. 단체 수용이 가능하고 주 메뉴는 닭백숙, 묵은지 닭도리탕 각 5만 원, 삼겹살(200g) 1만5,000원. 모든 재료는 국산만 사용한다고 말한다. 섬계산장(433-7119)도 직접 키운 토종닭으로 만든 닭백숙, 닭도리탕 각 5만 원, 빠가탕(4인 기준) 5만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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