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올림픽 D-1년 특집ㅣ<2>알고 보면 더 재밌는 스포츠클라이밍] “ 콤바인은 뭐고, 볼더링은 뭔가요?”

입력 2019.08.11 15:14

도쿄올림픽 난이도·볼더링·속도 합쳐 순위 결정…지구력과 순발력 모두 갖춰야
전문가들 “개최국 일본 금메달 유력”…김자인 유종의 미, 신예 서채현 패기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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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9월 열린 IFSC 세계선수권 대회에서 난이도 경기를 펼치고 있는 김자인 선수. 사진 C영상미디어.
난이도(리드), 볼더링, 스피드, 콤바인…. 스포츠클라이밍은 스케이트보드, 서핑 등과 함께 이번에 신규 채택된 10개 정식종목 중 가장 한국 선수들의 메달이 유력한 종목이라 국민들로부터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스포츠클라이밍이 과거에 비해 대중적인 스포츠로 거듭난 건 맞지만 여전히 일반인들에게는 낯선 경기 용어들이 많다. 대회 진행 방식도 특이하다. 3가지 종목을 치른 다음 각 종목의 결과를 합산해서 순위를 정한다. 
스포츠클라이밍 경기를 관전하기 전에 꼭 알아둬야 할 경기 진행 방식과 상세 종목, 그리고 관전 포인트를 소개한다. 
1. 난이도(리드)

난이도 종목은 폭 3m, 높이 12m, 등반 거리 15m의 암벽(부분 오버행)에 주어진 루트를 정해진 시간(보통 예선전 6분, 결선 8분) 안에 안전벨트에 로프를 매고 설치된 퀵드로에 끼워 가며 완등하는 경기다. 모두 완등하지 못할 경우 등반한 높이가 가장 높은 순서로 순위를 결정한다. 또, 등반한 높이가 같다면 등반시간이 짧은 선수가 더 높은 순위가 된다. 한 번이라도 추락하면 등반 종료이기 때문에 끝까지 집중력을 유지하는 지구력이 중요한 종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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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더링 대회로 지난 2016년 열린 노스페이스 클라이밍 페스티벌에 출전한 천종원 선수. 사진 C영상미디어.
2. 볼더링

볼더링 종목은 낮은 높이(4m)의 벽에서 4분 안에 주어진 루트를 완등하는 경기다. 난이도 종목과 달리 안전벨트를 착용하지 않으며 추락하더라도 시간이 남아 있으면 계속 재시도할 수 있다. 마지막 홀드에 두 손을 모아 잡아야 완등으로 인정된다. 
통산 4~5개의 홀드가 사용되는 루트 4개를 연속으로 오른 뒤, 완등한 루트의 수와 등정 시도 횟수를 기준으로 순위를 정한다. 사용하기 어려운 보너스 홀드를 이용할 경우 가산점이 부여된다. 순발력과 빠른 판단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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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에서 2015년 열린 스피드 클라이밍 챔피언십 결승전. 사진 셔터스톡.
3. 속도(스피드)

15m 높이, 95도 기울어진 암벽을 누가 더 빨리 오르는지를 겨루는 종목이다. 암벽의 각도나 홀드의 배치는 세계적으로 표준화돼 있어 스포츠클라이밍 종목 중에 가장 스포츠적인 성격이 강하다. 로프는 선수가 직접 걸면서 올라가지 않고 미리 암벽 꼭대기에 걸어 놓고 시작한다. 남자 선수들의 경우 평균 5~6초, 여자 선수들은 7~8초 정도 소요된다. 세계 신기록은 남자 레자 알리푸르 선수(이란)의 5.48초(2017년), 여자 송이린 선수(중국)의 7.10초(2019년)다. 
콤바인 방식은 무엇인가?

도쿄올림픽 스포츠클라이밍은 콤바인 방식으로 진행된다. 콤바인이란 난이도(리드), 볼더링, 속도(스피드) 3가지 종목을 각각 진행한 뒤, 각 순위를 곱셈해서 가장 숫자가 낮은 사람이 우승하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난이도(리드)와 볼더링, 속도 모두 2등한 사람과, 난이도와 볼더링을 1등하고 속도에서 7등한 사람이 있다면 전자는 2x2x2로 8포인트, 후자는 1x1x7로 7포인트가 되어 후자가 우승하는 방식이다. 
향후 일정은?

도쿄올림픽은 남녀 각각 20명씩 출전하며 한 나라별 출전 제한 인원은 2명이다. 오는 8월 20~21일 일본 하치오치에서 열리는 IFSC 월드챔피언십에서 상위 7명에게 올림픽 출전권이 부여되며, 이어 11월 28일부터 12월 1일까지 프랑스 툴루즈에서 개최되는 올림픽 예선전에서 나머지 선수들이 6장의 출전권을 놓고 경쟁한다. 이후 2020년 5월 18~24일 열리는 IFSC대륙별 챔피언십에 각 대륙별로 5장의 출전권이 주어진다. 남은 두 자리는 개최국인 일본과 올림픽 위원회의 초청선수로 채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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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 금메달을 겨냥하고 있는 국가대표선수단이 지난 7월 1일 제1차 국외전지훈련을 떠났다. (앞열 왼쪽부터) 정지현 코치, 김자인, 서채현, 김란, 사솔, 김한울, 이도현, 김대영 트레이너, (뒷열 왼쪽부터) 황평주 감독, 김홍일, 천종원, 김자비, 이승범. 사진 대한산악연맹.
미리 보는 도쿄올림픽, 관전 포인트!
세계 곳곳의 클라이머들은 이미 도쿄올림픽 금메달을 향한 담금질을 시작했다. 한국도 국가대표선수단을 구성해 지난 7월 1일 국제스포츠클라이밍연맹IFSC 주관 대회 출전을 겸해 제1차 국외전지훈련을 떠났다. 
과연 1년 뒤 어떤 선수들이 올림픽 무대에 오를 것이며, 어떤 나라에 주목해야 할까? 국가대표 지도자 출신의 손정준 클라이밍 연구소 소장과 매드짐 김인경 대표에게 자문을 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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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IFSC 프랑스 샤모니 스포츠클라이밍 월드컵 난이도 종목에서 우승한 서채현(가운데) 선수. 사진 대한산악연맹
1. 한국 출전 예상 선수는?
두 지도자 모두 “남자는 천종원과 김한울, 여자는 김자인과 서채현이 유력하지만 얼마든지 결과는 바뀔 수 있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김인경 대표는 “남은 시간을 얼마나 슬기롭게 보내는지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현 시점에서는 이 선수들이 가장 두각을 나타내고 있지만 다른 선수들도 약점을 보완하고 장점을 극대화하면 모두 가능성 있어요. 사솔 선수의 경우 강점인 볼더링과 속도 기록을 유지하면서 난이도를 끌어올리면 됩니다. 관록의 김자비나 이번에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깜짝 우승을 차지한 고교생 클라이머 이도현, 스피드 종목 한국 신기록 보유자(5.817초) 이승범 모두 강점이 뚜렷한 선수들입니다.”
 손정준 소장은 “난이도 종목의 최강자 김자인 선수, 2019 IFSC 프랑스 샤모니 스포츠클라이밍 월드컵 난이도 종목에서 우승한 서채현 선수의 선전이 예상된다”며 “볼더링에 강한 천종원, 난이도에 강한 김한울도 기적을 만들어 낸 경험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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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자인 선수. 지난해 월간<山>과의 인터뷰에서 2020년 도쿄올림픽을 마지막으로 은퇴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사진 C영상미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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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한국 스포츠클라이밍 첫 금메달을 딴 천종원. 사진 C영상미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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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신예 판 유페이. 사진 IFSC
2. 스포츠클라이밍 강국은?
김인경 대표는 “도쿄올림픽 출전선수가 나라별 남녀 각 2명으로 한정돼 있다 보니 한 명이라도 강한 선수가 있으면 곧 그 나라가 강국”이라면서도 “그중에서도 현재 가장 돋보이는 건 일본”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IFSC 공식 홈페이지의 세계 랭킹을 보면 일본 선수들이 대거 상위에 포진해 있습니다. 난이도와 볼더링 상위 20인 랭킹에 들어간 선수 중 유력한 선수만 꼽아도 남자부에는 나라사키 토모아, 후지이 코코로, 스기모토 레이, 하라다 카이가 있고, 여자부에는 지난해 아시안게임에서 김자인과 사솔을 꺾은 노구치 아키요가 있어요. 일본 선수들이 약세였던 속도 종목도 메이지대학 체대 교수가 전담으로 붙어 강화하고 있어 1년 뒤에는 더욱 무서워질 것 같습니다.”
손정준 소장은 “보통 스포츠클라이밍 대회는 개최국에서 자주 사용하는 홀드를 이용해서 등반 루트를 만든다”며 “이런 세세한 부분들도 일본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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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코의 아담 온드라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 난이도의 암벽(사일런스Silence, 5.15d)을 사상 최초로 오른 한 클라이머로 볼더링에 강점이 있다. 사진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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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아시안게임에서 우승을 거둔 노구치 아키요. 사진 셔터스톡
이처럼 경계1호는 분명 일본이지만 이외에도 스포츠클라이밍 올림픽 최초 금메달을 노리는 무수한 실력자들이 많다. 손정준 소장은 “중국의 판 유페이Pan yufei 선수의 최근 성장세가 무섭다”며 “북경체육대학에서 국가적 차원으로 육성한 선수기 때문에 남은 1년 동안 발전 가능성도 높다”고 말했다. 
김인경 대표는 “유럽 선수로는 남성부 체코의 아담 온드라Adam ondra, 여성부 슬로베니아의 얀야 간브렛janja garnbret, 오스트리아의 제시카 필즈Jessica Pilz 등도 눈여겨 봐야한다”며 “여자부 최강자인 얀야를 난이도에서 꺾을 수 있는 선수는 현재 김자인 선수 정도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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얀야 간브렛은 현 여성부 난이도, 볼더링 세계 랭킹 1위의 최강자다. 사진 IFSC
3. 한국 선수들의 금메달 가능성은?
객관적인 한국 선수들의 기량은 참가에 의의를 둘 정도로 떨어지지도 않고, 그렇다고 금메달을 당연시할 만큼 절대적이지도 않은 상황이다. 손정준 소장과 김인경 대표 모두 “가능성을 따지기보다는 그저 응원하는 마음”이라고 답했다. 
김인경 대표는 “콤바인 방식은 하나만 잘한다고 되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세 종목 모두 적당히 잘한다고 되는 것도 아닙니다. 경쟁 선수들의 실력과 속도 기록을 나열해 놓고 통계학적으로 종합했을 때 가장 우승할 확률이 높은 순위를 목표로 삼아서 최적화된 훈련을 진행해야 합니다. 가장 이상적인 건 한 종목이라도 1등을 차지하는 겁니다. 한국 선수 중에서는 여성부 김자인 선수가 난이도 종목에서 1등할 가능성이 가장 높으니 경험의 힘을 기대해 볼 만할 것 같습니다.”고 했다.
손정준 소장은 “난이도는 장거리 마라톤, 볼더링은 중거리, 속도는 단거리에 해당하는 에너지를 필요로 한다. 이처럼 상이한 에너지 체계를 1년 동안 얼마나 조화롭게 가꾸느냐가 중요하다. 준비성과 당일 컨디션에 따라서 금메달 향방이 가려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한국 스포츠클라이밍을 빛낸 7
현재 한국 선수들이 활약할 수 있는 것은 마땅한 지원도 받지 못하면서도 우수한 성적을 거두며 길을 개척한 선배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들은 지난 월간<山> 50주년 특집 당시 한국산악계를 빛낸 50인을 선정할 때 선정 여부를 검토한 바 있었다. 그러나 선정위원 간에 ‘클라이밍 역사가 20여 년밖에 안 돼 선정하기 어렵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제외됐다. 도쿄올림픽을 1년 앞둔 현재, 이들의 프로필을 다시 소개한다. 손정준 소장을 제외한 6명은 현역으로 활동 중이며 김자인과 천종원은 내년 올림픽 출전이 유력하다.
1. 김자인
2004년 아시아 스포츠클라이밍 선수권대회 난이도 우승
2007년 서울국제볼더링대회 우승
2010년 IFSC 클라이밍 월드컵 2~6차 난이도 연속 우승
2018년 아시안게임 스포츠클라이밍 동메달
2. 박희용
2004년 전국등반경기대회 난이도 1위
2010년 UIAA 아이스클라이밍 월드컵 난이도 1위
2011년 제12회 대한민국산악대상
2012년 유럽빙벽선수권대회 남자부 난이도 우승
3. 천종원
2016년 IFSC 클라이밍 월드컵 3, 5, 7차 볼더링 우승
2016년 아시아스포츠클라이밍선수권대회 볼더링 동메달
2017년 차이나 오픈 스포츠클라이밍 대회 볼더링 우승
2018년 아시안게임 스포츠클라이밍 금메달
4. 신운선
2006~2008년 아이스클라이밍 코리안컵 3연패
2008년 UIAA 아시아클라이밍 월드컵 난이도 우승(아시아 최초)
2018년 청송 아이스클라이밍 월드컵 난이도 우승 
2019년 아이스클라이밍 세계선수권대회 우승
5. 송한나래
2010년 스포츠클라이밍 코리안컵 우승
2012년 전국체육대회 스포츠클라이밍 난이도·속도 금메달 
2014~2015년 청송 서머 전국 드라이툴링대회 우승 
2018년 UIAA 아이스클라이밍 월드컵 1차 난이도 1위 
6. 손정준
1995~1997년 전국 인공암벽대회 3연패
1999년 한국 최초 5.14b 등반(태국 프라낭)
2000년 손정준 스포츠클라이밍 연구소 설립
2013년 경희대 박사(국내 첫 스포츠클라이밍 관련 학위)
7. 손상원
2004~2005년 아시아챔피언십 난이도 1위
2005년 제1회 아나사지 볼더링 우승
2007년 아시아챔피언십 난이도·볼더링 1위
2009년 아시아챔피언십 난이도·볼더링 1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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