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올림픽 D-1년 특집ㅣ<2>알고 보면 더 재밌는 스포츠클라이밍] “ 콤바인은 뭐고, 볼더링은 뭔가요?”
글 서현우 기자
입력 2019.08.11 1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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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올림픽 난이도·볼더링·속도 합쳐 순위 결정…지구력과 순발력 모두 갖춰야
전문가들 “개최국 일본 금메달 유력”…김자인 유종의 미, 신예 서채현 패기 기대
난이도(리드), 볼더링, 스피드, 콤바인…. 스포츠클라이밍은 스케이트보드, 서핑 등과 함께 이번에 신규 채택된 10개 정식종목 중 가장 한국 선수들의 메달이 유력한 종목이라 국민들로부터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스포츠클라이밍이 과거에 비해 대중적인 스포츠로 거듭난 건 맞지만 여전히 일반인들에게는 낯선 경기 용어들이 많다. 대회 진행 방식도 특이하다. 3가지 종목을 치른 다음 각 종목의 결과를 합산해서 순위를 정한다.
스포츠클라이밍 경기를 관전하기 전에 꼭 알아둬야 할 경기 진행 방식과 상세 종목, 그리고 관전 포인트를 소개한다.
1. 난이도(리드)
난이도 종목은 폭 3m, 높이 12m, 등반 거리 15m의 암벽(부분 오버행)에 주어진 루트를 정해진 시간(보통 예선전 6분, 결선 8분) 안에 안전벨트에 로프를 매고 설치된 퀵드로에 끼워 가며 완등하는 경기다. 모두 완등하지 못할 경우 등반한 높이가 가장 높은 순서로 순위를 결정한다. 또, 등반한 높이가 같다면 등반시간이 짧은 선수가 더 높은 순위가 된다. 한 번이라도 추락하면 등반 종료이기 때문에 끝까지 집중력을 유지하는 지구력이 중요한 종목이다.
2. 볼더링
볼더링 종목은 낮은 높이(4m)의 벽에서 4분 안에 주어진 루트를 완등하는 경기다. 난이도 종목과 달리 안전벨트를 착용하지 않으며 추락하더라도 시간이 남아 있으면 계속 재시도할 수 있다. 마지막 홀드에 두 손을 모아 잡아야 완등으로 인정된다.
통산 4~5개의 홀드가 사용되는 루트 4개를 연속으로 오른 뒤, 완등한 루트의 수와 등정 시도 횟수를 기준으로 순위를 정한다. 사용하기 어려운 보너스 홀드를 이용할 경우 가산점이 부여된다. 순발력과 빠른 판단이 요구된다.
3. 속도(스피드)
15m 높이, 95도 기울어진 암벽을 누가 더 빨리 오르는지를 겨루는 종목이다. 암벽의 각도나 홀드의 배치는 세계적으로 표준화돼 있어 스포츠클라이밍 종목 중에 가장 스포츠적인 성격이 강하다. 로프는 선수가 직접 걸면서 올라가지 않고 미리 암벽 꼭대기에 걸어 놓고 시작한다. 남자 선수들의 경우 평균 5~6초, 여자 선수들은 7~8초 정도 소요된다. 세계 신기록은 남자 레자 알리푸르 선수(이란)의 5.48초(2017년), 여자 송이린 선수(중국)의 7.10초(2019년)다.
콤바인 방식은 무엇인가?
도쿄올림픽 스포츠클라이밍은 콤바인 방식으로 진행된다. 콤바인이란 난이도(리드), 볼더링, 속도(스피드) 3가지 종목을 각각 진행한 뒤, 각 순위를 곱셈해서 가장 숫자가 낮은 사람이 우승하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난이도(리드)와 볼더링, 속도 모두 2등한 사람과, 난이도와 볼더링을 1등하고 속도에서 7등한 사람이 있다면 전자는 2x2x2로 8포인트, 후자는 1x1x7로 7포인트가 되어 후자가 우승하는 방식이다.
향후 일정은?
도쿄올림픽은 남녀 각각 20명씩 출전하며 한 나라별 출전 제한 인원은 2명이다. 오는 8월 20~21일 일본 하치오치에서 열리는 IFSC 월드챔피언십에서 상위 7명에게 올림픽 출전권이 부여되며, 이어 11월 28일부터 12월 1일까지 프랑스 툴루즈에서 개최되는 올림픽 예선전에서 나머지 선수들이 6장의 출전권을 놓고 경쟁한다. 이후 2020년 5월 18~24일 열리는 IFSC대륙별 챔피언십에 각 대륙별로 5장의 출전권이 주어진다. 남은 두 자리는 개최국인 일본과 올림픽 위원회의 초청선수로 채워진다.
미리 보는 도쿄올림픽, 관전 포인트!
세계 곳곳의 클라이머들은 이미 도쿄올림픽 금메달을 향한 담금질을 시작했다. 한국도 국가대표선수단을 구성해 지난 7월 1일 국제스포츠클라이밍연맹IFSC 주관 대회 출전을 겸해 제1차 국외전지훈련을 떠났다.
과연 1년 뒤 어떤 선수들이 올림픽 무대에 오를 것이며, 어떤 나라에 주목해야 할까? 국가대표 지도자 출신의 손정준 클라이밍 연구소 소장과 매드짐 김인경 대표에게 자문을 구했다.
1. 한국 출전 예상 선수는?
두 지도자 모두 “남자는 천종원과 김한울, 여자는 김자인과 서채현이 유력하지만 얼마든지 결과는 바뀔 수 있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김인경 대표는 “남은 시간을 얼마나 슬기롭게 보내는지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현 시점에서는 이 선수들이 가장 두각을 나타내고 있지만 다른 선수들도 약점을 보완하고 장점을 극대화하면 모두 가능성 있어요. 사솔 선수의 경우 강점인 볼더링과 속도 기록을 유지하면서 난이도를 끌어올리면 됩니다. 관록의 김자비나 이번에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깜짝 우승을 차지한 고교생 클라이머 이도현, 스피드 종목 한국 신기록 보유자(5.817초) 이승범 모두 강점이 뚜렷한 선수들입니다.”
손정준 소장은 “난이도 종목의 최강자 김자인 선수, 2019 IFSC 프랑스 샤모니 스포츠클라이밍 월드컵 난이도 종목에서 우승한 서채현 선수의 선전이 예상된다”며 “볼더링에 강한 천종원, 난이도에 강한 김한울도 기적을 만들어 낸 경험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