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월간산 2024년 5월호
  • 655호

국내 최초 국립 등산대학 설립 추진

진행 박정원 편집장 정리 서현우 기자 사진 이신영 기자
  • 입력 2019.08.11 14:59
  • 수정 2019.08.12 09:57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세계적 산악강국서 반드시 필요… 등산 관련 일자리 창출 교육기관‧산업 양성해야
서 총장 “미래형 대학은 기능성 맞춤형… 숲 힐링 수요‧산업 확장 가능성 매우 높아”

한국은 세계적인 산악강국입니다. 주말에 전국의 산마다 등산객들이 붐빕니다. 등산객뿐만 아니라 둘레길 걷기 인구도 엄청납니다. 등산트레킹 인구가 지금 2,500만 명 이상 된다는 통계를 여론조사기관마다 발표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많은 인구가 참여하고 즐기는데 국가에서 방치하고 있는 현실이 안타깝습니다. 이들을 위해 국가가 체계적으로 나서 의료비 절감과 국민건강증진 방안을 발전시키고, 나아가 산업화시켜 일자리 창출할 수 있는 교육기관이나 비즈니스모델을 만들어야 합니다. 그 첫 단추가 바로 국립 등산대학 설립입니다.”

신한대학교에서 국내 최초로 국립등산대학(이하 등산대학)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그간 주로 산악단체나 연맹기업 산하 기관의 등산학교들이 전담해 온 등산교육을 국가의 지원을 받아 대학에서 체계적으로 기능형맞춤형으로 교육하고 연구해서 필요한 자리에 인력을 공급하고, 산업화시켜 집대성하는 것이 목표다. 교과목은 등산 보건학, 등산 생리학, 산림 치유학, 등산 정책 등 등산과 산림, 휴양과 관련된 모든 과목으로 구성될 예정이다. 등산 관련 산업 전문 인력을 양성하기 위한 별도 과정도 구상 중이다.

등산대학 설립을 주도하고 있는 신한대학교 서갑원 총장은 등산대학이 생기면 국민의 정서안정이나 범죄율 감소 등 등산의 긍정적사회적 기능에 대해 학술적 연구가 가능할 것이라며 특히 국민 안전 보장의 측면에서 산악사고 예방을 위해 큰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밝혔다. 또한 등산산업 발전에도 이바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서 총장은 노무현 전 대통령 비서관, 17, 18대 국회의원 등을 지낸 정치인 출신으로 지난해 6월부터 제2대 신한대학교 총장을 역임하고 있다. 지난 86일 신한대 총장실에서 서 총장을 만나 구체적으로 등산대학이 필요한 이유는 무엇이며 어떤 형태로 구성되는지, 또 한국 사회에 어떤 기여를 할 수 있을지 들어봤다.

청소년 호연지기 키워주는 등산

Q 등산대학을 구상하게 된 계기는 무엇입니까?

A 도봉산 자락에 위치한 신한대는 전국에서 유일하게 국립공원을 캠퍼스로 두고 있는 대학입니다. 신한대 총장으로 취임하면서 자연스럽게 등산을 중심으로 하는 사업을 기획하게 됐습니다. 도봉산에 생가가 있는 산악인 엄홍길 씨를 만나 등산에 대한 정책적 지원의 필요성을 느꼈습니다. 어떤 등산사업이 한국 사회에 가장 필요할지 고민한 끝에 도달한 것이 등산대학이었습니다.

특히 교육자로 일하면서 요즘 청소년들에게 등산교육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지금 청소년들은 대부분 집에서 게임만 하니 독립정신이나 협동정신, 모험정신이 상대적으로 약해요. 제가 어릴 때만 해도 고향인 순천에서 친구들과 산과 들을 뛰어 다닌 추억이 있는데 지금 청소년들은 그런 게 없죠.

등산은 이런 청소년들의 호연지기를 키우는데 가장 적합한 활동이라고 생각합니다. 선진국인 프랑스도 2024년 파리 올림픽 유치를 계기로 ‘2024 세대Generation 2024’라는 이름으로 학교 체육 육성에 나서 모든 초중고 체육 수업을 의무화했어요. 파리 16구 생루이곤자그Saint-Louis Gonzague고등학교는 체육관에 실내 암장을 설치하고 암벽등반 수업을 의무화하기도 했죠. 우리나라도 적극적으로 등산교육에 나서야 하며, 등산대학이 그 중심이 될 것입니다.

등산으로 의료비 28,000억 절감

Q 구체적으로 등산에 대한 지원과 육성이 필요한 이유는 무엇입니까?

A 보건복지부가 20187월 발표한 국가비만관리 종합대책 2018~2022’에 따르면 비만으로 인한 사회경제적 손실이 2015년 기준 92,000억 원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앞선 2008년 한국등산트레킹 지원센터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등산을 통해 의료비가 28,000억 원이 절감되는 것으로 나타났어요. 고령화시대에 맞춰 국민들의 등산을 더욱 장려하고 지원해야 하는 이유죠.

사실 정부는 등산하는 국민들에게 고마워해야 합니다. 보건당국으로서 정책적으로 뒷받침하지도 않았는데 국민들이 자발적으로 등산을 통해 건강을 유지하니 얼마나 많은 보험료를 아낄 수 있었겠습니까? 호주의 경우 국가가 노인들이 게이트볼을 치러 가면 현금을 지원해주는 정책을 펴고 있어요. 의료비 절감을 위해 시행하는 정책이죠.

Q 그런데 굳이 등산을 ‘대학’까지 만들어서 가르치고 배워야 할 필요가 있는 겁니까?

A 등산은 국민 다수가 즐기는 레포츠이자 일자리 창출의 수단이기도 합니다. 구체적인 예시로는 산림복지를 들 수 있습니다. 최근 정부는 산림복지서비스를 확충하면서 동시에 관련 일자리 창출에도 역점을 두고 있어요. 산림복지진흥원은 2022년까지 공공 및 민간 분야를 합쳐 산림복지 관련 일자리를 5,000개 창출할 계획이라고 지난해 발표했습니다.

그런데 이를 주체적으로 집대성해서 연구하는 대학은 찾아보기 힘들어요. 최근 발표된 산림복지 관련 학위논문 저자들만 봐도 전공이 바이오환경과학과, 조경학과, 산림자원학과로 제각각입니다. 총체적으로 깊이 있게 이를 심화 연구하는 학술기관이 없기 때문이죠. 등산대학이 설립된다면 이러한 상황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할 수 있을 겁니다.

또한 현재 등산 중심의 아웃도어 활동이 캠핑, 클라이밍, 트레일러닝 등 다양한 산악레포츠로 다변화되고 있습니다. 이를 분석‧연구해 다양한 국가정책을 기획하고 관련 산업 육성을 지원하는 대학의 역할이 필요합니다.

국민의 안전을 위해서도 필요합니다. 2018년 10월 발표된 ‘행정안전부 재난연감’에 의하면 최근 5년간 등산사고는 3만 7,000여 건 발생했고 이 중 800여 명이 사망, 2만 8,000여 명이 부상을 입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특히 구체적인 사고 내용을 보면 자연적원인(기상악화, 낙석 등)보다 인위적원인(안전수칙 불이행 등)에 의한 후진국형 사고가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체계적인 등산 교육이 없으니 등산의 부작용이 심각한 거죠.

Q 등산대학의 구체적인 형태는 무엇입니까? 또 예산이나 인력은 어떻게 확보하실 겁니까?

A 일반학부나 대학원과정 다 좋지만 대학원대학이 조금 더 적절한 것 같아요. 앞으로 계속 역할을 찾아나갈 예정입니다. 등산에 대한 학문적 분석과 치유로서의 등산, 등산의 역사와 사회적 역할 등을 기본 공통과목으로 하고 등산관련 스포츠 산업 지원 역할과 레저 산업에 대한 연구들이 가능하도록 만들어야죠. 구체적인 과목으로는 등산 보건학, 등산 생리학, 산림 치유학, 생활체육학, 역사학, 교육학, 등산 정책 등으로 구성될 겁니다.

해외 사례를 보니 등반 기술을 가르치는 등산학교는 많지만 등산대학은 찾아보기 어려웠습니다. 세계적인 산악강국인 우리나라에서 제대로 된 등산대학을 만들면 세계 산악계를 선도할 수 있을 것이라 봅니다.

또한 아직 예산이나 인력을 구체적으로 확보한 상태도 아닙니다. 이제 시작이기 때문에 추진위원회를 만들어 모든 사항을 검토하고 벤치마킹 할 외국모델을 찾고 있습니다. 우선 대학이 구체적인 목표를 제시하고, 정부에 필요한 것들을 요청하면서 지원 여하에 따라 인력과 예산을 포함한 구체적인 밑그림이 그려지는 거죠. 일단은 엄홍길 씨나 김홍빈, 김미곤 등 산악인들과 교감을 계속 가지고 있고, 주무 부서인 산림청이나 소관 부처인 농림부, 협조 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 등과 협의를 하고 있는 상태입니다.

저는 여기에 부임해서 이미 일반대학원을 설립한 경험이 있고, 국회의원 재직 시절에도 국제금융인 양성을 위해 모 대학에 금융대학원을 만들게 한 적이 있습니다. 이런 경험을 토대로 등산대학 설립을 강력하게 추진해나갈 생각입니다.

등산산업 전문 인력 양성할 것

Q 평소 등산정책을 국토 균형발전 정책의 일환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하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어떻게 가능할까요?

A 최근 강원도나 경상북도, 전라남도, 그리고 충청도에 위치한 대규모 산지의 인구 이탈 현상이 심각한 상황입니다. 이처럼 산악 지형을 갖고 있는 시·군들에 산악스포츠종합지원센터를 설치해 관광객을 유도하는 방법이 가능할 것입니다. 산악스포츠는 유격훈련을 쉽고 재미있는 놀이로 개발한 것으로 보면 됩니다. 안전이 보장된 상태에서 외줄타기나 숲속 트레킹, 트리클라이밍 등을 즐기는 거죠.

미국이나 캐나다 유럽 등지에서는 캠핑이나 오리엔티어링 등 아웃도어 문화가 매우 발달되어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산악스포츠를 중점적으로 육성시켜 젊은이들이 숲으로 갈 수 있도록 하는 정책이 필요합니다. 젊은이들이 즐겁게 산악 오지를 찾을수록 지역 경제도 같이 활성화될 것입니다.

Q 마지막으로 등산산업 지원 정책을 위해서도 등산대학이 필요하다고 하시는데, 등산산업이라고 하면 등산복을 말씀하시는 것인가요?

A 등산복을 비롯한 국내 아웃도어 및 레저 산업 시장 규모가 한때 연간 7조원에 이를 정도로 성장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시장이 큰데도 불구하고 아직 우리나라에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아웃도어 브랜드가 없습니다.

저는 이것이 전문 검증 기관이 없었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요트나 스키, MTB나 윈드서핑 등의 취미활동은 해당 분야의 전문가가 검증해준 상품이 동호인들에게 인정받습니다. 등산대학이 이러한 검증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신한대 인근 양주에 위치한 2,300여개 섬유 소재 산업체와 연계한 소재 연구도 가능할 겁니다.

또한 등산대학을 통해 마냥 걷는것에 국한돼 있는 걷기 열풍도 한 단계 더 발전할 수 있을 겁니다. 노르딕워킹 체험이나 숲 휴양과 결합된 등산, 또 당뇨병 환자와 고혈압 환자를 위한 등산 처방 등 등산 관련 산업은 무궁무진한 발전 가능성을 갖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를 위한 프로그램 개발이나 전문 인력 양성은 전무한 상황입니다. 등산대학이 생기면 산림 치유학 전공자가 연구한 데이터를 갖고 의사가 환자에게 매주 토요일 북한산 3km를 처방해서 완쾌시키는 일도 생길 수 있는 거죠.

등산대학이 설립될 때까지 계속해서 산악인들을 대상으로 다양한 의견 수렴을 진행할 예정입니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건 무엇보다도 국민의 지지와 동의입니다. 월간<>을 통해 등산대학의 필요성이 널리 공론화되길 바랍니다.

저작권자 © 월간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