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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산 2024년 5월호
  • 655호

[산따라 맛따라 252ㅣ양구 사명산] 가난의 상징 시래기, 명품식품으로 도약하다

글 사진 박재곤 우촌미디어 대표
  • 입력 2019.09.06 1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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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구군 해안면 펀치볼 주민들이 겨울에
출하할 시래기를 덕장에서 말리고 있다.
사진 조선일보 DB
양구군 해안면 펀치볼 주민들이 겨울에 출하할 시래기를 덕장에서 말리고 있다. 사진 조선일보 DB

강원도 양구읍 동북쪽에 위치한 해안면의 해안분지亥安盆地는 ‘펀치볼’이라는 이름으로 더 유명하다. 이 이름은 6·25전쟁 당시 한 외국인 종군기자가 가칠봉에서 내려다 본 분지지형이 마치 ‘펀치볼punch bowl(화채그릇)’ 같다고 한 데서 유래했다.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가칠봉, 대우산, 도솔산, 대암산 등의 높이가 해발 1,100m 이상이며 분지의 고도는 400~500m이다. 여의도 면적의 6배인 이 지형은 우리나라에서는 보기 드문 고산분지로 일교차가 극심하다. 

고산분지에서 재배하는 채소나 과일들은 일반적으로 맛있다. 펀치볼에서 재배한 수박과 포도, 호박, 파프리카 등은 시장에서 비싸게 팔리고 있는 특산품이다. 펀치볼시래기 역시 국민들에게 사랑받는 상품 반열에 당당히 올라 있다.

펀치볼시래기는 식감이 부드럽고 맛과 향이 더 깊어 많은 사람들이 찾는다. 펀치볼시래기는  뿌리가 작더라도 시래기를 얻기 위해 무청만은 무성하게 자라는 품종을 골라 심는다. 현재 종묘회사에서 시래기무로 내는 품종은 20여 종이라고 한다. 

원래 시래기는 가난한 시절, 굶주림을 면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찾던 음식이었으나 현재는 영양만점의 명품식품으로 신분이 수직 상승한 상태다. 이로 인해 양구군 내 시래기 재배면적은 해마다 늘어나는 추세라고 한다. 

양구군농업기술센터에서는 펀치볼시래기의 맛과 영양을 더 높이기 위해 불철주야 노력하고 있다. 가장 적합한 품종은 무엇인지, 어떻게 말리고 보관할 것인지 연구에 계속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하니 앞으로 맛이 더욱 기대된다.

양구재래식손두부 

“오직 양구콩만 사용합니다”

사명산은 서남 방향으로 춘천시 북산면 추곡리, 서북 방향으로 화천군 간동면 방천리, 동북 방향으로 양구군 양구읍 월명리, 동남 방향으로 양구읍 수인리, 웅진리에 걸쳐 있는 산이다. 사명산의 정상에 올라 보면 사방으로 웬만한 산과 양구군을 비롯해 인제군, 춘천시, 화천군 쪽 마을이며 지세가 두루 잘 보이기 때문에 ‘사방이 밝다’는 사명四明이라는 이름을 얻게 되었다고 한다.

산행기점인 양구읍 수인리와 웅진리에서 멀지 않은 학조리 사거리 한쪽에는 월간<山> 소개된 이후 대박이 났다는 ‘양구재래식손두부’ 집이 있다. 이 집은 철저하게 양구산 콩만을 고집하며 재래식 방법으로 손두부를 만든다. 한 끼 식사를 하려면 순번표를 뽑아 기다려야 할 정도로 인기가 높다. 올해 팔순이 된 창업주 지영순 할머니는 이제 일선에서 물러났고, 현재는 2세가 맡아서 운영하고 있다. 

메뉴 두부전골, 순두부, 모두부 각 8,000원 

전화 033-482-4475 

주소 강원도 양구군 양구읍 학안로 6

시래원 

시래기요리 명소로 우뚝 서다

오랜 세월 구황식품으로 천대 받았던 시래기가 지금은 많은 식도락가들의 사랑을 받고, 일반 가정에서도 옛날과는 달리 귀한 식품으로 대접받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맛이 좋기로 유명한 강원도 양구 펀치볼시래기는 그 인기가 날로 높아지고 있다. 양구의 ‘시래원’은 이 시래기 요리의 명소다. 

시래원은 메뉴판이 없다. 오직 시래기 정식 한 메뉴에 집중하고 있기 때문이다. 시래기 밥과 찜부터 각종 버섯과 고사리, 방풍나물, 독특한 떡갈비까지 한 상 가득 차려 나오면서도 가격은 1만 원만 받는다. 각종 나물과 양념간장을 넣고 알차게 비비면 밥 한 공기 뚝딱이다. 사장 조일남씨는 마을에서 가장 시래기 요리를 맛있게 조리하는 달인으로 평가받고 있다고 한다.  

메뉴 시래기정식 1만 원 

전화 033-481-4200 

주소 강원도 양구군 남면 봉화산로 457

펀치볼시래기 구입처 분지농원 신현근 010-4382-0832

명신시골밥상 

추곡약수터의 약수로 차린 건강밥상

사명산 산행은 보통 추곡리를 하산지점으로 한다. 특히 안내산악회가 그렇다. 한때 양구읍 웅진리를 산행 들머리로 하는 경우 산행할 대원들은 이곳에 내려주고, 산행하지 않을 사람들은 추곡리로 이동시켜 줬다. 추곡리에서 하염없이 산행 대원들은 기다리는 이 사람들은 먼저 추곡약수터에서 약수를 마신다. 그러곤 약수터 바로 앞에 있는 ‘명신시골밥상’에 들러 탄산 성분의 약수로 지은 약수밥을 먹고 동동주 한 잔을 걸쳤다. 술기운이 올라오면 사장 김향미씨에게 “동양화와 방석을 달라”고 한 뒤 주구장창 고스톱을 쳤었다. 김씨는 지금도 가끔 “‘판’을 벌일 수 있느냐”는 전화를 받는다고 한다. 아쉽게도 이젠 기존의 낡은 식당건물에서 철수해 반듯한 건물로 이사했기 때문에 고스톱은 불가능하다.

메뉴 약수백반 7,000원. 더덕구이 2만 원. 토종닭백숙 5만 원 

전화 033-243-1516

주소 강원도 춘천시 북산면 추곡약수길 95

소백산 정상에 선 라기영 회장.
소백산 정상에 선 라기영 회장.

"연맹회장직을 생업처럼 여기고 전력을 다하겠습니다"

양구군산악연맹 라기영 회장

흔히 양구군은 한반도의 ‘배꼽’이라고 한다. 2002년 우리나라의 4극지점인 독도 동단, 평북 마안도 서단, 제주 마라도 남단, 함북 유포면 북단을 기준으로 한 중앙위선과 중앙경선이 만나는 중앙 지점이 인공위성을 이용한 과학적 측정에 의해 강원도 양구군 남면 도촌리 산 48번지로 확인되었기 때문이다.

보통 지리적으로 중심에 위치한 도시는 발전하기 마련이지만, 양구군은 워낙 깊은 산골이다 보니 그러지 못했다. 현재 양구군(군수 조인묵)의 인구는 고작 2만 3,000여 명 수준이다. 그러나 등산에 대한 열정은 대도시 못지않다. 이는 양구군산악연맹의 역동적인 활동에서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양구군의 산악단체들은 원래 생활체육단체와 엘리트체육단체로 분리돼 운영됐었다. 그러다 3년 전 모든 산악단체들을 통합한 양구군산악연맹이 발족됐다. 2019년 현재 양구군농협산악회(회장 김성호, 회원 100여 명), 양구군산림조합산악회(회장 신옥선, 회원 100여 명), 사명산악회(회원 20여 명), 비사모(비봉산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 회장 라기영, 회원 30여 명) 등 250여 명이 연맹 소속으로 활동 중이다. 

양구군산악연맹의 주요사업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최근에는 스포츠클라이밍 대회를 주관하는 데 적극 노력하고 있다. 양구군산악연맹은 2017년 개장한 양구군 스포츠클라이밍 경기장에서 2017년과 2019년 두 차례 열린 강원도지사배 스포츠클라이밍대회를 성공적으로 이끌었다. 이 경기장에서 강원도체육회의 지원을 받아 군내 청소년들에게 암벽등반훈련도 진행하고 있다고 한다. 올해는 인공암벽장 옆에 볼더링장이 신축될 예정이어서 이를 활용한 사업도 추가 구상 중이다. 등산 행사로는 연말연시 해넘이 및 해맞이 행사, 연맹산하 회원들의 합동산행, 양구군민 합동등반대회 등을 진행하고 있다. 또한 각 산하단체들은 수시로 클린산행을 실시하고 있다. 

이처럼 다양한 활동 이면에는 라기영 양구군산악연맹 회장의 노고가 숨어 있다. 라 회장은 연맹회장직이 봉사직인데도 불구하고 “생업처럼 여기고 전력을 다하겠다”고 한다. 라 회장은 “호기심이 많아서 공장 하나 없고, 또 육군 부대는 많은 양구 출신인데도 불구하고 공업도시 구미에 가서 공부하고 해군에서 군 생활을 했다”며 “이러한 도전정신과 모험정신을 바탕으로 앞으로도 양구군산악연맹을 열심히 이끌어 나가겠다”고 말했다.  

양구군산악연맹 회원들이
지난 6월 강원도 횡성군
청태산에 올랐다.
양구군산악연맹 회원들이 지난 6월 강원도 횡성군 청태산에 올랐다.

월명낚시터  

낚시꾼만이 아니라 산꾼들도 즐겨 찾는 곳

사명산 산행 기점 중 한 곳인 양구읍 월명리 파로호에는 ‘월명낚시터’가 있다. 깊은 산 속 오염되지 않은 아름다운 경관 속에서 쏘가리, 메기 등 청정 민물고기들을 낚을 수 있는 곳이다. 이미 전국의 낚시꾼들 사이에서는 ‘물 반, 고기 반’인 곳으로 유명하다고 한다. 

월명낚시터는 낚시터와 함께 월명펜션, 월명낚시터식당도 운영하고 있다. 산행 기점에서 가깝다 보니 낚시꾼들만이 아니라 등산복 차림의 산꾼들도 많이 이용하는 곳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메뉴 메기매운탕, 잡어매운탕 각 1만5,000원 

전화 033-482-2385 

주소 강원도 양구군 양구읍 간척월명로 1715-1

정중앙맛집  

단합대회 명소로 ‘두돈치전골’ 유명

정중앙맛집은 이름 그대로 양구읍 중심가에 위치한 곳이며 단체손님이 가장 많은 곳으로도 유명하다. 식당 내부가 시원하게 넓고 확 트여 있어 단합대회를 열기에 적당하기 때문이다. 

이 집에선 ‘두돈치전골’을 판다. 외지에서 온 손님들은 대부분 메뉴판을 보고 “대체 두돈치전골이 어떤 음식입니까?”고 묻는다고 한다. 그러면 대표인 최정미씨는 싱글거리며 “‘두’부에 돼지고기(‘돈豚’) 그리고 김‘치’가 삼중창을 하는 요리”라고 설명하고 손님과 함께 한바탕 크게 웃는다고 한다. 

메뉴 두돈치전골 8,000원. 두부전골 7,000원. 능이버섯백숙 5만5,000원 

전화 033-482-4115

주소 강원도 양구군 양구읍 해시계로 14

도촌막국수 

한반도 ‘배꼽’에 위치한 막국수 전문점

한반도 배꼽에 위치한 국토정중앙천문대로 들어가는 길 초입에 있는 막국수전문점이다. 아담한 단층건물에 4인용 식탁 32개가 들어서 있어 관광버스 한 대분의 손님이 함께 이용할 수 있는 규모다. 주차공간도 넓다. 봉화산이나 천문대를 찾는 사람들이 많이 이용한다. 막국수만이 아니라 돼지고기편육과 감자전도 차려낸다. 양구 토박이는 물론, 전국 각지에서 찾아오는 손님이 꽤 많은 집으로 알려져 있다. 

사장인 박정례씨는 “군 복무 중인 아들의 면회를 온 부모들이 강원도 막국수를 맛보려고 왔다가 훗날 다시 찾아오는 경우가 많다”며 “다시 찾아와서는 ‘이젠 도촌막국수는 전국구 막국수다’라는 등 덕담을 해주실 때면 더 음식에 정성을 쏟아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된다”고 말했다.

메뉴 막국수 7,000원. 돼지고기편육 1만5,000원 

전화 033-481-4627

주소 강원도 양구군 남면 국토중앙로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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