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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산 2024년 5월호
  • 655호

[서평ㅣ<산해경과 한국 문화>, <제3의 동양학을 위하여>] 中 신화집 나온 우리 산신·단군신앙 ‘독립 神話학’ 가능한가

글 박정원 편집장
  • 입력 2019.08.23 1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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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해경山海經과 한국문화></div>
정재서 지음 | 민음사刊
320쪽 | 1만8,000원
<산해경山海經과 한국문화> 정재서 지음 | 민음사刊 320쪽 | 1만8,000원

<산해경山海經>은 중국의 가장 오래된 신화집이다. 지리, 민속학, 종교학, 역사학까지 내용을 담고 있어, 동아시아 문화 원형이면서 상상력의 원천이기도 하다. 그 <산해경>을 신화학자 정재서 이화여대 명예교수가 한반도 관련된 부분만 발췌해서 <산해경과 한국 문화>란 책으로 새로 펴냈다. 

<산해경>은 워낙 방대한 내용이라 한반도 부분을 ‘지리와 역사’, ‘신화와 민속’  두 부분으로 나눠 설명하고 있다. 지리와 역사에서는 고조선·숙신·부여·개국·맥국 등을, 신화와 민속에서는 군자국·대인국·청구국·백민국·숙신국·웅산·풍백 등을 소개한다. 특히 군자국 설명에서 ‘군자국이 그 북쪽에 있다. 그 사람들은 의관을 갖추고 칼을 차고 있으며 짐승을 잡아먹는다. 두 마리의 무늬호랑이를 부려 곁에 두고 있으며, 그 사람들은 사양(냥)하기를 좋아하며 다투지 않는다’는 내용이 나온다. 여기서 최남선은 “한국의 오랜 민속신앙인 산신령과 호랑이가 함께 있는 한국 고래의 산신도와 잘 부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우리 산신신앙에 대한 최초의 기록이 바로 <산해경>인 셈이다.

정 교수는 단군신화의 반영으로 볼 수 있는 기록도 끄집어냈다. 바로 웅산熊山이다. ‘다시 동쪽으로 150리 가면 웅산이라는 곳이다. 이곳에 굴이 있는데 곰굴로서 늘 신인神人이 드나든다. 여름에는 열리고 겨울이면 닫히는데 이 굴이 겨울에 열리면 반드시 전쟁이 난다.’ 이는 동굴에서 인간이 되려고 했던 웅녀, 그리고 이후 신인 환웅 천왕과의 만남을 통해 단군을 낳았던 신화를 떠올리게 한다. 

<제3의 동양학을 위하여></div>
정재서 지음 | 민음사刊
167쪽 9,000원
<제3의 동양학을 위하여> 정재서 지음 | 민음사刊 167쪽 9,000원

단군신화에는 기상신인 풍백風伯(바람 신)이 우사雨師(비의 신)와 운사雲師(구름 신) 등과 더불어 환웅천왕을 모시고 하강한다는 내용이 있다. 이들 세 신神도 <산해경>에 등장한다. 

정 교수는 <산해경>을 소개하고 한국문화의 뿌리가 <산해경>이라는 데 그치는 게 아니라 한국문화의 근원적 상관성을 확인하는 작업이라고 밝히고 있다. 이는 그가 2010년에 쓴 <제3의 동양학을 위하여>라는 책에서 확인할 수 있다. 그는 책 서문에 ‘우리 동양학에 만연되어 있는 오리엔탈리즘과 중화주의에 대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하여 양자를 극복한 제3의 입장을 구축함으로써 자생적인 동양학을 수립할 수 있으리라는 전망으로 설정됐다’고 강조한다. 오리엔탈리즘은 서구에서 생산한 동양지배의 신화이고, 중화주의는 중국에서 생산한 주변 민족 지배의 신화이다. 그는 그리스 로마신화를 표준으로 성립된 현행 서구 신화학과 중원 중심의 중국 신화학에 대해 심문해 ‘위반의 신화학’ 내지 ‘차이의 신화학’을 부각시킴으로써 ‘제3의 신화학’을 건립하고자 했다. 따라서 제3의 신화학은 정 교수의 제3의 동양학적 입장의 학문적 실천이라는 것이다. 

그는 두 신화를 과감히 철폐하면서 새로운 ‘신화창조Myth Creating’의 길로 나가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번에 출간한 <산해경과 한국 문화>가 그 일환으로 보인다. 그 제3의 신화학을 통해 신과 인간의 관계, 자연과 인간의 관계 등의 차이에 대한 인식을 새로 설정함으로써 또 하나의 신화학을 건립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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