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트레킹ㅣ케냐산] 아프리카 두 번째 높은 '하얀 산', 케냐산에 오르다!

  • 글 사진 정성호
    입력 2019.10.10 17:06

    적도에서 18㎞ 떨어진 사화산…4일 걸려 시리몬~초고리아 루트로 3위봉 레나나 등정 후 하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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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향을 트니 다른 얼굴을 보여 주는 쌍둥이 봉 바티온(오른쪽), 넬리온(왼쪽).
    아프리카대륙에서 가장 높은 산은 널리 알려진 대로 킬리만자로(5,895m). 그 다음으로 높은 산은 다소 생소한 케냐의 케냐산Kenya Mountain(5,199m)이다. ‘케냐’라는 국가명은 이 산의 이름에서 따온 것이다. 케냐산은 본래 스와힐리어로는 ‘케레 냐가Kere Nyaga’, 키쿠유어로는 ‘키린얀가Kirinyanga’로 불리는데 이들을 줄여 ‘케냐’라고 부르게 됐다고 한다. 이 말들 모두 ‘하얀 산’이라는 뜻으로, 산 정상부가 빙하와 만년설에 덮여 하얗게 보이기 때문에 붙은 이름이다.
    케냐산은 적도에서 고작 18km 떨어져 있으며 오랫동안 활동하지 않은 사화산이다. 케냐산은 아름답고 다양한 희귀생물들이 많이 살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이자 유네스코 생물권 보존지역으로 보호되고 있으며 케냐 당국은 국립공원으로 지정·보전하고 있다. 백향목, 대나무와 로벨리아 등 식물들을 비롯해 코끼리, 버팔로, 표범, 하이에나, 워터벅(아프리카산 영양) 등 포유류와 130여 종이 넘는 새들이 살고 있다고 한다.
    최고봉인 바티온Bation(5,199m)과 제2봉인 넬리온Nelion(5,188m)은 암벽등반을 통해서만 오를 수 있다. 등정 난이도도 높아 2018년에는 중국인 등반객이 낙사하는 사고도 있었다고 한다. 세 번째 봉인 포인트 레나나Point Lenana(4,985m)는 등반장비 없이 오를 수 있어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곳을 찾는다. 이 봉우리들을 중심으로 인근 마을 이름을 딴 7개 이상의 루트가 있으며 나로 모루Naro Moru, 시리몬Sirimon, 초고리아Chogoria 루트가 길의 난이도도 적절하고 경관도 우수해 가장 유명하고 인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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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케냐 수도 나이로비 아크라 로드Accra Road의 셔틀 버스 승강장. 난유키Nanyuki 표지판 위의 숫자 400은 탑승 가격이다.
    올해 케냐산을 밟은 유이唯二한 한국인
    지난 7월 19일 도착한 케냐는 9년 전 첫 아프리카 여행에 이어 두 번째 방문이었다. 당시에는 악명 높은 케냐의 소매치기와 강도 때문에 겁이 나서 제대로 둘러보지 못한 채 도망치듯 떠났었다. 이번엔 내공이 쌓였기 때문인지 두렵지 않았다. 수도 나이로비에서 현지 여행사를 통해 가이드 줄리우스Julius를 고용하고, 들머리인 시리몬 게이트Sirimon Gate로 가기 위해 버스를 타고 200km 떨어진 난유키Nanyuki마을로 향했다. 
    난유키마을에서 시리몬 게이트까지 25km는 대중교통이 없어 택시를 이용해야 했다. 택시기사는 1,700실링(약 1만 7,000원)을 요구했다. 너무 비싸다고 흥정해 보자 “므중구Mzungu(백인)에게는 더 받는다”고 하니 다른 선택지가 없었다.
    게이트에 도착해 입산 신고서를 작성하고 3일치 입산료를 지불했다. 일반적으로 케냐산 국립공원 등반은 고소 적응과 관광을 위해 4박 5일로 진행하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아 시리몬으로 올라 초고리아로 내려오는 하루 짧은 3박 4일로 일정을 짰다. 입산료는 현지 직원이 횡령하지 못하도록 오직 카드로만 결제 가능했다. 방명록을 훑어보니 유럽인, 중국인, 케냐인들이 대부분이었다. 한국인은 올해 초 딱 한 명이 다녀갔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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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리몬 게이트 입구.
    첫날은 해발 2,650m인 시리몬 게이트에서 9km 떨어진 모세스 록Moses Rock 캠핑장까지 이동했다. 차를 타고 갈 수도 있지만 걷고 싶었다. 차비 4만 원도 아끼기 위한 차원이었다.
    20분쯤 걷기 시작하니 이내 적도를 지난다는 간판이 나왔다. 시리몬 루트를 따르면 적도 바로 위에서 출발해 적도를 지나 북쪽에서 남쪽으로 포인트 레나나를 오른다. 가이드 줄리우스와 이야기를 나눈다. 일부다처가 허용되는 케냐에서 그는 두 명의 부인이 있다고 했다. 문화적 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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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도가 높아지자 그만큼 낮아지는 수목의 키, 그리고 시원해지는 전경.
    3시간 지나 도착한 캠핑장에는 성수기임에도 불구하고 우리밖에 없었다. 잠시 뒤 도착한 유럽인들은 캠핑장에서 조금 더 위에 있는 산장으로 갔다. 줄리우스도 산장에 있는 가이드용 숙소에서 잔다고 했다. 잠을 청하기 위해 텐트를 치고 있자 줄리우스는 “하이에나를 조심하라”고 겁을 주고는 산장으로 떠나버렸다. 처음엔 웃어 넘겼지만 밖에서 조금만 부스럭 거리는 소리가 들려도 화들짝 놀라 깨며 밤을 지새웠다.
    새벽 6시. 줄리우스의 인사 소리에 잠에서 깼다. 날씨는 매우 맑았다. 이 시기 케냐산은 낮에는 강렬한 햇살로 인해 고산에 상승기류가 생겨 구름이 끼고, 밤과 이른 아침에는 구름 한 점 없이 맑다고 했다.
    보통 8km 떨어진 니키 노스Nikii North캠핑장까지 가지만 하루 짧은 일정이기에 15km 떨어진 쉽튼Shipton캠핑장까지 가야 했다. 3시간쯤 지나니 드디어 쌍둥이처럼 솟은 바티온과 넬리온이 보이기 시작했다. 산에서 내려오는 맑은 계곡 옆으로 난 길을 따라 가니 탁 트인 전경에 수풀과 초목이 무성히 자란 초원지대가 펼쳐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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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펼쳐지는 로벨리아 밭, 왼쪽 경사면 초록색 모두 로벨리아가 만드는 절경이다, 맑은 계곡을 끼고 있어 물 걱정이 없다.
    아름다운 로벨리아와 새들의 천국
    1시간쯤 더 걷자 줄리우스가 점심을 먹자고 했다. 점심은 빵과 과자, 저녁은 라면으로만 준비해 짐을 최소화했다. 고산에서 무겁게 다니다 보면 고산병 증세가 빨리, 또 심하게 찾아와 무게를 줄이는 것이 중요했다.
    줄리우스가 물을 끓이는 사이 빵을 꺼내니 금세 새들이 몰려들었다. 이곳에는 130여 종 이상의 새들이 사는 만큼 종류도 다양했고, 개체수도 많았다. 겁도 없이 도망도 안 가고 앞에서 장난치는 새들이 귀여워 그들과 점심을 나눠먹었다.
    고도를 높이니 케냐산 특산종이라는 로벨리아를 만날 수 있었다. 로벨리아는 잎과 잎이 겹쳐지는 부분에 물을 머금어 건기를 날 수 있다고 했다. 고도가 낮은 곳엔 눈에 잘 띄지 않는 작은 로벨리아들이 많았지만, 고도를 높이니 거대한 자이언트 로벨리아 군락이 나타났다. 로벨리아로 뒤덮인 산은 시리몬 루트에서만 만날 수 있는 절경이라고 한다.
    2시간을 더 걸어 두 번째 캠프인 쉽튼 캠핑장에 도착했다. 이곳의 고도는 해발 4,000m가 넘어 고소로 머리가 지끈거렸지만 다행히 견딜 만했다. 오늘은 다행히 옆에 텐트 한 동이 있어 외롭지 않았다. 미국에서 온 커플은 나로 모루 루트로 올라와, 오늘 포인트 레나나를 올랐고 내일 시리몬 게이트로 나갈 거라고 했다. 정상이 정말 멋지다며 잘 다녀오라고 격려해 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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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인트 레나나에서 바라본 넬리온. 넬리온에 가려 최고봉 바티온은 보이지 않는다.
    새벽 4시 30분, 줄리우스가 텐트를 흔들었다. 이틀간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해 일어나기가 죽을 만큼 싫었다. 그러나 일어나야 했다. 오늘은 총 22km를 걸어야 했기 때문이다.
    고산의 추위 때문인지 텐트는 젖지 않고 오히려 얼어 있었다. 붙어 있는 얼음을 털어내고 텐트를 접고 짐을 쌌다. 고맙게도 홍차를 준비해 놓은 줄리우스 덕에 몸을 녹이고 길을 나섰다. 날은 완벽했다. 구름 한 점 없이 맑았고, 멀리서는 바티온을 올라가는 클라이머들의 헤드랜턴 불빛 3개가 빛나고 있었다.
    해는 생각보다 빨리 떠올라 오전 6시가 되자 자기 전 보았던 회색의 봉우리들이 붉은빛으로 변했고, 보랏빛의 하늘도 파란빛의 하늘로 변해갔다. 그동안 걸었던 이틀과는 달리 경사도가 심해졌다.
    오전 7시 30분 포인트 레나나와 초고리아 루트의 갈림길에 도착했다. 더 이상 식물은 없었다. 온통 바위와 돌 그리고 모래뿐이었다. 오르는 길에 자주 마주쳤던 유럽인들을 만났다. 그들은 정상에서 일출을 보고 내려오는 길이었다.
    아침에 일어났을 때 괜찮았던 두통이 다시 찾아왔다. 고도를 높였기 때문인 것 같았다. 남은 거리는 1km, 급할 건 없었다. 길은 어느새 방향을 틀어 넬리온봉을 마주하고 있었다. 케냐산의 만년설을 기대했지만 거의 찾아보기 힘들었다. 줄리우스는 케냐산은 적도에 가까운 데다 남반구지만 우리나라처럼 12월이 되어야 눈이 온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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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인트 레나나 정상의 축하문구를 새긴 표지판.
    꾸역꾸역 걸음을 채워 정상에 올랐다. 가장 먼저 큼지막하게 ‘축하합니다Congratulation’라고 써진 표지판이 반겨 주었다. 기쁜 마음과 황홀한 광경도 잠시, 고소증세가 극심해졌다. 오래 머물지 못하고 서둘러 사진을 찍은 뒤 고소에 가장 좋은 약이라는 하산을 시작했다.
    오를 땐 그토록 힘들었으나 내려가는 건 순식간이었다. 초고리아 루트로 접어드니 이제껏 걸었던 시리몬 루트와 큰 차이가 없어 다소 지루했다. 그런데 고개를 몇 개 넘고 나니 협곡과 호수가 있는 색다른 풍경이 펼쳐지기 시작했다. 고도를 더욱 낮추자 누런빛의 풀들이 점차 생기 넘치는 초록색으로 변해 갔다. 그런데 풀들 밑에 새카맣게 탄 흔적이 보였다. 줄리우스는 올해 초에 초고리아 루트에 큰 산불이 났다고 알려 주었다. 큰 불에도 다시금 움튼 작은 생명들이 대견했다.
    오후 2시경 초고리아 루트 등산로 초입에 들어섰다. 초고리아 게이트에서 등산 초입까지는 7km 정도로 길이 험해 4륜구동차만 다닌다. 내려오는 2시간 동안 날씨가 좋아 멋진 경치를 즐길 수 있었다. 다시 온다면 꼭 초고리아 루트로 올라야겠다고 생각했다.
    초고리아 게이트에 도착하니 오후 5시. 11시간을 걸었더니 발이 아파 바로 슬리퍼로 갈아 신었다. 차량만 있다면 바로 나이로비로 갈 수 있겠지만 초고리아 게이트에서 초고리아마을까지 가서 그곳에서 또 셔틀 버스를 타기에는 너무 늦은 시간이었다. 줄리우스가 초고리아마을까지 30km 택시비로 5,000실링(약 5만 원)을 요구했지만 흥정을 거쳐 3,000실링에 타협을 보고 오전 8시에 만나기로 한 뒤 잠에 들었다.
    다음날 아침, 더 이상 걷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에 부담 없이 일어났다. 고도가 낮아서인지 3일 만에 푹 잤다. 산에 있을 땐 수면 부족과 추위로 빨리 집에 가고 싶은 마음이었는데 막상 케냐산과 헤어지려니 하루만 더 있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약속시간이 되자 택시가 왔다. 배낭과 몸을 실었다. 줄리우스와도 작별인사를 나눴다. 차창 너머로 점점 멀어지는 케냐산을 향해 킬리만자로만큼 사랑받는 산이 되길 기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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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침 햇살을 받아 점점 얼굴을 붉히는 바티온과 넬리온.
    등반 정보 (시리몬~초고리아 루트)

    여행사 이용
    - 케냐산을 등반할 때 여행사에서 패키지 상품을 구입하면 여러모로 편리하다. 무엇보다 이동이 편해서 좋다. 나이로비 내 여행사에서 1일 120달러(입장료, 가이드, 포터, 요리사, 식사, 차량, 숙박 모두 포함) 정도에 이용할 수 있다. 
    여행사 연락처 빅타임 사파리Bigtime Safari(+254 727 031123) 
    개인 여행 시 참고할 팁
    - 케냐산 국립공원 입장료(24시간 기준)는 1일 52달러로 고정돼 있다. 3일 156달러, 6일 312달러 식이다. 캠핑장 이용료는 체류일수와 상관없이 20달러다.
    - 입산 시 가이드 고용은 필수다. 가이드가 없으면 입산 금지다. 1일 20달러며 팁은 의무는 아니지만 1일당 10달러 정도 주면 된다.  
    - 나이로비에서 난유키 셔틀버스 이용료 400실링(약 4,000원) 
    - 초고리아마을에서 나이로비 셔틀버스 이용료 600실링(약 6,000원) 
    - 식량은 수도 나이로비의 한인마트에서 구입한 라면, 컵라면, 만두 등으로 해결했다. 
    - 스토브나 식기류는 직접 준비하거나 현지에서 조달해야 한다. 나이로비 한인마트나 대형 쇼핑몰인 야야센터에서 부탄가스를 판매하지만 이소가스는 없었다. 가이드와 사전에 협의하면 가이드의 조리도구를 사용할 수 있다. 
    필자는 가이드의 기름 스토브와 코펠을 사용했다.  
    - 가이드 줄리우스 연락처 +254 724 061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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