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셰르파 스토리ㅣ다와 양줌 셰르파] 네팔 여성 셰르파 최초 국제산악가이드 자격

입력 2019.10.08 17:17

올해 5월 네팔 여성 최초로 마칼루 등정…“내 작은 성공이 다른 소녀들에게 용기가 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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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와 양줌 셰르파가 스위스에 위치한 국제산악가이드협회 본부에서 지난 2018년 1월 취득한 ‘국제산악가이드’ 자격증을 들고 있다. 사진 <더스타>
에드먼드 힐러리와 함께 에베레스트를 초등한 텐징 노르게이, 네팔인 최초로 히말라야 14좌를 완등한 밍마 셰르파에 이르기까지 지금껏 고산 등반을 이끈 셰르파들은 대부분 남성이었다. 현재 여성 셰르파는 극소수만이 활동하고 있다. 네팔관광청에 따르면 지난해 봄 시즌 에베레스트 등반 허가를 얻은 514명의 네팔인 중 23명이 여성이었으며, 그중 단 8명만이 등반 보좌 목적의 셰르파였던 것으로 나타났다. 히말라야 데이터베이스에 등록된 등반 가이드 셰르파 중 남성은 4,000여 명이지만 여성은 불과 34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무거운 짐을 지고 해발 8,000m 이상을 오르내리는 일이 체력적으로 감당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다와 양줌 셰르파Dawa yangzum Sherpa(29)는 이러한 셰르파 사회의 ‘금녀의 벽’을 깬 대표적인 여성 셰르파다. 에베레스트에 인접한 롤왈링계곡의 베딩beding마을에서 5남매 중 막내로 태어난 다와는 어릴 때부터 자연스럽게 등반에 매료됐다고 한다. 9세가 되었을 때, 학교 선생님이 장래희망을 묻자 “에베레스트를 오르고 싶다”고 답변했을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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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산악가이드 자격증을 취득하기 위해 확보 실기시험을 보고 있는 다와 양줌 셰르파.
초등학교를 졸업한 다와는 여전히 등반을 하고 싶었지만, 마을을 거점으로 활동하던 70여 명의 셰르파들은 그녀를 끼워 주지 않으려 했다고 한다. 베딩에서는 전통적으로 남매 중 막내 딸이 마을에 머물면서 부모를 돌봐야 했기 때문이다. 다와의 부모는 등반 가이드가 되고자 하는 그녀를 적극적으로 반대하지도, 그렇다고 지지하지도 않았다.
답답한 상황이 이어지자 결국 다와는 2003년, 13세 때 혼자 마을을 떠나기로 결심한다. 카트만두에 살며 셰르파로 일하는 오빠 다와 걀제Dawa Gyalje의 집으로 가서 오빠가 등반을 나가 집을 비우면 조카를 돌보는 생활을 5년 동안하며 등반 가이드로 일할 기회를 엿봤다. 다와는 18세가 된 2008년, 그녀의 집념을 높게 산 다와 걀제가 알선해 준 프랑스 등산객의 트레킹 가이드를 맡으며 본격적으로 셰르파 일을 시작하게 된다.
그러나 다와는 “트레킹 가이드 일이 전혀 만족스럽지 않았다”고 했다. 그녀의 꿈은 ‘고산 등반’이기 때문이다. 다와는 2010년 겨울 유명 산악인 콘래드 앵커가 네팔 현지에서 운영하는 비영리 단체인 ‘쿰부 클라이밍 센터’를 찾아 무료로 등반 기술을 배웠다. 앵커는 학생 다와를 “매듭부터 빙벽 등반 기술, 도르래 시스템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을 다 잘했다”고 평가했다.
다와의 열의와 실력을 높이 산 앵커는 2012년 노스페이스와 <내셔널지오그래픽>이 주관한 ‘미국 에베레스트 등정 50주년 기념 원정대’에 그녀를 셰르파로 채용할 것을 추천했다. 원정대의 셰르파 12명 중 유일한 여성으로 발탁된 그녀는 무거운 장비 운반도 남성 셰르파와 똑같이 해냈고, 에베레스트 정상도 등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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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와 양줌 셰르파는 올해 3월 네팔인 최초로 노스페이스 애슬리트 팀으로 영입돼 향후 등반을 지원받기로 했다. 사진은 2018년 다와 양줌 셰르파가 북미 데날리 베이스캠프에서 노스페이스 패딩을 입은 모습이다. 사진 <히말라얀 타임즈>
5년에 걸쳐 국제산악가이드 자격증 취득
다와는 에베레스트 등정 이후 국제산악가이드협회IFMGA(International Federation of Mountain Guides Associations)에서 발급하는 국제산악가이드 자격증 취득을 목표로 정한다. 다와는 “미국의 경우 여성 산악 가이드가 무척 많지만 네팔은 모든 가이드가 남자다”라며 “국제산악가이드 자격증을 통해 세계적인 여성 산악 가이드로 활동하고 싶었다”고 했다.
그러나 국제산악가이드 자격증을 취득하는 일은 쉽지 않았다. 국제산악가이드 자격증은 암벽 및 빙벽 등반 기술부터 응급 처치 및 인명 구조, 기후과학과 고객 관리까지 다양한 분야에 걸쳐 필기와 실기 시험을 치러야만 얻을 수 있다. 이 자격증을 소지한 사람은 전 세계에 6,000여 명, 네팔에는 단 50명의 남성만 있을 정도로 난이도가 높다. 다와는 5년 동안 낙방을 반복하면서도 포기하지 않고 끊임없이 재도전해 네팔 여성 최초로 2018년 1월에 자격증을 취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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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와 양줌 셰르파가 마칼루 능선을 따라 정상을 향해 오르고 있다. 사진 다와 양줌 셰르파 페이스북
다와는 자격증 시험을 공부하면서도 등반을 계속했다. 2014년에는 네팔 여성으로만 구성된 원정대의 일원으로 K2(8,611m)에 올랐으며, 올해 5월에는 마칼루(8,463m)를 네팔 여성 최초로 등정했다. 높은 수준의 교육이나, 부유한 집안 배경 없이 일궈낸 성과다. 다와는 마칼루 등정 이후 “(산악인으로서) 이 등정들은 작은 성공에 불과할 수도 있겠지만, 이 작은 성공으로부터 전 세계의 많은 소녀들이 자신들의 꿈을 좇을 용기를 얻을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다와는 “여성 셰르파들의 수가 적은 것은 체력적인 문제보다 보수적이고 가부장적인 셰르파 사회의 분위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셰르파들은 전통적으로 남성과 여성 어느 한쪽을 더 우월하다고 생각하진 않지만, 남편과 아내의 역할 분담이 확실하다. 남편이 고산등반 가이드를 해서 돈을 벌면, 아내는 자식을 돌보고 시부모를 모시는 것이 ‘정상’으로 받아들여진다.
다와는 “이로 인해 여성 셰르파들에게 보이지 않는 차별과 압박이 가해진다”며 “여성 셰르파들은 고산과 차별, 두 가지 도전에 맞서 싸워야 하는 셈”이라고 말했다. 앞으로 다와의 등반 활동이 셰르파 사회의 만연한 차별과 편견을 해소하는 데 얼마나 기여할 수 있을지 기대가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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