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 특집ㅣ시산제<2>권역별·시산제·명산] 근교 명산 조용한 곳서 시산제 지내

입력 2020.03.18 21:24

전문등반팀은 대부분 인수봉·선인봉 등 자연암장에서 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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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산 인수봉.
봄이 시작되면 유난히 시산제가 많이 열리는 산이 있다. 주로 대도시 근교의 유명 산이 그런 곳들이다. 시산제에 적합한 산은 일단 접근성이 좋아야 한다. 보통 1시간 이내 거리에 위치해 누구나 쉽게 오고갈 수 있어야 한다. 또한 단체 산행이나 행사를 치르기 좋은 넓은 공간과 적당한 길이의 산행 코스도 필수다. 전국 산악단체 관계자들이 말하는 지역별 인기 시산제 산을 알아본다. 
1. 서울
서울 지역에 기반을 둔 산악회는 접근이 쉬운 수도권 산에서 시산제를 많이 지낸다. 전문등반을 주로 하는 산악회들은 북한산이나 도봉산의 암장 부근에서 시산제를 열기도 한다. 함허동천 야영장이 있는 강화도 마니산이나 전철이 다니는 운길산, 불암산 등도 시산제를 지내기 위해 산악인들이 많이 찾는 곳이다.
서울시산악연맹 사무국장을 지냈던 이규한씨는 “수백 명이 모이는 ‘설제’는 취사가 가능하고 식수를 구할 수 있는 넓은 공간을 확보해야 한다”면서 “산의 높이나 유명세보다 조건이 좋고 이동거리가 적당한 산에서 행사를 치렀다”고 말했다.
서울시연맹은 1971년 2월 첫째 주, 1회 설제를 명성산에서 실시한 이후 매년 비슷한 시기에 행사를 열고 있다. 올해는 2월 16일 제천 두무산(472.2m)에서 행사가 열렸다.
북한산 인수봉과 도봉산 선인봉 아래 야영장은 전문등반 산악회들이 주로 시산제를 여는 곳이다. 매년 2~3월이면 주말마다 시산제를 지내는 산악회를 만날 수 있다. 아직도 북한산 인수봉이나 선인봉 정상에서 시산제를 지내는 클라이밍 전문 산악회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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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니산 첨성대.
2. 경기도
경기도의 시산제 명산은 서울 지역의 산악회들이 자주 찾는 곳과 유사하다. 우선 강화도 마니산은 경기도나 인천 지역 산악회도 많이 찾는 산이다. 그밖에 인기 있는 곳으로 감악산, 운악산, 설봉산, 불곡산, 불암산, 유명산 등을 꼽을 수 있다. 클라이머들은 인수봉이나 선인봉 등 자연암장을 선호하는 편이다.
경기도 포천에 거주하는 한국산악회 김홍경 이사는 “워킹 산행 위주의 산악회는 주요 활동지역 근처 산에서 시산제를 많이 한다”면서 “포천의 산악회들은 가까운 왕방산이나 파주 감악산 등지를 선호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경기도의 산악회 중에는 천안 광덕산이나 화천 두류산, 금산 진악산 등 조금 먼 곳으로 시산제 산행을 떠나기도 한다. 
전문등반 위주의 산악단체는 아무래도 자연암장을 선호하는 편이다. 인천산악구조대 천준민 대장은 “인천은 산이 없어 지난해까지만 해도 문학경기장 인공암장에서 시산제를 지냈다”면서 “하지만 올해부터는 북한산에서 암벽등반을 겸해 시산제를 지낼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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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주 치악산.
3. 강원도
강원도는 설악산, 오대산, 치악산, 태백산 등 시산제를 지낼 만한 명산이 널려 있다. 그러나 이 지역 산악회들 역시 접근성을 중요하게 여긴다. 대도시인 원주에서는 바로 옆의 치악산을 많이 찾고, 강릉에서는 가까운 대관령과 선자령이 시산제 장소로 인기다. 설악산, 태백산, 오대산 등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강원도의 명산은 전국의 산악단체가 찾아오는 곳이다.
원주치악산산악구조대 초대회장을 지냈던 조원택씨는 “구조대는 치악산에서 새해 첫날 탐방객들에게 떡국을 나눠 주는 것으로 시산제를 대신하고 있다”면서 “원주의 일반 산악회들은 대부분 치악산 자락에서 시산제를 지낸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하지만 지역 클라이머들은 등반시즌에 맞춰 자연암장에서 주로 시산제를 지낸다”면서 “강원도를 대표하는 암장인 원주 간현암이나 춘천 용화산 새남바위 등에서 봄에 첫 등반을 겸해 산제를 여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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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오악 중 하나인 계룡산.
4. 충청도
충청도 대표 시산제 명산은 계룡산이다. 계룡산은 한국 오악의 산 중 서악으로 십승지 중 한 곳이자 삼국시대 이래 관 주도로 산신제를 지낸 산에도 속하는 유서 깊고 영험한 산이다.
대전산악연맹 연헌모 이사는 “대전산악연맹은 발족 이후 줄곧 계룡산 은선폭포 위에 있던 은선산장에서 40년 가까이 시산제를 드렸다”며 “2008년 은선산장이 폐쇄된 후엔 동학사 관리사무소 근처 정자나무에서 드리다가 ‘절 인근에서 생고기를 놓고 제를 지내는 건 아닌 것 같다’는 의견이 있어 현재는 무궁화학습원에서 제를 올리고 있다”고 말했다.
충남산악연맹 정의철 전무는 “10년 전쯤 충남산악연맹이 독립한 후 줄곧 아산 광덕산에서 시산제를 올리고 있다”며 “세종산악연맹은 세종 운주산에서 시산제를 드린다”고 말했다.
반면 충북 지역은 시산제를 드리는 산이 자주 바뀌는 편이라고 한다. 충북산악연맹 배명석 구조대장은 “주로 청주 상당산성에서 시산제를 드렸지만 딱히 정해진 곳은 없다”며 “괴산 조령산, 청주 양성산 등에서도 제를 올린 적이 있다”고 말했다.
충청도 산악회들이 주로 시산제를 드리는 시기는 2월 초라고 한다. 올해의 경우 대전산악연맹은 2월 2일, 충남산악연맹은 2월 9일에 시산제를 드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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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라도의 대표 명산 무등산.
5. 전라도
전라도 지역 산악회들은 지역 대표 명산인 무등산에서 주로 시산제를 드린다. 광주산악연맹 임대원 전 구조대장은 “역사가 오래된 산악회들은 증심사에서 약사암으로 가는 중간에 위치한 느티나무(당산나무)와 천제단에서 시산제를 드리길 고집한다”며 “시산제를 올리는 시기는 2월 말에서 늦으면 4월 초”라고 말했다. 광주샛별산악회 김희순 고문은 “우리는 시산제가 신년산행 개념이라 매년 다르다”며 “올해는 화순 백아산에서 제를 올렸다”고 설명했다.
한국산악회 전병연 전남지부장은 “우리는 주로 암벽등반을 하는 사람이 많아 영암 월출산, 무등산 새인봉처럼 암장이 개척된 곳에서 시산제를 드린다”며 “새해 첫 등반을 할 때 안전을 기원하며 제를 올리기 때문에 암벽등반을 할 수 있을 만큼 따뜻해지는 3월에 시산제를 올리는 편”이라고 말했다.
전북산악연맹 이왕영 전 구조대장은 “전북은 회원들이 많이 살고 있는 전주시와 익산시에 이름 난 산이 없어서 지리산 뱀사골 달궁야영장, 덕유산리조트 입구 야영장, 대둔산 산악구조대 사무실 앞 공터 등에서 돌아가면서 한다”며 “설을 쇠고 난 뒤에 날짜를 잡으며, 모악산에서는 한 번도 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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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경남의 시산제 명산 금정산.
6. 경상도 
경상도는 지역마다 시산제를 드리는 산이 상이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산악회 대구지부 관계자는 “지부 발족 초기 때부터 대구 팔공산에서 음력 정월에 시산제를 드리는 전통이 이어져 내려오고 있다”며 “다른 산으로 가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고 말했다.
부산 및 경남권은 부산의 진산인 금정산에서 시산제를 드리는 산악회들이 압도적으로 많다고 한다. 황계복 부산산악연맹 자문위원은 “금정산에서 올리지 않는 경우에는 부산 서구 엄광산, 부산 북구 백양산, 해운대 장산, 양산 천성산·영축산·대운산, 장안 달음산에서 제를 올린다”며 “최근 신생 산악회들은 양력 1월에 시산제를 지내기도 한다”고 말했다.
울산산악연맹 김태훈 기획이사는 “우리는 울산에서 영남알프스를 바라봤을 때 한가운데 서 있는 신불산에서 시산제를 지낸 지 20년이 됐다”며 “산을 밟고 제를 지내지 않기 위해 산 아래 입구에 있는 거북바위에서 시산제를 지내며, 큰 집이 먼저 제를 올린다는 의미에서 남들보다 빠른 1월 첫째 주에 제를 올린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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