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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산 2024년 5월호
  • 655호

[연재ㅣ캠핑장에서 만난 요리<3>미나리] 봄이 오는 고산자연휴양림 캠핑장에 미나리 향기가 가득~

글 한형석 친환경캠핑스쿨 대표강사 hshan8611@naver.com 요리·사진 진주 푸드
  • 입력 2020.03.11 1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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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조연 같은 식재료…봄 요리의 주재료로 손색없어

봄이 오는 길목에 찾은 시골 오일장은 향기로웠다. 냉이와 달래로 대표되는 봄나물 사이에서 그보다 강력한 향으로 식객을 유혹하는 미나리 때문이었다.

전주와 완주 지역은 예부터 미나리가 유명했다. 만경강 상류에 위치한 고산시장은 그야말로 미나리향 그 자체였다. 그 향기에 발걸음을 멈추지 않을 수 없었다.

완주 땅 깊숙이 자리한 고산자연휴양림은 향기로운 미나리 요리를 하기에 완벽한 환경과 온도를 갖춘 것 같다. 언제나 밥상의 조연 같은 미나리지만, 이 시절 이곳에서는 분명 로맨스 영화의 주인공임에 틀림없다.

우삼겹 미나리 숙주 볶음

아삭한 식감에 향기가 더해지니 금상첨화

완주는 한우도 유명하다. 한우 협동조합 1호가 완주 한우 협동조합이다. 장단이 있다면 ‘비싸고 맛있다’는 것. 그래서 오일장에 가서는 비교적 값싼 부위인 우삼겹을 사왔다. 캠핑장에 돌아와서는 무쇠 팬에 우삼겹을 볶아 덜어내고, 남은 기름에 미나리와 숙주를 달달 볶다가 맨 마지막에 다시 우삼겹을 넣고 간을 하면 된다.

기름지고 고소한 우삼겹과 아삭한 식감의 숙주, 그리고 향기로운 미나리가 만나 천상의 봄요리가 된다. 아마도 이보다 간편한 소고기 요리는 없을 것이다. 조리 시간도 10분 내외면 되고, 소금 외에 다른 양념도 필요 없다. 운 좋게 시골 방앗간에서 한 병에 7,000원 하는 국산 들기름를 구할 수 있다면, 기름소금장을 만들어 푹 적셔 먹으면 된다. 그 맛을 글로 설명할 수 없다는 것은 누구나 알 것 같다.

새우 미나리전

완주 막걸리와 어울리는 안주

산 좋고 물 좋은 완주는 예로부터 막걸리로도 유명했다. 산과 들과 강이 있는데 물이 안 좋을 수 없고, 곡식과 산물이 풍부한데 농사꾼들의 친구가 없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최근 들어 유명세를 타고 있는 전주 막걸리 골목에도 그 대장은 완주의 지명을 딴 집인 것도 그 이유다. 새우 미나리전은 완주 양반집 막걸리 안주다. 만경강 하구 옥구 앞바다에서 잡은 꽃새우와 오늘 아침에 미나리꽝에서 건져 채 썬 미나리를 달걀물에 섞어 채 썬 홍고추를 첨가해 부쳐내면 그만이다. 해물 파전이 여러 가지 맛이 섞인 복잡한 음식이라면 새우 미나리전은 맛이 한결 깔끔하고 고급지다. 낮엔 덥고 밤엔 추운 이 시기에 적절한 캠핑장용 막걸리 안주다. 이것을 부쳐내는 동안 온 캠핑장 안에 미나리 향기가 가득해질 것이다.

미나리 된장무침

삼겹살과 함께라면 환상적인 맛 

캠핑장에서 삼겹살을 구울 때 고산장터에서 사온 미나리를 살짝 데쳐 된장에 무치면 된다. 우리나라 기본양념인 된장, 들기름, 깨소금, 고춧가루, 다진 마늘만 있으면 미나리가 그 진가를 200% 발휘한다. 상추나 깻잎 같은 쌈 채소도 필요 없다. 그저 미나리 한 젓가락에 삼겹살 한 점이면 그만이다. 삼겹살과 미나리를 거의 다 먹었을 무렵 팬에 남은 기름에 밥을 볶다가 그 밥을 미나리를 무쳤던 코펠에 다시 넣고 비벼 먹으면 완벽한 마무리가 될 것이다.

TIP 미나리 손질하기

시장에서 미나리를 살 때 진흙이 묻은 밑동은 잘라 달라고 한다. 캠핑장으로 가져와서는 큰 코펠에 담아 개수대 수도에서 찬물로 한두 번만 헹궈주면 된다. 코펠에 물을 끓여 미나리를 데칠 때 1분 이상 데치면 미나리가 질겨지므로 주의 깊게 지키고 있는 게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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