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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산 2024년 5월호
  • 655호

[Season Special] 5월에 갈 만한 산

글 박정원 선임기자 사진 C영상미디어
  • 입력 2020.05.01 18:40
  • 수정 2020.05.04 1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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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답답하고 갑갑한 마음을 어디서 풀까? 마음 놓고 훌훌 떠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전 세계에서 맹위를 떨치고 있는 코로나19가 쉽게 멈출 것 같지도 않다. 특히 외국은 갈 수 없다. 잘못하다간 한 달간 자가격리될 수 있다. 외국 도착 즉시 2주, 한국 귀국 즉시 2주 격리되면 한 달을 오롯이 격리생활을 해야 한다. 그렇다면 갈 수 있는 곳은 국내뿐이다. 가급적 남들이 가지 않은, 사회적 거리두기가 가능한 지역을 찾아갈 수밖에 없다. 한국에서 70%가량을 차지하는 산으로 갈 수밖에 없다.

코로나의 특수상황보다는 일반적으로 많이 찾는 기준으로 5월의 산을 정했다. 봄  기운을 느끼고 조망할 수 있는 산을 선택했다. 먼저 남녘의 봄바람과 봄기운을 만끽할 수 있는 장흥 천관산은 5월의 명산에서 소개했다. 이어 역사와 철쭉과 경관이 좋은 대전 계룡산, 한국 철쭉산의 대명사격인 합천 황매산, 수도권 봄 야생화의 대표격인 남양주 천마산, 낙동강이 유려히 흐르는 모습과 철쭉이 좋은 구미 금오산 총 4개의 산을 꼽았다. 자세한 정보는 월간<山> 홈페이지san.chosun.com에서 확인할 수 있다.

1 계룡산

금계포란·비룡승천형으로 알려진 명당

계룡산鷄龍山(845m)은 한국의 대표적인 명산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고대부터 그 이름을 고이 간직할 뿐만 아니라 신라시대엔 오악 중에 서악, 조선시대에 도읍지로 지정될 뻔했던 명산이었다. 조선시대에는 오악을 여러 명산으로 다양하게 지정했지만 항상 오악에 포함됐다. 한국에서 산신제를 지냈던 중악단 간판과 자취를 유일하게 간직한 산이기도 하다. 중악단은 현재 보물 제1293호. 조선시대에는 하악 지리산, 중악 계룡산, 상악 묘향산으로 지정했기 때문에 신라시대와는 다르게 중악으로 불렸고, 그 중악단이 지금 그대로 보존되고 있다.

계룡산은 황금빛 닭이 알을 품고 있는 금계포란金鷄抱卵형과 용이 하늘로 승천하는 비룡승천飛龍昇天형의 산세를 동시에 가지고 있다고 알려져 있다. 따라서 풍수가들은 회룡고조와 산태극·수태극 3가지 개념으로 설명한다. 이 정도면 천하의 명당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국내 기도처 1위로 꼽히기도 한다. 2위는 태백산, 3위는 지리산. 

계룡이란 지명은 주봉 천황봉에서 시작해서 연천봉~삼불봉으로 이어지는 능선이 마치 닭벼슬을 쓴 용과 같이 생겼다고 해서 유래했다고 전한다. 봄 진달래·철쭉과 동학사 주변 벚꽃은 전국 상춘객이 찾는 명소다. 등산은 주로 동학사에서 능선을 넘어 갑사로 하산하는 코스를 선택한다.

2 황매산

옛 지명은 ‘황산’… 한국 대표적 철쭉 명산

5월의 황매산黃梅山(1,108m)은 철쭉을 보기 위해 모이는 인파로 ‘철쭉 반, 사람 반’이라 할 정도로 인산인해를 이룬다. 기다리는 차량만 해도 도로를 가득 채워 수백 m에 달한다. 그만큼 한국의 대표적인 철쭉 명산이다.

옛 지명은 <대동지지>와 <대동여지도>에 ‘황산黃山’으로 나온다. 합천에 황매산이란 지명은 어디에도 없다. 현재 알려진 지명유래인 황매산이 넓고 평평한 산이라 하여, 옛말로 ‘느른 뫼’라고 했다 해서 경상도 발음이 ‘느른’이 잘 안 돼 ‘누른’으로 부르다, 이를 한자로 고쳐 누를 ‘黃’자로 쓰게 됐다고 설명한다. 역사적으로 전혀 근거 없다. 원래 황산으로 불렸는데 억지스런 해석으로 보인다.

황매평전을 지나 정상 암벽 관련 재미있는 전설이 전한다. 산 북동쪽 바위 끝부분이 갈라진 순결바위가 있다. 평소 사생활이 깨끗하지 못한 사람이 이 바위 틈에 들어가면 빠져나오지 못한다는 내용이다. 문란한 사람은 가까이 가기 두렵겠다. 5월 황매산에 가서 철쭉도 보고, 순결바위도 확인해 보라. 황매평전이 있는 8부 능선까지 차가 올라간다. 하지만 올해는 코로나 바이러스 때문에 이마저도 보기 쉽지 않다. 철쭉축제는 취소됐다. 

3 천마산

멸종위기 야생화 볼 수 있는 봄 야생화 성지

천마산天摩山(812.4m)은 봄 산행지로 유명하다. 특히 남양주에 있어 수도권의 봄 야생화 출사가들에게 인기가 높다. 산괴불주머니, 꿩의바람꽃, 매화말발도리, 산괭이눈 같은 흔한 봄꽃은 물론 얼레지 군락은 강원도 깊은 산골을 옮겨 놓은 듯하다. 광릉요강꽃 같은 멸종위기 야생 식물 1급인 우리나라 몇몇 산에서만 자라는 점현호색 같은 희귀식물을 서울에서 대중교통을 이용해서 접근할 수 있으니 아마추어 출사가와 야생화를 좋아하는 산꾼들이 특히 많이 찾는다. 야생화의 성지에 접근성이 뛰어나기 때문이다. 이들은 큰골과 천마산계곡을 두고 ‘야생화 천국’이라 부른다.

정상에서 사방을 볼 수 있는 조망도 좋고 역사적 명소 보광사도 볼 만하다.

천마산 산행코스는 그리 길지 않아 당일산행에 안성맞춤이다. 봄철 야생화산행은 호평동 큰골로 정상에 올라 천마산계곡으로 하산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일부 지도에는 가곡리 보광사 방면을 큰골이라 표시했으나, 천마산의 진짜 큰골은 호평동이다.

4 금오산

옛 지명 남숭산…신라 첫 불교 도래 사찰 도리사 품어

금오산金烏山(976.6m)은 평야지대에 우뚝 솟아 조망이 일품이다. 유려히 흐르는 낙동강 상류 줄기가 바로 발아래 놓여 있다. 예로부터 경북 8경의 하나로 기암절벽과 울창한 숲이 조화로워 풍광이 뛰어나고 신라 불교 최초의 도래 사찰인 구미 도리사를 품고 있는 산이다.

금오란 지명은 신라에 불교를 가장 먼저 전한 고구려 승려 아도화상이 어느 날 이곳을 지나던 중 노을 속으로 황금빛 까마귀가 나는 모습을 보고 명명했다고 전해진다.

<세종실록지리지> 구미편에는 ‘명산은 금오산인데, 산 북쪽 수구문동에 도선굴이 있다. 금오산 석성이 있다’고 기록돼 있다. <신증동국여지승람>에는 ‘금오산은 고려 때에, 남숭산南嵩山으로 불리어 해주의 북숭산과 짝을 짓는다고 했다’고 나온다. 또 같은 문헌 산천조에는 ‘불가에서는 남숭산이라 하는데’라는 설명이 있다.

도선굴과 보물 제490호 마애석불 등이 볼거리. 등산코스는 금오동천~성안~정상~남릉~부처바위~소림사가 일반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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