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깅스 붐 분석] 레깅스 입고 등산, 괜찮을까?

입력 2020.06.29 09:49 | 수정 2020.06.29 10:02

[레깅스 산행 <1> 레깅스 붐 분석]
소재 한계로 조난 시 위험성 높아…“2009년 일본 ‘야마걸’ 열풍처럼 등산인기 지속될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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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깅스를 입고 아웃도어 활동을 즐기는 여성층이 늘어나고 있다. 사진 안다르.
코로나19 사태로 반사효과를 누리는 복장이 있다. 바로 레깅스다. 운동복과 평상복의 경계를 허문 애슬레저(애슬레틱+레저) 시장의 대표주자인 레깅스의 수요가 지속적으로 늘어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보편화되면서 나타난 혼자 등산을 다니는 ‘혼산족’의 등산복으로 입지를 넓히고 있다. 이젠 여성들만의 옷이 아니라 남성용 레깅스도 속속 출시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처럼 레깅스가 갑자기 뜬 이유는 무엇일까? 또한 등산복으로서 레깅스를 입어도 괜찮을까? 그리고 언제까지 이런 유행이 계속될까? 전문가들과 업계 관계자들의 목소리를 한데 모아봤다.
1 갑자기 레깅스가 뜬 이유는?
레깅스가 등산복으로 각광 받게 된 것은 애슬레저 패션이 세계적으로 유행하고 있는 것과 관계가 깊다. 애슬레저 유행으로 인해 달리기, 요가 및 필라테스를 할 때 주로 입던 레깅스를 거리에서도 쉽게 볼 수 있게 됐고,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헬스장 및 실내 운동시설들을 기피하게 되자 운동 욕구가 등산으로 옮아가며 자연스럽게 등산복으로 변신하게 된 것이다.
레깅스 인기는 갈수록 더해가고 있다. 지난 6월 16일 이베이코리아가 운영하는 온라인쇼핑몰 G마켓에 따르면 국내에 코로나19 확진자가 처음으로 발생한 1월 20일부터 6월 14일까지 스포츠레깅스 판매량은 전년도 동기간보다 183% 증가했다고 한다. 특히 5월 들어 기온이 올라가기 시작하면서 레깅스 수요는 한층 급증했다. 5월 1일부터 6월 14일까지 판매량이 910%나 증가했다. 이젠 등산복을 넘어 국민레저복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젠 아웃도어 업체들도 앞다투어 레깅스 제품을 쏟아내고 있다. 노스페이스는 레깅스와 원피스를 주축으로 한 ‘패밀리 원마일 웨어 컬렉션’을 출시했다. K2는 냉감 소재와 냉감 공법을 이중으로 적용한 ‘오싹OSSAK’ 레깅스, 코오롱스포츠는 용도에 따라 스트레치성이나 압박감의 차이를 둔 ‘플레인·밸리·릿지’ 3종 레깅스를 선보였다.
레깅스는 남성에게도 인기를 얻고 있다. 젝시믹스는 지난 5월 ‘젝시믹스 맨즈’ 라인을 새로 출시하고 광고 모델로 가수 김종국을 기용했다. 안다르도 최근 남성용 레깅스와 짧은 반바지를 포함한 ‘안다르 맨 캡슐 컬렉션’을 선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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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국을 모델로 내세우고 남성용 레깅스를 출시한 젝시믹스. 사진 젝시믹스
2 레깅스, 등산복으로 적합한가?
이처럼 선풍적인 유행을 끌고 있는 레깅스가 등산복으로 적합한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먼저 애슬레저 대표 브랜드 뮬라웨어는 “레깅스는 패셔너블하다는 장점과 더불어 등산 시 미세한 근육의 떨림까지 잡아 주고, 신축성이 뛰어나 활동에 제약이 없으므로 다른 아웃도어 의류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다”고 설명했다. 한 인플루언서는 “무엇보다 산에서 인증 사진을 찍을 때 날씬하고 몸매가 예쁘게 나온다는 점에서 많은 여성들이 선호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오히려 특정 레깅스 제품의 경우에는 기존 등산복보다 일부 산악지형에서 더 나은 성능을 발휘한다고 보는 전문가도 있다.
해외 트레킹 중 레깅스를 자주 애용한다는 세계여행가 민미정씨는 “일반 등산바지와는 다르게 레깅스는 착용감이 좋고 편하다는 장점이 있다. 내가 사용하는 레깅스는 ‘CW-X’라는 제품으로, 인체공학적 테이핑 효과를 내세운 절개형 디자인과 소재로 세계 아웃도어 마니아 사이에서 인기를 끌었다. 종아리~무릎~허벅지까지 근육을 잘 잡아 줘서 장거리 하이킹 시에는 등산복 바지보다 오히려 더 좋은 성능을 보여 줬다. 단 동계나 해발고도가 높은 곳에서는 보온에 한계가 있어 활용성이 떨어진다”고 설명했다.
반면 엄밀히 따지면 레깅스의 기능성이 통상 등산복에 비해 떨어지며, 산에서 조난이라도 당할 경우에는 그 위험성이 더욱 높다는 분석도 있다. 등산복은 주로 방수·방습에 특화된 소재를 사용하는 반면, 레깅스는 대부분 면이나 울이 소재기 때문에 체온유지, 안전성 면에서 떨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아웃도어 의류는 인장강도 및 봉합강도, 내수도, 발수도 등 까다로운 품질기준이 적용되는 반면, 레깅스에는 이러한 기준이 없다. 한국소비자원의 섬유제품권장품질 기준에 따르면 스포츠의류의 파열 강도(천에 수직으로 작용하는 압력을 가할 때 최대 저항 강도) 기준은 최소 2,160kPa(킬로파스칼) 이상을 충족해야 하지만, 레깅스는 면일 경우 490kPa, 울이면 440kPa 이상만 넘기면 된다고 한다.
이처럼 ‘레깅스가 등산에 부적합하다는 우려’에 대해 “어차피 도시근교에 해발고도가 낮고, 등산로도 험하지 않은 곳으로 갈 때만 레깅스를 입기 때문에 크게 상관없다”는 의견이 주를 이뤘다. 한 대학 산악부원은 “1박2일 종주산행을 할 때나 등산로가 희미해서 나뭇가지나 바위에 긁힐 우려가 많을 경우에는 당연히 고어텍스 등산복을 입어야겠지만, 인왕산이나 아차산처럼 낮은 산에서는 솔직히 고성능 아웃도어 의류를 입을 필요성을 못 느낀다”고 했다. 요컨대 쉬운 산행 시엔 입어도 크게 상관없지만, 험한 산행이나 우천이 예상될 땐 고어텍스 소재의 고기능성 등산복을 입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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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적인 야마걸 스타일. 하의는 레깅스 위에 반바지나 등산치마, 상의는 바람막이 점퍼나 체크무늬남방을 입는 것이 일반적이다.
3 레깅스 등산 유행, 계속될까?
코로나19로 일어난 레깅스 등산 유행이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도 지속될까? 전문가들은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아웃도어 열풍이 한동안 계속될 전망이기에 단기적으로는 유행이 이어질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또한 등산뿐만 아니라 여름레포츠와도 결부될 것이며 5부, 7부 레깅스의 판매량도 점진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K2 홍보 관계자는 “등산은 물론 백패킹과 캠핑 등 아웃도어 활동을 즐기는 젊은 소비자들이 늘어나고 있다”며 “젊은 층을 겨냥한 상품과 마케팅을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코로나19 사태가 종식된 이후에도 장기적으로 젊은 여성층이 지속적으로 등산을 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대부분 “쉽게 예측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여행업계에 종사하며 해외트레킹 상품을 취급하는 한 관계자는 “일본은 2009년 레깅스를 입는 야마걸(산山의 일본어 발음 ‘야마’와 여성Girl의 합성어)이 유행하며 등산인구가 폭증한 바 있다”며 “한국도 이와 비슷한 추세로 나아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일본생산성본부가 발표한 <레저백서>에 따르면 2003년부터 2008년까지 일본의 등산인구는 연간 600만 명 수준이었다가 2009년 야마걸 붐으로 1,230만 명으로 2배 가까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이후 2011년 동일본 대지진의 영향으로 약 850만 명 선으로 일시 감소했으나, 5년마다 실시되는 <일본 사회생활 기본조사 2016>에 따르면 약 1,070만 명 선까지 회복됐다고 한다.
한 아웃도어 업계 관계자는 “젊은 층이 계속 등산에 관심을 가지게 하려면 ‘등산 이상·등산 이후의 콘텐츠’를 개발해야 한다”고 말했다. 과연 젊은 등산인구의 증가가 아웃도어업계와 등산문화 전반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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