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월간산 2024년 5월호
  • 655호

[국가숲길 유력후보ㅣ③ 한라산둘레길] 이국적인 산림·생태가치 높아 관리 필요

글 박정원 선임기자
  • 입력 2020.06.25 18:22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반도 유일의 세계자연유산… 총 80km 중 현재 66km 개통, 2022년 전 구간 연결

울창하면서 이색적인 한라산 사려니숲길을 모자가 함께 걷고 있다. 사진 조선일보DB
울창하면서 이색적인 한라산 사려니숲길을 모자가 함께 걷고 있다. 사진 조선일보DB

한라산은 백두산, 지리산과는 또 다른 지질과 식생, 동물상을 보인다. 백두산과 지리산이 한반도를 대표하는 산이라면, 한라산은 한반도의 기후와는 다른 이국적인 산이다. 눈에 보이는 자연도 다를 뿐만 아니라 눈에 보이지 않은 신화도 섬만의 독특한 내용을 나타낸다. 한반도 유일의 세계자연유산이 그냥 된 게 아니다.

화산지대 한라산만의 독특한 지질은 백록담과 윗세오름의 조면현무암, 판상절리가 발달한 하천, 만세동산의 역암 등에서 엿볼 수 있으며, 세계자연유산으로서 가치뿐만 아니라 세계지질공원으로 지정될 정도로 그 가치는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다. 또한 한라산에서만 볼 수 있는 참꽃나무, 환경부 지정 멸종위기종Ⅱ급인 으름난초 등과 오소리·노루·제주도룡농 등 동식물은 한라산의 가치를 더욱 높이는 종들이다. 이러한 동식물과 지질을 한꺼번에 볼 수 있는 길이 한라산둘레길인 것이다.

제주도는 삼국시대 신라가 탐라국을 제압하며 식민지로 삼았지만 사실상 방치상태로 뒀다. 고려 들어 원나라의 침입으로 피란을 가면서 다시 알려지기 시작했다. 한반도에서 본격적으로 사람들이 건너가기 시작한 건 원나라 침입 이후 조선 들어서부터다. 조선 초 <신증동국여지승람> 제주목 산천조에 한라산을 다음과 같이 소개하고 있다.

한라산둘레길은 언제 가더라도 많은 사람들이 걷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사진 조선일보DB
한라산둘레길은 언제 가더라도 많은 사람들이 걷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사진 조선일보DB

‘한라라고 말하는 것은 운한雲漢(은하)을 나인拏引(끌어당김)할 만하기 때문이다. 혹은 두무악頭無岳이라 하니 봉우리마다 평평하기 때문이요. 혹은 원산圓山이라 하니 높고 둥글기 때문이다. 그 산꼭대기에 큰 못이 있는데 사람이 떠들면 구름과 안개가 일어나서 지척을 분별할 수 없다.’

같은 책에서 <고기古記>에 나오는 내용을 인용하면서 덧붙인다.

‘한라산의 일명은 원산圓山이니, 곧 바다 가운데 있다는 원교산圓嶠山이고, 그 동쪽은 동무소협인데 신선이 사는 곳이다. 또 그 동북쪽에 영주산瀛洲山이 있으므로, 세상에서 탐라를 일컬어 동영주라 한다.’

따라서 조선 중기부터 중국의 삼신산을 본뜬 한라산을 영주산이라고 병기한 지도가 등장한다. 지리산은 방장산, 금강산은 봉래산이라 칭하면서 한라산과 함께 한반도의 삼신산으로 불렀다. 이후부터는 조선 선비들이 잇따라 찾았고, 문신이자 서예가인 임제(1549~1587)가 한라산에 올라 최초의 <한라산유람록>을 남겼다.

제주도를 한 바퀴 도는 제주올레길은 지리산둘레길과 함께 한국에 걷기붐에 일조했다. 하지만 제주올레길은 이국적인 풍광을 감상하는 그 자체로는 좋았지만 걸으면서 한라산을 그저 바라만 보는 데 그쳤다. 이에 2018년 사단법인 한라산둘레길이 발족되면서 기존의 사려니숲길 등과 해발 600~800m의 국유림 일대를 연결해 한라산환상環狀숲길을 조성하기 시작했다. 현재 한라산둘레길은 사려니숲 입구에서 사려니오름입구까지 16km의 사려니숲길, 사려니숲길~절물자연휴양림 입구까지 3km의 절물(조릿대)길, 천아수원지~보림농장 삼거리까지 8.7km의 천아숲길, 보림농장 삼거리~거린사슴오름 입구까지 8km의 돌오름길, 서귀포자연휴양림 입구~무오법정사 입구까지 2.3km의 산림휴양길, 무오법정사~돈내코 탐방로까지 11.3km의 동백길, 돈내코탐방로~사려니오름까지 16.7km의 수악길 등 총 66km를 개통한 상태다.

원시의 숲 제주 곶자왈에 있는 한라산둘레길의 이색적인 풍광. 사진 조선일보DB
원시의 숲 제주 곶자왈에 있는 한라산둘레길의 이색적인 풍광. 사진 조선일보DB

절물생태숲~천아오름 구간 난공사 예상

올해 절물오름~생태숲까지 3km를 개통할 예정이다. 앞으로 국립공원 관련 부서와 협력하여 한라생태숲에서 천아오름까지 약 12km를 예산이 확보되는 대로 추가로 조성해 한라산둘레길을 완성한다는 계획이다. 완공시기는 다소 불투명하다. 예산확보 여하에 달린 것이다.

한라산둘레길은 ‘산림문화휴양에 관한 법률’ 제11조6 제1항에 나오는 국가숲길 기준에는 절대적으로 부합한다. 산림·생태적 가치나, 국가차원의 관리가 필요하며, 지역을 대표하는 역사·문화적 가치가 높으며, 지역의 역사·문화자원과 연계성이 높은 점 등은 어느 숲길과 견줘도 손색이 없다. 다만 제2항에 있는 ▲둘 이상의 시·도에 걸쳐 있는 숲길일 것이라는 조항을 충족시키지 못한다. 하지만 이는 제주도라는 섬의 특수성을 고려해 충분히 이해하고 넘어갈 수준으로 판단된다.

한라산둘레길이 완전 개통되면 비교적 평탄하고 조림지와 자연림이 어우러진 다양한 식생의 숲길을 남녀노소 전부 이용하면서 면역력 향상과 삶을 재충전할 수 있는 힐링숲길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환상완주는 일주일 정도면 가능하리라 예상된다. 한라산의 풍광을 일주일간 걸으며 감상하고, 내려와서 제주올레길 한 바퀴 돌면 제주도를 웬만큼 파악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국가숲길 한라산둘레길이 벌써 기대된다.

저작권자 © 월간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