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산칼럼] 어느 60대 부부의 산 이야기

  • 글 사진 윤치술 한국 트레킹학교장
    입력 2020.07.29 09:45

    TV 프로그램 ‘미스터트롯’에서 임영웅이 부른 ‘어느 60대 노부부 이야기’가 장안長安의 화제다. 이 노래 가사를 뜯어보면 나이 육십에 인생이 허무하게 끝나는 것 같아 마음이 언짢았는데, 기타리스트이자 가수인 김목경(61)이 최근 인터뷰에서 1980년대 영국 유학 시절 옆집 노부부를 찾아오는 아들과 손자를 보고 이 곡을 썼다고 하니 시대적인 배경에서 이해가 갔다. 당시 한국인의 평균수명은 65세 정도였고, 2020년 오늘날의 평균수명은 84세를 넘었으니 말이다. 아무튼 신의 은총divine blessing인 듯 인생은 길어졌고 삶을 건강하게 즐기려고 들과 산을 누비는 60대의 발걸음이 많아진 것은 아름답고 멋진 일이라 하겠다.
    이른 아침, 집 안뜰에는 지난밤 비바람의 심술로 한창이던 능소화가 담 귀퉁이에 모여 나발로 두런댄다. 높아진 하늘과 말간 바람을 배낭에 담고 아내와 함께 집을 나선다. 2년째 매주 60대 Y부부를 만나러 가는 길에 우러르는 원효능선과 백운대 큰 바위는 겸재 정선의 ‘인왕제색도仁王霽色圖’보다 숫기가 있다. 노적봉과 의상봉 사이의 북한산성 골짜기에 산안개구름이 몽실몽실 피어오르니 오늘 나는 묵향 그윽한 산수화 속 산객이 되어 보련다.
    Y부부는 몇 해 전 둘이서 큰 수술을 받은 후 산행을 선택했고, 지금은 원래 몸 상태보다 더 좋아졌다고 하니 그저 고맙기만 하다. 나는 그들의 건강과 행복이 ‘배움과 꾸준함’에서 생겨났다고 본다.
    뭐든 꾸준히 하는 게 쉽지 않다. 전날 산에 가자고 약속했지만 게으른 아침 이불 속에서 그 다짐이 물러지기 다반사다. 그래서 쉽게 깰 수 없는 타인과의 구속력 있는 강한 약속이 필요하다. 그렇게 해서라도 꾸준히 산행을 이어가야 한다. 산행은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으로서 생활에 큰 지장을 주지 않기 때문에 우선순위를 두지 않으면 갈 일이 별로 없다. 그러나 산에 익숙해지면 더 멀리 걷고 싶고, 더 높이 오르고 싶고, 더 깊이 느끼고 싶은 마음에 새로운 세계를 만나려는 확장성과 역동성이 불끈한다. 아스라한 능선을 사랑으로 지나 먼 봉우리에 포옹으로 닿는 60대 부부의 산! 이것이 ‘액티브 시니어Active Senior’가 아닐까?
    미국 스탠퍼드대학의 연구진은 ‘인간은 서서히 늙지 않고 34, 60, 78세를 변곡점으로 급속히 늙는다’는 결과를 내놓았다. 그래서 60세 이후의 산행은 체력이 필요한데 버거워진 힘의 빈자리는 ‘산행의 기술’로 메워 줘야 넉넉하게 산을 만날 수 있다.
    아웃도어에서는 걷고, 입고, 쓰고, 먹는 것 등 모든 것을 배워야 안전과 즐거움이 보장된다. 물놀이를 하는데 ‘못 배우면 헤엄이고 배우면 수영’인 것처럼. 하지만 ‘산은 도전과 극복’이라는 무지한 틀만 깨부숴도 올바른 산행의 반은 배운 것이니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그리하면 ‘노老부부’가 아닌 ‘놀遊부부’가 되고 Y부부처럼 예순 이후에도 여전히 빛나는 헤이데이Heyday를 누릴 것이다.
    윤치술 약력
    소속 한국트레킹학교/마더스틱아카데미교장/건누리병원고문/레키 테크니컬어드바이저
    경력 경희대학교 후마니타스칼리지 외래교수/고려대학교 라이시움 초빙강사/ 사)대한산악연맹 찾아가는 트레킹스쿨 교장/사)국민생활체육회 한국트레킹학교 교장/월간 산 대한민국 등산학교 명강사 1호 선정
    윤치술 교장은 ‘강연으로 만나는 산’이라는 주제로 산을 풀어낸다. 독특하고 유익한 명강의로 정평이 나 있으며 등산, 트레킹, 걷기의 독보적인 강사로서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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