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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산 2024년 5월호
  • 655호

9월에 갈만한 산 4선!

글 김기환 편집장 사진 C영상미디어
  • 입력 2020.09.01 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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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왕산
화왕산

아침저녁으로 서늘한 바람이 불기 시작하는 9월이다. 유례 없이 치열한 여름을 겪어낸 산자락은 차츰 본연의 자세를 찾아 가며 안정되고 있다. 이제 머지않아 우리의 산은 화려한 색감을 뽐내며 한바탕 축제를 벌일 것이다. 하지만 9월은 본격적인 단풍을 논하기엔 아직 이른 시기다. 이즈음 산을 오르다보면 단풍보다는 하얗게 핀 억새가 눈길을 끌기 시작한다. 9월 초에는 완전히 이삭이 패지는 않지만 가을 분위기를 느끼기에는 충분한 정도다. 이번 달에는 대표적인 억새 산행지인 민둥산, 신불산, 천관산, 화왕산을 소개한다.

이 산들에 대한 자세한 정보는 월간<山> 홈페이지 san.chosun.com에서 확인할 수 있다. 기사 아래 ‘큐알 코드’를 스캔하면 해당 산의 홈페이지 검색 결과를 쉽게 확인할 수 있다. 

1. 화왕산 

십리 억새밭 둘러 싼 화왕산성 장관

경남 창녕 동쪽에 거대한 성곽처럼 솟아 있는 화왕산(757.7m)은 가을 억새 풍광이 환상적인 산이다. 정상부의 십리 억새밭은 다른 산에서는 볼 수 없는 독특한 지형이 특징이다. 억새밭 주변 산릉에는 긴 석성이 축조돼 있으며, 매년 10월 의병들의 넋을 기리기 위해 횃불을 켜들고 이 산성을 따라 한 바퀴 도는 의병제 행사가 열린다.

화왕산 등산로는 정상 억새밭을 중앙로터리 삼아 자하골길, 전망대길, 장군바위길, 도성암길, 관룡산 용선대길 등 여러 등산로가 나 있다. 이 중 가장 이용객이 많은 것은 읍내에서 곧게 치달은 자하골길이다. 산 입구의 화왕산장을 지나 100m 가면 안내팻말이 선 갈림목이 나온다. 여기서 오른쪽 길이 자하골길이다. 짙은 솔숲을 지나 환장고개까지 길게 이어진 돌계단길을 오른다. 약 1.8km에 걷는 시간만 따져서 40분쯤 걸리는 구간이다. 환장고개에 올라서면 눈앞에 넓은 억새밭이 나타난다.

화왕산 십리 억새밭은 서문과 동문을 잇는 등산로 양쪽으로 완만하게 펼쳐져 있다. 이 십리 억새밭의 사방 경계선의 능선에 화왕산성이 조성되어 있다. 산성을 따라 한 바퀴 돌면 총 거리 1.8km에 약 1시간이 소요된다. 보통 서문~배바위~동문을 거쳐 정상에 올라선 다음 하산하게 된다.

신불산
신불산

2. 신불산 

다양한 산세가 어우러진 명산

영남알프스에서 두 번째로 높은 신불산(1,209m)은 화려한 억새 평원으로 유명하다. 산 남쪽 신불재와 신불평전, 북쪽의 간월재 일원에 넓은 억새밭이 형성되어 있다. 주능선을 따라 넓은 산길이 형성되어 있고 조망도 좋아 가을 산행지로 안성맞춤인 곳이다.

신불산은 다양한 산세를 지니고 있다. 정상 동쪽으로 공룡릉, 삼봉능선, 아리랑리지와 같이 수려한 바위 능선이 뻗어 있고, 서쪽에는 왕봉골과 백련암계곡 같은 깊은 골짜기가 자리 잡고 있다. 주능선 일대에 형성된 고산 평원지대 역시 다른 곳에서 쉽게 만나기 어려운 지형이다.

산행은 등억온천지구 웰컴센터 주차장을 기점으로 신불산 공룡릉과 간월재~홍류동계곡을 거쳐 웰컴센터로 되돌아오는 원점회귀 코스가 인기다. 신불산 공룡릉은 전문 등반장비를 사용하지 않아도 암릉 산행의 스릴과 조망의 즐거움을 제대로 즐길 수 있는 코스다.

민둥산
민둥산

3. 민둥산 

가을에만 붐비는 억새산의 대명사

강원도 정선 민둥산(1,119m)은 가을이면 정상 부근에 억새밭이 펼쳐져 인산인해를 이룬다. 산길의 경사도가 완만하고 부드러워 초보자도 부담 없이 오를 수 있고 조망도 뛰어나다. 민둥산이란 이름처럼 둥그스름한 산릉 위로 광활한 억새의 물결이 펼쳐진다. 나무가 별로 없어 시야가 거침없어 노을 좋은 날이면 황금빛 바다 가운데 있는 듯한 환상적인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전국 어디에 내놓아도 뒤지지 않는 아름다운 가을 풍광을 만날 수 있는 곳이다.

산행은 증산초교를 들머리로 해 발구덕마을을 지나 정상에 갔다가 증산초교로 원점회귀하는 코스가 일반적이다. 증산초교 앞 등산로 안내판에서 산행을 시작해 짙은 소나무 숲을 통과한다. 중간에 가파른 길과 완만한 우회로로 갈리는데, 두 길은 정상 직전에서 만난다. 1.5km쯤 올라가면 만나는 임도를 따라 오른쪽으로 가면 발구덕마을에 닿는다.

임도를 가로질러 숲을 통과해 오르면 첫 조망데크를 지나고, 해발 1,030m 지점의 조망데크 부근부터 억새밭이 시작된다. 정상에는 정상석과 함께 데크와 망원경이 설치돼 있다. 증산초교에서 정상까지 왕복 약 6km에 4시간이면 충분하다.

천관산
천관산

4. 천관산 

다도해와 억새의 조화에 빠지다

전남 장흥 천관산天冠山(723.1m)은 가을 분위기가 환상적이다. 다도해를 배경으로 기암과 억새가 어우러진 모습이 너무 멋지다. 무성한 억새밭만 있어도 좋은데 기암과 바다까지 함께 내어주니 더 이상 바랄 것이 없다. 아름다운 풍광 덕분에 억새가 절정을 이루는 가을이면 전국에서 온 등산객으로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다. 천관산 억새는 9월 중순부터 피기 시작해 10월까지 이어진다.

천관산은 기암괴석이 많은 산이다. 아기바위, 사자바위, 종봉, 천주봉, 관음봉, 선재봉, 대세봉, 석선봉, 돛대봉, 구룡, 갈대봉, 독성암, 아육탑 등 수십 개의 기암괴석과 기봉이 꼭대기 부분에 비죽비죽 솟아 있다. 그 모습이 주옥으로 장식된 천자의 면류관冕旒冠 같아서 천관산이라 불렀다고 한다. 정상에 서면 남해안 다도해, 영암의 월출산, 장흥의 제암산, 광주의 무등산이 한눈에 들어온다. 정상 부근으로는 광활한 억새밭이 장관을 이룬다.

천관산 주능선으로 오르는 가장 인기 있는 코스는 산 동쪽 봉황봉 능선이다. 보성만 바다 풍광이 멋진 코스로, 이 산길로 정상부로 오른 뒤 천관산 최고의 기암능선인 대장봉 능선을 거쳐 돌아내려오는 원점회귀 코스가 인기다. 4시간 정도 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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